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전원우] 애가탄 늘보는 늑대가 되었다.
04
이름 은 아침부터 기분이 설레고 한껏 들떴다. 어제 하교길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원우를 혼자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질투가 난다는 것은 원우도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 아닌가. 게다가 인사하고 지내자고도 했다. 인사하는 사이가 되면 대화하는 사이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자꾸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진정시키려 애쓰는 이름 이다. 학교 가는 길에 있는 상가 거울 앞에서 머리와 교복 정리를 한번 더 하고, 어떻게 인사를 해야할지 고민한다. 살짝 웃으며 손을 흔드는데 오늘따라 왜이리 못생겨 보이는지. 아오, 하며 주먹을 꽉 쥐는데 누가 뒤에서 가방을 퍽 친다.
"아! 놀랐잖아!"
"뭐하냐 혼자? 좀 모자란 애 같어"
"니가 알아서 뭐하게?"
최한솔이다. 이름 이와 같은 중학교를 나와서 그렇게 어색한 사이는 아닌데, 이렇게 대화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이름 이 새침하게 말하고 먼저 걸어가자, 안어울리게 왜 여성스러운 척 하냐며 심기를 살살 건드린다. 이름 이가 기억하는 최한솔은 이정도로 깐족거리지 않았는데 갑자기 변한 것 같은 행동에 조금 의아했다. 학교로 걸어가는 내내 한솔은 이름 이에게 장난을 쳤다. 교문을 지나는데, 이름 은 뒤에서 장난치는 한솔을 째려보다가 민규와 함께 걸어오는 원우를 발견했다. 갑자기 표정이 멍해진 이름 이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린 한솔이 툭툭 건드리는데 그런 한솔을 팍 밀어버리는 이름 이다.
"..안녕."
"응.안녕."
원우는 사실 아까부터 한솔과 투닥거리며 걸어가는 이름 의 뒷모습을 보고있었다. 또 질투심이 막 생겨났지만 자신이 질투난다고 해서 이름 이의 모든 친구관계를 정리시킬 수는 없어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기분은 별로지만. 그러다, 뒤를 돌아본 이름 이와 눈이 마주쳤다. 자신을 보고 굳어버린 이름 이를 보자마자 안좋던 기분이 싹 풀려버렸다. 게다가 거슬리던 남자애를 밀쳐내기까지 하니,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안녕,하고 작게 인사하는 이름 이가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자꾸 나왔다. 작은 머리통에 자신도 모르게 올라간 손이, 이름 이의 머리위를 톡톡 치고 내려왔다. 그런 원우의 행동에 이름 이는 옆에서 한솔이 툭 치는데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
"이름 아, 전원우가 너 좋아해??"
안그래도 시끄러운 점심시간, 반에서 목소리가 제일 큰 친구가 교실 앞문에서 들어오면서부터 소리친 한마디에 교실에 순간 정적이 맴돌았다. 안그래도 가십거리 얘기를 좋아하는 여자들인데, 꽤 인기있는 전원우얘기에 우르르 몰려왔다. 친구와 즐겁게 떠들던 이름 이는 금세 반 아이들에게 둘러쌓여 어..어..만 반복하고 있었다. 이름 이는 대체 어디서 그런 소문이 시작된건지 너무 당황스러웠고 원우가 이 이야기를 알게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몰려왔다. 목소리 큰 친구가 말하길, 옆 여자반 반장이 오늘 아침에 원우가 이름 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봤다고 그랬단다. 아, 이름 이는 너무 설레서 잠깐 잊었다. 아침 등교길은 학생들로 넘쳐난다는 것을.
"헐 쓰담쓰담했다고??"
"대박..개설레.."
"아 부러워 성이름 !!!! 커플되는거냐??"
자신보다 더 설레발치는 친구들에 아까의 일이 계속 머릿속에서 되풀이되는 이름 이다. 결국 또 빨개진 얼굴 때문에 친구들이 놀리고 난리가 났다. 친구들이 부럽다며 등짝을 때려도 마냥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한참을 웃고 떠들다, 목소리 큰 친구가 깜빡했다며 선생님께서 교무실로 오라고 하셨단다. 이름 이는 얼른 일어나서 교실을 나섰다. 또 잠시 망각하고 있던 사실이 하나 있다. 옆 반이 원우네 반이라는 것. 아직은 조금 홍조가 있는 얼굴로 교실에서 나오자 마자, 반대편에서 오고 있는 원우가 보인다. 괜히 민망해져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지나가다, 삐끗해버렸다.
"아!"
"...."
자기 쪽으로 걸어오며 가까워지던 이름 이 삐끗하자, 바로 옆에서 원우가 이름 의 손목을 잡아줬다. 설레는 것도 잠시, 원우 앞에서 못난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 이름 이 작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서둘러 가려고 하자, 원우가 다시한번 이름 이의 손목을 잡는다. 원우에 의해 강제로 멈춰진 이름 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원우를 올려다봤다. 잠시 입술을 꾹 깨물며 망설이던 원우는 주머니에서 막대사탕 하나를 꺼내 이름 에게 건넨다. 멍하게 쳐다보던 이름이 사탕을 받아들자 마자 걸음을 빨리해 교실로 들어가버리는 원우다. 교실에서 나오던 몇 명의 이름 친구들은, 그 짧은 순간을 어떻게 본 건지 쟤네 봤냐며 자기들끼리 난리다. 그 소리에 움찔한 이름 이도 얼른 교무실로 가버린다.
이상하게 늘보 원우는, 이름 이 앞에서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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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하르방님 일공공사님 반갑습니다. 오래봐요!
뭉구뭉구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
잴리님 다음부턴 안까먹을게요!
원우야님 세븐판다님 어디갔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