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마..!"
"니가 진리로구나- 그래, 아저씨가 그동안 미안했다. 그러니까 그 예쁜 니 왼쪽 눈 좀 보여주지 않을래?"
"으으으.."
그 순간 오동나무 틈사이로 엄청난 빛들이 퍼졌고 그 뒤로 나는 기억을 할 수 없었다.
-
"야 남우현 너!!"
"왜 임마."
"너 나한테 빌려간 돈 언제 값을건데!"
"아아아 좀 있다 줄게."
"너한텐 3달이 좀 있다냐?"
"어이 천재 친구."
"뭐,뭐야 들이대지마."
"너무 속좁게 세상 살지 말게, 그러다 사회생활 못 한다네. 알간?"
"내가 사회생활 못하든 간에 돈은 받아야겠다. 내일까지 12만원 가져와."
"친구끼리 진짜..야 친구 좋다는게 뭐냐? 내가 떡볶이 사줄게 일주일."
"됬거든요 사기꾼아."
"아아~그러지말고~..아!"
"..뭐야 왜그래."
"아..아씨 잠시만."
"이게 어디서 말도 안되는 꾀병이야."
"아씨 저리 안 꺼져?"
"너..또 걔냐."
"그런 것 같아, 아 진짜 이 쌍년이 또 머리카락 출렁거려."
"훠이 훠이,"
"어 위험한 도발은 너한테 안좋아."
"그게 문제가 아니라..나는 안보여."
"안보이는 게 좋지, 아씨발 머리 바리깡으로 밀어버리기 전에 치워!"
"..미친.."
이성열이 나를 한심하다는 듯 위아래로 훓더니 문학 책을 꺼내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또 이년이다. 며칠 전에 학교 생물실 뼈다귀 모형
뒤에 숨어있던 처녀령. 하필 딱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자길 볼 줄 아냐며 매일 떠들어 대며 따라 다니고 있는 중이다. 틈만나면 내 앞에 그 냄
새 나는 머리카락을 늘어뜨리면서. 다음 부턴 이러면 바리깡을 준비해 밀어버릴 것이다 라고 다짐했다.
"좀 비주얼 되는 귀신 없나.."
"참내..비주얼 되는 귀신이 왜 너한테 오냐 장동건이나 원빈 찾아가지."
"내가 뭐 어떠냐 이정도면 꽤 생긴거지."
"지랄. 빨리 책펴.장금순 책 안펴도 불러 세워."
"몇쪽."
"63페이지."
"수업한다 대가리 치워."
"크하 남우현 개장애 같아."
"닥쳐."
내 설명을 굳이 해야한다면 이름은 여기 명찰에 달려있는 세 글자. 남우현이다. 딱히 특별한 것은 없다. 그냥 좀 남을 잘 속이고 아, 엄청 잘 속인다.
이 학교 사람들에게 남우현한테 걸려본 사람이라고 하면 학교가 좀 많이 시끄러울 것이다. 그리고 자랑은 아니지만 여자들이 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여자들한테선 꽤 잘나가는 편이다. 아 정말 자랑이 아니다. 정말 사실인걸.
그리고 한가지 오류가 있다면은.
엄마가 나를 낳을 때 몇가지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 탓인지. 내눈에는 제4의 어떤것, 령이 보인다는 것이다.
눈이 안보여서 렌즈를 매일 껴야할 정도인데 귀신은 정말, 정말 선명하게 잘 보인다. 미쳐버릴 정도로.
그 놈의 귀신들 제발 안 보는 방법 없을까. 진짜 평범하게 살 수 있는 방법.
-
"아니 그러니까, 신내림 같은거 받기 싫다고요. 내가 무슨이유로 내 인생을 스스로 말아먹어요. 그런 거 하면 맨날 귀신 보고 고기도 못 먹고
살아야 되는 거잖아요. 아 완전 멘붕. 스님이 용하다면 그런 방법쯤을 알 거아니에요. 아 빨리요. 지금 내 옆에도 있다니까 아나 진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아니 자꾸 나무타령만 하지 말고 내 옆에 이것들 좀 떼달라니까요? 스님도 보이시잖아요,네? 아 빨리요-!!"
"어린 중생아."
"네네."
"..여자야."
"네?"
"여자를 못 만났어.."
"네?"
"..."
"하하, 아니 스님 용하다더니. 에이- 주위에 밟히는 거, 보이는 거, 걸리는 거, 깔린 게 다 여잔데 무슨 소리 하시는 거에요-"
"..."
"..스님?"
"과거를 잘-봐."
"네?"
"과거에 지나간 여자들을 잘-봐."
"과거요?..과거에 사겼던 애들?"
"..."
"과거에 사겼던 애들..괜찮을 애들이 몇 있긴 한데..걔네들을 다시 만나면 되는 거에요?"
"..."
"걔네 연락 끊긴지가 오랜데..언제 만날 수 있어요? 되도록 빨리 만나게 해주세요.제가,요새 머리가 빠져서 미치겠어요."
"때가 되면 다- 만나게 되있어."
"그 때를 조금만 당겨주시면,"
"어허-어린 중생아-."
"...알았어요."
"과거를 잘-보도록해."
"알았어요.과거에.."
-
"오빠,쨘!"
"우리애기 왔어?"
"내가 오빠 줄려고 도시락 싸왔지~"
"도시락? 힘들게 왜 그랬어~어디 안다쳤어? 우리 애기 이쁜 손가락 다쳤으면 어떡해-"
"괜찮아-자자 오빠 아~"
-
"얘는...너무 앵겼어.패쓰."
-
"누나 나 옷."
"자,카드."
"누나 나 생일인데 같이 밥먹자!"
"오늘 바빠서 못 먹겠네,자 카드."
"누나 우리 오늘 200일 인데 놀러가자!"
"오늘은 안되, 자 카드."
-
"아씨 그 카드 타령만 하는 강남마녀!!걔도 아니고..어?"
우리 마을 입구부터는 골목길이 여러 갈래 있다. 그리고 우리집 쪽으로 가는 길목 앞에는 커다란 벚나무가 하나 있다. 어렸을 때는 몸집이 작아서
나무에 올라가서 많이 놀았는데. 지금은 너무 커버려서 올라갔다가는...상상도 하기 싫다.
"...귀신?"
벚나무에 귀신이 누워있다. 아니, 귀신인지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눈으로 봤을 때는 그렇다는 것이다. 긴 검은 생머리에 하얗고 작은 얼굴 사이로
이목구비가 얼핏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예쁘다.."
뭐야 귀신이 뭐 저렇게 예뻐. 태어나 난생 처음 귀신이란 것을 가까이 보기 위해 벚나무 쪽으로 걸어갔다.
"...뭐야.."
하얀 피부와는 전혀 대비되는 검은 레이스 원피스 사이로 길쭉길쭉하고 가는 팔다리가 삐죽 나와 있다. 가까이서 보니 귀신은 아닌 듯 보이는데.
"...!저거.."
<이야야야아 프롤로그 끝!댓글 필수 감사합니다 영어론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