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문열리는 소리와 함께 우현의 활기찬 목소리도 들려왔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낮 시간에 꼬박꼬박 찾아오는 한 손님이 있었다. 우현은 그 손님의 이름도, 나이도 몰랐지만 한가지 아는것이 있었다면
"안녕하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항상 아메리카노를 시켜먹는다는것. 그 손님에 대해 묘사를하자면, 큰키에 마른체격, 귀여운얼굴을 가지고있고 항상 낮에 와서 아메리카노를 시켜먹었다.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그 남자는 지독하게도 우현의 취향이라는점.
처음에 손님이 왔을 때, 우현은 그 손님을 보고 내가 이런취향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귀여운-혹은 잘생긴-얼굴로 아메리카노를 시켰을때 우현은 정말 의외라고 생각했다. 얼굴만 봐서는 카라멜 마끼야또나 코코아를 시켜먹을것 같은데 쓰디 쓴 아메리카노를 시켰기 때문에.
"오늘도 마시고 가실거죠?"
"네!"
항상 비슷한 시간대에 와서 같은 행동을 취한다.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와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아늑한 창가자리에 혼자 앉아 커피를 마시고는 자신과 눈을 한번 마주치고 가게를 나간다. 이 행동을 반복한지도 3달이 다 되어간다. 우현이 그 손님을 좋아한지도 3달이 다 되어간다.
종종 우현과도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는데 대개 대화내용은
"카페 혼자 하시는거에요?"
"네, 남들이랑 같이 일하기 싫어서요. 혼자가 편해요"
"카페 인테리어는 직접하신거에요?"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고 제가 좀 손을 봤어요"
"카페에 손님 많아요?"
"그냥 가게 크기에비해서는 많이 와요"
그 손님은 절대로 우현에 대해서는 물어보지않았다. 항상 카페나 커피에 대해서만 질문을 했고, 우현은 답답해 미칠노릇이었다. 왜 자신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는지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음날-
어김없이 그 손님은 찾아왔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언제나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둘이었다. 오늘은 손님에 대해 알아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 우현은 커피를 건네주고는 손님을 따라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 시간대가 시간대인지라 자그마한 커피숍 안에는 둘밖에 없었다. 우현이 맞은편에 앉자 그 손님은 당황한 눈치였다. 우현은 그걸 눈치채고 먼저 말을 꺼냈다.
"저희가게 단골손님이신데, 친해져보려구요. 몇살이세요?"
"아... 27살이요."
"28. 내가 형이니까 말 놓아도 되지? 너도 편하게 형이라고 불러. 이름은뭐야?"
"이성열이야. 형은?"
"형은 우현이야. 남우현"
묻는 족족 대답을 잘해주는 성열에 우현은 애써 기쁜마음을 숨기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름도 나이도 알아낸 우현은 제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고는 계속 말을 걸었다.
성열아 넌 왜 매일 여기로와? 여기가 편안하고 맛있어요. 성열아 애인있어? 아니요..없어요. 왜 아메리카노만 마셔? 인생의 쓴맛을 느껴서요. 그럼 에스프레소는? 그건 너무 써서 못마셔요....
한창 대화를 이어가던 도중 성열이 가봐야겠다며 일어났다. 우현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성열으 배웅해주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렇게 꼭 1주일을 꼬박꼬박 오고 8일째 되던날에 우현은 큰 결심을 했다.
"어서오.... 성열이 왔어?"
"네 형! 저 아메리카노~"
일주일사이에 둘은 많이 친해져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커피를 가지고 항상 앉는 창가자리에서 마주앉은 둘은 이야기꽃을 피워나갔다.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하던 중, 우현이 성열에게 질문을 하나 했다.
"성열아, 너 애인 없다고했나?"
"네 형. 자꾸 아픈데 건드리지마요. 애인없는거 서러워죽겠는데..."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
"음......몰라요! 노코멘트!"
"뭐야, 그런게 어디있어. 알려줘"
"그럼 형은요? 애인있어요? 좋아하는사람은?"
"형은 애인없어"
"진짜요?"
"대신 좋아하는 사람은 있지"
"아.....누군데요..? 이뻐요?"
"알려줄까?"
"아니요, 그냥 안들을래요. 형 저 갈게요."
시무룩해져서 일어나는 모습에 우현은 확신을 가졌다. 날 좋아하는구나. 성열이 일어나서 뒤도는 순간, 우현은 손목을 잡고 성열을 돌려세웠다.
"얘기 듣고가. 좋아하는사람 있다고했잖아"
"안들을래요. 형 저 가야되는데...."
그대로 우현은 성열에게 입을맞췄다. 놀란 성열은 우현을 밀쳐내려했지만 그마저도 곧 잠잠해졌다. 잠깐의 키스가 이어지고, 우현은 성열에게 말했다.
"너야. 너라고."
그리고 다시 한번 키스. 성열은 3달동안 카페에 드나들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눈을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