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좋아해요?"
내 말에 눈이 엄청나게 커다래진다.
"아닌데?"
엄청나게 커진 눈만큼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아니라네.
"정말요?"
"아닐...껄?"
"그래요."
"아, 저기..."
"저 진짜 집가봐야 되요. 오빠가 걱정할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아줌마, 아저씨 없을때는 오빠가 제 보호자예요."
"아무리 남매같다고 해도 남자는 위험해."
"나 안 좋아한다고 해도 남자는 위험해요."
조용해진다.
"그럼 나 가볼게요."
"데려다..."
"아니요. 혼자 걸어갈게요. 괜찮아요. 많이 늦은 밤도 아니고. 먼 거리도 아니고."
현관에 나와서야 들었다. 내가 이렇게 말을 잘 하는 줄도 몰랐고.
"아 몰라!"
구자철선수집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니 이불킥할 얘기를 왜 했는지. 잠자기 전에도 이 생각하면 진짜로 이불킥하고 난리도 아닐 것 같다. 아 진짜!
"윽!"
또 넘어졌다. 진짜 짜증나!
"에이, 씨발! 진짜 짜증나게. 왜 넘어지고 지랄이야!"
한국욕을 크게 아니까 좀 풀린 것 같다. 거리에 있는 사람이 쳐다보는 것 같지만. 다시 일어서려니까 또 발목이 아프다. 또 접지른 것 같다. 풀린 마음이 다시 엉키는 기분.
"에이씨..."
혼자 욕을 궁시렁대며 일어났다. 아파! 아프다고! 절뚝거리며 걷는데 신발에 뭐가 와서 부딪친다.
뭐야?
테이핑하는 테이프다. 운동선수들이 갖고 다니는 것 같이 생긴... 뒤를 돌아보니 내가 아는 얼굴은 없다. 구자철선수가 있나 했던거였지만.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가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아서 테이프를 챙겨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오빠!"
응? 하며 놀라서 내려온다.
"너 꼴이 그게 뭐냐?"
"보면 몰라? 넘어졌잖아."
"언제 나갔다왔어?"
"방금!"
"왜그렇게 신경을..."
"씨... 아파죽겠다고."
"야 너 왜울어."
오빠는 당황해서는 가까이 온다.
"아파서 우는거야. 아파죽겠어."
"그래, 그래. 걸을 순 있겠어?"
"아파. 아프다구."
우는 나를 어쩌지 못하고 거실쇼파에 앉혀두고 얼음을 가지러 간다. 부엌에서 얼음찜질하는 봉지에 얼음을 담아오더니 발목에 올려둔다.
"그건 뭐야?"
손에 꼭 쥐고 있었던걸 가져갔다.
"테이핑 테이프네. 이거 하면 되겠다."
발목에 휘휘 돌리기도 하고 쭉쭉 붙이기도 하더니 다됐다 하면서 발목을 톡톡 친다.
"나 졸려. 잘래."
그래 자라.
부축해서 방까지 보내준 뒤에 이불까지 덮어준다.
"이제 가."
"너. 다음부터 밖에서 안 좋은 일 생겨서 집사람들한테 화풀이하면 혼난다."
"미안."
"알면 됐어. 남자 문제야?"
"몰라."
"누가 우리 동생을 울리는거야?"
"나 혼자 그러는거야. 바보같이."
"누구야?"
"그냥..."
"그래. 알았다. 잘 자라."
"응. 오빠도 잘 자."
문닫고 나간다. 내가 사람 복은 있는 것 같다. 우니까 졸리다. 눕자마자 정신업이 잠이 든것 같다.
지이잉 거리는 진동소리에 깼다. 누가 아침부터... 눈도 안 뜨고 그냥 받았다.
"여보세요."
목소리가 쩍쩍 갈라져서는 남자목소리다.
"ㅇㅇ이 핸드폰 아닌가요?"
"아줌마 저 ㅇㅇ이예요."
"감기걸렸니?"
"아니요. 막 일어나서 그래요."
"그럼 다행이고. 내가 깜빡 잊고 있었던 게 있는데 니가 좀 해줄 수 있니?"
"아, 예. 뭔데요?"
"구자철씨한테 전해줄게 있어서."
"아..."
"그 신발장 위에 있는 서류봉투 있거든? 그거 좀 갖다 줄래? 그게 집에 대한거라서 오늘 꼭 갖다 줘야돼."
"네..."
"그래. 고맙다. 오늘 목요일이니까 8시쯤에 자철씨 집가면 될거야."
아줌마 부탁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거라는데...
"오빠!"
대답이 없다. 아직 안 일어났나? 핸드폰을 보니까 벌써 열한시다. 오빠방으로 가니 오빠는 없다. 노트북까지 없는거 보면 나간 것 같은데... 1층으로 가니까 역시나 없다. 전화를 걸어봤으나 받지도 않는다.
"내가 갖다 줘야 되나..."
결국 오지 않는 오빠를 기다리다 8시 30분이 된 핸드폰을 들고 현관을 나갔다. 구자철선수 집을 보내 들어왔는지 불이켜져 있다. 어찌어찌 해서 집까진 왔는데... 20분을 우물쭈물있다 초인종을 눌렸다.
"Wer ist da?"
구자철 선수 목소리가 들리니까 긴장이되버렸다.
"아... 저..."
"Wer ist da?"
"아... 저 ㅇㅇㅇ입니다."
문 안에서 조용하더니 문이 열린다.
"...왜?"
"아줌마 심부름 왔어요. 이거 오늘까지 꼭 갖다드려야한다고 해서요. 그럼 저는 가볼게요."
태어나서 제일 빨리 말한것 같다. 그렇게 다다다 말하고 뒤돌아 가는게 내 생각이였지만 내 발목이 따라주질 못했다.
"아!"
버림받은 가련한 여주인공마냥 털썩하고 넘어졌다.
"발목 다친애가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
발목을 살짝 잡으며 아프냐고 다정하게 묻는데...
"너 미워."
"뭐?"
"야, 내가 너 좋아하는거 모르냐?"
"..."
"씨... 너 진짜 그러는거 아니야. 차라리 모른척하지 나쁜놈."
"술 먹었어?"
"술은 무슨 술이야. 입에도 안 댔어. 왜 나는 너한테 이렇게 말하면 안돼냐? 너 진짜 짜증나고 미워죽겠어. 사람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단념할까 싶으면 와서 뒤집어 놓고, 나 신경쓰지도 않는 것 같아서 포기할까 싶으면 또 와서 뒤집어 놓고. 너 진짜 못됐어. 니가 나이 많으면 다냐? 나 겨우 20살이라고. 힘들어 죽겠다고. 누구 좋아하는거 처음으라서 더 힘들어 죽겠다고. 나 갈거야. 너 진짜..."
"너..."
"이제 진짜로 너 안 좋아할꺼야."
당황한 표정의 구자철을 냅두고 다시 절뚝거리며 일어났다. 빨리 집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왜 발목은 이 모양인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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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쓴 글을 보고도 난감하네욬ㅋㅋㅋㅋㅋㅋ
이건뭐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글이 병맛이니까 시크한 백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