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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ON/준환] 네이키드 독스 04 | 인스티즈


04

Talented Bastard



클럽 안은 그야말로 난잡했다. 브리스톨에 거주하는 청년이란 청년들은 전부 모인 것 같은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그 덕에 딜런은 복잡한 관계인 것 같은 여자애들 ―아마 좋지 않게 헤어진 전 여자 친구들일 것이다― 몇에게 초장부터 뺨을 몇 대 얻어맞았으나 전혀 굴하지 않고 파티장 안을 온통 누비고 다녔다. 그야말로 물만난 물고기 같은 모습이었다. 클로이는 여전히 구준회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은 건지 바 앞에 앉아 양주를 들이키는 중이었고, 바비는 DJ부스 제일 앞에서 열심히 음악을 즐기며 리듬을 탔다. 그런 바비의 옆에는 DJ의 친구로 보이는, 몸이 좋은 더티 블론드 계열의 머리색을 가진 남자가 그웬과 질척하게 몸을 부벼댔고, 그 꼴을 멀건히 지켜보던 김한빈과 바비가 동시에 Fuck me senseless, 하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물론 바비의 눈이 간 곳은 체조를 한 몸이라 유연하기 그지없는 그웬의 허리와 골반이었고, 김한빈의 눈이 간 곳은 그런 그웬의 골반을 부여잡고 몸을 밀착해 춤을 추는 남자였다.



"Right. That guy is so hot."

"Oh, piss off, gay boy!"



김한빈이 침을 꿀꺽 삼키며 넋이 나간 듯 중얼거리자 바비가 그제서야 김한빈의 시선이 향한 곳이 그웬이 아니라 그 뒤의 남자였다는 걸 깨달았는지 장난스럽게 킬킬거리며 김한빈의 목에 팔을 두르고 머리카락을 마구 흩뜨러트렸다. 언제 가져간 건지 테이블 위에 놓여진 위스키 잔을 한 잔씩 나눠 마시며 둘은 춤을 추는 데 여념이 없어 보였다.

그에 비해 구준회는 느릿느릿 파티장 안으로 들어와 누군가를 찾는 듯 해 보였는데, 그 궤적 안에는 어김없이 클로이가 있었다. 클로이는 걱정이 된다 싶을 정도로 인상을 찌푸린 채 이제는 독한 보드카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중이었는데, 주변엔 그웬도 바비도 딜런도 김한빈도 없었다. 다들 올해 최대 규모의 파티를 즐기는 데 바빴기 때문이었다. 지켜보고 있자니 정말로 눈물겨운 우정이었다. 구준회를 슬쩍 올려다보니 그 시선이 이내 클로이한테서는 떨어진 지 오래였고, 한창 시끄러운 DJ 쪽을 훑고 있었다.



"I gotto go to dance. you?"

"What? But what about Chloe?"



여자친구가 실의에 잠겨 저렇게 술을 들이키고 있는데 태연자약하게 춤을 추러 간다는 구준회의 말이 어이가 없어 격앙된 목소리로 그럼 클로이는? 하고 묻자 구준회가 다시 대답했다.



"Oh, whatever. Why do I care?"



어이가 없으려니 말문까지 콱 막힐 지경이었다. 나는 구준회와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친구였음에도 대부분의 시간 동안 도대체 그 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내가 바보처럼 어물거리며 다시 대답했다.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뒤섞인 내 목소리가 허공에서 마구 헝클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Jesus, you just her boyfriend."

"Maybe you could take care of her."



자기 여자 친구를 친구인 내게 짐짝처럼 맡기고 정말 갈 것처럼 말하는 얼굴이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무심하고 덤덤하게 반문한 구준회는 이내 다시 그 능글맞기 짝이 없는 미소를 얼굴에 걸치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Seize the chance, buddy. Time is now."



의중을 알 수 없는 말만 남기고 구준회는 정말로 그 보폭이 큰 특유의 걸음을 이용해 금방 사람들 새에 파묻힌 채로 사라졌다. 기회? 시간? 타이밍? 구준회가 내뱉은 단어들이 물 속을 부유하는 것처럼 머릿속을 둥둥 떠돌아다녔다.


구준회는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가끔 클로이와 구준회가 붙어먹을 때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좀 불편하곤 했는데, 아마 그 이유는 예쁘장하게 생긴 클로이에게 내가 호감을 갖고 있어서일 것이다. 클로이는 가끔 말보단 행동이 먼저 나가고, 감정적이었으며, 야한 옷을 즐겨 입는 철부지같은 여자애였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착하고 발랄한 애였다. 무엇보다도 클로이는 편견이란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것이 편했다. 처음으로 반에 들어섰을 때도 한국인인데다가 키도 작고 허여멀건한, 따지자면 속칭으로 너드(Nerd)같은 모습을 한 내게 클로이는 먼저 운을 띄워 말을 건네주었고, 내가 괜찮은 애 같다며 자주 나와 깔깔거리며 웃었으며 소소한 얘기와 고민들을 나누는 사이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갔다. 김한빈이 게이란 걸 알았을 때에도 클로이는 마찬가지였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래? 하고 되묻곤 다시 제가 어제 산 매니큐어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고 마는 것이었다. 클로이에겐 게이든, 무슬림이든, 독실한 천주교이든, 아시아인이든 그런 것들은 하등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그 애는 사람들을 사귈 때 환경이나 상황이나 조건을 보지 않았다. 클로이는 사람 자체를 볼 줄 아는 애였다. 예의 말하곤 하는 쿨한 여자애였던 것이다. 그 애에게는 장벽 같은 것이 전혀 없었다. 나는 클로이의 그런 점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구준회는 정말로 눈치가 빨랐기 때문에, 내가 클로이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 것을 빠르게 알아챈 뒤로는 무슨 심보인지 자꾸만 클로이와 나를 엮으려는 시도를 일삼았다. It sounds really fucking weird. 내 고민을 들어주던 김한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뱉었던 말이었다. 이상하잖아. 친구의 여자 친구라고, 제이. 정말 클로이를 좋아하는 거 맞아? 너도 그렇지만, 내말은 준도 말이야. 정말 클로이를 좋아하는 걸까?

사실 내가 클로이에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던 것은 맞았지만, 그것이 그냥 단순히 그 애의 인간성에 대한 호감이었는지 혹은 성적으로 끌리는 호감이었는지는 확실치 않았다. 그냥 그 애의 밝은 면들은 나를 웃게 만들곤 했다. 구준회와 클로이가 사귄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도 별다른 죄책감 같은 것이 없었으니 아마 내 생각으로 나는 클로이를 그 자체로써 좋아하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았다고 막연히 짐작할 뿐이었다. 그런 나와는 다르게 한가지 정말로 확실한 게 있다면, 클로이는 절대로 나를 이성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는 거였다. 그 애는 가끔 나를 sweetie, 혹은 lovely 라고 부르며 뺨을 만지거나 포옹을 하거나 손을 잡곤 했는데, 누가 보더라도 그런 일련의 행동들은 나를 이성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행하는 것들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을만큼 가볍고 시덥잖은 것들이었다.

구준회는 그런 행위들을 자못 흥미롭다는 눈초리로 지켜보곤 했다. 그리고 나서는 어쩐지 클로이와 한번 자보겠냐는 둥, 동정 딱지 떼는 기념 클로이와 쓰리썸은 어떻겠냐는 둥의 말도 안되는 소리를 마구 지껄이곤 했다. 나는 도대체 그 심리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관자놀이께가 지끈거렸다. 구준회는 아마 나와 클로이가 붙어먹는 것이 재밌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그 애는 겉에 보이는 표정과는 다르게 따분하고 지루한 것들은 못 참는 성격이었으니까. 아마 클로이와의 관계에 싫증을 느꼈거나, 따분하고 무던한 일상에 재미를 주고 싶어서 가볍게 나에게 권유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구준회는 그냥 그랬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하등 제가 신경쓸 바가 아니라는 듯 굴었다.



'Seize the chance.'



기회를 잡으라는 구준회의 무심하고 느긋한 말소리가 귀에 박힌 채 떨어지질 않았다. 자기 여자친구를 좋아하는 베스트 프렌드와, 그런 베스트 프렌드를 절대 남자로 보지 않는 제 여자친구라니. 어떻게 보면 정말 웃기는 조합이긴 했다. 김한빈이 말했던 것처럼 말 그대로 병신같은 상황이었단 거다. 아마 선심쓰듯 제 여자친구를 내게 빌려주는 개념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 구준회는 으레 그런 것에 능한 애였으니까 말이다.

무슨 생각인지 모를 구준회의 의미심장한 말들 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무슨 꿍꿍이로 또다시 지랄맞은 짓을 일으키려 하는 건지에 대해선 조금 나중에 생각키로 하고 일단은 죽을 것 같이 술을 마시는 클로이에게로 발걸음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저렇게 놔두다간 분명 내일 아침에 일어나지도 못한 채 괴로워 할 것이다. 내가 클로이를 친구로써 좋아하든 이성으로써 좋아하든 일단 말려야 할 건 말려야 할 것이었기에 나는 까짓거, 하며 성큼성큼 클로이에게 다가갔다.



"Hey, Are you okay?"

"J! Wow, J! What a lovely boy! I love you so…"



바에 앉아 독한 보드카를 얼마나 삼켜댄 건지 클럽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클로이에게선 코를 찌르는 알콜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많이 취한건지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몸으로 클로이가 내 어깨를 감싸 안았고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 내 코에 쪽쪽 키스를 해 댔다. 뇌가 흐물흐물 녹아버리기라도 한 듯 그 애의 가느다랗고 긴 팔이 내 몸을 자꾸만 휘감았고, 의미를 알 수 없을 만큼 꼬여버린 혀로 자꾸만 무슨 말을 지껄였으나 역시나 전혀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클로이는 말을 하다 말고 나 토할 것 같아, 하고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오, 언제나 구준회가 만들어 놓은 사단의 중심에는 항상 내가 있고, 그 뒷처리를 도맡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제서야 온전히 기분이 엿같아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 자식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몰라서 기분이 나빠야 하는건지 좋아야 하는건지 고민했었는데, 차라리 잘 된 일이었다. 그냥 기분 잡쳐도 될 일이겠군.

내가 중얼거리자 분명 무슨 말인지 인식조차 못했을 클로이가 내 가슴팍에 고개를 파묻고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너 무슨 말인지 알고는 웃는 거야, 클로? 하고 다시 묻자 클로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클로이가 몸을 비비적댈 때마다 반쯤 드러내 놓은 그 애의 가슴이 자꾸 내 몸에 밀착되어 기분이 이상해졌다. 전혀 익숙치 않은 여성의 육체를 이렇게 가까이서 체험하게 되다 보니 뭔가 간질간질한 것이, 어쩌면 정말 원치 않은 생리적인 현상이 내 바지춤에서 일어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끔찍한 생각이 들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입을 닫고 서둘러 클로이를 화장실에 옮겨놔야겠다고 결심했다.


역시, 최대 규모의 파티고 뭐고 내게는 다 소용없는 얘기였다. 분명 저번과 같은 최악의 파티일 것이 분명했다. 혀 끝에서는 저속한 욕설이 뱅뱅 맴돌고 있었다. fucking, bollocking, fucking party.




*




클로이는 화장실에서 내장이라도 뱉어낼 것 같은 기세로 구역질을 해댔다. 꽤 공을 들여 한 것 같은 화장이 눈물 콧물 범벅으로 인해 반쯤은 지워진 상태였고, 마스카라와 아이라인이 번져 있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로 처참했다. 나는 되는대로 클로이의 얼굴을 대충 씻기고, 들쳐 업다시피 해서 클럽 안 쪽에 있는 주류 창고 안으로 클로이를 밀어 넣었다. 지금 와서 집까지 가기는 조금 힘들 것 같고, 한두시간 정도 클로이를 재운 뒤에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되면 택시를 잡아서 집에 보내면 될 것 같았다. 주류 창고는 어둡고 침침했는데, 마침 넓고 낮은 테이블이 하나 있기에 미안하지만 클로이를 그곳에 널부러뜨리듯 내려놓았다. 구토를 하고 나니 속이 편한 건지 세상모르고 잠이 든 클로이가 그나마 안심이라면 안심이었다. 자꾸 몸을 비벼대는 통에 정말로 위험할 뻔했다. 친구의 여자친구가 몸을 좀 부대낀 거 가지고 발기라도 할 위기에 처했던 것이 괜히 죄스러워 손바닥 안으로 얼굴을 푹 묻었다. 구준회 때문에 클로이도 나도 파티를 즐기기는커녕 쓸데없는 감정 소모와 에너지 소비만 한 것 같아 텁텁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Fuck this."



클로이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으나 늘어진 몸을 정신없이 옮기느라 그 애의 옷가지들이 어떤 상태인지는 차마 확인할 여유가 없었는데, 테이블에 난잡하게 몸을 늘어뜨린 클로이의 짧은 탑은 반쯤 내려가 있어 가슴과 배를 아슬아슬하게 가려주는 상태였고, 더불어 가죽재질의 치마도 말려 올라가 허연 허벅지가 다 드러난 상태였다. 옷매무새를 정리해주려 클로이의 치마 끄트머리를 조심스레 두 손가락으로 붙잡아 슬슬 내리는 중에 빌어먹을 타이밍으로 누군가 주류창고로 들어오려는 듯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짧은 찰나에 순간적으로 든 생각은, 술에 떡이 된 백인 여자애의 치마 속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나서, 음습한 창고로 질질 끌고 온 병신 같은 동양 남자애로 오해받기 전에 서둘러 어딘가로 숨어들어야겠단 거였다. 차마 생각을 다 끝내기도 전에 나는 쥐새끼처럼 후다닥 주류 창고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어갔다. 겹겹히 쌓여있는 맥주캔 박스와 박스 사이의 틈으로 몸을 숨기고 숨을 틀어막자마자 주류 창고의 문이 열렸고, 동시에 밖에서부터 흘러들어온 요란한 클럽 비트가 귓바퀴를 강타했다.



"Oh, poor girl's totally out of it."



술에 완전히 쩔었군. 익숙하고 나즈막한 저음. 구준회였다.



"Stop fucking around, you tosser."



뒤이어 김한빈의 익숙한 목소리도 들렸다. 평소의 유한 말투와는 달리 조금 날이 서 있고, 술에 취하기라도 한 듯 약간 불분명한 발음이었다.



"I dare you."



묘하게 들뜬 것 같은 구준회의 대답이 다시 이어졌다. 이내 주류창고의 문이 닫히자 요란한 음악소리가 문의 표면에 거칠게 퉁퉁 부딪히며 낮게 공명했다. 구준회와 김한빈이라면 마음 놓고 모습을 드러내도 좋을 것 같아 조심스럽게 좁은 공간에서 빠져나오려는 찰나, 다시 좁은 공간 안으로 구준회의 말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 장난하는 거 아냐. 너랑 자고 싶다고.



"It's special day, right? I wanna try something new."



남자랑 떡치는 건 어떤 기분인지 존나게 궁금해. 그것 뿐이야.

나는 다시 입을 합 틀어막았다.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구준회와 김한빈 사이에서 파생되어지는 말이라기엔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파격적인 단어들이었다. 구준회의 말투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싱글싱글한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고, 정말로 궁금한 듯 호기심에 가득 차 약간 부푼 듯한 목소리였다. 구준회의 어이없는 발언에 말문이 막히는 듯 김한빈이 잠시간 머뭇거렸다. 묵직한 침묵이 간극을 메웠다.



"I'm not a fucking hobby, mate."



나 취미로 이러는 거 아냐. 그리고 난 너랑 그럴 마음 없어. 난 친구랑은 안해. 김한빈이 꾹꾹 조음하며 말했다. 중간중간 파르르 말 끝이 떨리는 것이 공기 중으로도 전해졌다. 구준회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 쉽게 대꾸했다. 난 그럴 마음 있는데. 너도 기분 좋을 거야, 한빈.



"How about Chloe?"

"Whatever."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구준회가 김한빈의 목덜미를 한 손으로 붙잡아 끌어당겨 입술을 맞댔다. 잡아먹기라도 할 듯 성급하게 부딪친 잇새로 서로의 혀가 얽히는 소리가 적막을 메꿨다. 나도 모르게 욕설이 난무하는 문장들이 목젖 아래까지 턱턱 차올랐다. 터져나올 것 같은 목소리를 가까스로 눌러 담느라 목울대가 시큰거릴 지경이었다. Shit. 쟤네 지금 뭐하는 거야? 숨을 죽이고 고개를 슬쩍 들자 턱을 비틀고 진득하게 키스하는 둘의 모습이 망막에 그렁그렁 맺혔다. 맙소사. 김한빈은 술에 조금 취한 건지 구준회의 거칠고 저돌적인 입맞춤에 따라가질 못하는 듯 숨을 헐떡였고,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구준회는 이리저리 고개까지 틀어가며 입을 맞추다 잠시 떼어내고 김한빈의 윗옷을 밑에서부터 끌어올리려 했다. 질척한 소리를 내며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김한빈이 퍼뜩 정신을 차린 듯 윗옷을 걷어 올리고 있는 구준회의 손을 탁, 쳐냈다. 구준회가 의아하게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리자 이내 김한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어물거렸다. 혀가 꼬인듯 약간 헝클어졌으나 단호하기 그지없는 말투였다.



"You're totally out of order."



나즈막히 중얼거리며 김한빈은 슥슥 번들거리는 제 입술을 소매로 닦아낸 뒤 휑하니 문을 열고 빠르게 나가버렸다. 붙잡을 새도 없이 덩그러니 남은 구준회가 그 자리에 서서 What? 하며 어이없다는 듯 인상을 구겼다.



"Well, It was just a laugh."



구준회가 어깨를 으쓱이며 쩝, 입맛을 다셨다. 금세 피식 웃고 아무렇지 않게 제 머리와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구준회의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방금 그 일은 별다른 뜻 없이 장난으로 해 본 짓거리임에 틀림이 없었다. 클로이와의 관계가 따분해졌다던가, 지루한 일들에 질려 오늘같이 특별한 파티가 있는 날을 잡아 가까이에 있는 게이 친구와 한 번쯤 자보고 싶은 대수롭지 않고 가벼운 마음 말이었다. 아마 김한빈에게 다른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분명 남자와 자는 건 어떤 기분일지가 궁금했을 것이고, 그 호기심을 해결하려 김한빈을 이용하려 한 것일 것이다. 구준회야 뻔했다. 그 애는 어떤 일에나 쉬웠다. 그리고 항상 저런 식의 태도로 일관했다. 미친 개새끼마냥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재밌는 일을 벌이고, 그것이 돌아가는 과정을 멀리서 방관하며 즐거움을 느끼곤 했다는 것이다. 이유를 캐묻는대도 구준회는 예의 그 빙글빙글 알 수 없는 웃음을 걸친 얼굴로 뻔뻔하게 대꾸할 것이 뻔했다. 왜? 재밌잖아. 그냥 장난이었어.

구준회는 어련히 알아서 자기 할 일은 잘 하는 애였기 때문에 김한빈과의 마찰이 불거지거나 하는 등의 일은 없을 것이었다. 오늘 일은 없었던 듯 아무렇지 않게 김한빈을 대할 것이고, 김한빈도 아무렇지 않게 구준회를 대할 수밖에 없을 것임에 분명했다. 구준회는 적정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스릴을 즐겼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또라이가 분명했다.


구준회는 거친 키스로 인해 살짝 헝클어진 제 머리를 슥슥 정리하다말고 그 형형한 눈알을 도로록 굴려 클로이를 응시했다. 구준회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클로이의 치켜 올라간 치마를 내려주고 끌러 내려간 탑을 무심한 듯한 손길로 정리했다. 투박한 손길로 클로이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준 구준회는 이내 미련 없이 성큼성큼 큰 보폭으로 걸어 주류창고를 나섰다. 아무리 술에 떡이 되어 잠들어 있는 상태라고는 하지만 여자친구가 떡하니 자리한 공간에서 게이 친구와 키스를 하고 또 아무렇지 않게 옷을 정리해주는 남자친구라니. 클로이가 구준회와 오랜 시간을 사귄다면 아마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구준회와 김한빈이 나간 뒤로도 한참을 움직일 수가 없어 그 자리에서 눈을 꾹 감아봤지만 새카만 눈앞으로는 자꾸만 구준회와 김한빈이 정신없이 키스하는 장면이 반복재생되며 어른거렸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그웬이 정신없이 주류 창고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고, 준에게 클로이 네가 여기 있단 소식을 들었다며 클로이의 늘어진 몸뚱이를 힘겹게 들어 올려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클로이는 의외로 내가 끌고 왔던 때보다 쉽게 몸을 가누는 것 같았다. 혹여나 클로이가 완전히 잠들지 않았던 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눈 앞을 새카맣게 메웠다. 얼떨결에 숨어있는 상태로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아주 많이 본 것 같아 나는 고립된 것 마냥 좁은 창고 안에 한참을 더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오늘 또한 내게 있어서 정말 엿 같기 그지없는 파티였다. 병신같고 재미대가리라곤 하나도 없는 끔찍한 파티였다.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끝도 없이 귓가를 콱콱 찍어 내렸다. 끝끝내 꾹 깨물고 있느라 얼얼한 입술 새로 날 선 욕지기가 터져 나왔다.



"Such a bastard."



구준회는 개새끼였다. 시간이 아무리 흐른대도 그 명제가 결단코 바뀌는 일이 없을 것만 같아 명치께가 한참을 답답했다.






맘비니와 준애...^^... 절대 준빈이 보고싶어서 쓴 글이 아니라구욧! (음흉)

곧 5화로 찾아뵙겠습니닷 헥헥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해요.. ♡uㅅ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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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지난질주!! 아아 미친 준회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아규ㅠㅠㅠㅠㅠㅠㅠㅠ제 생각도 그런게 클로이가 잠들지 않은 것 같은데 미치니....으악... 미쳐버릴 것 같아요 클로이가 질척대는 소리를 들었을텐데.. 지나니는..그걸 아예 생눈으로 봐버린 지나니는.. 으윽... 그나저나 지나니 남자네~ 오올~ ( ͡° ͜ʖ ͡°)~ㅎ
9년 전
독자2
지난질주!!!
9년 전
독자3
아 넘나 좋은 것..
9년 전
독자4
와 1화부터 정주행하는데 너무 빠져들어서 댓글을 이제야쓰네여... 아직은 이글을 이해하기는 어려운거같아요ㅠㅠㅠㅠ
9년 전
독자5
ㅜㅜㅜ ㅜㅜㅜ홈 들어가보니까 계속 트래픽 초과로뜨고 블로그도찾아봐도 없던데 어떻게된 일인가요 작가님..☆
8년 전
정새벽
앗 혹시 지금 계신가요? 블로그는 서이공개 때문에 검색비허용이구 홈은 아직 트래픽 초과 아닐텐데... 저녁 시간대나 주말이 아니면 자주 터지진 않는답니다! 원하시면 블로그 주소 알려드릴게요~ 모든 글들이 서이공개인 이유는 아무래도 음지성 글이다 보니 조심스러워서 그런거니 양해 부탁드려요..T▽T
8년 전
독자7
폰이 이상한가싶어 홈을 나가버려서 주소도 모르는상태에요 ㅜㅜ 혹시 블로그주소라도 알수 있을까요?
8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8년 전
독자8
확인했어요!!감사합니다..!
8년 전
정새벽
8에게
반거롭게 해드려 죄송해요ㅜ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윗댓은 펑할게요~♡ 날이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구 앞으로 자주 글 업뎃할테니 오래오래 보아요 ^♡^!!!

8년 전
독자6
아ㅏ..자까님
...제심댱이 터질거같아요...주네 ....넘나 매력있는 나쁜남자인것...

8년 전
독자9
으ㅓㄹ....너무 좋다....
8년 전
독자10
주네 상넼ㅋㅋㅋㅋㄱㄱ애들캐릭터 다왜케 재밌냐ㅜ 젤불쌍한건 지나니랑 클로이...아 여튼 너무재밌당 정주행중ㅎ
8년 전
독자11
준회 넘나 나쁜 것...근데 넘나 멋있는 것..^^
영국 발음 쓰는 준회는 사랑입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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