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다은이 가고 나자 피곤이 몰려온 선호는 눈을 붙이려 눈을 감았는데 조금 있으니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 누구지.. "
인터폰을 확인하자 다은이의 얼굴이 보였다.
문을 열어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열었더니 다은이 무턱대고 선호의 팔을 붙잡아 올렸다.
" 병 줬으니까 약 주려고요! 다친데 약 발라드릴게요 "
생긋이 웃으며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 있던 연고와 반창고를 꺼내어 보였다.
그런 다은이 귀여워 보인 선호는 웃으며 다은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나 이미 다 나은 것 같은데 "
내가 선배의 말을 듣고는 올려다보자 김선호는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 아직 안 나았잖아요, 얼른 치료하고 우리 등교합시다! "
웃어주는 선배의 모습에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아 괜스레 오버를 하며 연고를 꺼내 물린 자국이 선명한 팔을 보며 슥 손가락으로 발랐고
순간 움찔- 하는 선배의 모습에 아차 하며 입으로 후후 불어가며 살살 발랐다.
" 아파서 그런 거 아닌데 "
" 거짓말. 방금 움찔하는 거 다 봤어요 "
봐봐, 또 내가 손 닿일때마다 움찔하면서-
나는 열심히 연고를 바른 곳을 후후 불고는 반창고를 떼어 김선호의 팔에 붙여줬다.
예쁜 팔에 상처 덧나지 마라- 하는 바램과 함께.
" 다 됐다. 이제 상처 났다고 나 탓하기 없기에요? "
" 설마, 이걸로 퉁칠려고? "
" 그럼 저 진짜 가볼게요! 학교에서 뵙겠습니다 "
연고랑 남은 반창고를 주머니에 넣고 나가려 하자 갑자기 김선호가 바닥으로 아아- 하면서 쓰러지는 척 연기를 했다.
어이구- 할리우드 진출하셔도 되겠네.
" 아아아..! 나 너무 아파, 팔을 쓸 수가 없네 "
일단 쓰러져 놓고는 다 쓰러진 후에 내 눈치 보는 건 뭐야
아주 가냘파 보이는 포즈로 쓰러져놓고는 커다란 눈을 껌뻑거리며 날 올려다봤다.
나 이대로 놓고 갈꺼야? 하는 눈빛으로..
아... 왜 이때만 불쌍한 강아지 같냐고오!
" 알았어요, 일어나요 일어나- 뭐가 필요하신가요 선.배.님? "
내가 선배의 몸을 일으키며 알았다고 하자 김선호가 씨익 웃으며 벌떡 일어났다.
생각해 보니 내가 다리가 멀쩡해서- 하며 능글맞게 날 보고 이야기하더니 이내 콧노래를 부르며 소파에 앉았다.
무슨 말을 하려나 가만히 보고있자 이야기를 하듯 입을 뻐끔뻐끔 하며 뜸을 들였다.
"안돼 안돼~ 지금 안 알려주징~ 학교에서 만나욤 ♪ "
...안 만나면 안 될까요?
요상한 깨방정춤과 함께 나를 등 떠밀었고 나는 하는 수없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열심히 손을 흔들어 주는 김선호를 못 본척하고 집에서 나왔다.
내 자취방으로 돌아와 씻고 대충 준비하고는 학교를 향했는데 발걸음이 돌을 달아 놓은 것처럼 무거웠다.
만난 지 하루밖에 안되었는데 마치 10년은 지난 것 같은 이 피곤함은 뭘까..
*
*
9시 강의는 그렇게 보내버리고 11시 강의에 맞춰서 들어가자
먼저 자리 잡고 있던 혜진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 다은아, 뭔가 피곤해 보이는데. 너 괜찮아? "
" 어어- 괜찮아. 그냥 늦잠 잤어 "
" 난 또 무슨 일 있는 줄 알았잖아 "
무슨 일이 없었던 건 아닌데...
혼자 괜히 찔려서 눈을 돌리다 문득 카페에서 친구에게 김선호를 떠밀어 놓고 갔던 게 생각이 났다.
" 참, 어제 선배랑은 잘 만났지? "
" 어어어! 어우 선배는 진짜 완벽하더라 완벽해 "
...? 어디가?
나는 보자마자 모지리라고 느꼈는데 어딜 어떻게 보면 완벽하지??
물음표 가득한 표정으로 가만히 혜진이를 보고 있었는데 친구는 신경도 안 쓰는지 김선호가 얼마나 좋았는지 나에게 막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 나 태어나서 그렇게 스윗한 사람 처음 봤잖아. 막 행동 하나하나에서 배려가 철철 넘치는데..! "
얼씨구? 신났네? 어 그래 계속해봐-
" 웃는 것도 막 보고 있으면 녹지 않냐? 보조개에 진짜 끼여서 살고 싶더라 "
음.. 그래 웃는 건 이쁘지 그건 인정.
" 그리고 사람이 저렇게 귀여운데 키는 또 크고 어깨도 넓고 이게 말이 돼??
신이 선호 선배 만들 때는 공들여서 완벽하게 만든 게 분명해 "
난리 났네, 난리 났어.
한쪽 턱을 괴며 시큰둥하게 듣고 있다가 마지막 말에 주접을 떠는 혜진이가 귀여워 보여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좋아-? 하고 물으니 어!! 하고는 고개를 마구마구 흔들어 보이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나도 모르게 활짝 웃으며 혜진이를 보다 눈을 돌렸는데 딱 강의실로 들어오는 김선호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급히 아닌 척 고개를 숙이며 혜진이 쪽으로 얼굴을 돌렸지만 혜진이 큰 소리로 선배를 불러버렸다.
" 선호 선배!! 안녕하세요~ "
친구야. 그렇게 크게 부르면 어떡하니..
행여 이쪽으로 올까 봐 조마조마하고 있었는데 여기저기에서 선배를 반기는 목소리가 들렸다.
와, 인기 많구나.. 괜히 혼자 신경 썼네.
" 어우 에브리바디 안녕~~~!! "
강의실 문 앞에서부터 열심히 인사를 여기저기 손을 흔들어 보인다.
선거 나가도 뽑히겠어요. 왠지 모르게 함께 손을 흔들어야 할 것 같았지만
나는 눈에 안 띄는 게 목적이니까 그저 가만히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제발 그냥 지나가라- 속으로 열심히 외치고 있던 게 통했던지 김선호가 천천히 내 옆으로 걸어왔지만 자연스럽게 그냥 지나쳐버렸다.
휴- 진짜 다행이다. 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다시 들었다.
"아, 이거. 어제 집에 두고 갔더라 "
????!?!!!!
내 옆을 지나가는 듯하다 다시 돌아와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에게 머리끈을 내밀고는 친구들 옆으로 가서 자연스레 앉는다.
놀란 나는 잠깐 가만히 있다 확 뒤를 돌아서 김선호를 바라보자 자리에 앉아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그대로 씨익 웃었다.
...모지리 취소.
모지리가 아니라 고단수였어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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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노씌는 모지리와 고단수 그 사이?
제가 이 시간에 왔다는 건
아마 오늘 한번 더 올수도 있다는 이야기?
그리구 암호닉 원하시는 독자님이 계셔서
한분이라도 계신다면 암호닉 받을게요
독자님들 알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