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 왜 그 날씨도 좋고 일이 술술 잘 풀리면 꼭 안좋은 일이 하나씩 터지지 않던가. 지금 내가 그래! 2주간은 선생님들 수업 참관 따위의 자잘한 것들만 하면 돼서 한시름 놓고 있었다. 왜 한시름 놓았을까... 역시 난 멍청해. 선생님 예뻐요, 몇 살이에요? 처음엔 역시 아이들은 귀여웠다. 근데 점점 질문의 수위가 높아지더니 남자친구 있어요? 첫 키스는 해 봤어요? 혹시 남자랑 자 본 적도 있어요?... 당황해서 어색하게 웃으며 눈만 굴리고 있었는데 그 학생들의 뒷통수를 가격하는 손이 있었다. 궁금하면 야동이나 처 보던가. 무심하게 말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학생의 비주얼은 훈훈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속으로 감탄하고 있는데 그 학생의 뒤로 중지손가락을 올리며 욕을 해대던 학생들이 이내 나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왜, 왜! 내가 뭐! " 쌤. " " 어? " " 쟤 이름 오세훈이에요. 웃기죠 " " 아... " " 저거 다 똥폼. " " ...얘들아? 선생님 들어오시는... " " 쌤 예뻐서 저러는 거예요. " 그거 참 고맙구나... 학생들이 자리에 앉고 나는 그저 뒤에서 서 있었다. 저 아이 이름이 오세훈이랬던가. 되게 익숙한 이름이네... 혼자서 킥킥거리다가 세훈이 자리를 봤는데 그새 엎드려 자고 있다. 솔직히 이 반 담임선생님 수업은 진짜 정말로 지루함의 끝을 달렸다. 하나 둘씩 무너지다가 절반 이상이 엎어지자 드디어 수업 끝나는 종이 울렸다. 나도 이랬는데... 그래놓고 집에서 공부하려니까 이해 안가서 후회했지. 그건 둘째치고 안 졸려고 꼬집은 허벅지가 너무 아프다... 주섬주섬 노트 따위를 챙기다 고개를 들었는데 마침 세훈이가 꾸물꾸물 일어나고 있었다. 왜 넌 얼굴이 안 붓는 거니... 머리 완전 부시시한데 왜 귀엽고 난리니...? 세훈이랑 정통으로 눈이 마주쳤다. 어떡하지? 뭘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소 날카롭게 느껴지는 시선이 내 손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난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하하! 왜 그냥 가! 이 미친듯한 뻘쭘함과 쪽팔림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 아까 나 구해준 학생 아니었니...? 젊은 선생님하고 친해졌다. 자신이 교생실습때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그 비법이랑 아이들과 친해지는 법을 완전!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확실히 성격도 좋고... 이 때문인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듯 싶었다. 내가 되고 싶은 선생님 표본이다. 진짜 부러워. 그 선생님과 점심을 먹고 양치 후 내 자리에 뻗어 있었다. 평온하고 조용해 점점 나른해져 눈이 감겼다. 여기 밥 진짜 맛있는 것 같아... 그 순간 문이 쾅 열리면서 한 학생이 주임 선생님께 귀가 잡혀 들어왔다. 어, 세훈이네? 주임 선생님께서 세훈이 귀를 내팽겨치듯이 놓고는 얼굴이 벌게진 채로 씩씩거리며 입을 여셨다. " 너 이 새끼가, 너 어제 또 경찰서 갔다며? " " 아 뭐요. 다 해결했는데. " " 그렇게 살래? " " 네. " 날 구해준 그 세훈이가 경찰서? 내가 잘못 들은거였으면 좋겠는데... 그건 아닌 듯 싶었다. 경찰서 앞에 붙은 '또'의 의미가 뭔지 잠시 헷갈렸다. ㄸ...ㅗ... 게슈탈트 붕괴현상이라 하던가. 또...라면 자주 이런 일이 있나. 또 세훈이와 눈이 마주쳤다. 뭐 반응할 새도 없이 시선을 돌려 주임선생님을 똑바로 쳐다보는 세훈이다. 너 굉장히 쎈 아이구나? 주임선생님은 말문이 막혔는지 어버버하다가 측은한 눈길로 세훈이를 바라보셨다. " 너 나중에 진짜 후회한다. " " ... " " 사람으로써 얘기하는거야. " " ... " 세훈이는 대답이 없었다. 깊은 한숨을 내쉰 주임선생님께서 세훈이한테 가라고 손짓하셨다. 내가 봐도 세훈이 너 나중에 가서 후회할 것 같아. 주임선생님은 내 옆자리셨다. 세훈이가 나가고 털썩 앉으시더니 마른 세수를 하신다. 쓸데없이 오지랖만 넓은 내가 이런 일에 가만 있을 리 없다. 이 오지랖 이런데 쓰라고 내려주셨나 보다. 그 짧은 4주동안 이 아이와 친해지기라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어린 양이 늑대 소굴로 빠지는 걸 보고 있기만 할 수 없잖아... 교생도 잠시 선생 아닌가. 이상한 오기가 생긴다. 둘째 날. 교생실습에도 목표가 생겼다. 첫째, 점수를 잘 받자. 둘째, 선생님 체험을 해 보자. 셋째, 어린 양의 길을 바로 잡아주자. 근데 벌써부터 세훈이가 지각이다... 1교시 수업 참관 중인데 세훈이는 코빼기도 안보인다. 무슨 일 있나. 맨 뒷자리에 앉아있는, 어제 나한테 짖궃은 질문을 던졌던 학생에게 세훈이는 맨날 이렇게 늦냐 물으니 그렇지는 않단다. 왜요, 관심 있어요? 또 짖궃어진 학생의 표정에 에이... 그런 관심은 아니지! 하면서 슬쩍 빠져나왔다. 그리고 얼마나 있었을까, 조심스레 뒷문이 열리고 반 아이들과 선생님, 나까지 일제히 그 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드디어 왔네. 세훈이도 얼굴이 붓는구나! 귀여워서 슬핏 웃음이 흘러나왔다. 수업이 끝나고, 애들이 이동수업이라고 우르르 나가는데도 세훈이는 그대로 자고 있었다. 예상보다 더 막장이네. 조심스럽게 세훈이의 어깨를 톡톡 치니 궁시렁대면서 일어난다. 내가 방금 들은 씨발이라는 단어는 못 들은걸로 할게 세훈아... " 뭐예요. " " 지금 미술시간 아니야? 미술실 가야지. " " 좀 있다 가도 돼요. " " 그래도 결과 처리 되기 전에 얼른 가... " " 여기 4주 하다가 안 오는 거죠? " " ...어? " " 선생질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 헐, 충격이다. 놀라서 굳어 있는 동안 세훈이는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넣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교실을 나갔다. 선생질이래... 너무 한거 아닌가. 버릇 없어. 그러니까 더 고쳐주고 싶다. 점심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 귀신 들렸냐고 물을 정도로 급하게 먹고 난 뒤 세훈이네 교실로 갔다. 설마 밖에 있다거나 그렇진 않겠지... 다행이도 세훈이는 3학년 학생 두 명과 같이 교실 문 앞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냥 얼굴에 철판 깔고 그 사이에 꼈다. 뭔 얘기를 해야 하나. 날 아직 모르겠지? 안녕 난, 하자마자 여학생의 말에 내 말이 뚝 끊겨버렸다. " 어! 우와! 선생님이 그 교생쌤이에요? 진짜 예쁘시네요. " " ...고, 고마워...하하! 세훈아? 점심 먹었어? " " ... " " 야 오세훈, 묻잖아. " " 안 먹어요. " 예쁘장하고 귀엽게 생긴 여학생이 나한테 예쁘단다. 너한테 그런 말 들으니까 좀 이상해... 대충 얼버무리고 세훈이한테 밥 먹었냐고 물으니 대답이 없다. 옆에 있던 남학생이 세훈이한테 말 하니 그제야 안 먹는다고 대답해준다. 뭐니 넌...? 잠시 저 남학생이 되고 싶었다. 아, 아직 이틀째야. 괜찮아... 내 눈에서 나오는건 땀이니? 내가 점심 여부까지 왈가왈부하기에는 아직 간이 덜 자랐나보다. 어 그래...? 하고는 그냥 보낼 뻔 했다. 3학년 학생들이 가고 교실로 들어가려는 세훈이 팔을 붙잡았다. " 또 뭐요. " " 5교시 뭐야? " " 몰라요. " " 이동수업이면 늦지 말게 가고. " " ...담임도 이렇게 관리하진 않는데. " " 어? " " 좀 귀찮아요. " 귀찮다니... 못들은 걸로 할게. 나 쉬는시간마다 올거야. 주절주절 흘려놓는 내 말 도중에 세훈이는 교실로 들어갔다. 네가 말한 선생질 한번 해 보자. 내가 있는 4주동안은 사고 못 치게 할 거다. 진짜로. ------ 그냥 지르고 보는거죠 ^ㅠ^ 공부는 무슨... 의외로 술술 써지데요... 중간에 3학년 학생은 백징!! 루한썰 잘때인사는 제가 너무 부족해요...ㅎ...ㅋ... 차라리 이걸 끝내고 그걸 1편부터 다시 쓰는게 나을 것 같아요... (오열) 슈키라 들으러 갈게요!! 끝나고 봬요~ 암호닉 유자닌자님 뚜근뚜근님 쥬스님 오미자님 지호를워더한다님 백현됴아하세훈님 디노님 호두님 멍멍님 둑둑님 핸드크림님 꽃반지님 민덕님 스윙칩님 박꽃님님 자나자나님 이든님 이땡땡님 용용이님 알로에님 고기님 사과님 둘리님 정주행님 망고님 비야님 탄산님 정은지님 플랑크톤회장님 수박바님 비글비글님 푸우곰님 당근님 타오님 슈퍼님 쁘티첼님 날다람쥐님 쫄보님 팅커벨님 징징이님 둡뚜비님 후라보노님 빨대님 빨강큥님 됴아하디오님 하트님 됴륵님 자일리톨님 오후님 메가톤님 숟가락님 첸첸님 제이너님 헬리코박터균님 메론바님 렌즈님 이과생님 민트초코님 씽씽이님 히짱님 주황님 똥백현님 종구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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