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웃음을 보고 깨달았다.
처음부터 피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김선호가 던진 폭탄에 나는 부디 내가 속으로 하는 욕들이 눈으로 아주 잘 전달되길 바라며 노려보다 이내 포기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 야 정다은, 무슨 일이야. 너 솔직하게 말해 "
" 머리끈이라니 뭔데 "
" 집은 또 무슨 말이야? "
아 머리야.. 난 눈을 질끔 감고는 주변에 설명을 하려고 했는데
김선호가 다시 내 쪽으로 오더니 아 그리고 이거- 하며 책 한 권을 내밀었다.
" 어제 급했는데. 집에서 도와준 덕분에 과제 잘 했어, 고맙습니다 후배님- "
" 아...? 아, 네! "
누가 봐도 아무 경계 없이 해맑아 보이는 모습으로 웃으며 고개까지 꾸벅하고 나에게 책을 건네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아, 뭐야 과제? 그럼 그렇지.. 이러면서 관심을 거두고는 그저 김선호 웃는 거 방금 너무 예쁘지 않나며 자기들끼리 속닥대었다.
혜진이만 날 의심의 눈초리로 여전히 바라보다가 으음 아니야. 하며 고개를 흔들 뿐이였다.
와.. 여러분, 저 웃음에 속으시면 안돼요!! 라고 외치고 싶지만 그저 관심이 바뀐 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댕댕이가 아니라 여우야..
선배가 준 책을 가방에 넣으려 손으로 잡았는데 책 밑에 작은 쪽지 같은 게 끼워져있었다.
그냥 넣으려다 끝에 내 이름이 적혀있어 조심히 펴 보니 선호와 닮은 깔끔한 글씨체로 적은 글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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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중에 찾으러 갈게. 아침까지 차려줬는데 점심 사줄 꺼지?
ps. 고양이한테 물리면 동물병원 가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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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에 작게 고양이 그림까지 그려 넣고 참 정성스럽게도 날 놀리고 있었다. 어우 선배만 아니면 확- 진짜..
쪽지를 다시 접어 책에 끼워 넣고는 전공책을 펴자 마침 교수님이 오셔서 수업을 시작했다.
*
*
" 야 김선호. 어디서 먹을래? "
" 아 난 선약이 있어서 먼저 갈게 "
" 어제도 바쁘다고 가더니 "
" 오늘도 바빠서 먼저 간다- "
선호는 친구들에게 급히 인사를 하며 가방을 챙기고는 먼저 도망가려 강의실 문을 나서던 나를 따라나왔다.
내 보폭을 맞추어 걸으며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싱글벙글 웃어 보인다.
선배는 진짜 그 보조개에 백만번 절해야 해요. 저거 때문에 미워할 수가 없네..
" 점심 먹을 곳은 골랐어? "
" 아니요 "
"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
" 하아아 "
크게 한숨을 쉬며 걸음을 멈추자 김선호도 그런 내 발걸음을 따라 멈추고는 날 봤다.
잠깐 나 좀 봅시다. 선배의 팔목을 잡고는 빈 강의실로 들어가 문을 닫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보고 있는 김선호를 벽에 밀어 한 팔로 가두듯 포즈를 취했다.
" 솔직히 말해요 "
" 뭐.. 뭐를..? "
" 우리 어제 사고 쳤죠? "
선배를 올려다보며 눈을 똑바로 바라보자 김선호의 눈빛이 흔들리며 입꼬리를 어색하게 올렸다.
" 하..하... 그 내가 물리는 사고가... "
" 그 사고 말고. 어제같이 잤냐구요. 선배 혹시 처음이었어요? "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아까 물었던 질문보다 더 놀랐는지 입을 벌리며 커졌던 눈이 더 커다래졌다.
" 와... 아..... "
선배는 반응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지 그저 뜻 모를 소리만 냈다.
그래서 잤다는거야 안 잤다는거야. 저기요 김선호씨? 저도 답답하거든요...?
" ... 너무 훅 들어와서 놀랐어.. "
" 저도 아까 선배 때문에 놀란 거 피차일반이에요 "
" 나만큼은 아니였을 텐데... "
" 말 돌리지 말고 대답해봐요. 우리 잤어요? "
" 아, 아니?! "
" 그럼 됐어요. 가요 "
벽에 기대던 팔을 떼고는 떨어져 있던 가방을 챙겨 먼저 나가자 곧이어 선배도 뒤따라 나왔다.
붉어진 얼굴로 연신 부채질을 하며 옆에서 걸었고 나는 그런 김선호의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
*
김선호와 같이 점심을 먹으러 학교 근처 기사식당에 들어가자
이모는 익숙하게 날 반기며 '아구 오늘은 잘생긴 총각이랑 같이 왔네' 하며 웃어주었다.
이모 저한테는 한 번도 그렇게 안 웃어주시더니..
" 선배 뭐 드실래요? "
" 두루치기..? "
" 이모 여기 두루치기 하나랑 순두부찌개 하나요 "
자연스레 숟가락을 세팅하고 물을 떠다 주자 선호는 그런 나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 여기 자주 오나 봐 "
" 네. 선배도 드셔보시면 계속 오실걸요? 술 마신 다음날은 꼭 와요. "
" 응 그랬구나. ..저기 다은아 "
" 네 "
" ...아까 내가 잤다고 했으면 어떻게 했을 거야..? "
조심스레 눈치를 보며 물어보는 선호의 목소리에 휴지로 식탁을 정리하다 멈추고 눈을 마주쳤다.
" ... 책임졌겠죠? "
선배가 내 대답을 듣더니 피식 웃더니 머리를 한 손으로 넘겼다.
" 참지 말걸 그랬나.. "
작게 혼자 중얼거리는 말에 듣지 못하고 ' 네? 뭐라구요? ' 하고 되물었지만 선호는 '아니야, 와 맛있겠다! 어서 먹자- '며
이모가 차려준 음식을 숟가락을 들어 크게 한입 넣고는 날 보며 미소지었다.
*
*
" 체리쥬빌레 하나랑요, 선배는 뭐 드실래요? "
" 음... 나는 허니 레몬 티 "
" 그렇게 두 개 주시고 이 카드로 적립이랑 결제 다 해주세요. "
밥을 먹고는 내가 후식을 먹어야 한다며 아이스크림 가게에 오자
김선호는 배 안 부르냐며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원래 밥 배랑 디저트 배는 따로인 게 정상 아닌가
주문한 음료와 아이스크림이 나오자 나는 바로 받아서 선배의 손에 음료를 쥐어주고는 나와서 함께 길을걸었다.
" 어 붕어빵 맛있겠다.. 아저씨 여기 슈크림붕어빵 2000원어치 주세요! "
" 또 먹어? "
" 선배도 하나 드실래요? "
" 아니 나는 충분한 것 같아. 너 진짜 대단한 아이구나? "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먹으면서 또 붕어빵을 사 먹는 날 보며 김선호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지금 많이 먹은 것도 아닌데, 나중에 뷔페 한번 같이 가면 기절하겠네.
아이스크림을 먹던 나를 보더니 입가에 아이스크림이 묻었던지 엄지손가락으로 자연스럽게 내 입술을 닦아줬다.
나는 김선호의 행동에 당황해 얼굴을 뒤로 빼고는 눈을 가늘게 떠서 선배를 바라봤다.
" 선배 "
"응"
" 혹시 선수에요? "
" ...? 무슨 선수? "
" 막 여자 꼬시고 이런 거 좋아하나? 이러면 다 넘어와요? "
" 허, 허허허 "
선호는 기가 막힌지 고개를 삐딱하게 숙이며 팔짱을 끼고 날 바라봤다.
그러고는 단호한 목소리로 힘주어 이야길 했다.
" 여자 꼬시는거 안 좋아해. 그리고 다 안 넘어오던데? "
" 아 그래요? "
" 응. 너 안 넘어왔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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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아직 12시 안 지난거 맞죠?
빨리 진도를 나가고 싶은데에..
머리 속에 너무 많은 생각이있으니 오히려 글이 잘 안 써져서 생각보다 늦었어요ㅠ
이러다 벌써 글이 막히는건 아닐지 걱정이에요ㅠ
잘 모르셨겠지만 글 속에 독자님들 몇분의 암호닉이 들어있어요
앞으로 글 속에 독자님들 암호닉 최대한 자연스럽게 녹여 볼 예정입니다 헤헷
암호닉은 계속 받고 있어요!
오늘 글은 쪼금 재미 없을수도 있지만 항상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 그리구 5화 불맠 못보신 비회원 독자님들도 댓글에 메일 남겨주시면 확인되는대로 보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