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 연애의 비율 1 W.나날 남우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배우. 아역 배우로 데뷔해, 드라마라면 시청률 40%는 가뿐히 넘기고 영화라면 그 달의 영화 1위는 책임지는 배우. "남우현 나온다고? 그럼 무조건 봐야지!" 할 정도로 항상 눈길을 끄는 배우. 주연을 하든 조연을 하든 기대이상을 보여주는.. 한마디로 연기의 신과 같은 존재. 이게 바로 내 롤모델 '남우현'의 사전적 정의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런데!! 남우현 선배님이 나랑 영화라니!! 그것도 게이영화를!!!! 게다가 강간하는 씬도 있는!!!!!!!!! "미팅 내일이다." 매니저형이 미팅날짜를 알려주고 대본을 던지듯 건네주고 간 이후로 멘붕상태로 그 날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오늘이 미팅날. 하루 만에 모든 걸 다 받아들이기엔 '남우현과의 게이영화'는 나에게 너무 크나 큰 충격이었고, 그 덕분에 밤을 새고 새벽에 겨우 잠이 든 나는 매니저형이 집에 들어와 내 뒷통수를 후려갈길 때까지 잠에서 깨지 못하고 있었다. "야, 이 미친 자식아. 빨리 준비 안 해? 겨우 잡아온 기회조차 걷어찰 생각이냐?" "악!! 알았어, 일어났잖아!" 아야야야.. 아려오는 동그란 뒷통수에 눈물을 머금고 맞은 곳을 슥슥 매만지며 욕실로 들어갔다. 일단 내 머릿 속엔 미팅, 영화 이런 것보다는 남우현선배님을 만난다는 생각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깨끗이 씻었다. 샤워를 마친 후 거울로 비치는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말끔한 내 모습에 음음 하며 고개를 두 번 끄덕이곤 욕실에서 나왔다. 눈 밑에 자리 잡은 다크서클이 약간의 미스였다면 미스였지만. 머리를 탈탈 털며 나가자 매니저형이 어이구 하며 날 억지로 소파에 앉히더니 옷을 몇 개 던져주곤 드라이기를 가져와 내 뒤에 섰다. "머리는 내가 말려줄테니까 얼른 옷 입어, 이 정신나간 놈아." "뉘예뉘예-" 에라이, 옷이나 입어라. 아야. 고개를 설렁설렁 끄덕이며 대답하다 뒤통수에 꿀밤을 주는 매니저형에 에이씨..하며 꿈틀꿈틀 옷을 갈아입었다. "야 가만히 좀 있어봐." "아, 옷 갈아입으라며." 우여곡절 끝에 옷을 다 갈아입고 머리도 말리고 집을 나섰다. "빨리 타. 늦었어." "예예." * 미팅장소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최대한 사람들 눈에 안 띄는 곳으로 가 앉았다. 시간이 좀 흐르자 심심해지기 시작했다. 늦으시네. "아휴.. 왜 안오시지?" 혹여나 마음이 바뀌어 다른 배우가 온다던지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만.. 남우현 선배님이랑 하고싶은데.. 띠링- 종소리에 고개를 쏙 내밀어 문 쪽을 확인하니 우오앙아아아아악! 바로 다시 제대로 앉아서 머리를 만지고 빼꼼히 뒤돌아보다 눈이 마주쳤다. 날 발견한건지 슬쩍 웃으며 내 쪽으로 걸어온다. 와.. (나한테선 전혀 느낄 수 없는) 배우포스.. "김성규씨?" "아, 선배님, 안녕하세요!" "남우현이에요. 반가워요." 남우현이다.. 선글라스를 벗어 테이블에 내려 놓으며 선배님 특유의 눈웃음을 짓는데...멋있다! "일단 뭐 좀 마시면서 얘기할까요?" "네!" 긍정의 대답에 선배님이 직원을 불러레몬에이드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몇 분 후 주문시킨 음료가 나오고 선배님이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 "음..성규씨. 나이가 어떻게 되요?" "26이요." "어, 나보다 한 살 형이네요?" "어..그렇네요.하.하.하!!" 젠장. "그럼 그냥 편하게 부르세요. 선배님이라 하니 뭔가 부끄럽다. 하하." "그럼.. 우현씨?" "그러세요. 말도 놔도 되는데.." "아니에요. 그래도 제가 방송경력으론 후밴데." "흠.. 그럼 반존대쓰세요." 응..그래요.. 유하게 웃는 우현의 얼굴에 순간 멍해졌다. "저기.. 우현씨는 이미지 걱정은 안 해요?" "무슨 이미지요?" "그냥... 보통 이런 역할 찍고 나면 사람들 시선이 많이 안 좋아지니까. 그것도 상대배우가 남자고." "흠.. 그런 거 다 감안하고 배우하는 거 아닌가." 우현이 의자에 기대면서 담담히 말했다. "성규씨, 작품하면서 이미지 걱정하면 배우 어떻게 해요. 그냥 하는거지. 안길강선배님 봐요. 항상 악역만 맡아하시는데도 되게 사랑받으시잖아요. 역은 역일 뿐이니까." "....." "그러니까 성규씨는 성규씨 걱정이나 해요." "네? 제가 왜.." "그냥, 성규씨는 좀 힘들 것 같아서. 대본 읽어봐서 알겠지만, 난 그냥 화내고 때리고 옷 찢고 하면 되는데 성규씨는 그걸 다 감당 해야하는 역이니까." "음..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하하." "살살할게. 너무 겁먹지마요."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요, 성규씨. 눈을 접으며 작게 웃는 내 앞에 남자를 따라 나도 작게 웃었다. ----암호닉은 언제든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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