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통해 오는 행복이 두렵다.
당신이 나에게서 영영 떠난다면
이 모든 행복이 불행으로 돌아서서
안고 있던 나를 밀쳐내고
무자비하게 찔러댈까 봐.
당신으로 겨우 회복된 마음이
이제는 돌이킬 수도 없게
전보다도 더 심하게 찢길까 봐.
그래서 나는 망설인다.
그 손을 잡을까 말까.
행여 아직 한번도 잡아 보지 못한 손이
나를 밀어 낼까 봐
"어디야?"
"오빠, 나,, 나 좀 데리러와줘"
"잠깐만 기다려. 지금 데리러 갈게."
참 밉다.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알면서도 너는 모르는 척 계속 주위를 맴돌게 한다.
나는 이런 니가 참 밉다.
미워 하면서도, 나는 또 "데리러 와줘" 다섯 글자에 차 키를 챙긴다.
왜 우는지, 누가 너를 울렸는지, 묻고 싶지만
그 대답이 우리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할 까봐, 묵묵히 운전대만 잡고 있다.
들키듯 보여준 마음에 대한 이렇다 할 대답 없이 이어진 관계에서
나는 여전히 더 어른스럽고, 믿음직한 사람이어야 한다.
초조해 하고 조바심 내는 내 모습이 네 기대와 다를까봐 오늘도 마음을 누르고 또 누른다.
남 주기에 아까운 딱 그 정도 라고 해도, 네가 보이는 일말의 관심에 내 하루가 밝아지기도 어두워지기도 하니까.
"오빠"
"응"
"사람들이 알면 미쳤다고 하겠지? 원래 사랑은 한 사람이랑 하는 거잖아."
"..............."
"아직 잘 모르겠어.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나도 모르겠어.... 오빠도 그 사람도 둘 다 나한테 소중해서, 그 사이에서 이렇게 재고 저렇게 재고 하는 내가 너무 속물같아. 오빠도 내가 밉지?"
오빠도 내가 밉지라고 물어오면 뭐라고 대답해줘야 할까,
재고 따지지 말고 내게 오라고 해야 할까
그런 질문을 하는 순간도 밉지만 사랑스럽다 해야 할까
너는 어떤 말이 듣고 싶은데, 하고 되물어야 할까?
"계속 그렇게 재봐. 그거 나쁜 거 아니야. 계속 그렇게 재다가 정말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한테 가. 그래도 괜찮아."
.
.
.
"근데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만,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재촉하고 싶었다.
이제 그만 재고 따지고, 나에게 오라고.
그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