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전원우] 애가탄 늘보는 늑대가 되었다.
10 이름이의 응원을 받고 경기에 들어간 원우는 시작부터 싱글벙글이다.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스탠드에 앉은 이름이는 입술을 꾹 깨물고 원우를 바라본다. 전반전과는 다르게 머리를 흩날리며 열심히 뛰어다닌다. 예선때보다 더 활발히 움직이는 원우가 적응이 되지 않았다. 확실히 마음이 편해져서인지 원우는 예선때보다 더 많은 어시스트를 했다. 원우의 어시스트 덕에 골을 넣은 민규가 원우에게 달려가 껴안고 머리를 헝클어트리고 난리가 났다. 한바탕 세레모니를 끝낸 원우네 반이 다시 자리 재정비를 하는데, 정확히 이름이를 찾은 원우가 씩 웃으며 손가락으로 콕 찝는다. 또 이름이네 반은 꺅꺅. 오늘 여자반 목 나갈 것 같다. 의도치않게 심쿵당한 이름이도 놀라 눈만 깜빡인다. 어떡하나, 또 한번 반해버린 것 같다. * 길었던 체육대회가 끝났다. 또 반장이라고 마지막까지 정리를 한 이름이가 찌뿌둥한 몸에 아이고- 소리를 내며 일어섰다. 그러자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 움찔한다. "할머니 다 됐네." "아,깜짝이야.." "다 했어?" "응!" 얘기 좀 하자며 원우가 이름이를 데려간 곳은 역시나 스탠드. 익숙한 장소에서 멈춰선 원우를 뒤따르던 이름이는 픽,웃음이 새어나온다. 이름이가 성적 때문에 우울할때 원우가 다독여준 그 곳이다. 그때 생각에 잠겨있다가, 원우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이름아." "..어,어?" "내가 작년에, 어떤 여자애가 운동장에서 체육하는 걸 봤어." 이름이는 갑자기 옛날 이야기를 시작하는 원우가 의아했지만, 잠자코 듣고 있었다. 잔잔하게 들려오는 원우의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쉬는시간에 잠깐 나왔는데, 반장인건지 공 바구니를 끙끙거리면서 옮기고 있더라고. 원우의 말이 이어지자, 이름이는 내 얘기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더웠는지 머리끈을 꺼내서 머리를 묶는거야." "..." "그게 너무 예뻐보였어." "..야.." 이름이는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눈치챘다. 원우는 작게 들리는 이름이의 목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앞만 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 여자애가 같은 반 친구들이 오니까 환하게 웃었어. 그때 생각했어. 아, 쟤랑 친해지고 싶다. 이름이는 뭔가 쑥스러워져 입술을 꾹 깨물지만 오히려 원우는 담담하게 말한다. "그때부터 좋아했어. 성이름." "..." "..지금까지도." 원우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는 이름이를 힐끔 쳐다봤다. 모두가 아는 타이밍에 해야할 말을 하는 것은 어색하고 쉽지 않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이어 온 둘 사이의 모호한 관계를 정확히 정의내리기 위해서, 원우는 입을 뗐다. 원우의 목소리가 나오기 전까지도, 자신의 심장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있는 둘의 정적이 이어졌다. "이름아." "..." "나랑, 사귀자." 마침내 입 밖으로 나온 말에 이름이는 고개를 들어 원우를 쳐다봤다. 진지하게 이름이를 쳐다보고 있는 원우의 눈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 눈을 마주하던 이름이는 생전 처음으로 거세게 뛰는 심장에 긴장된 한숨을 내뱉었다. 원우도 마찬가지인 듯 혀로 입술을 축인다.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는 원우때문에 얼굴이 터질 것 같이 빨개진 이름이가 고개를 돌리려 하는데, 다시 원우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랑 연애하자. 성이름." 작게 내뱉는 숨소리까지 떨리는 둘 만의 공간이, 이름이의 수줍은 끄덕임으로 따뜻하게 채워졌다. 원우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는 이름이를 누구보다 다정한 눈으로 쳐다봤다. 잠시 뒤 고개를 들어 원우를 쳐다본 이름이는, 자신을 향해 다정한 웃음을 보내는 모습에 벌떡 일어섰다. 물론, 너무 떨려서. 이름이를 따라 일어선 원우가, 아직도 입가에 미소를 매달고 말한다. "왜?" "..아,저기.." "나 안아주려고?" "어?" 미처 다 놀라기도 전에, 원우는 낮게 웃으며 이름이를 꽉 안았다. 꽤 나는 키차이 때문에, 원우의 가슴팍에 고개를 묻은 이름이는 자신과 같이 쿵쿵 뛰는 원우의 심장소리에 나를 많이 좋아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 이름이도 팔을 들어 원우의 허리를 감싸 안는다. 그런 이름이의 손길에 또 작게 웃은 원우가 고마워.하고 속삭이곤 이름이의 뒷머리를 쓰다듬는다. 다음 날, 원우와 이름이의 학교는 이름이 반의 목소리 큰 친구가 전원우랑 성이름이랑 사귄대!! 하는 목소리를 시작으로 하루종일 시끌시끌했다고 한다. ------ 부족하기만 한 글 끝까지 같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완결이라고 열심히 쓰긴 했는데 너무 아쉽네요.. 늦게 와놓고 소름돋을 만큼 훌륭한 결과물이 아니라서 너무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ㅠㅠ 죄송한 마음 좋은 작품으로 꼭 보답하겠습니다! 새작인 'You're my twenty'도 많이 읽어주세요❤️ 늘보 원우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독자님들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보살' 과 함께하는 독자님들❤️ 돌하르방/밍쩡/봉구/잴리/달마시안/일공공사/밍구밍구/뿌야/누누/권호시/세븐판다/밍구리밍굴밍굴/원우야/뭉구뭉구/옥수수/반달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