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별모양곰돌이
12.
큰 건물 안으로 들어가던 동우는 자연스럽게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규엔터테인먼트의 층수를 찾은 동우는 한 숨을 폭- 하고 쉬었다. 일단 거절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왔다. 성규도 얼굴 보고 얘기하자고 했었고. 회사로 올라간 동우는 안내원의 안내를 받고 사무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캐주얼 정장을 차려 입은 성규는 안경이 어울리는 사내였다. 몇 번 마주친 적은 있었지만 짧은 인사만 주고받았을 뿐. 딱히 달가운 사이는 아니었다. 거기다 나의 호원이가 싫어하는 사람 아니던가?!
동우는 성규에게 인사하고 사무실 중앙에 마련된 소파에 앉았다.
“날씨가 좋죠?”
“네. 놀러가고 싶네요.”
“전에 제안 한 계약에 대해서 답변하러 오신 거죠?”
“네. 대표님께서 이미 예상하셨겠지만...”
“네.”
“저는 계약할 생각이 없어요.”
똑 부러지게 얘기 한 동우가 멋쩍게 웃었다. 왠지 성규에게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할 것 같았다. 안 그러면 설득을 당해버릴 것 같아서였다. 잠자코 동우의 답을 들은 성규는 한 방 맞은 느낌이었다. 의외로 쉽게 넘어 올 인물은 아니었다. 하긴. 이런 배짱 없이 이호원을 잡기란 쉽지 않았을 것. 라디오 시작 초반에는 얼마나 기싸움이 심했는지는 성규도 익히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기새등등한 이호원이 동우에게는 깨갱-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 저는 라디오가 좋아요. 그걸 위해서 노력도 많이 했어요.”
“...”
“남들은 서울대씩이나 나와서 왜 라디오작가나 하냐고 하지만 저는 하고 싶었어요.”
“조건이 마음에 안 드는 건가요?”
“아니요. 그런 걸 원했다면 저는 라디오작가가 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생각해 주신 건 감사하지만. 정중하게 거절하겠습니다.”
동우는 성규가 메일로 보낸 가계약서를 프린트를 해서 성규에게 주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완벽한 거절이라 이거다.
“확실하시네요. 가볍지 않은 조건인데.”
“하하, 나중에 후회할 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지금은 젊은 패기로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려고요.”
젊은 패기라... 성규는 패기라는 단어가 참으로 어색하게 느껴졌다. 스물여섯.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매니지먼트 사업에 뛰어 들었다. 뛰어난 안목과 이해타산적인 성규의 면목이 제대로 발휘 한 덕에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달려오기만 했었는데... 성규는 안경을 벗으며 피식- 바람 빠지는 웃음을 뱉었다. 그런 성규를 보며 동우는 갸우뚱. 설마 여기 가둬져서 강제 계약을 하는 건 아니겠지...
“제가 나는 새를 억지로 잡으려 했네요. 이기적이었어요, 제가.”
“네?”
“아닙니다. 뭐... 이대로는 아쉬우니까 식사라도 할까요? 제가 대접할게요.”
“아니, 괜찮은데...”
“뭐야? 지금 여기서 뭐해?”
김명수다.
**
명수에 의해 억지로 쫓겨 난 동우는 갑자기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에 얼굴이 새빨게 지기 시작했다. 명수가 버럭 화를 내며 자신을 쫓아냈으니까. 동우가 다시 들어가려고 했지만 이미 사무실 문은 잠겼다. 거기다 문은 어쩜 그렇게 방음이 잘 되는 지... 동우는 그 앞에서 안절부절 못 하다 사무실 문에 귀를 기울였다. 아이씨... 되게 안 들리네. 동우는 엉덩이를 더 뒤로 쭉- 빼고 문에 최대한 귀를 붙였다.
“이거이거. 이 자유분방한 궁둥짝을 진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제 엉덩이를 누군가가 그러쥐었다.
“으앗!”
너무 놀라 소리도 제대로 못 지르고 입을 막은 동우는 깜짝 놀라 몸을 돌렸다. 앙 다문 입술에 짙은 눈썹이 꿈틀거리고 있는 인간은 이호원이었다.
“깜짝이야...”
“누가 그렇게 엉덩이 내밀고 있으래? 다른 사람이 보면 어쩌려고 그래?”
“누가 본다고...”
“여기서 뭐해? 나한테 연락도 없이.”
“그럼 너는 여기서 뭐하는데?”
“여기 제가 소속되어 있는 곳이거든요.”
호원이 동우의 이마를 검지로 밀었다. 덕분에 문에 콩- 하고 머리를 박은 동우가 울상을 지었다.
“여기서 뭐 하냐고.”
호원은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가만히 안 두겠다는 투로 물었다. 동우는 아차! 하더니 다시 몸을 돌려 사무실 문에 귀를 기울였다. 자연스럽게 또 뒤로 쭉- 빠지는 엉덩이를 보며 호원인 기가 찼다. 하- 하고 헛웃음을 친 호원이 아예 동우의 엉덩이를 쭉 밀었다.
“엉덩이 내밀지 말라고, 쫌!”
“지금 안에서 너네 사장님하고 명수하고 싸운다고!”
“둘이? 그게 무슨 상관임? 형이 왜 여기 있냐고!”
“둘이 안에서 싸운다니까?”
“자주 있는 일이야, 내버려 둬.”
자신에게 관심은 없고 온통 안에만 관심이 쏠린 동우에게 질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호원은 그대로 동우의 팔짱을 끼고 그대로 끌었다. 주변 사람들이 보든 말든 상관 안 하고 그대로 질질 끌었다.
“아오, 나도 걸을 수 있어!”
동우가 호원의 손을 뿌리치자 이번에는 뒷덜미를 잡고 질질 끌기 시작했다. 호원의 빠른 걸음을 쫓아가지 못 해 몇 번을 넘어질 뻔한 동우가 이제는 호원의 옆구리며 팔이며 마구 때리고 있었다. 우악스럽게 동우를 끌고 간 호원이 동우를 차에 강제로 밀어 태웠다. 동우를 뒷자석에 태운 동우를 안으로 안으로 밀었고 강제로 밀린 동우의 옆에는 호원이 탔다. 누가 연예인 차 아니랄까봐 코팅은 엄청 해서 불을 안 켜면 깜깜할 정도.
“왜 그래?”
“요즘 우리 천사님이 살이 많이 빠져서... 조공!”
아까 전 표정 굳어서 세상 다 멸망시킬 것 같던 이호원은 어디로 가고? 미리 준비를 해 둔 모양인지 쇼핑백 안에서 뭔가를 잔뜩 꺼냈다.
“이건 악마의 음료라는 거... 이게 1000 칼로리래. 그리고 이건 초코 브라우니, 치즈 케이크, 딸기 생크림, 녹차 쉬폰 케이크...”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조각 케이크들을 보며 동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원채 단 걸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많은 것을 보니 참 당혹스럽다.
“칼로리 높은 것만 골라서 가지고 왔어.”
“왜?”
“요즘 내 사랑의 막대기가 너무 쎈가... 형 살이 쪽쪽 빠지고 있잖아.”
“에... 부끄러운 소리 한다!”
“뭐 어때. 빨리 먹어.”
“너는?”
“나는 아메리카노~”
호원이 제 손에 든 컵을 흔들었다. 한꺼번에 조각 케이크 네 개라니... 동우는 차 안에 있는 거울을 보며 얼굴을 매만졌다. 요즘 볼 살이 좀 빠졌다 생각했는데 진짜 살이 빠진건가.
“나 젓살 빠지는 거 같은데...”
“아니야, 살이 빠졌어. 형 엉덩이가 예전 같지 않아.”
달디 단 음료가 목을 넘어가는 것을 느끼며 동우는 호원이 입에 넣어주는 케이크를 오물거리고 있었다. 비싼 거라 그런지 맛은 좋다.
“너도 먹어.”
“난 다이어트.”
다이어트를 한다는 호원을 슬쩍 흘긴 동우가 호원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다. 동우가 입에 물고 있었던 음료가 그대로 호원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입에서 입으로 옮겨진 초콜렛을 씹으며 호원이 입술을 닦았다.
“와, 맛있다.”
“이거 그거 맞지? 악마의 음료.”
“형 입술 맛있다.”
아오... 미쳐. 저렇게 닭살이 퐁퐁 솟아나는 말은 어쩜 저렇게 잘 하는 건지. 동우는 돋아나는 소름을 손바닥으로 쓸며 몸을 떨었다.
“아 근데 두 사람은 괜찮나? 명수 엄청 화났던데.”
동우가 케이크를 다 먹었다 싶으면 자동으로 동우의 입에 다시 케이크를 넣어주던 호원이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가락에 살짝 묻은 크림을 핥아 먹었다.
“자주 그래.”
“근데 좀 크게 싸웠단 말이야.”
“근데 오늘 회사 왜 왔어?”
“아... 전에 말 했잖아. 나 계약 하고 싶다고...”
“아, 그거? 그거 이미 거절한 거 아니었어?”
“아니 만나서 확실하게 말 하려고.”
처음에는 호원이 먹여주는 걸 쑥스럽다 하더니 이제는 낼름낼름 잘도 받아먹는다. 호원이 생크림케이크를 주자 도리도리. ‘치즈 먹고 싶어.’란다. 호원은 동우의 말 대로 치즈케이크를 동우의 입 안에 넣어 주었다.
“아, 배불러.”
“배불러? 아직 많이 남았는데...”
“이미 살 많이 찔 것 같아. 그리고 단 거 너무 많이 먹어서 질려.”
“정말? 단 거 좋아하잖아.”
“그것도 정도껏이지.”
“음...”
뭔가 실패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호원의 어깨가 바로 축- 내려갔다. 호원의 머리에 귀가 달렸다면 접혔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입술을 삐죽이 내밀고 있는 호원을 보던 동우가 호야~ 하고 불렀다. 어라? 호원이 안 돌아 본다.
“호야, 나 초코케이크.”
“...”
“나 케이크 먹고 싶어~”
“... 진짜?”
“응. 다 먹을게. 다 먹을 수 있어.”
동우가 다 먹을 수 있다니까 금새 또 웃으면서 초코케이크를 먹여 주는 호원이다.
**
“유치하게 이러지 말라고 했지!”
명수는 탁상에 있던 가계약서를 찢으며 성규의 앞에 뿌렸다.
“이딴 식으로 하지 말라고!”
성규가 동우와 계약하려는 거는 뻔한 속셈이었다. 계약을 해서 라디오를 그만두게 한 뒤 옆에 두고 괴롭힐 생각이었겠지. 아니면 바로 계약을 해지시키거나 작가를 하지 못 하게 하거나.
“왜 그래, 형? 왜 그래?”
가만히 명수의 말을 듣고만 있던 성규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숨을 몰아 쉰 성규가 살짝 머리를 헝클이며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려 했다.
“이제 안 해. 마음 접었다고.”
“...”
“너가 동우씨한테 빠질 만 해. 안다고.”
성규는 몸을 돌렸다. 명수에게 등을 돌린 성규가 창가로 갔다. 높은 빌딩에서 보는 한강이 그나마 마음을 조금 안정되게 해 준다. 창문에 비친 명수를 보며 성규는 목이 메이는 것을 겨우 참았다.
“하긴... 우린 확실하게 사귀는 것도 아니었잖아.”
“...”
“그러니까 헤어지는 것도...”
“...”
“미안해, 내가 집착했어. 너한테.”
성규의 독백이 이어질수록 명수는 웃음이 나왔다. 아- 혼자 삽질을 좀 하셨다 이건가?
“야. 김성규.”
“... 뭐?”
성규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고개를 돌려 명수를 보았다. 어느새 가까이 온 명수가 소매 끝으로 성규의 눈물을 살살 닦아줬다. 그게 더 서러워진 성규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울음을 참으려니 귀가 빨개지고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누가 혼자 삽질하래? 누가 누구한테 빠져. 나는 김성규밖에 없는데.”
“...”
“내가 왜 동우형하고 바람을 핀다고 그래.”
“...”
“바보야, 나이는 어디로 먹냐? 니가 그러고도 서른 일곱이야? 하여튼 애야, 애...”
“씨이... 나 애 아니야.”
“으이그~ 니가 애지 형이냐?”
명수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훌쩍거리는 성규를 품에 꼭 안았다. 완전히 품에 꽉 안는 명수만의 포옹을 느끼며 성규는 눈물이 터지려는 것을 억지로 막지 않았다.
“흐읍... 나는... 나는, 니가... 나 떠나는 줄 알고...”
“으이그~ 그랬어?”
“나는 너 없으면... 진짜, 딸꾹!”
“얼씨구?”
이제는 딸꾹질까지 한다. 진짜 가지가지 한다. 이 아저씨가 곧 불혹이면서... 울다가 딸꾹질 하다가 참나...
“아이고~ 우리 형 애기네, 애기.”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에이, 진짜. 동우형 이호원하고 사귀고 있잖아! 내가 미쳤어?”
“... 뭐? 딸꾹,”
“아... 말 하지 말라고 했는데.”
“딸꾹, 이... 이호원 이놈이 그래서 라디오를... 딸꾹,”
“하하...”
“그것 때문에 딸꾹, 촬영도 미루고, CF도 날리고!!! 딸꾹,”
아아- 우선 이 늙은이는 물부터 먹이는 게 먼저인가 보다. 명수는 멋쩍게 웃으며 성규를 등을 두들겨 주었다.
**
호원이 나온 방송은 꼬박꼬박 보는 동우는 호원의 팬카페에 들어가 호원의 인터뷰 영상을 일일이 보고 있었다. 확실히 화면발 진짜 안 받는단 말이야... 길거리에서 걸으면서 하는 형식의 인터뷰였다. 인터뷰를 하던 중 리포터가 질문을 했다.
“요즘 호원씨 표정이 밝아졌다는 얘기 안 들으세요?”
“하. 하. 하... 팩을 바꿨더니.”
“아~ 이게 호드립이라는 건가요?”
“하하...”
작은 광장이 나오자 리포터는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자, 국민오빠 이호원씨에게 질문 받습니다!!”
주변에서 손을 뻗는 사람들 중 한 명을 지목한 리포터가 그녀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오빠! 요즘 사진을 보면 웃는 사진이 많은데 좋은 일 있어요?”
“네, 있습니다.”
그 옆으로 마이크를 받은 한 사람이 또 질문을 던졌다.
“최근에 한 연애는 언제?”
“항상이죠.”
“꺄~~~”
동우는 풋- 하고 웃었다. 호원은 카메라를 의식하며 코를 한 번 만지고 귀를 한 번 만졌다. 동우도 화면을 향해 코를 만지고 귀를 만졌다.
“호원씨 이상형은 어떻게 돼요?”
“말 안 듣는 사람이요.”
어허, 이것 봐라? 동우는 모니터 속 호원을 얼굴을 주먹으로 콩- 찍었다. 말은 자기가 더 안 들으면서.
리포터는 호원에게 다시 물었다.
“왜 말 안 듣는 사람이 이상형이죠? 특이한데요...”
“제가 챙겨줄 수 있잖아요.”
“오오~ 역시 국민오빠 같은데요?”
턱을 괴고 인터뷰를 보던 동우는 치- 하고 호원을 비웃었다.
“국민 오빠는 무슨. 니가 말을 더 안 듣지, 바보야.”
화면 속 호원은 동우를 향한 말을 할 때 마다 코와 귀를 만졌다. 인터뷰영상이 끝난 뒤 동우는 호원에게 문자를 남겼다.
[너야말로 말 좀 들어.]
촬영중인 것 같아서 문자를 보냈더니 바로 답장이 온다.
[반사.]
아오~ 초딩! 동우는 핸드폰 액정에 꿀밤을 때렸다.
[그래도 내가 형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당연하지. 나도 내가 너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당연히 그래야지.]
바로 촬영 들어간다는 호원의 답장과 함께 동우는 침대위로 풀썩- 누웠다.
“오 마이 스타, 이호원.”
동우는 호원과 함께 찍은 커플 사진을 보며 호원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기를 바라며 사진 위에 뽀뽀를 했다.
그리 평탄한 인연의 시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꽤 괜찮은 연인 아닌가. 어쨌든 지금은 행복하고, 싸우긴 해도 함께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지 않은가. 동우는 호원이 밤에 꼭 안고 자라고 선물해 준 커다란 돌고래 인형을 안고 잠이 들었다.
**
“한유미?”
성규는 사무실로 들어온 그녀를 보며 그녀가 한유미임을 다시 확인했다. 이호원과 스캔들이 가장 많이 났던 여자. 호원보다 한 살이 많은 그녀는 아역배우 출신에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로 떠오르는 20대 스타였다. 그런 그녀가 이곳에 올 연결선은 이호원 하나밖에 없었다. 성규는 유미를 자리에 앉게 했다.
“왜 왔는지 감이 안 잡히는데... 유미씨 소속사에서도...”
“소속사는 몰라요. 저 혼자 온 거예요.”
“응?”
유미는 백에서 서류봉투 하나를 꺼냈다. 성규는 그 봉투를 뜯어 안을 열어 보았다. 성규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3개월이래요. 생각해보니 그 때는 이호원하고 한창 사이좋을 때였거든요.”
“잠깐만. 그러니까... 유미씨가 지금...”
“결혼발표를 하고 싶어요.”
“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뒤 이혼을 해도 좋아요. 이미지 관리는 그 때 가서 몇 년만 하면 되는 거니까.”
“이봐요, 유미씨. 이런 얘기는 나 말고 이호원하고 해요.”
“이호원 연락 안 받아요. 그래서 직접 온 거예요.”
“잠깐, 유미씨. 나 생각 좀 하고... 일단 돌아가요. 내가 직접 이호원을 만날 테니까.”
유미는 선글라스를 끼고 사무실을 나갔다. 유미를 보며 성규는 소파에 쓰러지듯 앉았다. 김명수랑 사이 좀 좋아지나 싶더니. 라디오 잘 한다 싶더니. 장동우랑 잘 지내나 싶더니. 연기 좀 잘 한다고 칭찬 좀 받나 싶더니. CF좀 들어온다 싶더니... 속도위반 결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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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