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오지코/피코] 우지호 사냥법은 간단하다 04
어째 그 날 이후로 우지호와 나는 더욱 가까워졌다. 우지호 나이는 물론이고 전화번호와 사는 곳까지 학교에서 우지호 집까지 데려다 주는 그 짧은시간에 그걸 다 알아냈다. 장하다 표지훈! 우지호는 생긴 거와 다르게 아기자기 한걸 좋아한다는 것도 알아냈지. 온몸에 어둠의 기운으로 칭칭 휘감게 생긴 우지호는 의외로 키티를 좋아한다더라 자기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것 같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 날 이후 우지호와 자주 문자를 해왔는데 우지호 팬클럽 회장인지 게장인지 하는 아이유인지 성인유인지 아무튼 예쁘장하게 생긴 계집아이가 나와 우지호가 문자하는 걸 알아차리고는 하루에도 열다섯번씩은 찾아와서 우지호 번호를 알려달라고 왱알거렸다. 내가 미쳤니, 꽃같은 내 님 번호를 너같은 여우한테 넘겨주게? 역시 윤리시간은 너무 지루하다 책상에 푹 엎드려 교과서 모퉁이에 쓱쓱 사막여우를 그렸다. 어라, 우지호 닮았네. 이따 쉬는시간에 찍어서 보내줘야지. 그렇게 혼자만의 예술세계에 빠져있다가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에 핸드폰을 꺼내 봤다.
[지후나 표지후나~ -우(리)지호-]
역시나 꽃같은 내 님이시네, 역시 얼굴이랑 너무 따로 논다. 문자할때 지후나라니 이거 좋아서 광대승천, 두 번 승천. 근데 문자할 때만 애교가 넘쳐주시고 평소 말할 때는 말에 뼈가 있으니 문자하다가 직접 얼굴을 대면하면 항상 어색해 죽겠다. 평소에도 애교 좀 있어주지, 아 그럼 안되겠다. 딴 놈들이 넘볼 것 같아, 지금은 딴 놈이 아니라 딴 년들이기지만.
'왜요'
[어? 너 수업시간 아니야? -우(리)지호-]
'ㅇㅇ 윤리시간'
[ㅁㅊㅋㅋㅋ 표코몽새끼 공부나 해~ -우(리)지호-]
'ㅅㅂ 졸려 듀금'
[니 듀그면 오늘 코코몽 소세지 안줄꺼 -우(리)지호-]
'공부열심히하고 쉬는시간에 형있는 곳으로 워프해감'
[ㅇㅇ 워프안하면 너 디짐 -우(리)지호-]
'내가 그렇게 보~고~싶~나~'
아, 괜히 드립쳤나보다. 1분에 한 번 꼴로 꼬박꼬박 답장하던 우지호가 이십분째 답을 안해준다. 시발 심심해, 핸드폰을 조심히 꺼내들어 우지호 수면도촬사건 이후로 대비해둔 무음카메라를 꺼내 내 사막여우작품을 찍었다. 시발 넌 미술해야돼 지훈아, 개 잘그렸네. 사막여우 옆에 코코몽도 그려넣어야지. 비키니누나들 몸매 감상보다 더 집중해서 열저을 다해 코코몽을 그렸다. 시발 말하는 소세지 어떻게 그렸더라. 옆에서 교과서 사이로 원피스를 끼워놓고 야동보듯 집중헤서 보는 김유권의 팔뚝을 쿡찌르니 살기를 띈 눈으로 날 본다.
"뭐 시발놈아"
"코코몽이 어떻게 생겼더라"
"거울보고 그려, 존나 니 눈작은 코코몽같음"
"개새끼, 나미 누나 가슴이나 쳐 봐"
"응, 엿"
김유권은 다시 만화책에 고개를 쳐박고 집중헤서 보기 시작했고, 나는 앞자리에 앉은 여자애 거울을 빌려다가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렇게 닮았나. 그깟 말하는 소세지랑 졸멋 표지훈이랑 뭐가 닮았다는 거야. 그러고 보니 우지호가 오늘 아침에 간식이라고 준 코코몽 소세지가 생각났다. 버리기 귀찮아서 껍질은 주머니에 넣어논 것 같은데. 바지 주머니 속으로 손을 넣어 비닐 같은걸 잡아빼니 역시나 코코몽소세지 껍질이었다. 그 껍질에 스티커로 코코몽이 붙어있어 그거 한 번 보고 거울 한 번 보고 코코몽 한 번 보고 거울 한 번 보고하니. 누가 코코몽인지 모르겠다. 시발 인정, 존나 닮음. 여자애한테 거울을 도로 돌려주고는 스티커에 그려져있는 코코몽을 따라그렸다. 내 모든 소울을 이 코코몽안에 담겠어. 그렇게 한 5분 끄적거리니 다그렸다. 시발 생긴 것도 존나 쉽게생겨서 그리는 것도 쉽게 그려지네, 이걸로 시간낭비나 할려했더니. 사막여우 옆에 코코몽이라, 흐믓하게 쳐다보다가 사막여우와 코코몽 사이에 빨간색볼펜으로 하트를 그렸다. 핰...시발 존나 좋아.
"미친 놈 뭐하셈"
"꺼지라"
"웬 여우랑 코코몽?"
"알빠세요? 원피스나 보셈"
"오키"
김유권은 만화책을 다봤는지 고이 접어 책상서랍에 넣어놓고 책상에 엎드려 그냥 자버린다. 미친 곰새끼. 교과서 모퉁이에 그려진 사막여우 ♡ 코코몽을 가위로 조심스럽게 잘라내서 지갑속에 넣었다. 아, 코팅이라도 할 걸 그랬나, 문방구가서 코팅해달라 그러면 날 또라이로 볼려나, 근데 지갑속에 썩혀두면 언젠가는 너덜너덜해져서 찢어질텐데. 혼자 별생각을 다하다가 내일 등굣길에 문방구에서 코팅하는 걸로 결정이 났다. 창피하면 어떠하리 내가 내 님 좋다는데, 이제 슬슬 끝날 시간이 됬을 텐데. 다리를 달달 떨어대며 핸드폰 시간을 확인하니 5분이 남았다. 시발 허탈하다. 5분이나 남았어, 나도 김유권을 따라 책상위로 풀썩 쓰러졌다. 잠이 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우지호 볼 생각에 눈이 말똥말똥하다. 우지호한테는 딸기우유 하나 먹여야지, 메론빵도 같이. 시간 거의 다됬다. 시계를 보면서 3,2,1 카운트 다운을 하니 딱 0 될 때 쉬는시간 종이 쳤다. 나는 선생님이 나가지도 않았지만, 수고하셨습니다! 이러고는 쌩하고 나가버렸다. 계단을 세칸씩 뛰어내려가다가 넘어질 뻔 했지만 내 긴다리로 중심을 잡고는 다시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가 매점이 도착했다.
"지호형!"
"이야, 되게 빨리왔네. 종친지 20초만에 왔어"
"재고있었어?"
"아니"
"근데 이십초인거 어떻게 알아?"
"구라지 병신아"
우지호의 말에 허탈하게 웃고는 표지훈만의 특권 우지호외에는 아무도 들어온 적이없다는 매점 안쪽으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애들이 북적북적 모이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지호오빠, 지호오빠를 장렬히 외치더라. 저 목소리로 독립운동했으면 아마 대한민국을 열흘 일찍 찾았을 지도 모르겠군.
"오빠! 표지훈은 왜 저기 들어가요?!"
"내가 들어오라고 했어"
"왜요?! 저도 들어가게 해줘요!"
"안돼"
"아 왜요!!!"
"내 맘이지"
정말 아이돌 팬미팅을 방불캐했다. 여기저기서 나에대한 부러움과 우지호의 대한 찬양이 끊이질 않았다. 우지호는 그 상황속에서도 묵묵하게 물건을 팔아재꼈다. 여자애들의 기에 눌린 남자애들은 매점과 조금 먼 곳에서 나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쯧, 불쌍한 놈들. 형, 지호형. 왜 나 바빠. 소세지 줘, 에이 시발 바쁜데. 우지호는 물건을 살려는 여자애들은 등지고는 냉장고 위에 올라가있는 자기의 가방을 꺼내더니 몇 번 뒤적거리다가 소세지를 던져줬다. 역시나 적시나 밖에서는 여자애들이 나도 줘요 오빠! 오빠 저도 주세요! 라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여자애들을 보면서 뭔가 우월감이 생긴다. 이게 바로 가진자의 여유라는건가.
"그거 다 팔릴려고 한 거 내가 한개 빼논거야"
"나 줄려고?"
"응, 아! 시발 옷 잡아당기지 말랬지"
"오빠 저도! 저도!!"
"지훈아 너 그냥 빨리 가라"
"아, 예 형. 올라갈께요"
우지호가 손인사 몇번 해주고는 다시 바쁘게 여자애들을 상대해줬다. 나는 우지호가 준 소세지를 까서 우적우적 씹어먹으며 다시 교실로 올라갔다. 몇몇 여자애들이 졸졸 쫓아와서 나랑 우지호가 무슨 관계냐는 식으로 물어보기도 했지만 그냥 친한 형동생이라고 대답하고는 다 쌩깠다. 3학년 층에 다다라서 내 교실로 가는데 옆반을 지나가면서 우지호 이름이 나오길래 멈춰서 뒷문으로 우지호의 이름을 거론한 애들을 찾았다.
"그, 이번에 매점 주인있잖아"
"우지호?"
"걔 좀 이상한 것 같지않냐?"
"왜?"
"우리 수학 선생있잖냐, 걔랑 맨날 붙어다니고"
"그런가?"
"남창이라던데, 수학한테 맨날 대준다고. 근데 요즘 표지훈이랑 붙어먹잖아. 표지훈 꼬셨다더라"
나와 우지호가 없는 곳에서는 별 희한한 소문이 다 돌았다. 간혹가다가 우지호와 내가 사귄다는 스캔들이 들리면 그 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은 기분이 아주 좆같다. 꽃같은 내 님을 함부로 남창으로 만드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 주먹을 불끈쥐고는 남창이라고 지껄인 새끼 앞에 다가갔다. 뭐라했어 시발놈아, 어..지훈아...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놈의 주둥이에 주먹을 꽂았다. 그 덕에 우당탕 소리를 내며 그새끼는 의자와 함께 나뒹굴었고 여자애들은 놀란 듯 소리를 질렀지만 이내 교실은 싸하게 조용해졌다. 나는 그새끼한테 다가가 멱살을 쥐고는 노려봤다.
"다시말해봐, 누가 남창? 누구한테 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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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심미까, 발바리여라. 어제는 하루에 세편이나 올렸지만 오늘은 길게 한편만 올리겟어요...
우지호 지못미...내가 널 결국..흡! ㅠㅠ
댓글 달아준 그대들 내가 많이 사랑합니당 댓글은 나의 힘 신알신은 하트머겅 뿅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