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성열과 명수 녀석에게는 숨기고 싶었는데 남자 애들 입소문이 어찌나 빠른 지 결국 알게 된 성열이 징징 우는 소리를 낸다. 그 좋은 구경에 왜 저를 빠뜨렸냐며 어찌나 울상을 짓는지 여차저차해서 벌어진 일이다 긴 설명 끝에야 실실 웃는다. 오히려 재밌다는 듯 웃는 성열의 미소에 불안해져 의자를 살짝 뒤로 빼는데 명수 녀석이 읽던 책을 소리나게 덮고는 뜬금없이 내 머리를 끌어안고 낮게 곡소리를 낸다. 얘들이 왜 이런대.
"그랬구나. 우리 우현이가 맘 고생이 심했구나. 진심을 숨겨야 했구나. 그랬구나."
아우, 밉상들. 사실을 얘기해줘도 그저 놀림거리 하나 늘었다는 기쁨에 어쩔 줄 모르는 모습에 눈에 훤히 보여 미간을 찌푸리자 성열이 손을 내민다. 일어선 성열을 고개 들어 보는데 내 의아함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표정에 결국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명수의 박수 두 번. 순간 몰아치는 불안감에 잡혔던 손을 잽싸게 빼자 자기 뜻대로 일이 되지 않음에 짜증이 난 성열이 명수의 배를 치더니 자리에서 방방 뜀박질을 한다. 공부 좀 하자는 부반장의 말에 금새 멈추기는 했지만.
"뭐야, 이번엔 뭔 꿍꿍이야."
"김성규 님의 1단계 미션, 2층 정수기 앞 게시판에 붙었대."
"내가 그걸 왜 봐야하는데. 안 봐 절대!!!!!!!! 안봐."
"야, 그냥 재미라도 한 번 해봐라. 완전 재밌지 않겠냐? 네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애들한테 주목 받으면서 이리저리 다녀 보겠냐."
"내 혼삿길 망치고 싶은 거 아니면 그만하지? 안 한다고 했다?"
하긴 아까 일 뒤로 어딜 지나가든 애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아 진 건 확실하다. 그게 나쁜 뜻이든 좋은 뜻이든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건 늘 있던 일이 아니라 기분이 싱숭생숭 해지던 참 이였는데, 혼삿길 망치면서 까지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은 절대 없다. 난 그냥 오늘 일을 내 고등학교 인생에서 최대의 실수로 남기고 싶을 뿐이지 더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은 없다. 게다가 난 성격이 괴팍한 사람과는 엮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이성열과 김명수로도 벅차다 벅차.
"하기 싫다는 애한테 굳이 강요하지 말고 내가 나선다니까. 내가 고백하면 일이 더 커지고 재미나질껄?"
"김명수 입을 다 물자 꿉꿉꿉. 더 얘기 했다간 오늘 음반 매장 같이 가기로 했던 거 확 안 가버릴 수 있어."
하나에 꽃히면 끝을 보는 성격인 명수가 이번엔 음반에 꽃힌 모양이라 조금 관심이 생겨 나도 같이 가자며 운을 띄워보는데 명수 자식의 단호한 거절에 막혀 버렸다. 헐, 이성열은 되고 왜 나는 안되는데. 은근 섭섭해진 기분에 팔짱을 끼고 몸을 크게 뒤로 젖히는데 얼굴로 떨어지는 꽃 자수가 새겨진 흰 손수건. 명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여성스러운 자수에 손수건을 격하게 흔들며 명수에게 어필 하는데 어깨를 으쓱인 명수 자식이 할머니꺼, 하고는 가방을 맨다.
"너희 할머니 갖다 드리라고?"
"우리 할머니께서 나보다 너를 더 좋아하는 걸 어째. 너 보고싶은 모양이신지 눈에 다 보이는데 일부러 손수건 놔두시고 가시더라."
"할머니 애인도 생기셨다면서 왜 날 자꾸 찾으신대."
"저번에 너 노래 부르는 거 듣고 완전 반하셨잖냐. 이왕 간 김에 할머니 애인 어떤 분인 지 잘 봐봐. 괜히 안 좋으신 분이시면 어떡해, 우리 할머니."
손자가 저렇게 까지 부탁을 하는데 싫다고 할 수도 없고 게다가 할머니께서 날 보고 싶어하신다는데 얼굴 안 보여주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손수건을 챙기는데 이 자식들이 그 새 교실을 빠져나갔다. 이럴 때 마다 친구 셋이 아니라 커플과 훼방꾼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지. 빨간 꽃 자수가 들어간 손수건을 가방에 넣고 평소 명수 할머니가 거의 시간을 보내시는 양로원으로 들어서는데 오늘따라 양로원 분위기가 떠들썩하다. 왠일인가 싶어 고개를 빼꼼히 들이미니 전에 없던 단상과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진 음식들이 꼭 잔치가 벌어질 분위기다.
"으이구, 우리 우현이 왔누?"
"안녕하세요. 명수가 할머니 손수건 갖다 드리라고 해서요."
"그려, 그건 됐고. 오늘 요게 무슨 청소년 봉사단이 온다네. 우현이 너도 놀다가그라."
"……이건 됐어요? 저도 그럼 좀 있다 갈게요."
할머니께 손수건을 드리러 온 건데 어쩌다 보니 마을 잔치까지 낑겨 치루고 가게 생겼다. 오랜만에 좀 먼 거리를 걸었더니 저려오는 다리에 방석을 가져다 앉는데 방석 밑으로 손이 불쑥 들어온다. 이질적인 느낌에 놀라 푸드덕 거리며 일어나다 뒤이어 괴성까지 지르고 말았다.
"이거 양로원 분들 앉으실 방석인데 좀 일어나지? 다리 부러진 거 아니면."
여기 명수 할머니 말고 김성규 너희 할머니도 계시나봐요…………?
요로분!!!!!!!!!!! |
ㅠㅠㅠㅠㅠ담편 기대된다고 어이안없다고 해주신분들 고마버욬ㅋㅋㅋㅋㅋㅋ 혹시 끝까지 읽고 요것까지 펼쳐서 읽으셨다면 점이라도 찍어주셔욬ㅋㅋㅋㅋ 같이 점으로 응대해두립니다 . 은 읽었는데 글주변이 없어서 댓글을 못 남기신 걸로 알게욬ㅋㅋㅋㅋㅋㅋㅋ제가 많이 바라나용?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