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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끝
03. 지훈이를 위한 환상곡
-본 이야기는 모두 허구이며, 실제 인물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또한 신체적 특성 또한 이야기의 일부일 뿐이고 누군가를 비방하거나 비하 할 의도는 없다는 것을 밝힙니다.
(피드백 및 수정 요청 언제나 환영, 부드럽게 댓글 남겨 주세요!)
w.선샘미가 좋마묘
처음 지훈이의 연습실에 놀러 간 이후부터 나는 매일같이 그곳에 놀러갔다. 진짜 괜찮은 건지 괜찮은 척 하는 건지는 몰라도 지훈이는 싫어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과제를 할 때도 있었고, 지훈이가 잠시 쉴 때에는 내가 피아노를 치기도 했다. 지훈이는 이제 내가 꽤 편해진 건지 가끔씩 장난을 치기도 했다. 장난을 친 뒤에 민망한 건지 볼을 살짝 긁는 모습이 귀여웠다.
수업이 끝나고 같이 밥을 먹으러 온 우리는 마주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의 시간에 왜 도우미(수업 내용을 들을 수만 있고 타자를 치거나 필기를 하는 일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수업 도우미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를 사용하지 않는지도 들었고, 나가는 걸 워낙 싫어하고 집에서 피아노만 쳤어서 피부가 하얗다는 이야기나, 키 작은 건 콤플렉스가 아닌데 의외로 목소리가 콤플렉스인 것이라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근데 목소리가 단점이라고?"
"응. 진짜 별로야."
"목소리는 오히려 지훈이 네 장점 아니야?"
"그냥 나는 이런 목소리 별로야"
나는 듣기 좋은데. 아무 의미 없이 지나가듯이 했던 말 한 마디에 볶음밥을 뜨고 있던 지훈이의 손짓이 묘하게 느려진 건 나의 기분 탓일까? 지훈이는 곧 제 속도를 찾더니 입을 우물거리며 나에 대해 물었다. 네 얘기는 뭐 해줄 거 없어? 무얼 이야기 해야 할까 싶어서 지난 1년을 되돌아 보는데, 그 1년이 모두 너로 가득했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왔다. 없어. 나중에 이야기 해 줄게 나중에.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가는데 해피의 리드줄을 잡고 일어나는 지훈이의 옷깃을 살짝 잡았다. 잠시만 나 입술 좀 바르고! 일어나려다 만 지훈이가 다시 의자에 앉아서 해피를 한 번 쓰다듬었다. 입가에 묻은 걸 닦아내고 틴트를 바른 후에 거울을 집어 넣으며 가자고 말 하려는데 지훈이의 입가에 미처 다 닦이지 못한 소스 비스무리 한 게 보였다. 휴지로 닦으라고 말 해주면 되는데 우선 저걸 닦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너 입에 소스 덜 닦였다. 말을 하며 지훈이의 입가에 손을 가져가서 닦아주자 지훈이는 조금 놀란 건지 고개를 뒤로 뺐다.
"김칠봉 너는 입에 뭐가 묻었으면 말만 해주지 왜 남의 입술을…"
미안! 충동적으로 한 행동에 놀라서 사과하면 지훈이는 미안할 건 없다며 손을 휙휙 저었다. 미안할 건 없지, 미안할 건… 지훈이는 횡설수설하며 제 입술을 한 번 더 만지작거렸다. 혹시 지금 당황한 건가? 벌떡 일어나 해피와 함께 매장 입구를 향해 걸어가는 지훈이의 뒷 모습을 따라가는데 지훈이의 귀가 조금 빨갛던 건 나의 기분 좋은 착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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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연습실에 놀러 왔다. 지훈이의 옆에 앉아 조용히 그의 연주를 듣고 앉아 있으니 며칠간 못 잔 탓에 피곤했는지 잠이 솔솔 몰려왔다. 차갑기만 한 손에서 따뜻한 멜로디들이 연주되었고 그의 손 끝에서는 금방이라도 예쁜 하늘색의 음표들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면 음표들이 공기중을 둥둥 떠 다녔다.
머리를 어깨에 살짝 기대도 될까, 아닐까, 아직은 안 되려나, 고민하는데 지훈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뭘 하려는 걸까? 천천히 지훈이의 뒤를 눈으로 좇는데 지훈이가 자신이 앉아 있던 피아노 의자의 뚜껑을 열어 그 안을 더듬거리다가 안에 있던 담요 하나를 꺼냈다. 춥나…? 싶어서 지훈이를 계속 쳐다봤다. 지훈이가 뒤를 돌아 담요를 살짝 털더니 조심스레 펼쳐 내게 건넸다. 이게 뭔가 싶어 멀뚱멀뚱 지훈이를 쳐다보기만 했다. 아차, 말로 해야지. 뭐야? 내가 묻자 지훈이의 귀가 살짝 붉어지는 것 같았다.
"그냥… 추우니까 너 덮으라고"
"너 덮어! 너야말로 춥겠다."
"나는 추위 잘 안 타. 주머니에 핫팩도 있고"
그럼 같이 덮을까? 내 질문에 지훈이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바뀌었다. 사람과 대화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건지. 그게 아니라면 여자와 대화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건지는 모르지만 척 봐도 긴장한 것 같았다.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퍽 귀여워 웃음을 터뜨리고는 지훈이 손에 들려 있던 담요를 조심스레 가져오자, 지훈이가 잠시 멈칫 하더니 천천히 제 자리에 앉았다.
"조금만 왼쪽으로 가 봐"
내가 지훈이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나는 항상 지훈이의 피아노 의자 옆에 놓인 보조 의자에 앉아 그를 구경했기 때문에 굳이 옆에 앉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지훈이는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하지만 내 말에 순순히 피아노 의자의 왼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는 지훈이의 바로 옆으로 바짝 붙어 앉았다. 그것만으로도 지훈이의 행동이 멈추는 게 느껴졌다.
내가 부끄러워하면 지훈이가 더 어색해 할 거 같아서 자연스러운 척 우리 두 사람의 무릎 위에 담요를 덮었다. 얼굴이 새빨갛게 터질 듯 열이 올랐다. 지훈이가 지금 내 얼굴을 못 본다는 게 다행일 정도였다. 손을 들어 손등을 뺨에 가져다대자, 아주 뜨거웠다. 가까운 거리라서 내 심장소리가 들릴까 걱정됐다.
지훈이도 나 못지 않게 떨리는 건지 피아노 건반 위에 손을 올려놓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로 경직되어버렸다. 그 모습에 작게 실소를 터뜨린 나는 지훈이의 손이 부재한 피아노 건반 위에 내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무슨 곡을 칠까 고민하다가 작년 겨울에 지훈이를 처음 만나고나서 만들었었던 곡을 치기 시작했다.
내가 피아노를 칠 줄은 몰랐던 건지 지훈이는 어? 하는 짧은 말과 함께 내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 나는 이 곡을 만들게 해 준 당사자 앞에서 곡을 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떨리고 간질거려서 숨을 제대로 쉴 수조차 없었다. 큰 무대에 서거나 중요한 사람들 앞에서 곡을 연주 할 때 보다도 더욱 떨렸다. 따뜻한 눈. 내가 만든 곡 제목이다. 천천히 연주를 시작하자 지훈이는 놀란 기색을 지우고 가만히 음악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진짜 좋다. 네가 만든 거야?"
"당연하지!"
"진짜 좋다. 곡 주제가 뭐야?"
"응? 아, 그러니까…"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눈을 굴리며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하나 고민했다. 그러다가 지훈이가 대답을 계속 바라는 것 같기에 그냥. 어떤 사람에 대한 내용이야… 이라며 말 끝을 흐렸다. 내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은 건지 미간을 살짝 좁힌 지훈이는 어떤 사람인데? 라며 내게 질문을 던졌다. 너야, 너. 입가에서 웅얼거리기만 하는 말들과 자꾸 깊게 질문을 해 오는 지훈이의 행동에 정신이 없어 머리가 터질 듯 했다.
어차피 말 해 줘도 나는 누군지 모를텐데… 말도 안 해주네. 누굴위해 이 노래를 만든 건지 진심으로 궁금했던 건지 지훈이는 계속 툴툴거리며 혼잣말을 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난처한 마음이 들기도 잠시, 이 곡이 어떤 의미인지 까지는 모를테니 그냥 대답해 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지훈. 너야"
"어?"
"됐어. 한 번 말했으니까 두 번은 없음!"
"김칠봉 너 지금 나라고 한 거 맞아?"
"저는 하~나도 안 들리거든요, 지금? 다음 곡 연주 부탁드립니다!"
지훈이의 이름을 한 번 말하고 나니 내 얼굴은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붉게 달아 올랐다. 지훈이 또한 내 대답을 듣고나서는 귀 뿐만 아니라 얼굴까지도 빨갛고 빨갛게 물들어만 갔다. 혹시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 건지 의심을 하며 내게 귀를 가져다대는 지훈이의 모습에 괜히 부끄러워져 지훈이의 동그란 뒷통수를 살짝 잡아 제 자리로 돌려 놓았다.
내가 다른 곡을 쳐달라는 부탁을 하자 지훈이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피아노를 쳐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우리 둘 사이의 공기가 묘하게 바뀐 걸 깨달았다. 긴긴 겨울이 지난 우리의 사이에는 내 피아노곡과 내 양 손으로 인해 녹은 따뜻한 눈만이 있었다. 연습실의 차가운 공기를 따뜻하게 바꾸는 묘한 떨림이 싫지 않았다.
앞으로 나의 모든 노래는 너를 위한, 너에 의한 지훈이의 환상곡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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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또 한 바가지 |
죄송해요... 할 거 하다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늦었어요 ㅋㅋㅋㅋㅋㅋ 한 분 한 분씩 댓글 달아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이번 글은 엄청 차분하구 감성적이져? 다음 글은 배틀 연애물로 돌아올게요... 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그랜절로 박고! 저는 이만 잘게요. 안뇽! '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