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김종인은 권태기였다. 비 오는 날 마냥 습해 눅눅한 것 같은 상태로 침대위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옆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끊겼다를 반복하다가 방금 배터리 방전이라는 알림이 뜨더니 장렬히 방전됐다. 친구에게 김종인이 바람 났다고 떠들을 기분도 아니었다. 나는 어제 밤 새 너의 연락을 기다렸다. 친구와 집으로 가는 길, 네가 여자와 모텔로 들어가는 걸 봤다. 그 장면을 보고도 새벽 내내 너의 연락을 자지도 못 하고 기다렸다. 동이 트는 걸 보면서 생각했다. 그러니까, 김종인은 권태기라고. 너는 해가 중천에 뜨고서야 자고 일어났다고 문자를 했다. 내가 어떻게 해야 돼? 결론이 나지 않아서 핸드폰을 잡고 계속 만지작 거리다가 문자를 보냈다. 종인아, 우리 헤어질 때가 된 거 같아. 잘지내. 김종인은 내가 문자를 보낸 후 두시간 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나는 그 두시간동안 씻고, 밥을 먹고 텔레비젼을 봤다. 하루종일 잠을 못 자서 뻑뻑한 눈에 눈물이 맺혔다. 단지 눈이 아파서였다. 티비를 끄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평온했다. 속이 상하거나 그런 것도 없었다. 김종인을 많이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불을 목 끝까지 올렸다.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전화가 왔다. 김종인일까, 핸드폰을 확인 할 용기가 안 났다. 바로 옆에 있는 핸드폰을 잡질 못 하고 망설이더니 전화가 끊겼다. 핸드폰을 집었다. 전화가 한 번 더 왔다. 확인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김종인이었다. 빠져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 밀듯 내게로 오라. Written by, Aau. [전화 받아봐.] [세훈아, 왜 이러는데.] [우리 진짜 이렇게 헤어져?] . . [잘 지내.] 김종인은 무뚝뚝하다. 아니면, 이제 날 안 좋아해서 그러는 걸까. 잘지내라는 문자는 조금 쓰리기도 했다. 먹먹해진 가슴을 퍽퍽 치고는 애써서 충전 시킨 핸드폰 배터리를 분리시켰다. 잠이 깼다. 그냥 울고 싶어졌다. 핸드폰 사진들은 다 지워야겠지, 핸드폰 자체를 바꿔야겠지. 아직도 환한 밖이 원망스러워졌다. 많은 일이 일어난 거 같은데 밖은 아직도 환하다. 시간이 더디게 가고, 이렇게 시린 것도 더디게 정말 더디게 나아지겠지. 문득 예전에 그런 글을 본게 기억이 난다. 이별 후, 애써 상대방을 잊으려는 드라마는 찍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왜 힘들어하며 잊을까, 그저 시간이 흐르는대로 기다리겠다고 그리움마저 즐기겠다고. 뭣 모를 때는 쉽게 다짐하고, 생각하고. 이제야 비로소 그들이 왜 지지리도 이별에 애석해하고, 궁상맞고, 눈물을 뿌리고 지리멸렬했는지 깨닫는다. 정말,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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