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아저씬 의사가 아니었어.
소설가도, 밤마다 너저분해진 거리를 치우던 청소부도 아니었어.
아니, 아저씬 변호사도 아니고 그저 평범하기 그지 없게 야근을 하지도 않아.
내가 아저씨를 다 알아버리기엔 너무 어렸나봐.
그는 나를 위험하게 만들겠지.
…
중국계 캐나다인. 김종대가 알고있던 크리스의 정보는 그 것이 전부였다.
가늠 할 수 밖에 없었던 나이만이 크리스와 김종대의 호칭을 정리했고, 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고등학생이라는 어린 신분에 나는 너에게, 혹은 너에게 나는 과분하고도 어울리지 않는 존재임은 분명했으나 그래도 좋았다. 귓가에 울리는 낮은 음성이 좋았고, 가끔씩 툭툭 뱉어내는 짧은 영어단어도, 코 끝 위로 미미하게 풍겨오는 특유의 수컷냄새 가득한 살냄새도.
의사일까, 택시기사일까 작가일까. 혹시 학교 선생님일까.
알 수 없었다. 김종대의 물음에도 그저 느즈막한 웃음만 띄우는 크리스의 입술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으며, 사랑한다고 아무리 지껄여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나는 너를 잘 모른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
상대방의 전원이 꺼져있어 삐 소리 후…
처음에는 연결음이라도 걸렸던 것이 스무통 쯔음 걸었을 때 였던가, 이제는 전원조차 켜지지 않았다며 단칼에 잘라버리는 녹음된 여성의 음성만이 귓가를 따갑게 울렸다. 학교를 마치고서도, 아니 점심시간에도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다 부질 없는 짓이였다고. 아니, 어째서? 나를 사랑한다고 했잖아, 아저씨.
부정 하고싶었으나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크리스는 매 밤만 되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관계를 맺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나신의 상태로 놈을 끌어안고 눈을 붙였을 때에도, 조금 있다 눈을 떠보면 그는 없었다. 놓으면 사라져버릴 것 같던 그가 결국에서야 눈 앞에서 사라져버렸고 겨우 고등학생 밖에 되지 않은 김종대는 크리스를 찾을 능력도, 주제도 되지 못하였다. 결국에서야 눈물이 터져버리고야 말았다.
머리가 징하게 아파왔고 잔뜩 부어오른 눈은 말로 이루 할 수 없이 추하기 그지없었다. 조퇴 조치를 받은 김종대는 터덜터덜 걸음을 옮겨 집으로 돌아갔다.
…
"김종대"
그 날 이후 김종대는 더 이상 울지도, 미련스럽게 전화를 걸지도 않았다.
아… 그래, 내가 아저씨를 놓아버리려고 했을 때 였던가.
"대답 좀 하지"
"아저씬 대체 누구에요"
한달만에 들었던 그의 목소리는 달갑지도, 그립지도 않더라. 김종대의 목소리는 떨리는 기색도, 낮아지지도 않았으나 수화기 저편에서 크리스는 느낄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파삭거리며 부스러질 듯 메마른 잎사귀와같은 건조함에 죽어버릴 것만 같아서.
오랜만이에여..
ㅎ..1편이라 두서없이썼는데..
반응이나쁘지않으면계속이을게요 ㅜㅜ
후편에이난잡한스토리가풀ㄹ리겠지요...
댓글좀쥬세요 *^^* 굽신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