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김민규/이지훈] You're my twenty
02
(부제:아직도 하루 온종일 지루하기만 한 morning)
"오늘은 또 뭐야.."
"몰라, 세봉대학교인가 간다던데"
"귀찮게 왜가? 거기 원서도 안썼는데."
"그러게. 애들은 세봉고도 같이간다고 좋단다."
손승완과 부당한 학교의 계획에 대해 투덜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고삐풀린 고삼들 관리하기 귀찮아서 여기저기 데려다 놓는게 틀림없다. 오늘은 대학교 홍보행사에 간단다. 교장쌤끼리 절친인 세봉고도 물론 함께. 다들 여고에서 삼년동안 썩어서 그런가, 세봉고 애들이 뭐가 그렇게 좋은지 화장하고 머리하느라 난리다.
"..아,미친."
"왜?"
"세봉고에 김민규 있잖아."
"아.."
이제 세봉고하면 김민규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물론 좋은 의미는 아니다. 내 번호를 알아간 뒤로, 하루에 몇 번 씩은 꼭 연락을 해온다. 그때마다 인상쓰고 알람을 끄지만. 부승관에게 화풀이도 해봤지만 조용히 당하고만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약해져서 관뒀다. 일주일동안 읽씹하고, 읽지도 않은 톡이 수두룩한 이 시기에 김민규와 다시 마주치면 굉장히 불편할 것 같은데.. 열심히 피해다니자고 손승완과 결의를 다졌다.
"아니, 단체로 가면 버스라도 빌리던가.."
"우리학교 돈 잘 안쓰잖아. 뭘 새삼."
"춥다. 얼른 들어가자."
"야, 이름아. 저기 김민규."
젠장. 도착 하자마자 김민규가 보인다. 추워서 얼른 들어가려고 했더니 출입문 바로 옆에 서있다. 잠시 생각해보니, 김민규 신경쓰는것 보다 승완이와 내가 춥다는 문제가 더 컸다. 승완이의 손을 꼭 잡고 출입구 쪽으로 빠르게 갔다. 가까이 가자마자 날 발견한 김민규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난 애써 무시하고 얼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헐..사람봐."
"근데 따뜻하당."
고등학생들로 꽉 찬 강당을 보다가 금세 기분이 좋아져서 승완이와 흐흐거리는데, 뒤에서 누가 툭툭 친다. 뭐야, 하고 돌아보는데 김민규가 아까처럼 손을 흔든다. 빨리 제자리로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에 나도 손을 흔들어줬다. 그러더니 엄청 기쁜듯 입꼬리를 씰룩거리던 김민규가,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세봉고 자리로 돌아갔다. 왠일로 얌전하지. 딱 이정도면 괜찮다. 정말 친구처럼.
*
"언제끝나.."
"거의 다 끝난거같아."
"배고프다. 뭐 먹을래?"
"오늘 떡볶이 각인데?"
손승완과 나는 동시에 성수네 떡볶이!를 외쳤고 곧 끝나고 갈 곳으로 정해졌다. 떡볶이를 먹을 생각에 신나 웃고 떠드는데, 행사 마침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담임선생님께 인사하고 얼른 빠져나왔다. 강당 안이 더워서 밖으로 나오니 춥다, 보다는 시원하다. 하는 느낌이었다. 걸음을 빨리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부승관에게서 전화가 온다.
"어, 부릉!"
'야 너 손승완이랑 약속있냐?'
"응. 성수떡볶이 가는데,왜?"
'나도 껴줘. 배고프다.'
"어, 니가 사는걸로! 얼른 와."
소꿉친구인 부승관과, 중학교때부터 친구인 손승완과 나 셋은 성수떡볶이 단골이었다. 오늘도 껴달라는 부승관에게 자연스럽게 결제권을 양보하고 성수떡볶이로 향했다. 전화 너머로 부승관의 억울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긴 했는데, 전혀 개의치 않는다. 원래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사람이 계산하는 게 암묵적인 룰이였기 때문이다. 먼저 도착한 우리는 가족같이 친근한 아주머니께 떡볶이 삼인분이랑 튀김주세요!하고 외쳤다.
"나 결심했다."
"뭐를?"
"오늘 부승관이 떨거지를 달고오면, 친구 끊을거야."
"에이, 저번에 그렇게 난리가 났는데 또 데려.."
"성이름!!"
하.. 불안한 내 예상은 반가운 듯 들려오는 김민규의 목소리로서 정확히 적중했고, 그나마 머릿 수가 적어진 게 나름의 위안이 됐다..는 개뿔. 떡볶이를 입안 가득 넣고 부승관을 째려봤다. 부승관 바로 옆에서 함박웃음을 짓고 서있는 김민규를 보자마자 차라리 아예 모르는 사람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귀여워.."
"..."
"귀여워 진짜.."
"..야."
젠장맞을. 말리는 부승관을 뒤로하고 기어이 내 앞자리에 앉은 김민규. 기분은 좀 나빴지만 떡볶이가 너무 맛있어서 참으려고 했다. 입 안 가득 넣고서 오물거리는데, 사람 부담스럽게 계속 빤히 쳐다본다. 게다가 귀여워..라는 손 발 오그라드는 말을 반복하면서. 참다참다 야. 하고 부르니 눈을 빛내며 어어. 왜? 물줘? 한다. 참나, 지가 무슨 봉인줄아나.
"부담스럽거든? 너 부승관이랑 자리 바꿔."
"..안쳐다볼게.."
"아 안돼. 바꿔."
단호한 내 태도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결국 김민규와 자리를 바꾼다. 이제 내 앞에는 엄청나게 눈치보고 있는 부승관이 앉았다. 그제야 조금 편해져 이번엔 대체 누굴 데리고온건지 훑어봤다. 김민규,이지훈은 이번에도 왔고 나머지 한명은 처음보는 얼굴이다. 뭐, 관심 없어서 딱히 알고싶진 않다. 부승관.하고 부르니 떡볶이를 먹던 부승관이 움찔한다.
"내가 너 오기전에 승완이한테 한 말이 있는데."
"..뭔데?"
"너 애들 데리고오면 너랑 친구 안하기로."
내 말에 처질 곳이 없어보이는 어깨가 더 쳐진다. 에라이. 부승관한테는 무슨 화를 못내겠다. 또래 남자애들이랑 다르게 너무 착하다. 화를 내다가도 저 시무룩한 표정만 보면 괜히 기운만 쭉 빠진다. 혹시 모른다. 의도적인 행동일수도. 매일 나와 으르렁거리는 부승관이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야. 어깨 펴! 사내놈이.."
"..성이름.."
"아 됐어! 너랑 내가 무슨, 친구 안할거야! 하면 끊기는 관계냐"
내 말에 금방 화색이 도는 부승관. 매일 티격태격해도 미워할 수가 없다. 부승관 덕에 피식 웃고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이지훈과 눈이 마주쳤다. 내가 잠시 눈을 깜빡거리는 사이에, 휙 고개를 돌려버린다.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될텐데.. 내 성격에 어울리지 않는 고민을 하고있다. 그렇지만 고맙긴 했다. 처음 본 사이었는데. 어떡할까 고민하는데 옆에서 손승완이 나를 툭 치더니 소곤거린다.
"뭐야, 쟤가 너 좋아하냐?"
"뭐? 누구. 이지훈? 개소리 하고있어"
"아냐. 너랑 눈 마주치니까 귀 빨개지던데?"
"..야. 귀 빨개지면 다 좋아하는거냐? 떡볶이나 먹어."
옆에서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 손승완에게 썩소를 날리고서 다시 떡볶이를 먹었다. 평소처럼 부승관에게 장난도 치면서. 대각선 앞에서 턱을 괴고 날 쳐다보는 김민규를 애써 무시하면서.
"부승관 땡큐."
"내 돈.."
"그러게 누가 늦게오래?"
"하여튼 먹을거에 환장해가지고.."
"..싸울래?"
여느 때처럼 눈에 불을 켜고 서로에게 으르렁거리는 나와 부승관을 승완이가 가운데에서 중재한다. 부승관을 따라온 친구 중에 원우라는 친구는 약속이 있다며 먼저 가고, 이지훈과 김민규와 부승관이 남았다. 승완이와 나는 아직도 안가고 있는 김민규와 이지훈을 의아하게 쳐다봤다. 쟤네는 왜 안가지..
"야 부릉."
"어어,왜?"
"이리 와봐."
차마 쟤네 둘이 있는 곳에서 말 못하겠어서 부승관을 끌고 조금 옆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쟤네 왜 집에 안가냐고 소근거렸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던 부승관은 글쎄..? 하며 나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하여튼 도움이 안돼요. 내가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돌아오자 김민규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무슨 얘기 했냐고 물어온다. 하도 치댐을 당하다보니 아주 조금은 익숙해진 것 같은 기분이다. 아직 표정을 풀지 못하고 말했다.
"너네 집 안가?"
단도직입적인 내 말에 김민규의 얼굴엔 당황스러움이 가득찬다. 별 생각 없이 한 말인데, 까칠하게 들렸나보다. 김민규의 반응때문에 나도 당황했다. 나쁜 뜻은 아닌데.. 변명하려다, 불편한건 사실이여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시무룩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김민규에게 뭐라뭐라 소곤거린 부승관이 얘 이제 갈거라며 등을 떠민다. 여전히 입을 삐죽거리던 김민규는 나에게 갈게..하고 손을 흔든다. 뭔가 주눅들어보이는 뒷모습에 내가 그렇게 심한 말을 했던건가 생각했다. 김민규의 모습은 뭔가 엄마에게 혼난 아들 같은 느낌이었다.
김민규도 갔는데, 이지훈이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부승관을 다시 툭툭 쳐서 보내라고 눈짓을 하는데, 폰만 들여다보던 이지훈이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나를 부른다. 성이름. 나는 괜히 찔려서 움찔하며 이지훈을 쳐다봤다. 그러더니 편의점 좀 같이 가자며 먼저 걸어간다. 내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찼지만 고맙다고 말해야겠다 싶어 승완이와 승관이를 두고 얌전히 따라갔다. 아, 이지훈이랑은 좀 더 많이 불편하긴 한데..
"..나한테 할 말 있지."
"어? ..아, 저번에 고마웠어..진짜."
"..."
"이거,사달라고?"
곧장 냉장고 앞으로 걸어간 이지훈은 나에게 할 말이 있냐고 물어봤다. 정곡을 찔린 나는 잠시 멍때리다, 저번에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런 나를 힐끔 쳐다본 이지훈은 바나나우유 두개를 꺼내 내 품에 안겨준다. 이지훈을 보며 이거 사달라는 거냐고 물었는데, 또 대답 없이 나를 빤히 쳐다보기만 한다. 원래 말을 잘 안하나 싶어 그런거구나 하고, 계산대로 향했다. 지갑을 꺼내려는데 어느새 내 옆에 선 이지훈이 카드를 내밀어 자신이 계산한다. 뭐야, 사달라는 거 아니였나..? 나에게 우유 하나를 건네는 이지훈을 멍하게 쳐다봤다. 내가 우유를 받아들자 민망한 듯 큼, 헛기침을 하더니 먼저 편의점을 나간다. 밖이 많이 추운가, 이지훈의 귀가 빨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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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에 왔죠.. 죄송해요ㅠㅠㅠ
원우 완결은 요번주 내로 꼭 올릴게요..
잘난 것 하나 없는 글 끝까지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쓸게요..!
️'보살' 과 함께하는 독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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