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다.
선풍기를 켜고 잤지만 냉방병 걸릴까봐 타이머를 맞추고 잤더니 온몸이 땀으로 축축한 기분이다.
처음 누울 땐 약간 차가워서 기분이 좋았던 쇼파도 내 체온 때문에 뜨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불쾌한 기분의 가장 큰 원인은
"내려와 우지호."
내 위에 올라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우지호.
밤이라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검은 눈이 날 바라보고있는 것 하나는 확실히 알 수가 있었다.
"우지호, 내려와. 지금 뭐하는 짓이야."
우지호는 답이 없었다. 내 말을 무시하는 건가, 괜히 울컥해서 조금 언성을 높여 "내려오라고"하고 소리치자 그제야 내 옆에 있던 팔이 사라지고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내가 끙하고 몸을 일으키고 눈을 비비니, 나를 등지고 있는 우지호의 뒷모습이 보였다.
해가 뜨지 않아 짙푸른 색을 띠는 창 밖의 하늘에 우지호의 뒷모습이 까맣게 자리잡고 있다.
늘 잔뜩 힘이 들어가있던 어깨가 축 늘어져있는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지호야, 내가 널 어떻게 해야되니.
[지코진영]우지호를 부탁해
01
"으아아아, 더워 죽는 줄 알았네!"
"야, 냉방병이고 뭐고 에어컨을 틀고 자야된다니까?"
"선풍기라도 타이머 말고 연속으로 맞추고 자야겠어, 진짜..."
시끄러운 소리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다가 눈을 뜨니, 선풍기 앞에서 입을 헤벌리고 있는 친구 놈들이 보인다.
아, 아침인가?
새벽에 우지호 때문에 깼던 건 기억이 나는데, 언제 다시 잤지.
멍하니 쇼파에 그대로 앉아있는데 나를 본 이태일이 '어, 깼냐'하고 아는 체를 한다.
"어...우지호는 어디가고 니네 셋 밖에 없어?"
"우지호 씻고 있어. 아, 진짜 내가 먼저 씻고 싶다고! 땀 봐, 땀!"
파닥대는 이정환과 그 모습을 비웃는 이태일, 공찬식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가, 문을 열고 나오는 우지호와 눈이 마주쳤다.
우지호의 무표정한 얼굴. 분명 새벽에도 저 얼굴로 날 보고 있었을 거다. 표정 없는 얼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뭔가를 갈구하는 듯한 눈빛. 묘한 분위기마저 느껴지는 우지호의 얼굴을 바라보며 잠시 굳어있는데, 다른 놈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자기가 먼저 씻겠다고 모두 뛰쳐 나간다.
정적.
우리 둘이 있을 때면 항상 개드립을 쳐서 맞는 한이 있더라도 정적을 깨던 우지호였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론 부쩍 말이 없어졌다.
정적이 어색하다.
어울리지 않는 우지호도 어색하다.
* * *
"아이그, 안 그래도 되는데."
"아, 엄마. 먹여주고 재워주고 했으면 이건 당연하지!"
"그런가? 아무튼 부탁해, 태일이 친구들."
"네!"
경상도에 있는 태일이 부모님 댁 대청소를 돕게 되었다. 온 목적이 이거였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맡은 다락방 문을 여는 순간 훅 느껴지는 먼지가 괴롭다.
"으에, 이태일. 마스크 없어?"
이정환이 괴로운지 콜룩대며 물었고 이태일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비닐도 뜯지 않은 마스크를 하나씩 던져주었다.
마스크를 받아 쓰고 있는데, 문득 내 옆으로 보인 우지호. 아까와 같이 무표정한 얼굴에 괜히 내가 시무룩해진다.
"자, 그럼 올라가면 있는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다 버리는거다. 알았지? 동화책 말고 다른 책들은 나한테 보여주고 버려야 돼. 중요한 것도 있을지 모르니까!"
이태일이 해맑게 웃으며 짧은 다리로 힘차게 다락방 계단을 올라갔다.
이태일은 좀 여유로울지 몰라도, 다락은 다락. 기본 키가 175인 우리들에겐 천장이 너무 낮게 느껴졌다. 공찬식이 주위를 둘러보느라 까치발을 세우다 머리를 박고 육두문자를 내뱉자 이태일이 쌍욕을 시원하게 내뱉었다지.
묵묵히 책들을 꺼내고 있는데, 우지호가 다락방에 딸린 방 하나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저 안에도 치울 게 있겠지?
손에 들고 있던 책들은 살짝 지나가던 이정환에게 떠맡기고 우지호를 따라 나도 그 방으로 들어갔다.
"아."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던 우지호가, 내가 들어오자 살짝 움찔하며 나를 바라본다. 시선을 피하지 않고 등 뒤로 손을 뻗어 문을 소리나지 않게 닫자, 우지호가 미간을 좁힌다.
"우지호."
내가 이름을 부르자, 살짝 고개를 돌리는 우지호.
"우지호, 나 좀 봐. 얘기 좀 해."
"왜."
"너 요즘 왜 그래?"
내 말에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우지호. 여전히 같은 표정이다. 가슴 한 구석이 괜히 먹먹해진다.
"...내가 뭐."
"그렇잖아. 너 요즘 계속...네가 그렇게 어색하게 굴면 난 어쩌란건데."
"그럼 내가 어떻게 굴어야 돼?"
"뭐?"
우지호가 성큼성큼 내게 다가온다. 살짝 뒷걸음질치다가 손목을 우지호에게 잡혀버렸다. 갑자기 변한 우지호의 반응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겠다. 이건 뭐야?
"내가 어떻게 해야되냐고."
"아니, 무슨-"
"니가 방금 그랬잖아. 그렇게 굴면 자긴 어쩌라고. 그럼 넌 내가 어떻게 굴길 바라는건데?"
"야, 우지호."
너 지금 좀 흥분한 것 같은데, 가라앉혀.
뒷말은 내뱉지 못했다.
우지호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어버려서.
더보기 |
이건 뭔 개똥글이랍니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우째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코진영이 너무 쓰고싶어 썼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