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증 때문에 여차하면 칼 빼들고 피바람 불러일으키는 왕. 여자라서 첫째지만 왕위에 못 오른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서 잠자코 시집이나 가고 애나 순풍순풍 낳으며 살 줄 알았건만 이복동생이 즉위하려고 준비 중일 때 그냥 다 쓸어버림. 내가 왜 왕이 되면 안 되는데? 하면서. 중전의 자식이라 또 정통성 가지고 뭐라 말할 것도 없음. 중전은 원자 생산하지 못해 동복동생들은 죄다 여자 형제뿐. 게다가 첫째여서 일단 다 시집부터 보냄. 남자 형제들은 다 죽여버림. 남한테 맡기면 혹시나 또 죽이는 척하고 살려뒀다가 역모를 꾀할지도 모르니까 친절히 한 명 한 명 다 찾아가서 죽임. 내가 니들을 어떻게 믿어 하면서. 그나마 믿는 건 이제 어릴 때부터 봐왔던 유모랑 상선 대감뿐. 궁녀들도 어지간히 안 믿어서 가까이하지도 않음. 내시들도 마찬가지. 그래도 상선 대감이 전하 옆에 계시니 그래도 궁녀들보다는 기가 사는 편. 왕위에 오른 배경이 이렇다 보니 사람 애지간히 못 믿는 왕. 독살 시도도 여러 번 있어서 더 예민함. 그 덕에 궁궐 내에는 피가 마르질 않음. 거기다 이제 정신이 좀 쇠약해지는 날이면 상선 어르신마저 칼에 안 맞게 몸 사려야 함. 정무는 그냥저냥 보는 편. 조강이며 주강, 석강은 다 배 쨈. 머리가 좋은 걸 알지만 그래도 이건 심하지 않나 싶어서 대신들이 상소문 가지고 항의하면 칼 들고 협박함. 그래서 그 영감탱이들이 다 깨갱 하고 사리는 중. 범규는 남자지만 어릴 때 궁궐로 들어와서(본래는 환관하려고 입궐됨) 소중히 잘리기 싫어서 튐. 궁궐 밖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결국 궁녀들 사이에서 큼. 나중에는 무수리로 살고 있음. 무수리는 아무도 신경을 안 써서 키가 암만 커도 목소리가 암만 굵어져도 무수리들끼리는 눈감아 줌. 그리고 이제 본인을 업어 키워 준 궁녀 누님이 이제는 상궁 마마가 되어서 쉬쉬하는 탓도 있음. 머리는 짧게 잘린 척하고 침방 궁녀 누님이 남는 베갯잇으로 만들어준 천을 목에 두르고 다녀서 목젖도 가리고 다님. 고아로 컸다지만 그래도 궐 밖에서 살 때 부모님하고 지냈던 기억이 꽤 많이 있단 말이야. 그래서 내시들이 출퇴근하면서 본인들의 집으로 돌아가는 거 보면서 되게 많이 부러워함. 괜히 그때 도망친 걸 후회하기도 함.(근데 잘 도망친 거임. 환관은 잘리는 거고 내시는 잘리진 않음. 범규는 이 차이를 잘 모름. 환관이고 내시고 다 집에 가는 줄 앎.) 그래서 그동안 모아두었던 얼마 안 되는 돈 조금이랑 궁녀 누나들 만들어줬던 옷 조금 챙기고 편지 한 장만 남기고 궁을 탈출하려고 했는데 세상에 마상에 그때 마침 밤 산책 나온 전하랑 딱 마주침. 뭔가 보따리를 바리바리 싸고 수상하게 움직이는 게 누가 봐도 야반도주가 확실해서 바로 무릎 꿇임. 이런 애들 무릎 꿇리면 놔달라고 막 욕하고 난리도 아니던데 우리 범규는 이미 세상 모든 걸 잃어서 의지가 없음. 폭군한테 잡혔으니 난 이제 죽은 목숨이구나... 하면서 정신 줄 놓고 있는데 폭군 전하 친히 몸까지 낮춰가며 범규랑 눈 마주침.(임금이랑 눈 마주치면 안 됨.) 법도를 아는 범규 눈 꼭 감고 바들바들 떨고 있으니까 그게 또 나름대로 귀여워서 놀리고 싶은 맘이 생김. 이것저것 캐물으면서 범규 놀리는데 벌벌 떨고 있는 와중에 잘 대답함. 범규가 가족을 만들고 싶어서 궐을 나가려고 했다는 얘기를 듣고 삐뚜름하게 웃음. 그런 것이냐? 하고 물으니 끄덕끄덕하는 범규 보면서 호탕하게 웃더니 헌데 이를 어쩐다? 과인에게 걸려서. 이 자를 내 침소에 들여야겠다. 하고 전하 침실로 질질 끌려가는 범규. 말만 끌려갔다지 궁녀들 사이에 둘러싸여 우뚝 선 채로 친절히 이송 당함. 어두침침한 탓에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생긴 불상사로 곱상하게 생긴 범규를 궁녀로 착각한 전하. 본래 자기 침소에 있던 지밀나인 대신 범규를 쓰려고 데려감. 궁녀들이랑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나는 키 차이에 그냥 여인의 몸이면서 발육이 좋구나 하고 마는 전하. 딱히 깊게 생각 안 함. 반면 범규는 끌려와서 난데없이 전하 이부자리 펴고 있음. 옆에 같이 있는 나인들한테 일이 어찌 돌아가는 건지 물어도 답이 없어. 반 울상이 되어서 이부자리 펴는 범규. 어릴 때부터 궁녀 누님들한테 배워서 이런 잡일들은 야무지게 함. 그 와중에 범규가 없어졌다는 걸 알아챈 무수리들 발칵 뒤집혔고 그 소식이 범규를 업어키웠다는 그 상궁 누님한테까지 들어감. 상궁 누님 뒷목 잡으면서 당장 범규를 찾으라고 사람을 보내고 하필 또 전하한테 걸렸다는 것까지 알아냄. 상궁 누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전하 찾아감. 근데 타이밍 불발로 인해 전하는 이미 침소에 드셨고 상선 대감이 상궁 누님을 막음. 상선 대감은 상궁 누님에게 이만 포기하시오. 하면서 돌려보냄. 결국 돌아가서 범규를 같이 키워냈던 궁녀들 끌어안고 꺼이꺼이 우는 상궁 누님. 하지만 진짜 좆 된 건 범규. 전하 침소 들어와서 확인하니까 애가 좀 커. 그냥 발육이 좋다고 해서 넘길 정도가 아니야. 그리고 이제 보니까 머리도 짧둥한게 사내 노비 같음. 밖에 있던 상선 대감 불러서 방 안을 환히 밝힌 다음 범규 턱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니 곱상한 사내. 이거 뭐 식스센스도 아니고. 전하 얼탱이가 없어서 허어- 하고 이를 어찌 수습할지 머리 굴리고 있는데 범규는 난 이제 죽었구나 하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음. 전하는 생각이 깊어짐.(원래 이렇게 머리 잘 안 굴림.) 중전하고도 이게 부부인지 남인지 싶을 정도로 서먹한데 침소에 남자를 들였다고 소문이라도 나 봐. 시아비 되는 영감탱이가 불같이 달려와서 또 뭐라고 잔소리를 할지 벌써부터 귀가 아프거든.(사실 별일 아님.) 속는 셈 치고 네가 사내냐? 하고 물어보니까 맞다네. 내시냐? 아니옵니다아... 그럼 환관인 게냐? 그리 보이진 않는데. 아니 옵니다... 그럼 설마... 궁녀로 지냈던 게야? 무, 무수리로 지냈사와요... 얼척 없음+웃김+신기함+이런 애가 내 궐에 있었다니+그 와중에 잘생겨서 보는 맛이 있음+누가 키웠길래 아무도 모르냐 콤보로 다시 한번 웃어재끼는 전하. 언제 입궐했지? ㅇ, 열한 살 무렵 즈음에... 네 나이가 몇이냐? 스물, 아니 금년에 약관이 되었더냐? 얼굴만 봐서는 뽀둥한게 이제 막 열여섯이라고 해도 믿겠는데 이미 상투까지 틀어올리고도 남을 나이인 게 기가 찬 전하. 근데 뭐 머리 올렸으면 내가 맘대로 굴려먹을 수 있겠다 싶음.(이런 생각 하시면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누구 손에 컸냐니까 이 질문에는 선뜻 답을 못하길래 과인을 이리 즐겁게 만든 널 키워낸 자들에게 상을 내리려 했다만... 하고 떡밥을 흘리니까 냉큼 물어버린 범규. 무수리 누님들이랑 궁녀 누님들, 상궁 누님까지 술술술 불음. 옆에 있는 상선 대감더러 나오는 이름 다 적으라고 시킨 다음에 여전히 발발 떨고 있는 범규 좀 씻겨 오라고 함. 그리고 또 영문도 모른 채 박박 씻기는 범규. 살갗이 벗겨질 정도로 씻긴 범규 다시 침소에 들여놓으니 잘 굴려놓은 찹쌀떡 같아서 마음이 좀 동해. 얘를 어떻게 해야 데리고 있을까 하면서 빤히 보고 있다 좋은 수가 생각이 났는지 뱀같이 웃으면서 범규를 끌어당김. 동정이냐? 말없이 또 끄덕끄덕하는 범규 보고 더 기가 차는 전하. 아니 옆에 궁녀가 그렇게 많은데...? 널리고 널린 게 여잔데...? 하는 얼굴로 있으니까 범규 손만 꼬물꼬물 거리다 다 제 누이이옵니다... 하고 덧붙임. 뭐 이런 애가 다 있지 싶은 전하. 그렇다면 여인은 내가 처음이겠구나 하면서 얼굴을 가까이 붙이니까 상선 대감 얼른 밖에 있는 궁녀들, 내시들 싹 다 물림. 그 뒤로 범규한테 완전 잡혀사는 전하. 어떻게 데리고 있냐면 궁녀로 살았다니까 아이코 그만 승은을 입고 말았네? 아 근데 궁녀니까 얘 내가 첩지 내릴 수 있는 거 아님? 그럼 내가 첩지 내려줄래. 하면서 범규를 무슨 궁녀들이 출세할 수 있는 루트 중 가장 엘리트 코스를 만들어버림. 그리고 범규 키운 궁녀들하고 상궁한테 입단속 단단히 시키고. 근데 뭐 누이 같은 자들이라니까 범규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할 생각이 요만큼도 없는 사람들이었음. 덕분에 범규는 숙원부터 시작해서(후궁 중에 가장 낮은 계급) 소원, 숙용, 소용, 숙의까지 착실히 밟아서 지금은 정 2품 소의까지 올랐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범규가 궁 내 실세가 되어버림. 전하 침소에 살림 차린 승은 상궁이라 지금 권력이 하늘을 찌르는 범규. 하지만 범규는 아무 생각 없어요. 제주도에서 올라온 귀한 귤을 전하가 까주면 넙죽넙죽 받아먹고 찬바람 불면 고뿔이라도 들까 토끼 털옷 내려주는 거 받고 환절기에 조금이라도 기침하면 우리 소의 아프면 안 된다고 탕약 내리지 우리 소의 좋아하는 간식거리로 유과며 약과며 잔뜩 내려주지 우리 소의 옆에는 좋은 것만 있어야 한다며 이쁘게 만개한 꽃만 심어놓지 하여튼 전하가 해주는 거 받는데만 해도 정신이 없음. 범규는 처음에는 무서워서 눈도 못 마주치고 파들파들 떨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애교도 부리고 전하 밤에 잠 못 들면 옆에 누워서 토닥여주고 궁녀 누님들한테 배운 글로 연서도 써서 보내고 우리 전하 나랏일 하는 데 힘내라고 예쁜 꽃도 꺾어 보내다가 그래도 왕이 돼서 조강, 주강, 석강도 안 가고 뭐 하는 짓이냐고 잔소리하고 대신들한테 조금만 상냥히 대하라고 옆에서 조잘조잘 거림. 덕분에 궁궐 분위기가 아주 평안한데 여기서 유일하게 평안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내의원. 전하 광증이 왜 안 찾아오는 거지하면서 거의 울 태세임. 그러다 이제 광증 터짐. 범규가 나랏일 제대로 안 보면 같이 자지도 않을 거고 얼굴도 안 볼 거고 밥도 제대로 안 먹을 거라고 으름장을 내놓으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상선 대감한테 질질 끌려다니면서 바쁘게(사실은 이게 정상 생활인데) 정사 보는데 그러다 이제 몸이 못 버틴 거지. 사람이 갑자기 부지런해져 봐. 죽는다니까? 피곤에 절어있는 와중에 우리 소의도 보러 가야 하고 이때 또 마침 시아비 대감이 본인이랑 뜻이 맞는 대감 여럿 끌고 떼거지로 찾아와서 지랄 생쇼를 하니까 이 스트레스가 한 번에 확 터지면서 칼부림 일어남. 소의 마마께서 옆을 지키실 때는 괜찮았는데 갑자기 일어난 광증에 상선 대감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시아비 대감이 괴성을 지르는 소리에 얼른 다시 정신 줄잡고 전하를 말리면서 밑에 애들한테 소의 마마 불러오라고 함. 말도 안 되는 괴력으로 상선 대감 질질 끌면서 이미 내시 여럿 저승으로 보내신 전하. 시아비 대감한테도 이제 칼 딱 겨누려는데 문이 열리면서 우리 소의 마마 범규 들어옴. 이미 눈 풀리고 이성 잃은 전하 눈에 뵈는 게 없음. 내시 서넛이랑 상선 대감이 다 달라붙어서 겨우겨우 말리고 있고 시아비 대감은 바닥에 주저앉아서 두려움에 떨고 있고 그 옆에 죽은 내시도 보이고 이미 바닥에 피는 흥건함. 범규도 패닉이 오려는 거 겨우겨우 정신 차리고 전하 막 부르면서 뛰어감. 범규 촉이 꽤 괜찮은 편인데 이러다가 전하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갑자기 삭 스치는 거. 범규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막 돌아오려고 하는 그 찰나에 상선 대감이 칼 치워버림. 근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전하 와락 안으면서 제발 돌아오라고 피범벅이 된 전하 붙들고 엉엉 우는 범규에 전하도 범규 안으려다 피 칠갑을 한 손이 범규한테 닿을까 싶어서 잡지도 못하고 과인이... 과인의 불찰이다... 미안하다... 하면서 쓰러짐. 전하 쓰러져 있는 동안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전하 옆에 딱 붙어서 내내 간호함. 중간에 체면치레 온 중전이 비꼬는 것도 상대하느라 몸이며 마음이며 비쩍 말랐음. 혹시나 전하 잘못될까 혹시나 전하가 떠나갈까 무서워서 잠도 못 자니까 범규 시중들던 나인들이 마마 제발 침수에 드소서 하며 간곡히 부탁하니까 고작 한 두 시진(한 시진: 2시간) 눈 붙이는 게 다임. 이제껏 온전히 범규 것이던 게 없었는데 전하가 전에 그랬단 말이야. 범규가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다 주겠다고. 범규가 아무것도 필요 없고 전하만 옆에 있어달라고 하니까 과인의 몸과 마음은 이미 가지고 간 게 아니었더냐 했거든. 처음으로 내 것이 생겼는데 처음으로 내 편이 생겼고 든든한 사람이 생겼는데 그것마저 다 없어질까 너무 무서운 범규. 매일매일 정수 물 떠다 놓고 기도함. 범규 기도에 응답이라도 한 건지 3일 만에 눈을 뜬 전하. 범규가 광증도 막아줬고 간호도 해준 빌미로 정 1품 빈으로 올려버림. 덕분에 우리 소의, 우리 소의하던 입버릇이 우리 빈으로 바뀌었음. 우리 빈이 과인에게 그려준 꽃이 어쩜 이리 고울까 우리 빈의 미모를 그대로 빼다 박았구나 하면서 자랑하는 걸 듣는 상선 대감만 고통스러움. 겨울이 오려는지 찬 바람이 슬슬 불기 시작할 때 우리 빈 몸 상하지 말라고 몸을 덮여주는 탕약을 다시 내렸는데 단 거 좋아하는 범규가 그걸 먹겠냐고. 결국 정사 다 보고 침소에 들어온 전하가 한 숟갈씩 입에 떠줌. 다 먹이고 난 다음에는 입에 달달한 옥춘당이라도 넣어줘야 함. 달달한 냄새가 나니까 전하가 단내가 퍼지는구나 하고 웃는데 이 요망한 범규가 그럼 전하도 드실래요? 하자마자 전하와 빈 마마가 지내는 걸 들으면서 흡족해 있던 상선 대감 궁인들 물리느라 바빠짐. 이게 뭐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러니까 그냥 궁인을 세워놓지 말까 하고 십분 고민하는 상선 대감. 그러다 전하 옷매무새 만져드리면서 몸에 뭔가 봐서는 안될 자국이 나 있는 걸 확인한 상선. 아무리 전하께서 아끼시는 빈 마마라지만 이건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가 싶은 생각에 빈 마마 찾아갔는데 그냥 다시 쓱 나옴. 우리 빈 마마 몸이 남아나질 않네... 전하가 문제가 아니었구먼... 찬 바람 쏠쏠 불고 이제 눈까지 내리니까 꼼짝없이 방 안에 있게 된 범규. 밖에 나가면 궁인들이 고뿔에 든다고 아주 야단법석을 떠는 바람에(전하가 범규 아프면 반 죽여놓을 기세라) 방 안에 거의 갇혀 있다시피 있는데 너무 심심해. 그러다 범규 눈에 띈 아주 어린 궁녀들. 이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서 있는 게 안쓰럽기도 하고 본인 생각도 나서 방 안으로 들여와 따뜻한 차에 다과 한 상 올려놓고 챙겨줌. 전하는 빈 마마가 넘치는 인정을 베풀고 있다고만 듣고 흡족해하고 있다 이 모습을 실제로 보고 좀 심란해짐. 맞아 전에 범규가 가족 만들고 싶다고 궐 탈출하려고 했지... 범규 모르는 사이에 내의원 불러서 맥 짚으라고 함. 과인이 출산을 해도 괜찮은가? 그 말에 내의원 눈알 튀어나오려는 거 겨우겨우 잘 수습하고 차분히 맥 짚음. 그때 딱 한 번 광증 온 뒤로 이제 아예 없어졌거든. 범규가 옆에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져서 광증이 올 틈이 있나. 맥을 짚던 내의원 활짝 웃으면서 옥체가 강녕하시니 문제가 없을 것이옵니다. 하고 넙죽 절함. 내의원한테 상을 내리고 범규 만나러 감. 방 안에서 서예 배우고 있던 범규 얼굴이며 손이며 먹을 잔뜩 묻힌 채로 전하 맞음. 그런 범규가 못내 귀여워서 한참을 물고 빨다 얘기 꺼내는 전하. 가족을 만들고 싶어서 궐 나가려고 했던 날을 기억하냐고. 범규 얼굴 새빨개서 고개 푹 숙임. 아직도 궐에 나가고 싶냐고 물으니까 이번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전하가 이제 신첩의 가족 아니십니까... 하고 어렸을 때 퇴궐하는 내시들이 그렇게 부러웠다는 얘기도 함. 이제는 본인도 돌아올 곳이 있어서 괜찮대. 그 말 듣고 한시름 덜은 전하. 하지만 대신들은 한시름 더 얹음. 후사가 없으니 원. 매일 밤마다 궁인들이 그렇게 쫓겨나는데 왜 원자 생산을 못하는 거냐고. 예전 같았으면 임신을 못하는 중전 탓이라며 막 뭐라고 할 텐데 근데 이번에는 그게 전하라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참. 그래서 불똥이 우리 빈 마마한테로 튐. 궁녀로 살았다더니 남자 구실 못하는 게 아니냐고. 그런 소문 듣자마자 전하가 더 버럭함. 아니 이것들이 우리 빈이 얼마나 밤에, 하다가 범규가 입 막고. 범규는 신경 안 쓰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렇겠냐고. 이건 자존심이 걸린 문젠데. 전하가 좀 늦게 오시는 날에 술상 피고 홀짝홀짝 마시다가 그냥 얼큰하게 취해버림. 나랏일 때문에 머리 싸매고 있던 전하 상선 대감한테 빈 마마 께오서 지금 술을, 하자마자 달려감. 우리 빈이 술을 마셔? 그 모습을 어떻게 놓쳐. 범규는 다 풀린 눈으로 헤헤 웃으면서 전하 보는데 전하 뒤 따라오는 상선 더러, 어서 궁인들을 물리게 함. 그러고 나서 이제 봄이 왔는데 요즘 좀 피곤하길래 춘곤증인 줄 알았더니 세상에 마상에 맥 짚던 내의원이 거의 울려고 하면서 감축드린다네? 궁궐에 경사가 남. 범규는 움. 전하는 그것도 너무 귀여워서 잡아먹으려고 하다 초기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하는 내의원 때문에 다시 자리에 앉음.(눈치가 빨랐던 내의원) 이제 이날부터 범규랑 전하랑 포지션이 바뀜. 우리 전하 기력 충전하라고 탕약 한 숟갈 씩 떠 먹이고 봄바람만 불어도 유난을 떨고 전하가 흘리듯 말한 음식도 척척 대령해서(상궁 누님 찬스) 입에 넣어줌. 범규가 이리 대접을 해주니 좋긴 좋은데 뭔가 맘에 안 드는 전하. 과인보다 원자를 더 챙기는게지? 하고 삐짐. 근데 이렇게 삐지는 것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 범규 능숙하게 전하 입에 작게 자른 복숭아 넣어줌. 멘트 치는 것도 잊지 않음. 어찌 아이들이 먼저겠어요. 아이를 품고 있는 전하가 염려되어서 그럽니다. 그러면 또 스르륵 풀림. 전하잘알 범규. 이제 해산일이 점점 다가오고 일곱달 째에 좀 이르게 태어난 원자. 배를 아주 그냥 뻥뻥 차길래 장군감인가 싶었는데 한 명이 차는 게 아니라 두 명이서 번갈아 차서 그럼. 어쩐지 배가 좀 크더라. 원자에 공주까지 생산해서 경사가 남. 전하는 나랏일로 바쁘니 아이들을 돌보는 게 여의치 않아 유모를 붙였건만 어째 범규만 아이들을 돌보고 있음. 하루종일 끼고 지냄. 그렇게 불같던 전하도 아이들만 보면 다 풀어져서 우리 공주, 우리 원자 하면서 아이들 뒤만 졸졸 따라다님. 하루는 범규가 공주가 잠에 깨지 않아 심심해 하는 원자를 보고 무등을 태워줬는데 일어나자마자 그 장면을 기가 막히게 본 공주. 저도 무등을 태워달라 그렇게 악을 쓰는데 이를 어째 범규 어깨는 하나고 원자도 무등이 재밌는지 내려올 생각이 없음. 범규가 둘을 달래보려는데 서러운 공주는 범규 다리 팡팡 때리고 어마마마 찾으러 간다며 쌩하니 뛰어감. 너무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라 공주를 아무도 따라가지 못함. 원자를 유모한테 급하게 넘기고(원자도 어깨에서 내리자 울며불며 난리가 났음)뒤따라 갔는데(궁인들도 찾으려고 다 뿔뿔이 흩어짐) 궁궐은 너무 넓고 우리 아기 공주는 너무 작음. 범규 불안해 가지고 눈물 뚝뚝 흘리면서 돌아다니는데 그 모습을 본 전하 누가 우리 빈을 울렸냐고 알면 죽일 기세로 물어봄. 다 제 불찰입니다 하고 히끅히끅 우는 범규 보고 누가 아이인지 모르겠구나 하면서 달래고 마침 시간도 살짝 비었겠다 공주 찾으러 감. 그 와중에 공주 어마마마가 자주 계신다고 얘기를 들은 규장각으로 들어감.(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어서 잘 찾아감) 궁인들 눈을 피해 살금살금 들어왔는데 어마마마는 없음. 책장 사이사이를 확인하면서 돌아다니는 데 그래도 어마마마 안 보임. 섭섭하지만 씩씩하게 울지도 않고 서책 한 권을 빼와선 자리에 앉음. 천자문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읽을 수 있는 글자가 많이 없는데도 아는 글자들만 쏙쏙 골라내서 읽음. 근데 우리 아기 공주 그 쪼그만 몸으로 난리 치며 울다 무진장 달려서 규장각 왔는데 아무도 없음. 몸이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책상에서 꾸벅꾸벅 조는 공주. 전하는 범규한테 어마마마를 찾으러 간다고 하더니 없어졌습니다 라고 전해 들은 터라 본인이 자주 있는 장소들을 하나씩 찾아감. 이제 규장각 차례가 되어서 안에 들어갔는데 고요함. 안으로 들어가서 살피는데 서책 펴놓고 기절한 공주를 본 전하. 얼마나 섭섭했으면 이렇게 얇게 입고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덕지덕지 붙었을고 하는 마음이 안쓰러우면서도 너무 귀여워 곤룡포를 덮어주고 자는 모습을 좀 지켜보다 공주가 깔고 있는 서책이 무엇인지 살짝 꺼내서 봤는데 병법서였길래 우리 공주 범상치 않구나 하면서 기특해함. 얼마 안 있어 공주가 깨고(아까까지만 해도 자다 깨서 그 사달을 내고 또 자고 있는터라) 눈 앞에 보이는 어마마마에 다시 그때 그 설움이 북받혀서 다시 잉잉 움. 원래 법도상 어마마마라고 해야 하지만 어무니라고 부르는 게 귀여워서 맨날 그냥 넘어감. 무등을 못 탄 게 그리 섭섭했던게야. 그럼 이 어미가 태워주련? 하니까 눈물 뚝 그치고 전하 어깨 위에 올라탐. 이러고 규장작을 나오는데 상선 영감 이 장면을 보고 기가 막혀서 뒤로 넘어감. 전하 부디 체통을... 어허 우리 공주가 이리 구슬프게 우는데 과인이 무얼 못할까. 상선 영감 가뿐히 차단시키고 난 나쁜 아버지야 하면서 방 안에서 우울하게 있을 범규한테로 감. 무등 태워주면서 아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상히 말해보라는 어마마마 말에 공주 주저리 주저리 말하다 범규 다리 팡팡 친 것도 말해버림. 그 솜뭉치로 맞으면 얼마나 아프다고 때린 공주나 가만히 맞은 범규나 귀여워서 죽겠는 전하. 아무리 귀여워도 아버지께 그리 행동하면 안된다 하고 일러주니까 공주가 풀이 죽어서 아부지께 꼭 사가드릴게요 함. 그래, 그래야 우리 공주지. 하면서 다시 어화둥둥해주니까 금새 기분 풀린 공주. 범규는 울다 지친 원자 배 토닥여주면서 공주 생각에 우울하게 있다 공주 찾아왔다는 전하 말에 부리나케 달려감. 달려오는 범규에 어깨 위에 있던 공주 내려주니까 서둘러 안아들고 아버지가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범규. 공주는 그 말 가만히 듣고 있다 어마마마랑 눈이 마주쳐서 눈 질끈 감고 아부지 소녀가 잘모탯써요... 하고 말함. 전하는 잘했다고 머리 쓰다듬어주고 범규는 언제 이렇게 컸을까 하고 기특해서 엉덩이 팡팡 두드려줌. 손 잡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아까 일이 마음에 걸린 범규 공주한테 무등 태워줄까? 하고 묻는데 공주 씩씩하게 아까 어무니가 태어주셔서 갠차나요! 함. 그리고 그날 저녁 공주만 몰래 불러내서 식혜랑 다과 먹이는 전하. 사실 아까 낮에 공주 무등 태워주면서 원자 뒷담을 좀 했거든. 우리 공주 쌓인 게 많았구나 싶어서 식혜랑 다과 먹이고 이제 원자하고 있었던 일은 다 잊는 것이다. 원자 보다 누이인 네가 이해해주렴. 하고 살살 달램.(차마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은 못함. 이복동생은 다 저승 보내고 동복동생은 죄다 이름 모를 사내들에게 시집을 보낸 터라. 유독 본인을 빼닮은 공주한테 유난히 더 원자랑 잘 지내라고 말하는 탓도 여기에 있음.) 범규는 왠지 모르게 빵실빵실해진 공주 배 토닥이면서 잠에 듦. 공주가 전하를 쏙 빼닮았다면 원자는 범규랑 아주 판박이. 그래서 전하도 공주 앞에서는 조금 더 엄격해지고 원자 앞에서는 조금 더 물러지는 경향이 없잖아 있음. 누이가 화원에 만개했다는 꽃을 보러갔고 아부지는 잠깐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전에 내시에게 말했던 꽃씨를 심는 원자. 뒤에 궁인들이 원자 아기씨 저희가 할게요 하는데도 그 짧은 혀로 대따 내가 할거시다! 하고 서툰 손으로 흙을 파내고 씨를 심고 다시 토닥토닥 덮어줌. 궁인들은 목이 떨어져 나갈 각오를 하고 원자가 꽃씨 심는 거 안절부절 못하고 그냥 보고만 있음. 꽃씨를 몇 개 더 심고 궁인들의 도움을 받아 물까지 쪼록쪼록 주고 나서 뿌듯하게 웃음. 나중에 범규가 돌아오고나서 흙투성이가 된 원자를 보고 왜 이렇게 됐냐고 물어도 비밀이라며 말은 안 함. 그게 귀여워서 그래그래 더 안 캐물으마. 하고 유모한테 원자 씻겨야겠다고 함. 원자 그 뒤로 매일 매일 꽃씨를 심은 곳에 가서 왜 꼬치 안 피지... 하고 시무룩해 하는 걸 반복. 싹이 나고 나서는 완전 애지중지하면서 맨날 물 주고 시 읽어주고 지극정성으로 키움. 워낙 원자가 아부지랑 어무니께는 비미리다! 하고 엄포를 놓은터라 궁인들도 쉬쉬함. 원자 아기씨가 그러는게 귀여워서 또 시들면 얼마나 시무룩해 할까 싶어서 궁인들은 원자 아기씨 모르게 뒤에서 꽃 보살핌. 꽃이 핀 날 원자가 확인하고 너무 좋아하는데 그러다 갑자기 헉 하면서 내시를 부름. 꼬치 언제 시들 것 가트냐? 하고 묻길래 꽃은 사흘이면 다 떨어집니다요. 라고 대답했는데 원자 아기씨 울기 일보 직전임. 궁인들이 겨우겨우 달래니까 원자 그럼 엄마마마 탄신일 때는 꼬츨 못 드리겟구나... 하면서 한숨을 포옥 내쉼. 그 말에 아까 원자를 울릴 뻔한 내시가 궁인들의 눈초리를 받으며 그, 그럼 이렇게 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원자 아기씨? 하면서 뭔가를 알려줌. 내시의 비책을 들은 원자 조은 생가기다! 네가 좀 도와져야게따! 하면서 박수 침. 그리고 대망의 전하 탄신일. 아주 뭐 성대하게 치뤄야지. 범규는 전하가 그렇게 간곡히 부탁했던 본인 초상화랑 친하게 지냈던 궁녀 누님들 몰래 불러서 이것저것 만든 거를 선물로 줬고 공주는 잘 때도 어무니를 지켜줄 부적이라며 칼을 그린 그림을 줌. 전하 입꼬리가 하늘로 승천하면서 고맙다고 막 뽀뽀하고 난리났는데 원자만 쭈뼛거림. 원자는 무얼 준비했는지 보자꾸나. 하고 전하가 말하니까 원자 등 뒤에 숨긴 말린 꽃을 슬금슬금 내밈. 원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전하 이 어미에게 아름다운 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로구나 고맙다 하고 일단 상황이 너무 바빠서 어영부영 넘어감. 탄신 축하연이 너무 길어져 우리 아기 공주랑 아기 원자는 침소로 들 시간. 근데 원자가 심상치 않음. 완전 시무룩해서 걷는 중 마는 둥 걷고 있음. 공주가 알아채고 왜 그러냐고 물으니까 다시 한숨 폭폭 내쉬면서 누이... 하면서 이러쿵저러쿵 다 털어놓음. 결국 공주가 나서줌. 원자가 먼저 침소로 들어가는 거 보자마자 다시 어무니한테로 달려 달려. 전하는 재우려고 보냈던 아기 공주가 다시 와서 무슨 일 생긴 줄 앎. 공주가 어무니 앞에서 어무니 원자가요 하면서 원자 얘기 대신 해줌. 공주한테 고맙다고 하고 보내고 원자가 준 말린 꽃 다시 보는 전하. 여기에 그렇게 깊은 얘기가 있을 줄이야. 범규한테 이 꽃이 실은 원자가 하면서 얘기해주니까 원자 귀엽다고 둘이 염병천병 난리를 떰. 그리고 다음날 원자 불러서 원자가 좋아하는 곶감이랑 옥춘당 내어놓고 이 꽃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모른 척 물어봄. 원자 어무니가 꽃에 관심 가져주니까 신나 가지고 막 얘기함. 소자가 키운 꽃인데~ 그게 너무 빨리 피어버려서~ 흐뭇하게 원자가 곶감 손에 꼭 쥐고 얘기하는 거 바라보는 전하. 범규 새끼라 그런지 안 그래도 이쁜데 더 이쁨. 그렇게 이쁜 새끼들까지 생겨서 잘 지내고 있는데 그냥 불현듯 광증이 도져버린 전하. 시아비 대감이 중전한테서는 원자를 보지 않을 작정이냐고 아주 갖은 방법으로 괴롭힌데다 흉년이지 우리 이쁜 쌍둥이들은 고뿔에 걸려 계속 누워만 있지 대신들은 또 세금이 어떻게 걷냐고 난리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범규까지 애들 간호하다 앓아누워서 몸상태 최하를 달리고 있던 와중에 터져버림. 저번보다는 증세가 덜해서 아직까지 죽은 사람은 없음. 곧 죽을 것 같다는 게 문제지. 상선 대감 빈 마마 편찮으신 거 알고 안 부르려고 갖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빈 마마 아픈 몸 이끌고 전하 말리러 옴. 열이 잔뜩 올라 비틀거리다 그만 칼에 잘못 맞음. 오른쪽 허벅지를 완전 정통으로 베여 피가 줄줄 나는 걸 보고 전하 이성 찾고(그러느라 식은땀이 미친듯이 흐름) 범규 다리 곤룡포로 동여매고 내의원 부름. 목숨이 위험한 곳에 베인 게 아니라 그리 심각한 일은 아니었지만 이미 죄책감 맥스. 그리고 나중에 아이들한테도 이러면 어쩌나 싶음. 범규 잠에 들었을 때만 찾아와서 상처 보고 얼굴 보고 머리 만지고 감.(그 옆에 있는 아가들도) 죄책감 때문에 눈을 마주할 수가 없음. 근데 범규는 또 오해함. 이제 전하 맘이 떠났나? 원래 매일 웃으면서 즐겁게 해주던 아부지였는데 어느날부터 웃음도 잃고 쌍둥이들만 끌어안고 우울해함. 난 이제 궁에서 나가면 갈 곳도 없는데 어딜 가야 하지. 원자랑 공주는 궁에 계속 살아야 하겠지. 나는 궁에 없을테고 전하는 이제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을텐데 내 아가들은 어떡하나. 그 중간에 껴서 고구마 전개에 답답해하는 상선. 결국 우리 빈 마마에게 실토합니다. 전하께서 밤마다 이곳에 오십니다. 그 말에 전하가 올 때까지 안 자고 버티는 범규. 전하 방 안에 들어갔는데 원자랑 공주 토닥여주면서 앉아있는 범규 발견. 전하 당황해서 들어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나가지도 못하다 결국 안으로 들어옴. 촛불 키고 필로우 토크가 아니라 캔들 토크 이어가는 범규랑 전하. 그러다 갑자기 둘이 다른 방으로 감. 상선 영감은 또 조용히 궁인들만 물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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