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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아,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가. 너 매일 여기서 쪽 잠 자듯하는 거 너무 힘들잖아"
"난 그래도 자기 옆이 더 좋은데,"
"그래도, 너 너무 안쓰러워."
"내일은 집에가서 잘께, 걱정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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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병실에 계속 있는 거 거슬려, 혼자 있는 시간 필요해 나도."
"오늘 컨디션이 안 좋구나 우리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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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거리를 둬야겠다, 너를 그만 놓아줘야겠다 마음 먹은 순간부터 일부러 더 까칠하게, 뾰족하게 굴었다.
그럴 때 마다 겁나서 그래, 치료가 힘들어서 그래,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내가 뱉아내는 모진말들을 받아냈다.〈o:p>〈/o:p>
그러다 어느 날 펑! 터졌다.
"그만 와, 너 이제 그만 보고 싶어. 이제 너한테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밖에 못 보여주는데, 나 그러고 싶지 않아."
"우리 준희, 또 왜 뾰로통하게 굴까?"
"나 그냥 심술 부리는 거 아니야. 이제 정말 지겨워 졌어, 그만 할래"
"내가 뭐 또 잘못했어? 나 오늘은 그냥 갈까?? 응?"
속도 없는 정재현 이제 그만 하자고 대못을 쾅쾅쾅 박아대는데도 내 손등을 어루만지면서 제가 뭘 잘못했느냐고, 오늘은 그냥 가고 내일 올까 응? 하고 물어온다.
"아니 그냥 오지마 이제. 진심이야"
"준희야, 힘들면 그냥 나한테 기대, 너 그래도 돼"
"내가 싫다 잖아. 내가 더 이상 망가지는 모습 보여주기 싫다잖아."
참았던 눈물이 터진다. 거짓말이야 재현아, 나는 네가 없으면 안되는데, 이렇게 너를 내치지 않으면 혼자 남게될 니가 더 힘들어질거니까...
"준희야, 다른 사람들한테 허락되는 몇십 년이 우리한테는 안된데,"
"........"
"그러니까 하루도 허투로 쓰기 싫어"
"..........."
"못살게 굴어도 돼, 힘들면 힘들다 하고, 아파서 더 뾰족하게 굴어도 괜찮아. 내가 다 이해할게. 그러니까... 제발.. "
" 나 버리지마 준희야."
담담하고, 대담하게 하지만 진심을 담은 말 재현이 방식의 말이었다. 하루하루가 소중해서 허투로 쓰고싶지 않다고,
내가 너를 어떻게 버려,
그 해 겨울 우리는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했다. 서로가 상처 받지 않길 바라면서 상처를 내기도 감내하기도 했다.
그 해 겨울, 나는 너를 참 많이 사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