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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왕 전체글ll조회 2228l 1
첫 사랑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1. 나 김정우에게 첫 사랑이란?  

 

 

 

“야 김정우!!!! 지금 배켠!!!! 빨리 티비!!! 티비!!!” 

 

 

 

 

고등학교 때 아르바이트로 알게 된 김여주가 아닐까, 싶다. 항상 큰 목소리로 우리 집에 눌러 앉아 티비를 보는 김여주. 어쩌다 얘를 좋아하게 됐을까..  

 

같은 동네, 다른 학교. 정말 연결고리라곤 하나도 없는 이 누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시작한 패스트푸드점에 오-래된 알바생이었던 누나는 나를 가르쳐주었다. 

 

 

 

“튀김기는 사용하고 불순물 걸러주시면 돼요. 아, 점장님 지저분한 거랑 노는 거 별로 안 좋아하니까 한가하면 행주로 테이블 닦는 척 하고.” 

 

 

“아 네.” 

 

 

“18살 맞죠? 전 19살이에요. 편하게 생각하시고 모르면 마음대로 하지말고 편하게 물어보세요.” 

 

 

 

낯가리는 나와 달리 털털하고 시원하게 나에게 교육인 척 하는 농땡이를 먼저 알려주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남고에 다니는 나에게 여자는 무엇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여자친구가 없었냐고? 있었지. 고1 때. 나 좋다고 몇 개월 쫒아다닌 소꿉친구 영희와 한 연애는 엉망이었다. 우린 어렸고-지금도 어리지만- 서로의 감정만 앞세우다 끝나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누나를 만나 내 안의 무언가 들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아르바이트를 오래 하다보니 누나와 점점 가까워지고 그렇게 스며들었다. 다정함과 주변에 관심이 베이스로 깔려 자주 착각하곤 했지.  

 

 

 

“정우 다음주 생일 맞지! 오복이 선물 사줘야징~” 

 

 

“왜 내 생일인데 오복이 선물을 사?” 

 

 

“오복이 귀엽잖아! 나 오복이 보러 놀러가면 안돼??” 

 

 

“상관은 없는데 생일은 나야.” 

 

 

“점장님! 오빠! 철수야! 다음주에 일 끝나고 정우네집 가자!” 

 

 

 

막무가내인 성격에 어이가 없다가도 웃음이 난다. 내 생일인데 왜 오복이 선물을 사? 그렇게 내 생일이 오자 누나는 오복이 간식을 들고 집에 찾아왔다. 오자마자 오복이를 찾으며 간단한 준비만 돕고 오복이를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보며 나오질 않는다. 중간중간 방에서 ‘아 귀여웡!’하는 소리와 함께...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늦은 새벽 쯔음에 사람들이 하나 둘 돌아갔다. 집 앞에서 누나의 택시를 불러 기다릴 때 가방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하... 나는 왜 이렇게 센스가 좋지? 지금 딱! 어? 감동 받을 시간에. 아직 12시 안 넘었지?” 

 

 

“....이게 뭐야?” 

 

 

“뭐긴- 생일 선물이지. 집 가서 풀어봐. 택시 온다. 나 갈게!” 

 

 

 

상자 안에는 은색의 무난한 디자인의 팔찌와 짧은 메세지를 적은 편지가 들어있었다. 요근래 팔찌를 살까 말까 고민하던 걸 듣고 사온건지 항상 화려한 건 좋아하는 누나의 취향과는 다른 심플한 디자인의 팔찌가 들어있었다. 갑자기 귀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 미쳤나봐. 나 저 누나 좋아하나? 

 

 

 

 

2. 시간이 흘러 

 

 

시간이 지나 20살과 19살 새해를 맞이했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성인을 즐기는 누나와 계속 연락을 이어나갔고 우린 편한 친구 사이처럼 지냈다. 나는 누나를 좋아한채. 부모님이 일 때문에 집에 혼자있는 시간이 많은 나는 심심할 틈이 없었다. 누나는 항상 간다라는 메세지 하나 띡 보내고 우리집에 찾아왔다. 막상 오면 티비에 0튜브 연결해서 엓오의 배켠 영상보기, 오복이랑 산책하기, 요리하기가 전부다. 누워서 핸드폰을 하다가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티비를 키라는 둥, 갑자기 장을 보고선 요리를 하는 둥, 처음엔 당황스러운 행동들이 이제는 익숙해졌다.  

 

고백하지 않냐는 친구의 물음에 나는 ‘이 관계도 끝나면 어떡해.’ 라며 대답을 피해왔다. 나도 누나랑 사귀고 싶지. 손도 잡고 싶고. 하지만 누나는 이제 성인이고 나같은 고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거다. 하지만 내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저녁, 술을 마시러 간 누나와 카톡은 간간히 이어가는 도중 혼자냐는 말에 혼자라 대답을 했다. 그로 20분 뒤, 술에 취한 누나와 손에 봉투를 들고 찾아왔다.  

 

 

 

“.....야 술 마시자.” 

 

 

“나 19살인데...?” 

 

 

“난 17살부터 마셨어.. 괜찮아. 너 부모님이랑도 마시면서 무슨 상관이야. 나 어어어...른이다...” 

 

 

“그래.... 마시자, 마셔. 어우 술냄새...” 

 

 

 

그렇게 시작한 술판에 이미 취한 누나는 헛소리를 하며 배켠에 대한 잘생김과 사진을 들이밀며 주정을 부린다. 나는 대충 대답하며 술을 들이켰다. 그렇게 한 병, 두 병, 빈 술병이 늘어가고 누나는 완전히 취해버렸고 나는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있었다.  

 

 

 

“.........오보가..... 보기야.....” 

 

 

“오복이 자....” 

 

 

“왈.... 와르를....... 왈....” 

 

 

“......이것도 귀엽네..” 

 

 

“....나 귀엽다고?” 

 

 

 

 

오복이를 찾으며 개소리를 짖는 누나에 모습이 귀여워 생각하던게 술에 취해 입으로 나와버렸다. 취한 와중에도 그걸 캐치하고 나에게 물어본다. 하지만 나도 취한 상황에 말이 필터링 없이 나가기 시작한다. 어.. 귀여워. 그 말에 누나는 좋아하냐며 내게 물어왔다. 이때부터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엇이라 대답한 내 말에 누나는 무슨 말을 하고 짐을 챙겨 우리 집을 나갔다. 다음 날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거실로 나가보니 현관엔 가지런히 술병이 서있고 거실은 깨끗하게 치워져있었다. 아마 누나가 치우고 간 것 같다. 누나에게 잘 들어갔냐고 연락을 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아직 안 일어났나.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가 지나갔다. 누나에겐 아직도 연락이 없다. 

 

아마 다시 연락이 온 건 3일 후였을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긴 거냐는 내 연락에 전화 가능하냐며 물어왔으니.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전화를 하자 어색함이 밀려왔다. 아씨... 어색해.  

 

 

 

-어.. 잘 지냈어? 

 

 

“똑같지 뭘..” 

 

 

-그렇지.. 너 술 마셨던 날 기억은 나? 

 

 

“어? 어, 대강.” 

 

 

-그러면 한 번 더 말할게. 미안해. 나 너 안 좋아해. 

 

 

“............” 

 

 

 

저 말을 듣자 그 날의 기억이 나기 시작한다. 귀엽다는 말 다음 좋아한다고 말한 내 대답에 누나는 취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 미안해. 그것도 모르고 연락을 했으니 연락을 안 받은 것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대답없는 나에게 누나는 한 번 더 쐐기를 박았다.  

 

 

 

-나 너한테 선 넘은 행동 한 적 없고, 그래도 너 헷갈리게 한 거면 미안. 연락은... 생각 정리하느라 못 했어. 이기적이지만... 그래도 난 너랑 친구로 지내고 싶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편하게. 

 

 

“.....그게 말이 된다 생각해?” 

 

 

-이기적인 거 아는데... 그래도 너랑 지냈던 시간이 제일 좋았어. 그러니까 우리- 

 

 

“누나 이기적이야. 나 좋아한 적 없다며. 이게 헷갈리게 하는 거야... 전화 끊을게.” 

 

 

-야 김정- 

 

 

 

 

뚝, 전화를 끊고 방에 들어가 한참을 멍 때렸다. 친구 사이로 지내자 할 걸, 기억 안 난다고 할 걸, 그렇게 속으로 후회를 곱씹었다. 어쩌면 당연한 결말이었다. 누나는 날 헷갈리게 한 적도 없고 너무나 편한 모습만 보여주었으니. 1년간 참고 억누르며 숨겼던 내 마음이 허무하게 들킬 줄 몰랐고, 멋지게 하고 싶던 고백은 허망하게 날라갔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더니. 내 첫 사랑은 정말 후회만 가득 남긴채 이루어지지 못 하고 끝났다. 

 

 

 

 

3. 무슨 일이냐면 

 

 

 

 

“어? 언니!” 

 

 

“영희야! 친구랑 왔어?” 

 

 

“응! 나 아이스크림 많이 담아줘!” 

 

 

 

여주의 친한 동생이 놀러왔다. 둘은 부모님의 친분으로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내오며 외동인 서로에게 자매같은 존재였다. 친구들과 놀러온 영희는 비교적 한가한 시간이라 여주와 대화하며 반가워했다.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듯 여주에게 말을 건다. 

 

 

 

“언니 여기 일하는 사람 중에 김정우라고 있어?” 

 

 

“정우? 있지! 오늘 쉬는 날인가? 왜 그래?” 

 

 

“아... 걔 내가 예전에 말한 애야. 내가 좋다고 엄청 쫒아다니고 사귀었다는 애.” 

 

 

 

 

어? 여주는 당황했다. 왜냐면 여주는 정우를 처음 본 순간부터 이상형이라 생각했고, 정우도 여주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 같아 좋았으니. 영희가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도 들었고 그 고민 상담을 해준 것이 자신이었으니 혼란스러웠다. 사실 막상 들여다보면 아무 것도 아닌 관계에 사귀어도 괜찮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무언가 자신을 찌른다. 영희와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 뒤로 정우에게 더 편하게 지내려 노력했다. 거리두면 티날까봐 더더욱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고 좋아하는 가수 얘기를 하며 지냈다. 하지만 정우의 고백에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영희는? 내가 이러면 영희가 실망할텐데? 그래서 선을 그었다. 더이상 가까워지면 내가 흔들릴테니까. 이기적이게도 정우에게 고백을 없던 일로 하고 평소로 돌아가자했다. 정우와 있던 시간은 여주에게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으니까. 하지만 당연하게도 정우는 그것을 거절하고 우리는 돌아갈 수 없는 사이가 되버렸다. 첫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더니 정말이었다. 

 

 

 

 

 

 

 

— 

 

제가 20대 중반 정도인데 고등학교 시절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할때 친해진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조금의 각색(?)이 있어요. 전부 똑같진 않고 전체적인 뼈대만 비슷하게 한 것 같아요. 친구의 첫사랑은 같은 아르바이트가 아닌 학원에서 시작된 거지만 그러면 말이 길어질 것 같아서 바꾸어봤어요. 가끔 올리는 글에 댓글이 달리면 그 힘으로 글을 쓰는 것 같아요.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매번 스토리에 술이 들어가는 것 같은데 제가 생각하는 술은 나쁜 점도 있지만 인간에 본심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도구같아 그런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그래도 과한 음주는 좋지 않죠. 미성년자 술은 더더욱... 글에 적어놓고 이렇게 말하니 웃기네요^^; 오늘따라 사담이 기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피엔딩이 아닌 새드엔딩이라 슬프시겠지만 현실적인 걸 표현하고 싶어 어쩔 수가 없던 것 같아요. 다음엔 좀 더 밝은 글을 써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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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안녕하세요!! 약간 해피엔딩을 기대했는데 제 욕심이었ㄴㅏ봐요🥲🥲 하지만 재미나게 잘 보고 갑니다ㅎㅎ 글 자주 써주세요💘💘
3년 전
감자왕
안녕하세요ㅎㅎ 재밌게 봐주셨다니 다행입니다! 아마 다음 글은 해피일 것 같아요 기대부탁드려요!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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