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기 전 유의할 점!
주군의 태양을 소재로 한 팬픽입니다.
다르게 쓰려고 노력은 할 거지만 의도치 않게 드라마와 비슷하게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은 그냥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성] 주군의 태양 00 (프롤로그)
W. 나날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천둥번개가 치는 밤, 한 남자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두 손으로 귀를 꾹 막고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아저씨.. 제발 내일 하면 안 되요? 비 오는 날은 진짜 싫은데..진짜 정말로 내일은 꼭! 들어.. 악!!!"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이불을 들쳐내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빠른 속도로 옷을 갈아입고 서랍에 있는 우비를 꺼내들고는 현관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잠깐 멈춰서는,
"근데..아저씨.. 진짜 내일하면 안 될..아악!!! 알았어요, 알겠다구요! 지금 갈게요! 그러니까 제발 그런 표정 짓지마세요.. 정말 무서워죽겠어어-."
남자가 신발을 신고 우비를 펼쳐 두 팔을 슥슥 끼우곤 우산을 손에 들었다.
"근데...으아! 아, 안 간다는게 아니라 어디로 가야하는 지 물어보려고 한 거예요. 정말 무섭다니까 왜 자꾸 그래요.."
아, 정말 싫은데.. 이런 날은 진짜 무서운 데.. 아아- 정말 싫다... 남자가 뒤를 살짝 돌아보다 흐익! 하며 기겁을 하며 다시 앞을 봤다. 제발 저런 표정 좀 그만 지으라고오오..
"어디로 가라구요?"
남자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묻고는 집 밖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
-죄송합니다, 사장님.
"아닙니다. 이실장님은 아프시면 안 되는거 아시죠? 쉬는 동안 걱정말고 몸관리나 잘하세요.
-몸 괜찮아지는대로 바로 출근하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그럼 비 오는데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끊어요."
전화를 끊은 우현이 휴대폰을 자켓 안주머니에 넣고 하늘을 한 번 쳐다보았다. 물바가지를 연속으로 쏟아붓는 것 같군. 우현의 미간이 좁혀졌다. 젖는 건 딱 질색이지만 이실장님이 아픈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걸어가야하는 상황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우산을 펼쳐든 우현이 큼- 하며 헛기침을 한 번 하고 건물 밖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우산을 썼는데도 바람때문인지 비가 비스듬히 내리는 바람에 보송보송하던 양복에 동그라미가 하나 둘 생겼다. 한참을 걷고 있을 때 쯤 우현은 누군가와 부딫히는 바람에 손에서 우산을 놓쳐버렸다.
"지금 가고 있잖아요. 여기서 더 어떻게 빨리.. 아! 어, 죄송해요.."
남자는 우현이 비를 맞고 젖어가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자신이 쓰고 있던 우산을 우현 쪽으로 기울여 씌워주었다.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양복은 다 젖어버린 걸 느낀 우현이 손으로 얼굴을 슥 쓸었다. 손에 물이 묻어나왔다.
"어쩔겁니까."
"네?"
"당신 때문에 머리도 젖고 옷도 젖었어."
"하지만 지금 그 쪽한테 우산 씌워주는 바람에 저도 젖고 있는걸요?"
"장난해요?"
"아니, 전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건데..."
"사과는 안 하고 지금.."
"어, 근데 어딨지?"
자신의 말은 무시하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남자의 행동에 짜증이 난 우현이 인상을 구겼다. 그 때, 남자가 우현과 눈을 마주치곤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참을 쳐다보았다. 똑같이 남자를 쳐다보고 있던 우현이 제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어 한숨을 짧게 하- 내쉬고 남자의 우산을 쓴 채 걸어가 내팽겨쳐있던 자신의 우산을 집어 탈탈 털고는 바꿔썼다. 그리고 남자의 우산은 펼쳐진 그대로 그 자리에 내버려두고 그냥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남자 옆을 지나쳐 두 어 걸음 정도 지나고 있을 때였다.
"으악!!!"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우산을 쥐고 있는 자신의 팔에 매달렸다. 비에 젖어 축축했던 옷이 피부에 착 달라붙는 기분이었다. 그 자리에 멈춰선 우현이 눈을 감고 위로 바람을 불었다. 이마에 맺혀있던 빗방울과 바람이 만나 이마가 시렸다. 고개를 살짝 돌려 제 팔에 고개를 묻고 있는 동글동글한 머리통을 내려다보았다.
"어..? 없어졌네.. 사라졌다.."
얼굴을 살짝 들어올려 눈동자를 굴리며 앞을 보던 남자가 고개를 들어 왼쪽오른쪽 번갈아가며 살폈다.
"뭐하는겁니까."
"그 쪽이랑 접촉을 했더니 사라졌어요."
답답하게 자꾸 이상한 소리만 내뱉으며 제 팔을 쓰다듬는 남자를 표정을 구기며 쳐다보다 남자에게 잡히지 않은 반대쪽 팔을 들어올려 두 번째 손가락으로 남자의 머리통을 밀어냈다.
"좀 떨어져."
"하지만, 당신을 만졌더니 사라졌는데.."
하... 두 눈을 감고 저 밑에서 부터 끌어올린 듯 내뱉는 깊고 짙은 한숨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리고는 우현이 남자와 눈을 마주치곤 소리쳤다.
"좀 꺼져!!!!"
**
끼익- 쾅. 집에 돌아온 성규의 얼굴이 퀭하다. 탁 타다닥- 축축히 젖은 신발을 손으로 벗겨 떨어뜨리자 성규의 곤색 컨버스화가 신발장에 나뒹굴었다. 우비를 벗어 뭉친 다음 대충 현관 구석에 집어던지고는 집으로 들어왔다. 아저씨의 부탁(이라고 쓰고 협박이라고 읽는다)을 들어주고 오는 길에 다른 '분'들도 하나 둘 씩 모여드는 바람에 다른 부탁까지 다 들어주고 왔다. 두 발을 질질 끌며 침대까지 온 성규가 쓰러지 듯 침대에 누웠다.
"아.. 자고 싶다.. 잠 온다.."
누운 채로 천장을 바라보다 무심코 고개만 옆으로 슥 돌렸는데,
"악!!!! 야아, 제발 부탁인데 이런 식으로 막 얼굴 들이밀지마, 쫌.. 진짜 사람놀래게 왜 그래? 자꾸 그러면 이제 와플 안 사준다, 어? 내가 집에 들어오는 것 까지는 허락했잖아.."
빠른 속도로 몸을 일으켜 앉은 성규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침대 머리맡에 놓여져 있던 커다란 강아지 인형을 낚아채 품에 안고선 허공을 노려보았다.
"왜 또 누구 와 있어?"
"어, 명수야. 늦었네."
"응. 누구야? 또 그 와플 좋아한다는 그 애?"
"어."
"걘 먹지도 못 할거 왜 자꾸 사달라한데? 좀 물어봐."
명수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마시며 말했다. 그에 성규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몰라, 그냥 좋데."
"오늘도 잠 못 잤어?"
"응.. 아저씨 한 분이 괴롭히셔서.."
"지금 좀 자."
"근데 또 언제 깨워서 괴롭힐 지 몰라."
"귀신들은 잠도 없나? 시도때도 없이 오네."
"잠 온다.. 아아, 이럴 땐 나한테 귀신이 보인다는 게 정말 너무 싫다..."
"나도 싫다, 으으-"
명수가 몸을 부르르 떨며 방으로 들어갔다. 보이는 거 보다 더 할까.
"형."
"왜?"
"내 방엔 뭐 없지?"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는 묻는 명수에 성규가 소리쳤다. 약올리냐!!!
"아니, 뭐. 그럼 됬고. 잘 자."
"어후.."
방에 들어가는 명수를 보며 입을 삐죽이던 성규가 강아지인형을 끌어안은 채로 다시 침대에 스르륵 누워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강아지인형의 팔을 슥슥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이렇게 막 만졌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는데.. 그런 사람 처음인데.."
아까 우현과 부딫히고 나서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감시하는 아저씨가 삭 사라졌었다. 애매모한 기분에 우현을 쳐다봤는데 우현이 그냥 자신을 지나쳤다. 그 때 갑자기 엄청 징그럽게 생기신 아줌마 귀신이 머리에 물을 뚝뚝 흘리면서 엄청난 속도로 성규의 얼굴 바로 앞까지 확- 다가오는 바람에 성규가 어떨결에 우현을 잡았고, 그 순간 아줌마 귀신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성규가 또 다시 어, 없어졌네. 하고 계속 우현의 팔을 잡고 똑같은 말만 반복해서 결국엔 우현이 화를 내고 가버리는 바람에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만났으면 좋겠다아...."
아까 일을 생각하던 성규는 인형을 안고 웅얼거리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이 날 밤, 성규는 누군가가 잠에서 깨우지도 않고 몇 일만에 푹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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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오전에 올리려다 그냥 지금 올려요.....
그럼 여러분 즐거운 추석연휴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