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쉬었다 갈게요!"
감독님의 컷 소리와 함께 들리는 연출실장님의 커다란 외침에
너징은 어깨에 힘을 쭉 빼며
네-.라고 대답하고는 쫑쫑 대기실로 뛰어가.
"아이고, 수고 많았어."
조금만 더 하면 되니까 힘내자. 응?
기다렸다는 듯이 물을 건내며 웃어주는 매니저 오빠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주고는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아.
"배우분들, 감독님, 스텝분들 너무 대단하시다."
이런 걸 다 견뎌내고 있었구나.
"우리가 보기에는 가수들이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게 더 대단해."
서로 서로 대단한 거지.
미간을 잔뜩 찡그린 체 심각하게 다가와 옆자리에 앉는 서준의 모습에
고개를 저으며 몸을 돌려.
처음에는 약간은 어색함이 감돌던 두 사람이지만
점점 만나는 횟수가 많아지고
서로 이야기도 잘 통해서 멤버들 만큼이나 친해졌어.
"오빠. 내가 서준오빠는 출입금지라고 했잖아."
"무슨 그런 섭한 소릴. 징어가 있는데 내가 가는게 당연하지."
"그냥 몇번 섭섭해 하고 말아. 나가."
두 손을 뻗어 낑낑 거리며 서준을 밀어내는 너징을 보며
어깨를 으쓱인 서준은 이내 너징의 뒤로 손을 뻗어
어깨를 잡고 자신쪽으로 끌어당겨.
"얌전히 오빠한테 앵겨. 오빠 품 비싸다."
장난스럽게 말하며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에
며칠 잠을 자지못한 너징은 눈이 무거워 지는 걸 느끼고
그대로 잠들어.
"형, 미안한데 징어 덮을 담요 하나만 줘요."
얘가 잘 때 손이 많이 차지더라고.
따듯하게 너징을 덮어주는 손길을 느끼면서 말이야.
*
그렇게 꽤나 오래 잤을까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바깥소리에
자연스럽게 눈을 뜨고는 몸을 일으키는 너징이야.
"뭐야..누구 왔어?"
"글쎄. 모르겠네."
고개를 갸웃한 서준이 대기실의 문을 열자
그 사이로 또렷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we are one! 안녕하세요, 엑소입니다."
"..?"
누구? 누구라고?
"어..징어야. 멤버분들 오셨는데?"
서준의 말로 확실을 한 징어가 빠르게 밖으로 나가면
"어? 막내!"
"징어 오랜만에 보내."
"누나 우리 왔어요."
"근데 둘이 같이 있었나봐요?"
"오빠왔다, 막내야!"
차례대로 백현이 준면이 세훈이 종인이 찬열이가 인사를 건내고
말없이 다가와 꼭 안아주는 경수가 있어.
"헐, 다들 왠일이야!"
놀람 반, 반가움 반으로 발을 동동 구르면
솔솔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가 느껴져.
"막내 고생하는데 맛있는 거라도 먹여야지."
"야식 배달왔어. 치킨하고 피자."
"스텝분들 드시라고 사온거고 너는 따로 도시락 있고."
치킨과 피자라는 말에 입꼬리를 끝없이 올리면
단호하게 끊어 버리는 경수야.
"아 왜! 싫어! 나도 먹을거야!"
"안돼. 너 지금 시간이 몇시야."
늦은 시간에 기름기 있는 거 먹으면 소화 안되잖아.
"아 오늘만. 먹고 소화제 먹으면 되잖아."
"약 먹는 거 좋은 거 아니라고 말했지."
주말에 오빠가 낮에 사줄게. 드라마 촬영 중인데 아프면 어쩌려고.
"..."
"착하지?"
"..알았어."
아랫입술을 삐죽이며 대기실로 다시 들어가는 너징을 보며
멤버들도 같이 따라 들어가.
"근데"
계속 둘이 있었냐니까?
"누구랑? 서준오빠랑?"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너징에 멤버들이 눈을 크게 떠.
"..뭐? 서준 오빠? 언제부터 오빠야, 오빠는!"
"맞아! 막내 너 나한테도 오빠라 잘 안부르면서!"
"..많이 친해졌나봐?"
"매니저형은 어디가고 둘이 있어요. 여자가 겁도 없이."
따다다다하고 날라오는 말에
징어는 자신이 입을 원망하며 변명을 하기 시작해.
"그럼 계속 볼 사이인데 서준씨, 서준씨 그러는 것도 웃기잖아."
"왜! 그게 뭐가 이상해!"
"맞아! 뭐가 이상해! 막내 몰랐구나? 나 아직도 백현이 백현씨라 불러!"
"누가 백현씨야! 소름돋게! 하지마!"
"말이 그렇다고 말이!"
시작된 찬열이와 백현이의 투닥거림을 지켜보다
한숨을 내쉬며 상황을 정리해.
"알았어, 알았어. 서준씨랑 있었는데 둘이 아니라 매니저 오빠도 같이 있었어."
그러니까 안심해, 응?
너징의 말에 시끄럽던 멤버들은 조금 조용해지고
너징은 자리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기 시작해.
"가벼운 것만 싸왔어. 너무 늦어서."
"응, 맛있다. 고마워."
엄지를 치켜들며 오물거리며
이것 저것 입에 넣는 모습이
꼭 햄스터 같기도 해.
"근데 민석이 오빠랑 종대오빠는?"
"민석이 형은 교수님이 급하게 찾으셔서 오다가 갔고 종대는 녹음."
아, 형이 이거 전해주래.
작은 리본달린 상자를 불쑥 내미는 백현에게서
받아들고는 열어보자 안에는 온갖 사탕, 초콜릿 등이 가득 해.
"아, 진짜 김민석은 사랑할 수 밖에 없어요."
곧바로 휴대폰으로 찍어
'사랑한다 김민석♥' 이라고 보내자
'나도, 우리 막내♥' 라는 답장까지 날라와.
밥도 다 먹고 이런 저런이야기도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흐르고
멤버들은 아쉬움을 남기며 돌아갔어.
촬영도 막바지에 들어섰고 슬슬 갈 준비를 하던 차에 감독님이 모두를 불러.
"드디어 내일 첫 방송이네요.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시다.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조금만 더 힘내요, 우리."
오늘 촬영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어요.
그렇게 배우 김징어가 세상에 나오게 된거지.
*
방송 당일날 반응이 어땠냐고?
실시간 검색어 1위부터 5위까지 전부 휩쓸고
연기력은 물론 서준과의 호흡에도 호명을 받고
당당히 배우로 자리잡았다는 좋은 결과!
또한 이와 동시에
'연기로 머글을 검색하게 만든 아이돌'이라는 칭호도 달게 되었어.
그렇게 김징어는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고
멤버들에게도 더 많이 예쁨 받게 되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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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허허허 다음 편에서는 암호닉 마무리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