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역시나 어두컴컴한 계단에 쭈그려앉아있을줄알았다
근처동네슈퍼에서 간단하게 장을보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때
낯익은 동글동글한 뒷통수를 보고선금새알아차렸다
그아이일거라는걸 남자치고는 둥근어깨의 보통체격의 몸 어두웠지만 그아이가 훤하게 보이는듯했다
천천히 그아이가 앉아있는 계단을 내려갔다 옆에서 기척에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파묻고있던 아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본다
눈이 촉촉하다
"여기앉아서있으면 뭐 해결이나냐?"
"........"
"길 가로막지말고 집에들어가"
내말에 다시 아무말없이 고개를 파묻고 그대로 앉아있는 아이였다
나는 그런 아이를 내려볼뿐이고 몇일전부턴가?..정확히는 언제부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오래되지않은 그전부터 아이는 늘 이렇게 어두컴컴한 계단에 앉아 무슨생각을하는지
깊은 생각에 빠지곤했다 멀쩡한 자기집을 놔두고 집앞 계단에서 혼자 청승맞게 뭐하는지모르겠다
늘 이렇게 있으니까 옆집사는 사람으로써 신경이 쓰일수밖에없었다
그대로 아이를 지나쳐 현관문앞에 서서 도어락을 여는순간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
"저 술한잔만 주세요"
교복을입고선 술을달란다
아마 마트봉지안에 맥주캔들을 본 모양이였다
* * *
"천천히 마셔라"
쇼파위에 앉아서 맥주한캔을 벌컥벌컥 마신다
자주마셔보지않은듯 눈을 세게감은채 그냥 무작정 넘기는 듯 보였다
그런 아이를 보니 웃음이나왔다 어쩐지 내가 첫음주를 하던모습이 생각나서
저아이를 보면 나의 예전모습이 생각난다 어딘가 닮아있는 얼굴.....
그런아이는 나와 달리 낯선사람과도 곧잘 친해졌고 그래서 그런지 옆집에 이사온날 아이는 특유의 붙임성으로
나와 말을 곧잘했다..
나는 그런아이에게 더 끌렸을지도 모르는거고..
반쯤 마신 캔을 탁 소리나게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선 나를 쳐다본다
"아저씨"
"응"
"왜 쳐다봐요?제가 불쌍해요?"
"에?..취했어?"
어쩐지 아까 와는 다른말투 혀가살짝 꼬인듯한 부정확한 발음
눈도살짝 풀린듯하고 볼도 발그레하다
역시나 아직 자주해보지않은 음주에 살짝만 마셔도 금새취한다
이런 아이의 부탁을 거절하지못한채 괜히 데리고 들어온거같단 생각이들었다
"아뇨오 안취했어요"
"........"
"...후..."
혼자 말하다가 혼자한숨쉬고
쇼파위에서 다리를 끌어안고 그위에 고개를 올린다
금방이라도 울듯말듯한 표정을 하고 그런 아이를 보다가 나도 맥주한캔을 따서 마셨다
"...그애지?"
"......."
"너이렇게 만든거 그때 그친구맞지?"
사실 나도 얘측근이아니라서 얘가 뭐때문에 이러는지 사실잘모른다
근데 추측해보자면 몇일전에 얘네집에 놀러온 녀석이있었다 우연히 둘이있는 모습을 보게되었다
그때 그녀석을 쳐다보는 아이의 표정은 누구보다 행복해보였다
그래서 직감했을지도 모른다...아이가 혼자 속앓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혼자 속앓이를 하고있는게 힘든건지 알아서 혼자고민하고 앓고있는 그런아이가 더안쓰러웠다
내말에 천천히 고개를 든 아이의 눈동자가 흔들리는게 보였다
"...아저씨가 뭘알아요"
"......"
"모르잖아요"
"..알아"
"......"
누구보다 잘안다
내가 지금 너랑 하는짓 똑같은짓하고있거든
나도 내가 왜이렇게 됬는지 이아이에게 왜 신경을쓰게됬는지모르겠다
언젠가 부터 아이가 내마음속에 자리를 잡았고 시도때도없이 나를 흔들었다
내말에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하고 떨어진다
".....저한테 왜그렇게 신경써주세요?"
"......준희야.."
"그러면 제가 저희 누나소개시켜줄줄알아요?"
"......."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였다
나는 아이한테 살갑게도 다정하게도 군적이 별로없는데
아이는 내가 자기 한테 신경쓰고있다는게 느껴졌나보다 아이에게 부담주기는 싫었는데
그런데 아이는 이상하게 해석하고있다 물론 준희네 누나가많다는건 안다 나와 비슷한 나이도있는거같고
그런데 누나들한텐 전혀 관심이없다 내 오직 주 관심사는 강준희였는데..
준희 말에 피식 하고 웃음이나왔다 눈에는 눈물들을 달고 나한테 따지지모습이 귀여워서
내가 고개를 살짝 저으니까 그럼왜요 라며 반문한다
"너라서.."
"........"
"너니까...."
"......."
"강준희니까..."
여전히 그렁그렁하게 흔들리는 준희의 눈동자를 보니까
아까부터 쿵쿵뛰던 내 마음까지 흔들흔들 울렁울렁 거린다
그러곤 아이가 앉아있는 쇼파로 다가가 그대로 허리를 숙이고 아이의 입을 맞추었다
....괜히 데리고왔다
울고있는 아이를 보니 주체할수없는 마음이 멋대로 움직여버렸다
아이의 눈이 커지고 주먹을 쥐고 내어깨를 콩콩 두드리는게 느껴졌다
"읍.."
달다..
분명 술맛이 나는게 정상일텐데..달다..
좀더 아이의 입술을 깊게 파고들었다
아이의 혀가 맞닿았고 내어깨를 밀어내는 아이도 그제서야 눈을 감고 뜨거운 혀가엉켜들어갔다
내마음을 만질수있다면 지금 꼭 이온도처럼 뜨거울것이다
아이의 입술을 머금었다가 핥기를 반복하고 쪽 하는 소리와 함께 입술을 천천히 떼었다
아이가 부끄러운지 시선을 내리깔과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는게 보였다 그런아이의 이마에 입을맞추었다
"...그애는 잊어"
".....아저씨.."
"나한테와..."
적어도 널 울리거나 혼자 계단에 앉아 있게는 만들지않을꺼야
내말에 아이가 어쩐지 살짝 웃는 거같기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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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급 땡겨서 썼는데.. 역시나..똥망...윤제를 못잊는 준희를 나타내려고했는데..힝.. 그래도 재밌게읽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