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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w.1억








2013.12.25

여름이는 선호와 함께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3년을 사귄 커플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매정하게 손도 잡지 않고, 서로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둘의 사이에선 어색할 만큼이나 아무 대화도 오고 가지 않았다.
선호는 그제서야 조금 조용하다는 걸 깨닫고선 여름을 한 번 보았다가 다시금 앞을 보고 걸었다.  한참을 그렇게 걷다가 여름이 우뚝 멈춰섰고, 선호는 그것도 모른채 그냥 걷다가 옆이 허전해 멈춰서 뒤를 돌아보았다.
고개를 숙인채로 아무 얘기도 하지 않는 여름에 선호가 한숨을 내뱉고선 천천히 다가가 여름이의 신발을 보았다. 언제 풀렸는지 길게 늘어져있는 신발끈에 선호가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






"신발끈도 혼자서 못 묶냐?"


"……."


"요즘은 4살 애기들도 혼자서 잘도 묶던데."





묶어줄 생각도 없어보였다. 손이 시린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채로 꺼내지도 않고선 여름을 내려다보는 선호의 눈을 보고선 여름이는 작게 말했다.





"헤어지자."


"……."





여름이의 말에 선호는 신발끈을 보던 시선을 여름이에게 두었고, 여름이 선호를 똑바로 쳐다보고선 눈도 깜빡이지않자, 
선호는 익숙한듯 살짝 웃어보이며 정말 매정하게 목소릴 내었다.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그래. 그럼."





눈물이 날까 먼저 뒤 돌아 터벅터벅 눈을 밟고 걷는 여름에 선호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고선 반대방향으로 걸었다.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2020.12.2

뭐가 그리 바쁜지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한 손에는 가방을 들고,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등에는 가방을 매고. 저 앞에는 아침부터 싸우는 커플을 보고있으면 나는 시시한듯 턱을 괸채로 콧방귀를 껴보인다. 내 어깨 위로 손을 올려두는 사람에 고개를 틀어 보았을 땐 선한 웃음을 흘리는 남자가 나에게 말한다.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안 추워? 겨울에 뭔 아이스아메리카노.”




준혁 오빠다. 우리는 친오빠 친동생처럼 잘 지낸다. 내 옆으로 와서 앉으려다 또 급하게 외투 주머니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요동치는 핸드폰을 꺼내드는 오빠를 보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참 바쁘게 살아. 누구는 직장 상사가 쓰던 중요한 엑셀파일 지워버려서 백수나 되어서는 이렇게 할짓 없이 사는데. 잠깐만-하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선 카페 밖으로 나가는 오빠를 보는데.
참 이 오빠는 내가 만난 남자들중에 제일 최고인 것 같다. 클럽에서 만난 거 빼곤. 아, 그렇다고 내가 클럽가서 춤추고 그런 건 아니고.. 제일 친한 내 친구 화영이라는 애가 끌고가서 억지로 간 거다.

아, 이준혁 이 사람은 연예계에서 이름 좀 날리는 프로듀서다. 길거리에서 나오는 노래 대부분이 다 이 사람의 노래일 정도..? 
 얼굴없는 작곡가라고 유명한 사람이라 이름만 노출 되어있어서 밖에 돌아다니며 놀기도 참 편했다. 그건 좋았지..  통화를 다 했는지 웃으며 들어와 내 옆에 앉는 준혁 오빠를를 올려다보니 오빠가 말했다.




“아, 내가 말했던 건 생각 좀 해봤어?”


“아, 그거..”


“별로야? 진짜 좋은 자린데..”




무슨 자기 회사소속 가수 매니저를 좀 해달라는 말에 바로 거절을 하기는 했다만.. 그 가수 매니저가 마약을 해서 그만두게 됐다며 한달이나 두달정도 매니저 좀 해달라는데.
그게 말이 쉽지 .. 노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가수를 좋아해본적도 없고.. 누구 뒤치다꺼리 하는 것도내 적성에 맞지도 않고. 그게 어떤 가수인지 조차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어차피 들어봤자 모르니까..




“일 자리 구해준 건 고마운데.. 나 누구 뒤치다꺼리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


"생각보다 괜찮은데. 그냥 영어랑 일본말만 좀 할 수 있음 되거든.너 잘 하잖아. 똑똑하고 뭐든지 다 잘 하니까 너한테 추천 해준 건데."


"아냐. 나 안 그래도 한국어도 잘 모르는데! 무슨.. 나 연예인 싫어해!.."


"…그랬었나. 왜? 연예인이 왜 싫지? 그럼 나도 안 좋겠네. 안 좋은데 좋은척 해주고 사겨줘서 고맙다 야."



"오빠가 연..예인은 아니잖아."




크크 웃는 오빠가 조금 얄미워서 빨대를 입에 물고선 한참 오빠를 보니, 오빠도 뻘쭘한지 나를 보고 표정을 굳혔다. 오빠는 얼굴없는 프로듀서 주제에 하고 살짝 웃으면  
오빠도 그건 그래- 하고 작게 웃어보인다. 이 양반은 이 웃음이 참 사람을 설레게 한다니까. 오빠가 뭔 할말이 있는지 팔짱을 낀채로 한참 멍을 때리더니 굳게 닫혀있던 입술을 열어보였다.




"부탁할 사람이 너밖에 없어. 그 새끼 매니저 마약해서 빠진 애 한명, 뭔 갑자기 눈이 안 보인다고 해서 관둔 애 한명, 엄마가 관두라해서 관둔다는 애 한명. 이 정도면 저주 아니냐? 저주.
나도 미칠 것 같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거라서.. 믿을 사람이 너밖에 없어. 내가 너한테 지금 일주일 째 이렇게 구구절절 부탁하는데. 이제 좀 들어줄 때 됐다."


"오빠…. 나 보고싶어서 부른 거 아니고, 그거 부탁하려고 부른 거지."


"그것도 살짝 그런데."


"살짝 그런 건 뭐야? 진짜.. 사람이.."


"야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부탁한다. 한달에 250."


"……."


"야잇. 내가 30얹혀준다."




아냐.. 하고 오빠랑 눈을 안마주치려고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럼 오빠도 어떻게든 나를 설득시키려 고민하는듯 눈을 굴린다.. 그 모습이 웃겨서 피식 웃어보이면 오빠는 급하게 하얀 검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나에게 말한다.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일주일에 한 번씩 소고기 사줄게. 해외출장 가서도 무조건 비행기 좌석 퍼스트 클래스, 호텔 스위트."


"에이…."


"일주일에 두 번!"


"에…."


"일주일에 두 번 소고기 사주고, 하루는 맘껏 쇼핑할 수 있게 내 체크카드 준다."


"…나 옷 필요없는데."


"필요없으면 필요있게 만들면 되지!진짜 네가 절실히 필요하다. 어? 한 번만 내 동생 좀 살려줘라. 진짜 그 새끼 죽을지도 몰라."




오빠가 진짜 간절하게 자신의 검지손가락을 반대 손으로 꽉 쥐고선 나를 보길래 하핫- 하고 웃으며 말해주었다.





"죽을지도 모르면 병원에 가지. 왜 나를 자꾸 끼워 맞추려고 해?"



"너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바보같이 착하고, 사람 말 잘 들어주는 것 같다가도. 은근 애가 고집도 쎄고. 자기주관 또렷하고."



"고집 쎈 건 지금 오빠도 마찬가지야. 바보야."





내 반응에 오빠가 하아- 하고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해도 나는 안 해. 나는 안 한다면 절대 안 하는 사람이야. 내 말에 내가 졌다- 하고 힘없게 웃어보이는데 그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기는 했다. 안쓰럽기만 했다. 안쓰럽기만. 피곤한지 하품을 길게 하고선 핸드폰을 보는 준혁 오빠를 보니 많이 바쁜가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피곤해서 죽을 것 같은면 그냥 전화로 하지. 왜 여기까지 부르셨대? 어차피 이렇게 뻥~ 하고 시원하게 차일 거."


"너 보고싶어서 겸사겸사. 어디가?"



"나 생각외로 바쁜사람이거든!.."



"백수가 바쁘댄다.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왜애. 바쁠 수도 있지!"




그 말을 끝으로 웃으면서 카페문을 잡고 나가니 준혁 오빠가 야- 같이가. 하고 나를 따라 나왔다. 자꾸만 나에게 해보라며 노이로제 걸릴 것 처럼 떠들어대는 오빠에 안 들려- 하고 앞장서 먼저 걸으면 오빠는 야아 매정하다! 하고 나를 따라 뛰었다.




"야 그냥 눈 한 번 감고 해줘라아~"


"안 해…!"



"그래 하지마라, 하지마. 너 성격에 걔 옆에 붙어있으면. 둘중에 하나는 하루만에 관둘 게 분명하다.  어우! 내가 졌어."






























































준혁 오빠를 만나고 집에 오니 벌써 시간은 1시였다. 바쁘면서 부른 게 미안하다며 점심은 꼭 먹여보낸다기에 배고프지도 않은데 억지로 먹기는 했다만.. 체한 것 같은 느낌에 집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벌러덩 눕자 상을 펴놓고 밥을 먹던 화영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너는 밥 얻어먹으러 나가서 왜 지쳐서 들어오냐? 준혁 오빠 만나고 온 거 아니야?"


"응. 근데 밥을 억지로 먹었더니 체한 것 같아…."


"뭐 먹었는데."


"스테이크.."


"와우. 너는 스테이크를 억지로 먹냐? 나 참.. 돈 없는 사람은 부러워서 어떻게 사냐?"


"미안.. 부러우라고 말한 건 아닌데.. 우리 월세 안 냈지.."


"엉. 기다려라. 이 언니가 오늘 월급이니 낼게."


"미안해.. 두달동안 난 돈도 안 내고.."



"안 낸 거냐? 못 낸 거지."





돈이 없어서 두달동안 월세를 내지도 못 했다. 그렇다고 월세를 낼 형편도 아닌지라 한달에 옷 한 번 사입는 것도 힘들 정도랄까.. 6년동안 같이 살면서 빚도 1000만원 가까이 있는지라 돈 1000원만 있어도 통장에 넣는 그런 상황이다.

화영이라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내 사정 봐줘가면서 돈을 다 내주는 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해서 더 집에 못 있겠다는 거다.

돈도 없고, 일자리도 안 구해지고.. 괜히 서러워져서 베게에 얼굴을 묻고 닭똥같은 눈물을 찔끔 흘렸는데. 화영이의 목소리에 고개를 빠르게 들어보였다.





"노여름 너 이거 버린다? 3년전부터 버린다~ 버린다~ 하더니. 징하게도 갖고있네."




"잠깐!…."




"뭐."




"아냐.. 버려."





예전에 3년이나 사귄 김석진하고 찍은 사진이나, 반지가 담긴 유리상자를 버린다는 화영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더니, 화영이가 진짜 버린다? 하고 다시 확인사살을 한다.

응. 된다고. 내 말에 진짜? 하고 다시 되묻는 화영이에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이제는 정말 괜찮아. 하지만 내 손으로는 못 버리니까 네가 버려주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내 말에 화영이가 그럼 버린다- 하고 쓰레기봉투에 넣으려기에

벌떡 상체를 일으켜 앉아서는 소리쳤다.







"내가!!"




"아오! 놀래라! 왜 갑자기 소리를 질러. 미쳤나!"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내가! 버릴게.내가 버려야 버리는 거지!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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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 버려보세요. 자."





화영이가 못 믿겠는지 나를 놀려댔고, 나는 그 유리상자를 짜! 하고 신나게 쓰레기통에 던졌다. 7년동안 버리지도 못 하고 찔찔 짜기만 하던 나만 봐왔기에 화영이가 놀란 눈으로 박수를 쳤다. 그리고 내가 예! 하고 소리를 지르면

화영이도 같이 소리를 질렀고, 옆집에서 시끄러운지 벽을 쾅- 치기에 우리는 다시 조용히 멈춰서서는 베시시 웃었다.




저녁이 되었다. 재수없게 눈까지 내리니 기분이 안 좋아서 커텐을 쳐버리고선 한참을 멍때리는데. 누군가 우리집 문을 쾅쾅- 두드렸다.

아무래도 여자 둘이서 사는 거라 무서워서 아무말도 않고 가만히 있으면  곧 익숙한 목소리의 아줌마가 소리친다. 보나마나 월세 받으러 온 거겠지.

얼마나 목소리가 큰지.. 이 동네 개들이 다 놀라서 짖는다.  문을 열자 주인 아줌마가 역시나 월세 얘기를 하다가 꺼낸 얘기는





"두달이나 밀렸어. 다른 집들은 꼬박꼬박 주는데. 우리집도 사정이 있는지라. 더는 못 기다려줘.. 집까지 빼줘야 될 수도 있어."





그 말을 남기고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아줌마에 화영이랑 나는 지친듯 침대에 누워서 한숨을 쉬다가 뭐가 또 재밌는지 키득키득 웃기 바쁘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왜 항상 불쌍할까. 당연한 거겠지만.. 세상에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내가 보기엔 돈이 전부인 것 같아서.. 현실이 참 슬프다.

그러다 250에 30을 더 얹혀서 준다는 준혁 오빠의 말에 떠올라 화영이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나 가수 매니저할까?"



"미쳤냐?"



"왜 미쳤냐고 그래.."



"꼼꼼해서 잘은 하겠다. 근데 뭔 가수 매니져야. 준혁 오빠가 꽂아주디??"



"응!"



"하지마. 그거 가수보다 더 힘들대."



"한달에 250.. 아니! 280!"



"해."



"……."



"당장."











































































"뭐 내가 굳이 그거 때문에 한다는 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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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사랑한다."


"오빠도 내 사정을 알잖아. 나 완전 거지에 아무 것도 못 하고있는 백수."



"그래. 뭔들 해준다면 다 괜찮다 야."



"그래서 말인데.."



"응."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250.. 먼저.. 받을 수 있을까?"


"당연하지."

 




내 말에 된다며 신난듯 흥얼거리는 오빠를 보니 고맙기도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저렇게 콧노래도 못부르는데 어떻게 노래를 만든대. 완전 음치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보이는 오빠를 빤히 보고있으면 오빠는 아씨- 하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아마, 전화를 안 받나보지? 뻘쭘한듯 헛기침을 하고선 나를 보는 오빠에 같이 뻘쭘하게 봐주자

오빠가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






"돈은 좀이따 계좌로 보내줄게. 일단은 이 새끼 좀 만나러 가자. 아마 집에 있을 거다."



"응. 근데..!"



"응?"



"누구야?"



"에?"



"가수 누군데? 누구라곤 말 안 해줬잖아…."





내 말에 아아아아- 하고 바보같은 표정을 짓고선 베시시 웃는 준혁 오빠가 새삼 너무 행복해보여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있어. 완전 착하고, 정 많고, 눈물 존나 많은 새끼. 걱정마. 인기 많은 새끼는 아니라. 네가 일 하면서 힘들지는 않을 거다."



"……."



"가자."





타- 하고 자신의 차에 올라타는 오빠에 나도 따라 조수석에 올라탔다. 완전 착하고.. 정 많고, 눈물 많은 사람..? 다행이네. 못된 사람은 아니겠지. 오빠랑 친한 동생이라면 뭐..














































딱 봐도 엄청 비싸보이는 아파트에 입을 떡 벌리고 아파트를 올려다봤더니 준혁 오빠가 내 입에 손가락을 한 번 넣어보고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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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집이랑 내 집이랑 3000만원밖에 차이 안나. 우리집에 왔을 때보다 더 놀래냐??"





3000만원밖에? 내 표정을 보고 또 웃음이 터진 준혁 오빠가 지하로 들어가는데 우와.. 지하마저도 비싸보여.. 진짜 촌년처럼 입을 벌린 채로 엘레베이터까지 탄 것 같다.

25층에 사시는구나.. 아파트라곤 15층까지 있는 아파트에만 살아봐서 모든게 다 신기하다.. 신기해. 와 근데 더 신기한 건.. 층마다 집이 하나씩 있다는 것이다.

문 앞에 서서는 초인종벨을 누르자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고, 문을 열어주지않자 준혁 오빠가 야아- 하고 문을 두드린다.





"열어주겠지이.. 성격이 급해서 어떻게 살려고 그ㄹ.."





오빠가 이 새끼 일부러 안 열어- 하고선 비밀번호를 치는데 나도 모르게 눈을 가렸다. 남의 집 비밀번호는 함부로 보는 게 아니니까. 아마도 말이다.

문을 열자마자 엄청나게 넓은 신발장에 1차로 입이 떡 벌어지고, 다음으로 복도가 보이는 현관에 2차로 입이 떡 벌어졌다. 또 3차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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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는 집에 있으면서 전화도 안 받고, 문도 안 열어주냐?"






분명히.. 인기없는 사람이라고 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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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비밀번호 치고 들어오면서 오늘은 왜 열어달라는 거야."






이 사람은 tv만 틀면 나오고, 길거리를 지나다녀도 이 사람 노래소리가 들리고, 이 사람의 얼굴이 가득하고... 연기대상이란 것들은 다 받은 사람인데... 이게 인기가 없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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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빨리 안 여니까 그러지. 네가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인마. 아! 얘는 내 친한동생 노여름 인사해 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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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하세요."





버릇처럼 악수하려고 손이 먼저 뻗어졌다. 내 앞에 서있던 김우빈은 나를 한 번 내려다보고선 그냥 등 돌려 걸어가 식탁 의자에 앉는 남자에 나는 뻘쭘한 손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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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운전은 할줄이나 알아?"






초면부터 운전은 할줄이나 아냐며 나를 얕보는 이 남자는..





"네! 할줄 알아요."





tv에서 나오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첫인상이 꽤 좋지 않다.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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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할줄 안다는 내 말에 진짜 대놓고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준혁 오빠를 올려다보는 김우빈에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저 김우빈이라는 스타분께선 못 봤을 거다.
식탁 의자에 먼저 앉은 준혁 오빠가 나에게 앉으라며 의자를 끌어내었고, 그 의자에 앉아서는 진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어도ㅍ아무래도 진짜 유명한 김우빈이 내 눈 앞에 있으니 시선이 계속 갔다. 잘생겨서가 아니라!.. 신기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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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여자라 여태동안 맡았던 새끼들보다는 꼼꼼히 잘 할 거야. 뭐 작은 먼지라도 있으면 기겁하면서 치우고, 혹시라도 손에 뭐 묻으면 바~로 씻고, 어.. 그리고 뭐 중요한 일이 있으면 절대 안 까먹고. 알뜰하고 그래."






그치? 하고 날 보고 어색하게 웃는 준혁 오빠에 나는 에? 내가? 이 표정을 하고선 오빠를 보았다. 오빠가 더 어색하게 웃으며 입모양으로 '그렇다고 해'하는데 나도 모르게 기계처럼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는데.

뭔 갑자기 이상한 소리야. 작은 먼지라도 있으면 내 코로 숨쉬어서 먹어버리고, 손에 뭐 묻으면 귀찮지 않을 때 씻고, 중요한 일 있으면 까먹어서 화영이한테 맨날 혼나는데.



"김우빈 얘가 결벽증이 있거든."


"……!?"


"아, 그렇게 심한 결벽증은 아니고. 그냥~ 보통 사람들한테도 다 있는 작은 결벽증. 응."


"아."




하하- 웃는 준혁 오빠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미워보이는지 알뜰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건 진짜 한 순간이구나 싶었다.

피곤한지 팔짱을 낀채로 우리를 보는 눈빛에는 귀찮으니 '얼른 나가라'가 써져있어 나는 상당히 눈치가 보였다.






"뭐하고 있었어?"



"일어난지 얼마 안 됐어. 문 두드리는 소리 듣고 방에서 나온 건데."



"그래. 오늘은 좀 쉬어라. 쉬는데 방해해서 미안해. 내일부터 당장 일 해야 되는데.  무턱대고 여름이가 너 데리러 오면 웃기잖아. 그냥 인사 한 번 시킬겸."



"굳이 매니저 없어도 알아서 한다니까."




"대표님이 가만히 있냐? 너 예전에 매니저 없이 혼자 돌아다니다가 칼 맞을 뻔 했잖아. 누구라도 옆에 두고 다녀야지."



"더 위험할 것 같은데."



나를 턱짓으로 가리키는 김우빈에 속으로 콧방귀를 꼈다. 그래요, 나를 옆에 둔다고 뭐 달라지나요? 그나저나.. 칼 맞을 뻔 했다니까 괜히 무섭고 그러네.. 준혁 오빠를 보다가 갑자기 나를 보는 김우빈에 나도 모르게 진짜 바보같이 화들짝 놀라버렸다.







"매니저 한 번도 안 해본 거 아니야? 그런 애가 무슨 내 매니저를 해."




"너도 몇개월 하는 것도 아니고 어? 5년을 활동했음 괜찮잖아. 그냥 데려다주고, 일정 챙겨주고, 밥 챙겨주고. 얘 이런 일 엄청 잘해. 정말이야."




"여자가 해봤자 얼마나 잘 한다고."




여자가 해봤자 얼마나 잘 한다고? 쟤 지금 뭐라는 거야.. 부글부글 끓는 속을 찬물이라도 먹어서 풀고싶은데 물 먹고싶다고 말해도 차가운 말만 돌아올까봐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준혁 오빠랑 김우빈이 다른 얘기를 하길래 나도 모르게 계속 김우빈을 보았다. 첫인상은 좋지 않아도.. 그래도 확실히 연예인이라 그런지 잘생겼네. 티비로만 보던 사람 보니까 신기하다..

왜 팬들이 티비로만 보다가 한 번 실물 보면  더 보러다니는지 알겠다, 알겠어. 한참 눈치없이 보고있었을까,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정말 최악이었다.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뭘봐."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네..? "



"뭘."




"…."




"보냐고. 너."




"저요…?"





그럼 누구- 하고 나를 차갑게 정말 차갑게 보는 김우빈에 나는 아- 하고 시선을 다른 곳에 두었다. 준혁 오빠는 쟤를 혼내주지는 못할 망정 아저씨처럼 껄껄 웃는데 새삼 얄밉다. 새삼..

아니 누가 나인 거 몰라서 저요?라고 했겠어. 나도 나한테 뭘보냐고 한 거 아는데! 사람이 원래 말을 걸어오면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저요?라고 하는 거 아니야?  괜히 기분이 상해서 고개를 숙인채로 식탁만 주시하는데 준혁 오빠가 말했다.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자, 차키는 네가 가지고 있고. 원래는 얘 전에 같이 일하던 매니저들은 같이 살거나, 근처에 살거나.. 들어와서 살거나 했거든. 근데 아무래도 너는 여자이다 보니까. 둘이 같이 살 수는 없잖아?  집에서 출퇴근 하고.뭐.. 왔다갔다 하기 불편하면 방 하나 구해줄까?"



"아니!..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 어차피 한 두달 정도 하고 말 건데.."





자꾸 나를 팔짱을 낀 채로 뚫어지게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들어보면 김우빈이 나를 계속 쳐다보고있었다. 나보고는 뭘 보냐면서 지는 왜 쳐다봐..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내일부터 얘 엄청 바쁘거든.영화 촬영 마치고 오늘 한국와서 겨~우 쉬는 거라. 오늘은 우리가 그만 괴롭히고 가야될 것 같은데?"




"…."





뭘 괴롭혀. 해봤자 말 두마디밖에 더 했나? 저 피곤해하는 표정이 애잔하기도 하면서 왜 이렇게 별로인지 괜히 조금 기분이 별로라서 입술을 쭉- 내밀고선 고개를 들었는데  또 눈이 마주쳐서 표정을 풀고 바로 다른곳을 보는 척을 했다. 한참 다른곳을 보고있었을까 이젠 나를 보지않겠지 싶어서 김우빈을 보면 . 아직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저래. 왜 자꾸 쳐다봐. 설마 또 뭘 보냐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설마.. 설마..





"너."




맞나봐. 너- 하는데 왜 이렇게 심장이 떨려. 혼나는 것 마냥 심장이 마구 뛰고 난리야. 턱까지 괸 채로 나를 무섭게 쳐다보는 김우빈에 나도 모르게 침을 크게도 꿀꺽- 삼켜버렸다.





"나 어디서 본적 있지."




솔직히 저 말은 tv 속에서만 보던 작업용 멘트라서 솔직히 조금 심장이 두근 거렸다. 아마 남자에게는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네? 네. tv에서 많이 봤죠… 채널만 돌렸다 하면 드라마, 영화 나오고..예능도 재방송 하구요.. 아무래도.. 한류스타이시다 보니ㄲ.."



"그거 말고."



"아, 얼마전에 뉴스에 나온 거 봤어요. 그 대상 받으셨잖ㅇ.."



"아니. 그거 말고."



"아! 저 작년에 친구가 가요대상 티켓 줘서 한 번 가서 봤었는ㄷ.."



"말고."





말을 계속 끊어먹는  김우빈이 재수없어서 주먹을 한 번 더 꽉 쥐었다. 저거 진짜.. 좋게 보려고 해도..!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그럼.. 전 잘.. 모르겠는데요. 처음 보는데..."



"아니다."




"……."



"걔는 너보다 더 예뻤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등을 돌려 방쪽으로 들어가면서 가라는듯 손을 휘이- 저어보이는데 아.. 미안하네요. 내가 그 사람보다 덜 예뻐서. 되게 사람 무안하게 뭐 저런 말을 한대..?

준혁 오빠를 어이없게 쳐다보자 오빠는 키득키득 웃으며 먼저 일어났다. 먼저 집에서 나가려는 준혁 오빠를 따라 신발을 신는데 벌써부터 드는 이 불길함은 뭘까. 나... 괜히 한다고 했나. 사람에게 치이는 거 제일 싫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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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없다며! 얼마전에 미국가서 상까지 다 받아 온 사람이잖아! 정 많고, 착하고! 그렇다며! 근데 왜 다 정반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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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해. 나한테만큼은 인기 없고, 착하고, 정 많은 애야. 걔."



"그건 오빠한테나잖아!"



"와. 너 이렇게까지 짜증내는 거 처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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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초면에 나 무시를 하지 않나. 뭐 어디서 봤냐면서 이상한 멘트 쳐놓고 또 이상한 말을 하지를 않나. 그리고 알뜰은 뭐고, 결벽증은 뭐야. 그리고! 그리고.. 눈빛은 뭔데에.. 뭘 보냬! 나한테 뭘 보냐구! 막! 

그런 사람인줄 진작에 알았으면 한다고도 안 했어." 




"워워. 사람은 쉽게 판단하면 안 돼. 너희 이제 한 번 봤어. 인마."





"진짜 미워."






우쭈쭈- 하고 나를 또 애취급하는 오빠가 미웠다. 해봤자 오빠랑 나는 2살 차이인데 말이다.

사람이 아무리 모든 걸 다 가지고, 피곤한 상황이라도  초면인데 그렇게 예의없게 행동할 건 뭐람? 이래서! 이래서 내가 연예인을 별로 안 좋아해.

다 가면을 쓰고 살잖아. 티비를 틀면 웃는 얼굴로 노래를 하고, 얘기를 하던 사람이 원래는 그 모습이 아니라는 거 너무 웃기잖아.

추워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선 고개를 숙여 하얗게 쌓인 눈을 툭툭 치는데 준혁 오빠가 미안한지 야아- 하고 나의 어깨를 톡- 치고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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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어? 네가 조금만 고생 좀 해줘. 조금 까탈스럽고 문제 많은 놈인데. 막 네가 생각하는 것 처럼 쓰레기는 아니야. 쓰레기가 감히 대상이란 대상들을 다 받아먹겠냐? 엉?"



"쓰레기라고 1등 안 먹는 세상이야 요즘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 쟤 알고보면 되게 착해."



"……."



"많이 힘든 놈이야. 전에 소속사에서 계약 문제로 크게 한 번 싸우고 얼마나 맘 고생 했는데."




"알았으니까…."




"응."



"나는 뭘 하면 돼?"



"자, 이거. 종이에 이번달 일정 다 적혀있어. 그냥 너는 이 시간에 맞춰서 김우빈을 태우고 방송국까지 가면 돼. 김우빈한테는 스케줄시간 2시간 전에 미리 연락 하고, 집 찾아가야 된다? 그리고! 이거 차 키.. 그리고 이거는 아파트 카드. 이거 대고 그냥 들어가면 돼. 우빈이 집 비밀번호는 혹시 모르니까 카톡으로 남겨줄게. 그리고.. 어어! 그래.  지하주차장에 차 주차시켜놨다? 번호판도 같이 알려줄게."







뭘 2시간 전에 미리 연락까지 한대.. 몇년 연예인 생활 했으면 혼자서 알아서 잘 준비하고 시간 되면 나오면 되지. 뾰루퉁한 표정을 하고선 지루한듯 일정이 다 써져있는 종이를 매만지자, 일이 끝나고 이제야 왔는지

화영이가 어머- 하고 준혁 오빠의 옆에 서서 말했다.





"오랜만이시네요. 여름이랑 같이 밥 먹고 오는 길?"




"아, 네 안녕하세요 화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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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어제는 여름이가 스테이크를 강제로 먹어서 체해서 난리 났었어요. 뭔 그리 비싼 걸 억지로 먹인대요? 먹기 싫다는 애 두고, 나 사주지."





준혁 오빠가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 하길래 어깨를 으쓱 했더니 오빠가 푸하- 하고 웃어보였다. 억지로 먹었어? 말을 하지- 하며 아저씨처럼 껄껄 웃는데 괜히 또 얄미워서 주먹을 꽉 쥐었더니 오빠가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선 갈게- 하고 차에 올라탄다.






"내일 늦지말고, 모르는 거 있으면 나한테 전화 해."





화영이가 손을 흔들자 준혁 오빠도 손을 작게 흔들고선 출발했다. 내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자 화영이가 뭐야? 하고 내 귀에 바람을 불고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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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오늘 연예인 보러 가서는 왜 나라잃은 표정이야? 설마 그 연예인이 고영땡씨?"



"그거보다 더 충격적인 사람…."



"더 충격? 그럼 안정민? 아니야. 나는 안정민 좋던데."



"아니…."




그럼 누군데? 유희열? 유재석?하고 온갖 연예인을 다 말하는 화영이를 애잔하게 쳐다봤더니 화영이가 왜애 뭔데- 하고 기대하는 눈을 하고선 방긋 웃어보인다.





"김우빈…."



"아~ 김우빈…."



"……."



"김우빈!?!?!"




평소에 김우빈 영화도 많이 보고, 노래를 많이 듣는 화영이기에 아- 하다가도 놀래서는 뒷걸음질을 치기에 세상 제일 불쌍한 표정을 지었더니 화영이는 내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선 말한다.





"근데 너 표정은 왜 그래! 완전 감사해야지! 김우빈이면 팬미팅 티켓팅도 3초만에 매진 되고, 돈도 꽤나 버는 앤데. 야 야 어떻디? 막 빛나? 등 뒤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막 그러더냐?




"응…."




"호오!!"




"거실에 앉아있는데 25층이라 햇빛이 장난 아니더라."



"야이씨. 진짜 어땠냐니까?"




내 어깨를 꽉 쥐고선 기대하는 눈을 하는 화영이에 기대하지 말라는듯 먼저 앞장서 걸어 빌라 문을 열며 말했다.





"연예인이라고 다를 거 하나도 없어. 초면에 사람을 무시하지를 않나. 뭘보냐고 꼽 주지를 않나. 집은 얼마나 쓸데없이 넓던지 거기서 자전거 타도 되겠더라."




"꼽을 줘?"





화영이도 날 따라 빌라 안으로 들어와 계단을 천천히 밟았다. 저녁시간이라 크게 떠들면 사람들이 안 좋아해서 우리는 최대한 속삭이며 말했다.





"우리 어디서 보지 않았어요? 이래서."




"그거 작업용 멘트잖어."




"응. 내가 모르겠다니까, 아니다 걔는 너보다 더 예뻤어. 이러더라? 어, 그래! 말까지 혼자 놨어. 아무 말도 없이. 아, 그리고 나보고 뭘봐- 이러더라?"



"와 미친놈 아니야."





김우빈에 대해서 궁금하다며 해맑게 웃던 화영이도 듣고 짜증나는지 미친새끼! 하고 소리를 쳤고, 빌라 안에 화영이의 목소리가 진짜 크게 울려퍼져서 우리 둘다 놀라서 멈칫했다.

그게 또 웃겨서 푸흡- 하고 웃는데 화영이가 또 김우빈 욕을 하는데 이렇게 즐거울 수가.



집에 들어와서 평소에 하지도 않았던 청소를 하는데 화영이가 나를 이상하게 보았다. 너 설마 죽으려고? 하고 묻는 화영이에게 대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죽으려고 다짐해야만 청소를 하니..

쓰레기통을 비우려고 보니 내가 어제 버린 유리상자가 있기에 그 유리상자를 다시금 꺼내 쓰다듬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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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동안 고생 많았어. 너 덕분에 더 힘들었지만.. 덕분에 과거 생생히 기억할 수 있어서 좋았다."



"너 드디어 미쳤구나? 사물하고 교감하니?"





돌아오는 건 화영이의 쓴 소리였지만, 그래도 나는 이제 후련하니까. 그 나쁜새끼는 이제 잊고 나는 나대로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신나서 쓰레기통에 다시금 유리상자를 넣고 밖으로 나왔다.

뭐 이리 추운지 슬리퍼만 신고 나와 발이 꽁꽁 얼 것 같아서 발을 꼼지락 거리다가 결국엔 다시 집에 들어와 양말을 신었다. 양말만 신고 다시 나갈 거라 문을 빼꼼히 열어놨더니  엄청 춥네에...

누워서 팩을 하던 화영이가 나를 보더니 팩이 떨어질 것 같으니 어색하게 입을 모아 호호- 웃으며 말했다.




"너 설마 진짜 그거 버리려고? 얘 이상해.'



"왜? 버리는 게 이상한 일이야?… 나 많이 이상해?"



"응. 열라 이상해. 한편으론 기특하고 기쁜데, 한 편으론 열라 이상하다고. 절대 못 버린다고 꽁꽁 숨겨두더니 갑자기 뭔 바람이 불어서 당차게 버려? 남자 생겼냐 너?"



"남자가 생겼으면 내가 지금 집에 이러고 있을까…."



"아하~? 잘 버리고 와. 추우니까 빨리 문 닫고."



"양말만 신고 나갈 거야아…."



"양말만 신고 나갈 건데 문은 왜 열어놓냐구."



"알았어. 닫을게…."




"아! 우리 샴푸 다 떨어졌어. 나가는 김에 사와."




"네가 올 때 좀 사오지!.."



"나가는 김에 겸사겸사."






준혁 오빠도 그렇고 화영이도 그렇고 다들 왜 이렇게 겸사겸사를 좋아해. 그러다 나가는 김에 겸사겸사 다쳐서 오라는 말까지 나오겠다 아주그냥?

겨우 추운몸을 이끌고 밖에 나왔을까 쓰레기봉투를 쥐고있는 손이 얼어버릴 것 같은 느낌에 빠르게 쓰레기장에 와서 쓰레기봉투를 던져보았다. 그래! 버려! 다 버리자! 훌훌 다 털어버리고 내 인생을 찾는 거야. 이 세상에는 쓰레기도 많지만, 착한 사람도 많아. 응! 맞아! 






"아자아아아아! 나는 이제 나 말고 다른 것에 신경 절대 안 쓸 거고, 오로지 나만 보면서 살 거야."






시련당하고, 돈 없는 초라한 서민이 얼마나 부자보다 더 잘 사는지 보여줄게. 이 세상아 기다려! 하고 속으로 소리쳤을까 갑자기 옆에서 스륵- 소리가 들렸고, 나는 민망할 정도로 화들짝 놀라서 그쪽을 보았다.

뭐야.. 고양이잖아..  야옹하고 작게 우는 고양이를 보고선 무시하자 무시하자 주문을 외우고 걸었을까, 자꾸만 내 다리에 볼을 대고 부비는 고양이에 나는..




"고양아…. 밥은 먹었어?"




또 결국엔 이런 나 말고 다른 것에 동정심을 느껴 편의점에서 고양이 간식을 사다가 주었다. 그래 이제 다른 것에 신경 안 쓰지만, 동물은 제외하고.. 그래 그래.. 근데 한가지 신기한 건





"아, 샴푸 안 샀다."




고양이 간식은 샀으면서 샴푸는 안 샀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어찌 잠도 안 오는지 새벽 4시는 되어야 잠이 들었다. 나 생각보다 긴장 안 한 것 같았는데..막상 눈을뜨고 준비하고, 택시를 타고 이 비싼 오피스텔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손이 막 떨려오기 시작했다.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비밀번호를 대라기에 그 곳에 카드를 댔더니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오오- 하고 신기한듯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섰는데 엘레베이터에서 익숙한 사람이 내리기에 또 입을 떡 벌렸다.

유명한 여배우가 내리는데 얼마나 빛이 나던지 입을 떡 벌린채로 그분이 내 옆을 지나칠때까지 입을 다물지 못 했던 것 같다.

우와.. 냄새도 좋아. 아, 생각해보니 김우빈 그 사람도 집에서 좋은 냄새가 났었는데.. 아, 아무튼.. 엘레베이터 안에 들어서 25층 버튼을 누르고나서 25층까지 가면서 별 생각을 다 한 것 같다.  갔는데 또 무시 당하면 어쩌지.. 고민만 하는데 벌써 25층에 도착했다. 쓸데없이 빠르게 도착하고 난리야.. 문 앞으로 간신히 천천히 도착해서는 검지손가락을 들고서 초인종 벨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만 열 번을 하고선 눌렀다.





"아, 나 눌렀어. 어떡해.. 어떡해?"





괜히 눌렀나? 그냥 문을 두드릴 걸 그랬나? 아닌가? 어떡하지.. 아니야! 원래 벨을 누르지 문을 두드리지는 않잖아. 초조하면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어서 손톱을 물어뜯는데 몇십초가 지나도, 몇분이 지나도 열리지 않는 문에

아무도 없나.. ? 자나? 싶었다. 아직 10시인 시간이니 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걱정이 되었다. 2시간 전에 오라해서 왔는데 정작 스케줄 가야하는 인간은 문도 안 열어주고.. 이게 뭐야..

어떡해야하지 아무 대책도 없이 뒤 돌아 엘레베이터를 탈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을까 이때 갑자기 문이 천천히 열리기에 놀라서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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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집.., 집에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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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어줘도 안 들어오냐 넌."



"문을 언제 열어줬어요…? 지금 열어주셨는데.."







문을 살짝 열어둔채로 등 돌려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기에 닫히는 문을 빠르게 잡고선 열어 따라 들어갔다. 뭔 집이 이렇게 깔끔한지 조금은 더러워진 내 신발이 민망해질 정도였다.

그나저나.. 문을 언제 열었다는 거야. 긴 복도를 지나 거실로 가는 김우빈의 뒷모습을 보고 말했다.






"언제!.. 열었는데요? 저 진짜 못 들었는데."




"무슨 무너져가는 집에서 살다왔냐."




"…에?"



"요즘은 집 안에서도 열어줄 수 있어."






아- 하고 바보같이 이해하는척 좀 했더니 이 사람이 나를 답답한듯 쳐다보았다. 아니... 모를 수도 있지. 그냥 몰랐구나? 요즘엔 이렇게도 열어진단다- 하면 되는데 왜 저렇게 차갑게 말해? 영화를 보고 있었는지 스크린에 비춰지는 영화를 쇼파에 앉아서 보기에 뻘쭘하게 서서는 나도 따라 흘낏 보다가 입을 천천히 열었다.








"근데 준비는 다 하신 거예요? 저희 12시까지 방송국에 가야 돼요. 라디오.. 12시까지니까 여기서 11시에는 나가야되지 않을까요?"


"…."


"뭐, 저보다 더 잘 아시니까. 알아서 하시겠지만! 그냥 확인차 물어본 거예요. 그 라디오 가끔 들었었는데.."




"…."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어, 이 영화 저 엄청 좋아해요. 이거 안 보셨어요? 이거 남자주인공이 잘못도 안 했는데. 잘못을 뒤집어써서 대신 사형을 받는 내용이잖아요? 어, 이 정도까지 보셨으면 다 나왔겠네. 엄청 오랜만에 본다아.."




"말이 너무 많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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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말이 너무 많다고. 머리아파."




"……."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넌 거기 가만히 앉아있어."




"
…."



"내가 일어나라고 할 때까지."






아, 죄송합니다.. 하고 뻘쭘하게 식탁 의자를 끌어다 '여기 앉아요?'하고 물으니 김우빈은 귀찮은 듯 고개를 끄덕인다. 저봐 저 싸가지.. 사람이 어색한 것좀 풀려고 말을 걸면,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쳐주면 되지 저 반응은 뭔 싸가지냐구. 괜히 뻘쭘하고 짜증나서 입술을 쭉- 내밀고 있다가도 김우빈이 일어나길래 표정을 바로 풀었다.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방으로 들어가는 김우빈에 나는 치- 하고 콧방귀를 꼈다.

근데 저 사람 참.. 눈에 뭐가 그렇게 많은 게 담겨있는지 많이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버린다. 그냥 차가운 눈빛만이 아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눈빛 말이다. 아무렴 내 상관 아니지, 싸가지에는 싸가지로 대응하는 법이지. 대응하기는 개뿔. 가만히 앉아있으란다고 진짜 가만히 앉아있는 주제에... 정말로 가만히 앉은채로 주변을 둘러보는데 TV옆에는 팬이 줬는지 종이학이 있었다. 아, 저거 10년 전까지만 해도 선물 많이 해줬는데.

저런 선물 받아도 되게 기분 좋겠다.. 오오.. 저거 비싼 양주네? 저거 구하기 되게 힘들다고 했었는데. 몇십분이 지나서야 방에서 나온 김우빈은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지나쳐가기에 멀뚱히 올려다봤더니 김우빈이 발걸음을 멈추고선 말했다.





"니 뭐하냐?"



"네?"



"안 가?"





"일어나라고 할 때까지 앉아있으라고 하셔서…."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장난하냐?"



"네에…?"



"아니…."




"…."



"무슨 앉아있으랜다고 진짜…"




"…죄송해요."





솔직히 죄송할 일은 아니었는데. 습관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김우빈이 나를 한심하게 보고선 가길래 쫄레쫄레 그의 뒷모습을 따라 걷는데 갑자기 멈칫하고 고개를 돌려 나를 보기에 나도 따라 멈췄다.

뭔 말을 하려는듯 숨을 몰아쉬었다가 말고 다시 앞을 보고 걷기에 나는 궁금해 죽을 것 같았지만 다시 조용히 그를 따랐다. 나.. 이유없이 또 찍힌 거 맞지?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웬 비싼 차들만 있기에 놀래서 입을 떡 벌렸다. 와.. 여긴 거의 다 부자들만 사나봐. 여기에 내가 예전에 탔던 차 끼면.. 눈치없다는 소리 듣겠지.. 준혁 오빠가 알려준 차 번호판을 찾아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가, 내 옆에 서서 걷던 김우빈에게 도움이라도 청할까 싶어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 차 어디에 주차 했는지 아ㅅ.."





분명 내 옆이었는데 먼저 앞장서 차를 향해 걷는 김우빈에 나는 끝말을 조용히 읊었다.





"시는 구나..."






차에 올라타 몇분동안 운전을 하면서 너무 조용하게 왔더니 속이 답답해서 속이 터질 것 같았다. 문이라도 열까 싶어서 룸미러로 김우빈을 힐끔 보면, 뭔가 열면 안 될 것 같아서 꾹 참고 운전대를 두손으로 꽉- 잡았다.

어제 새벽에 인터넷에 김우빈의 이름을 치고 대충 봤더니 나이는 서른둘이었다. 나랑 다섯살 차이..  룸미러로 한 번더 김우빈을 보고선 얘기 할 타이밍을 잡다가 신호를 못 봤고, 우뚝- 멈춰섰다.

와아.. 앞에 차 박을 뻔 했다.. 욕 먹을 준비 하고 뒤를 살짝 돌아보았더니, 김우빈은 창밖을 보던 시선을 잠시 나에게 두고선 말한다.






"운전 똑바로 해."




"네에…. 죄송합니다."






신호를 기다리면서 입술을 물어뜯는데 너무 조용하니까 이거는 진짜 아닌 것 같아서 살짝 고개를 틀고선 말했다.






"저희!.."




"…."




"말 편하게 할까요? 우빈씨가 저한테 편하게 그냥 여름아~ 이렇게 불러주셔도.."




"…."




"저는 상관 없거든요! 적어도 한두달은 자주 볼 텐데..! 친구 같은.. 걸 해도 좋을 것 같고..."




"딱 봐도 나보다 어릴 것 같은데 무슨 친구같은 소리야."




"아…."




"앞이나 봐."




네에- 하고 뻘쭘하지만 앞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은척했다. 아니.. 조금 어리다고 친구 못 하냐 진짜. 요즘 어? 동갑이어야지만 친구 하냐? 무슨 나이 부심이야. 나 같으면 그냥 예의상 알겠다고 하고, 친구 하겠다 진짜..

무슨 핸드폰을 책 읽듯이 스윗한 눈을 하고선 보는데 얼마나 또 저 모습이 기분이 나쁜지 입술을 또 삐죽 내밀었다. 기분나빠.





































라디오에 나가선 얼마나 착한척을 하던지, 안 보이던 웃음까지 흘리며 스윗한척 하는데 얼마나 또 기분이 나쁘던지. 내가 보기엔 매니저들이 사정이 있어서 나간 게 아니라, 저 자식 옆에 있는 게 힘들어서 나간 게 분명해.

2시쯤 되어서야 끝나고 바로 집으로 갈까요? 내 말에 김우빈은 피곤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 것도 별로 없는데 되게 힘들어하네.. 그냥 눈이 피곤해 보이는 건가.. 집에 들어섰을까 베란다 밖을 보자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아까는 안 오더니.. 눈 참 예쁘네, 예뻐. 눈을 한참 보다가  10시에 일어나 아무것도 안 먹었으니 점심이라도 먹여야 하나 싶어서 방에 들어간 김우빈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식탁 의자에 앉아서 조금 기다렸을까. 그가 옷을 갈이입고선 나왔고, 나는 고개를 들어 김우빈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점심은요? 점심 먹어야 되잖아요. 평소에 뭐 시켜 먹어요?"




"…."




"짜장면 좋아해요? 여기 주변에 짜장면 되게 맛있게 하는 곳 있는ㄷ.."




"오늘 스케줄 더 없잖아. 가."






뭔 말을 더 못 하게 끊어버리는데 난 이 남자랑 절대 말이 안 통하겠다 싶었다. 한 두번도 아니고 몇번 째 이러는지. 첫인상도 별로였어. 네에- 그럼 내일 또 올게요. 이 쫌팽이야. 속으로 그 말만 몇 백번이나 읊고선 일어나 현관문까지 걸어갔다.무슨 지가 잘나가는 연예인이면 다야? 아주 아주 텃세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재수 없는 사람이란 건 정확하게 알겠네. 문을 열려고 문고리에 손을 댔는데 왠지 모를 불안한 느낌에 잠시 멈칫했지만, 빨리 이 답답한 공간을.. 김우빈한테 벗어나고 싶어서 문고리를 돌려 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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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인종벨 버튼을 누르려던 김선호가 나를 보았고, 나는 급하게 문을 쾅- 닫았다. 뭐하냐? 작게 들리는 김우빈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김우빈은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로 벽에 머리를 기대어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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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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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w.1억










너무 놀랐다. 생각하지도 못 했던 사람이 내 눈앞에 있었다. 보고싶지도 않았던 사람이.. 내 앞에 있으니 심장이 이상하게 마구 뛰는 게 숨이 잘 안쉬어지는 것 같았다. 
김우빈은 인상을 쓴 채로 나를 계속 바라보았다. 안 열고 뭐 하는 거냐며 내쪽으로 다가오는 김우빈에 나는 먼저 문을 덜컥 열었다. 그리고, 내 앞에서 나를 쳐다보고있을 김선호를 보고싶지 않았지만 김선호의 여전한 목소리에 발걸음이 멈춰졌다.



"노여름 맞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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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잖아. 노여름."





7년만에 보고싶은듯, 보고싶지 않았던 사람이 내 눈 앞에 있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싶어 입을 열려고하면, 거짓말처럼 얼어버린 내 입술에 나는 바보처럼.. 또 김선호 앞에서 바보처럼 김선호를 지나쳐 급하게 도망치듯, 아니 비상구로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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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회상_

나는 스무살, 김선호는 스물여덟. 우리는 대학교가 같았고 내가 먼저 김선호를 좋아했다. 과대에다가 돈이 많고, 얼굴도 꽤나 잘생겼고, 나한텐 항상 잘해주니 모두들 나를 부러워했다. 초반에 며칠 사귈 때 까지만해도 나보다 김선호가 나를 더 좋아했었고, 나보다 김선호가 나를 더 챙겨주고, 아껴주었었다. 하지만.. 만난지 4개월쯤이 되어서는 우리는 반대가 되었다.



'나 좋아해?'


'갑자기 또 왜?'


'사귀는 사이인데 갑자기 좋아하냐고 물어보는 게 이상한 거야?'


'그게 아니라. 너는 맨날 물어보니까 그러지.'


'그거에 답 해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




그 말을 끝으로 강의를 들으러 가야만 했고, 김선호와 나는 늘 그렇게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그러다 어떤 여학생과 마주쳐 웃으며 인사를 하는 김선호가 괜히 미워서 눈물이 날 뻔 했지만, 그걸 꾹- 참고선 계단을 밟았다.

오늘은 특별히 할 것도 없어서 영화나 보러 가자는 김선호 말에 나는 정말 바보처럼 너무 신나했다. 하루종일 계속 웃기만하자 김선호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영화 하나 보러 가는 게 그렇게 좋아?'


'영화 보러 가는 게 좋은 게 아니라, 오빠랑 영화 보는 게 좋은 거야!'


'맨날 보면서 지겹지도 않아?'


'응. 더 자주 봐도 지겹지 않을 수 있어. 오빠는 나 매일 보면 지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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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 뭘 지겨워. 끝나고 조금만 기다려. 교수님이랑 얘기할 게 좀 있어서.'



그 말에 대답은 3년을 사귀면서 끝까지 들어보지 못 했다. 너를 만나면서 지겹지 않았어라는 말이 그렇게 어려웠을까. 내가 또 시무룩하게 있으면, 김선호는 내 어깨를 한 번 주물러주고선 3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화장실을 갔다 강의실에 왔을 땐, 여전히 잘생긴 얼굴을 한 너에게 다가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김선호너는 다른 여자의 머리에 붙은 먼지를 떼어주며 나에게도 잘 웃어주지 않는 웃음을 띄웠다.

강의가 끝나고 거의 한시간을 4학년 강의실 앞에서 기다리면서 나는 절대로 지루하고, 짜증나지 않았다. 김선호를 볼 수 있다면 몇시간이라도 기다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노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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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일찍 왔네.'


'한시간이 일찍이야?'


'예전엔 두시간도 걸렸었잖아. 나는 몇시간도 더 기다릴 수 있어. 교수님은 뭐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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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만 하시지 뭐.'


'역시 내 남자친구다! 어딜 가도 문제 없고.. 내 남자친구 해줘서 고마워.'



'그래. 영광인줄 좀 알아라. 나처럼 이렇게 잘난 사람이 너 만나주는 거 진짜 드물어.'


'맞아!'


'장난인데 뭘 또 맞아래?'



뭔말을 들어도 웃기만하는 김선호는 나를 답답해했다. 그래도 나는 너에게만 그랬을 뿐, 남들에겐 그러지 않았다고 그걸 말 하지 못했다. 아, 내가 굳이 말할 필요는 없었을 거다. 3년동안 나를 사귀면서, 내가 자신한테만 바보같다는 걸 몰랐다는 건 김선호만 몰랐던 거니까.




'또 울어?'


'응…. 너무 슬프잖아. 남자가 죄를 다 뒤집어썼으니까.. 사형까지 받고.'



'이거 가지고 울고 그러냐. 세상 모든 게 다 슬프냐 넌.'



내가 김선호 앞에서 자주 울다보니 김선호는 영화를 보다가 슬퍼서 우는 나를 한심해했다. 혀를 쯧쯧차며 먼저 앞장서 걸어나가는 김선호를 졸졸 따라나갔다.

영화를 보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다른 커플들처럼 김선호의 손을 꽉 잡으면, 김선호는 나를 한 번 내려다보고선 손을 바로 뺐다.



'손에 땀나.'



잡은지 얼마나 됐다고 바로 빼는데. 그게 땀이나서가 아닌, 내 손길이 싫어서라는 것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너는 이 성적으로 좋은 데 취업 하겠어?"


'더 공부 해야지!.. 좋은 회사에 들어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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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머리로는 안 된다니까. 그냥 미용쪽 배워도 되지 않겠냐.'


'그럼 오빠가 나 공부 좀 알려주면 되겠다! 오늘 시간 돼?'


'오늘 약속 있어. 다음에.'


'다음에 언제.. 맨날 다음에, 다음에.'


'다음에. 간다.'



같은과 여자애들 공부 알려줄 시간은 있고, 여자친구인 나에게 공부 알려주는 건 항상 안 된다고 했던 너였지만, 나는 항상 그런 너를 이해했었다. 다음에- 하고 등을 돌려 카페에서 나가버리는 김선호의 뒷모습을 보는 건 

어느순간 내 일상이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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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역까지 가주세요..!"




나는 아직도 기억해. 가끔 나에게 잘해주던 건, 가끔 나에게 사랑스러운 눈을 하고 애정표현을 하던 건. 진짜 나를 사랑해서가 아닌. 남들의 시선 때문이라는 거. 남들한테는 한없이 착한 과대에, 공부 잘 하고, 여자친구에게도 잘 해주는 이미지여야 했으니까. 그런 너인 걸 알면서도 나는 너를 3년동안 사랑했고, 헤어지고 난 뒤에 몇년간 너를 그리워했다. 늘 그렇듯 바보처럼 말이다.






















































선호가 한참 벙쪄서 들어오지 못 하고 가만히 있자 우빈은 귀찮은듯 팔짱을 낀 채로 선호를 보았다.  선호가 정신을 차리고 한숨을 내쉬더니 들어오지도 못 하고 또 한숨을 내쉰다. 우빈은 그런 선호를 아니곱게 쳐다보았다. 




"쟤가 왜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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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또 찾아왔는데."


"…암튼."


"…."


"…세상 좁다, 좁아."





계속 자신을 아니곱게 쳐다보는 우빈에 그 시선이 익숙한지 선호는 웃으며 우빈에게 말했다.





"오늘은 나랑 대화 좀 할 수 있을까. 동생아."

"…."


"언제쯤 마음 열어줄래?"


"그쪽은 뭐가 그렇게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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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더 자주 보게 될 텐데. 얼굴 그만 붉히자..형은 아직 너랑 끝낼 준비 안 됐어. 나 그만 미워해라. 난 앞으로 계속 너 찾아올 거고, 계속 뻔뻔하게 굴 거야."



"…."


"인마."


"…가라."




우빈이 그냥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선호가 일어나 야야- 하고 우빈의 손목을 잡았다.
우빈은 인상을 쓴채로 자신의 손목을 잡은 선호의 손을 보았다가, 고개를 들어 선호의 얼굴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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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그만 얽매여라 좀.. 집 청소도 좀 하고. 그리고 거울로 네 얼굴을 좀 봐.  연예인은 항상 행복한 얼굴을 띄워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행복한 사람의 얼굴이냐? 팬들이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겠냐?"


"…."


"너 연예인이야. 대중들에게 항상 보여지는 얼굴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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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은 항상 그래. 남의 인생 함부로 말하는 거 참 쉬워.


"…."


"내가 알아서 해. 형 앞가림이나 잘해."




우빈이 손을 뿌리치고선 방으로 들어가자 선호는 제자리에 서서는 한숨을 또 내쉬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듯 눈을 굴리던 선호는 여름을 떠올렸다. 내가 잘못 본 건가.. 아니야. 분명 똑같은 얼굴이었는데. 복잡한듯 마른세수를 해 보인 선호는 제자리에 한참을 서있는다.




























































































집에 오자마자 베게에 얼굴을 묻고 계속 울기만 했더니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던 화영이가 아직 바르지 않은 발로 내 등을 꾹꾹- 눌렀다.




"야 야 너 왜 이래? 가서 맞고왔냐?"




더 서럽게 울자, 화영이가 미안- 하고서 이불을 내 위로 덮어주었다. 왜 하필이면 김선호를 그렇게 만나는 걸까. 연예인을 싫어했던 이유도.. 항상 공부만 하던 김선호가 어느샌가 모델이 되어, 배우가 되어 나타나서 티비에 나오는 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더더욱 티비를 보는 게 힘들어졌고, 핸드폰을 보는 일도 많이 줄어들었었다. 분명 잊었다고 생각했던 김선호를 눈앞에서 그렇게 보고나니 가슴속이 이상하게 미친듯이 뛰고, 손까지 떨려오는 게 너무 이상했고, 이런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몇시간을 펑펑 울다가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자, 화영이가 간단한 운동을 집 안에서 하다가 나를 보고 야! 하고 소리쳤다.
집 앞에 있는 쓰레기장에 쭈그리고 앉아, 얼마전 우리가 내다놓은 쓰레기봉투를 계속 찾았다. 손이 더러워지는 것도 잊은 채 계속 봉투를 찾고 있었을까, 어느샌가 내 뒤로 온 화영이가 내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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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 미친년아! 뭐하는데!! 드럽게 진짜! 야야!!"




화영이가 내 팔을 잡고 질질 끌어서 나는 결국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고 또 터진 눈물에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선 가슴을 쾅쾅- 주먹으로 내리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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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짜 바본가봐.  그딴 쓰레기 새끼가 뭐가 좋다고.. 나 못해. 못 버려..  막 심장이 이상해. 그 새끼가 죽도록 싫은데.. 근데도 자꾸 마음이 이상하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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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아.. 진짜... 노여름.. 너 때문에 내가 돈다, 돌아.."










한편 우빈은 새벽 4시가 되어서도 잠에 못 들고 있다. 약을 몇 알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이 오지 않는지.. 책상에 앉아서 누군가와 찍은 사진들을 보고있다. 그리고.. 책상 위로는 수많은 약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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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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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w.1억





















"그러니까. 김우빈 그놈 집에 김선호가 왔다."



"응…."



"같은 회사인 건 몰랐고?"


"굳이 내가 김선호가 어디 회사인지 찾아볼 일도 없었잖아."


"그래. 티비에 나오는 것만 봐도 소름끼쳐하면서 강제로 끄던 네가 뭐하러 인터넷에 김선호를 치겠냐?"





김선호는 무려 3년전에 모델로 데뷔를 했다. 솔직히 김선호가 데뷔했다는 것도 알고싶지 않았지만 대학생 때 친구들이 모두 나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 대형기획사에서 모델하나 나왔는데 그게 김선호라고 말이다.
김선호가 모델로 활동할때 까지는 괜찮았다. 티비에도 많이 나오지 않았고, 인터넷에도 그리 말이 많지 않았으니 말이다. 데뷔하고 몇개월도 되지않아 배우로 또 데뷔를 하면서 김선호는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티비만 붙들고 살았던 나는 티비를 틀지 않았고, 핸드폰도 잘 보지않게되었다. 누가 알았겠어. 김우빈이랑 김선호가 같은 소속사에다가 사적으로 만나는 사이인 걸.






"그래서 냄새나는 쓰레기장에서 찾아오니까 한결 마음이 낫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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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하면 화영이는 쯧쯧 혀를 차며 발로 유리상자를 저만치 밀어낸다. 예전같았으면 왜 그러냐며 인상을 팍 쓴 채로 그 유리상자를 끌어안았을텐데, 이제는 무뎌져서 그런 걸까.. 내게서 멀어진 유리상자를 바라보기만 했다.





"김선호가 너 알아봤는데. 이제 어떻게 출근 할 거냐? 나같으면 쪽팔려서 다신 출근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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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쪽팔린데?"



"노여름 맞지? 이 말에 그냥 무시하고 도망치듯이 뛰어나간 게 그럼 축하받을 일이냐? 어~ 안녕. 하고 지나가도 민망할 타이밍에."



"…그래도."



"너는 헤어지고나서 7년동안 혼자서 계속 못 잊었어. 말로만 잊었다고 하지, 만나면 또 유리처럼 깨질 거면서 당당하게 왜 저걸 버렸대? 내가 보기엔 너 김선호 안 만났어도, 저거 다시 줏어왔다."



"사람이 어떻게 자기가 하고싶다고 해서 다 이루고 살아. 나도 나 답답해. 김선호 못 잊어서 답답해. 보자마자 숨이 턱 막혀왔다구. 잊은 줄 알았는데. 잊혀졌다고 생각했던 작은 소소한 추억들이 떠올라."



"그래서 걔랑 뭐 가까워졌으니 연락을 해보겠다고?"



"그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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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지금와서 얼굴 봤다고 다시 좋아하게 되면 어쩌려고? 걔 엄청 잘나가는 연예인이야. 네가 좋다고 꼬리 살살 흔들면서 다가가면 걔가 좋다고 하냐? 웬 미친년인가~ 하고 개무시하지. 걔는 너를 전여친으로 안 봐.그냥 스쳐지나간 하나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할 뿐이라고.  너는 걔가 아직도 너한테 감정이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아니? 절대 아니야. 감정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너한테 직접 연락이 왔었겠지. 7년동안 뭐했겠어?"



"너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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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을 해야 되냐.. 그게 최선이야?"



"응. 최선이야. 내가 틀린말 하냐?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잖아. 희망따위 주면 네가 더 힘들어할 거 뻔하니까. 당장 일 관둬. 걔가 매니저없이 잘 살던, 못 살던 알바야?"



"…."


"나 네가 힘들어 하는 거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봐온 사람이야. 내 말 잘 들어."



"…."



"다 죽어가는 새끼마냥 골골 거리다가 병원에 실려가는 거. 이제 난 안 봐. 아니? 봐도 무시할 거거든. 이 언니 성격 많이 달라졌다? 알지?"



"…."



"그 병신같은 쓰레기새끼 하나 잊는 거 참 힘들다? 어?"





이래야 내가 조금은 정신을 차리기 때문에 화영이는 항상 일부러 나에게 상처받을 말을 했다.  나는 저 말에 여전히 상처를 입는다. 7년동안은 그래왔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솔직히.. 항상 그리워하고 미워했던 그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났다는 것만으로도 나를 무너지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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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을 떠올리며_


오랜만에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줄이 길어도 불구하고 김선호 나의 손목을 잡고 맨 앞줄로 갔다. 전교회장은 먼저 먹을 수 있었으니까, 나는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다.
식판을 먼저 가져가 내 것 까지 반찬을 받아주는 김선호에 나는 혹시나 무거울까 식판을 가져가려했었고, 김선호는 됐다며 식팍을 번쩍 들어 내 머리를 콩- 살살 때렸다. 자리를 잡아 앉으면 김선호는 맛있게 먹어- 하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땐 너무 헷갈렸다. 가끔은 진짜로 나에게 잘해줄때도 있어서, 이게 남들 보는 앞이라 잘해주는 건지, 진짜 나를 좋아해서 나오는 행동인지. 밥을 먹다가 자꾸만 머리카락이 신경쓰여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으면 김선호은 나를 한참 바라보다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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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머리 내리고 다녀. 머리 묶으니까 이상해. 동그랗고.."


'아, 동그래..? 아닌데! 나 살 빠졌는데..'


'너 요새 계속 먹더니 찐빵 됐어. 너 솔직히 말해봐. 몇키로야?'


"…나."


'나는 자기관리 안 하는 여자는 질색이야.'




그 말에 삐진듯 풀이 죽어서는 고개를 숙이면 김선호는 늘 그렇듯 장난으로 모든 상황을 끝냈다.




'귀여워서 그래. 농담이야, 농담.'





이 날은 김선호가 아팠을 때다. 내가 엄청 걱정한 날이라 이 날은 잊을 수가 없다. 아프다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빠르게 가버린 김선호에 나는 걱정이 되어서 약을 사다 김선호 집 앞으로 갔었다.




'여보세요?'


- 응


'잠깐.. 나와봐! 줄 거 있어.'



- 갑자기 웬 줄 거?


'약..! 많이 아파? 못 나오겠으면, 내가 들어갈까?'


- 아니야. 약 먹었어. 그냥 가. 일어날 힘도 없어.


'아.., 약 먹었구나.. 미안.'


- 넌 뭐가 또..  됐다.




깊게 한숨을 내쉬고선 그냥 전화를 끊어버리는 김선호에 나는 멍하니 서있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그 비를 맞으며 집까지 걸어갔다. 집에 가자마자 핸드폰을 확인 했을 땐, 나는 아무생각 없이 누워서 눈물만 흘렸다.



[야 피시방에 네 남자친구 있다?ㅋㅋㅋ]



내 친구에게 온 문자에 나는 그날밤 잠도 못 자고 계속 울었던 것 같다.



그렇게 세상 다 슬프다가, 다음날 창가쪽에 앉아서 운동장을 보면 김선호는 농구를 하다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고, 나에게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그리고 같은 과 남자와 함께 공부 얘기를 조금 했는데, 김선호는 그걸 보고 화가나서 일주일간 나하고 말도 안 했다. 왜 그러냐는 내 말에 김선호는 옆에 남자와 말하니 좋냐는 말을 했고, 나는 또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일주일간 눈치만 보다가 몰래 김선호의 집에 찾아가면 김선호는 매정한 눈으로 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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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또.'



'미안해. 이제 그만 화 풀면 안 될까?'



'…….'


'우리 자자!.. 나 생각 많이 하고 온 거야. 이제 안 무서워. 오빠라면 다 할 수 있어…."



우리가 처음으로 자려고 분위기를 맞추었을 때, 나는 무서웠기에 항상 피해왔고, 김선호는 그거에 불만을 많이 가졌었다. 이 말에 거짓말처럼 김선호는 내 손목을 잡고 자신의 방으로 끌었고, 그렇게 김선호는 기분이 풀렸었다.
너의 기분을 풀어주려면 나는 수치스러움은 다 잊고, 너에게 뭔 말이든 다 해줬어야했다. 그래야 네 기분은 풀렸으니까 말이다.











































































아침이 되었고, 밤에 잠을 못잤는지 눈밑에 다크서클이 심하게 내려와있자 화영이 머리를 말리다가 여름을 보고선 말했다.




"밤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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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엄청 잘잤는데!.. 왜? 나 얼굴 막 되게 생각 많이해서 못 잔 사람같아??"


"잘 잔 사람 얼굴치곤 너무 어두워서 물어본 거다. 그래서 오늘 출근하냐?"


"응. 일은 일이니까."


"김선호 보러 가는 건 아니고?"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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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으면 당장 관뒀다."




생각보다 꽤 괜찮아보이는 여름이의 얼굴에 화영은 답답한 여름이 짜증나다가도 다행이란 생각에 여름을 보고 작게 웃어보였다. 그래도 확실히 뭔가 모르게 어제 이후로 기분이 좀 더 좋아진 것 같기도 한데.
고집이 쎄고, 자기주장 또렷한 너를 어떻게 말릴까 싶다. 화영이 준비를 다 하고선 나가려고 하자 여름이 말했다.




"하다가. 너무 힘들면."



"…."


"그땐 내가 관둔다고 말할게."



"퍽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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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한 건 내 전문이라 아마, 몇 번 더 마주치면 관둘 것 같아."



"지랄."



"치.."




화영이 간다- 하고 부츠를 신고 나가자 여름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겠지만, 내가 헤어지자고 해놓고 미련하게 다리 붙잡고 질질 짜는 건 정말 수치스러운 거잖아. 정신차리자 노여름.















우빈은 식은땀을 흘리며 인상을 쓴 채로 잠에 빠져있었고, 뭔가 괴로운지 신음소리를 내다 눈을 천천히 떴을 땐. 준혁이 침대 옆으로 의자를 하나 놓고선 앉아 우빈을 부담스럽게 쳐다보고있었다. 우빈이 눈을 약하게 뜬채로 준혁을 보다가 곧, 준혁의 말에 손등으로 눈가를 가리고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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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깼냐? 존나 오래도 자네."



"언제 온 거야."


"아까. 오늘도 이러고 있을까봐. 지나가던 길에 들렀어."


"…."


"는 아니고. 선호ㄱ 한 번 들러보라고 하길래. 자기는 뭐 일이 있다고. 그럼 나는 안 바쁜가? 그 형은 지 빼고 다 할일 없는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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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울려. 목소리 좀 줄여."



"그러게 내가 약을 끊으라고 했잖냐. 불면증에 수면제 먹는 사람. 요즘엔 별로 없다?"



"그럼."


"유튜브에 우주영상이라고 치면 첫번째로 뜨는 영상 있거든? 그거 완전 수면제가 따로없다?"


"미친…."


"솔직히 웃었다. 김우빈. 인정해라."



"아, 좀 가."





우빈이 가라며 인상을 쓰자 준혁은 일어나서 떡볶이나 먹으라며 먼저 거실로 나갔고, 우빈이 천천히 일어나 준혁을 따라 거실로 나오자, 식탁을 한가득 채운 음식들에 우빈은 더 인상을 썼다.







"야 인마. 음식 앞에서 인상쓰는 거 아니야."



"뭔 개소리야."



"우리 엄마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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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다 누가 먹는다고. 잔뜩 사왔어."



"그래. 말 끊는 건 네 특기지. 야 이 많은 걸 설마 우리 둘만 먹겠냐?"





준혁의 말을 끝으로 초인종소리가 들려 우빈이 인터폰을 보았고, 인터폰 화면엔 여름이의 얼굴에 우빈이 한숨을 내쉬고선 말했다.




"쟤 그냥 안 오게 하면 안 돼?"



"내가 사정사정~해서 부탁한 거야. 네가 내쫒을 권리 없다. 왜 별로야? 너랑 성격은 안 맞지?"



"그걸 말이라고 물어? 답답해."





우빈이 아무표정없이 인터폰에 손도 안 댄채 준혁을 보고 말했고, 준혁은 음식 비닐을 뜯다가 우빈에게 다가와 대신 인터폰 문열림 버튼을 눌러주고선 말했다.




"너는 한국말 먼저 배워야겠다. 답답한 게 아니라 착한 거다. 우리 동생 감기 걸리는데. 문 빨리 안 열어주고 뭐 하냐?  어- 열렸어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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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귀지 그러냐?"



"까일 걸? 아주 시원하게."



"형이 매력이 없긴 하지."




귀찮은 듯 우빈이 의자에 앉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준혁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선 여름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일찍왔네?하고 밝게 웃는 준혁에 여름이는 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곧 여름이 거실로 와 의자에 앉아있는 우빈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작게 고개를 숙였다. 분명 눈도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우빈이 차가운 얼굴을 하고선 시선을 피하자 여름이 뻘쭘한듯 입술을 내밀었다. 준혁은 가운데에 서서 이 상황을 보고선 한숨을 내쉬더니 우빈의 옆으로 의자를 끌어내며 여름이에게 말했다.




"앉아. 얘도 방금 일어나서 첫끼야."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시간이 몇시인데 아직 첫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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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원래 일 없을 땐 하루에 16시간도 자."


"아.. 그래? 하긴 피곤하니까!"


"안색이 별로 안 좋다? 아파?"


"아니!.. 화장을 약하게 해서 그런가.. 아닌데.. 아닌데!"


"아프려면 오늘만 아파라- 내일부터는 바쁘니까. 너무 서운해하지마. 일이란 게 다 그렇잖냐."




응- 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여름이의 손에 젓가락을 쥐어주자, 우빈이 그걸 보고선 콧방귀를 꼈다. 분명 작게 콧방귀를 낀 거였지만 여름이는 그걸 정확히 보고선 기분이 나쁜지 입술을 또 삐죽였다.
우빈은 입맛이 없는지 팔짱을 낀 채로 음식만 내려다보았고, 여름이는 밥을 깨작깨작 먹고, 준혁은 떡볶이를 흡입하듯이 먹고선 둘 사이가 너무 어색해서 웃으며 분위기 좀 띄울 겸 입을 열었다.






"너희 말은 편하게 하냐? 설마 막 불편하게 서로 존칭 붙이고 막 그러는 거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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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내가 불편한ㄱ.."





따가운 시선에 여름이 우빈의 눈치를 보고선 입을 닫았고, 준혁이 여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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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애 처음부터 너무 잡는다. 네가 그러니까 애들이 다 줄줄이 관두지."




그 말에 여름이 인정한다는듯 고갤 마구 끄덕였고, 우빈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또 눈을 피했다. 우빈이 '내가 뭘'하고선 턱을 괸 채로 한숨을 내쉬자 준혁은 그 모습을 보고선 푸하- 웃었다.
아, 진짜 아직 애라니까. 애.. 열심히 혼자서 배부르게 먹고선 배에 손을 얹혀놓고 배부르다며 노래를 부르자 우빈이 준혁을 이상하게 쳐다보았고, 준혁은 뭐- 하며 이어 말했다.





"얘 이거 째려보는 것 같지."




여름을 보며 우빈을 삿대질하고선 말하자, 여름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고, 준혁은 또 껄껄 웃으며 말한다.




"얘 이거 완전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거야. 얘가 한 번 정들면 진짜 사랑이 장난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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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안 그럴 것 같지. 얘 여자 생기면 여자한테도 엄청 잘해줘. 안 그럴 것 같지! 안 그럴 것 같지!!"



"응..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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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다 먹었으면 빨리 가."





우빈의 말에 준혁이 치우고 가겠다며 웃으며 식탁을 치우기 시작했고, 여름이 준혁을 도우자, 우빈은 팔짱을 낀채로 그 둘을 구경을 했다. 어제도 생각했던 거지만.. 뭔가 모르게 눈빛이 너무 슬퍼.

한참 우빈을 몰래 힐끗 봤을까 우빈이 저를 쳐다보자 여름이 깜빡하고 피하지도 못 하고 눈이 마주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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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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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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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영하 20도야. 뭘 좋냐?"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우빈이 차라리 인상이라 쓴 채로 뭐? 했다면 좀 더 나았을 것을.. 아무표정 없이 시선을 돌리니

여름이 민망한지 콧잔등을 긁었다. 쓰레기를 치우던 준혁이 급하게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여름이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고 말했다.





"오늘도 화이팅! 어제는 할만했지? 그냥 몸만 힘들뿐. 힘든 거 하나도 없다?"



"응!"



"만에하나 이 새끼 팬들이 너한테 지이이이랄 한다! 그럼 나 불러."



"응!"




어제 라디오 광장 앞에 서있던 애들이 김우빈 팬이었던가.. 보고 소리는 지르던데. 나한테 아직 피해준 건 없는 것 같다.

여름이 속으로 그 생각을 하고선 손을 멍청하게 흔들며 나가버리는 준혁을 보았고, 준혁이 나가자마자 집에 차가운 공기가 도는 기분이 들자 여름이 아직도 의자에 앉아있는 우빈을 보고선 말했다.





"집이 추워진 것 같네요! 갑자기.."



"……."



"음…."



"추우면 집에 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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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제가 매니저 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집에 가요."



"내 의사와 상관없이 한다고 들어온 건 너잖아."



"그래도 저 아무 피해도 없이 잘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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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옆에 있는 걸로도 피해야 넌."






말이 심하시네.. 하고 작게 말을 읊고선 고개를 숙이자 우빈이 여름을 쳐다보았고, 여름이는 여기서 고개를 들면, 무서워서 눈물이 다 날 것 같은 기분에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다 식탁에 네임펜으로 적힌 그림에 여름이는 그걸 아는지 어? 하고선 그걸 가리키고 말했다.




"이거요."



"…….'



"이 그림 아는사람 별로 없는데. 어떻게 아셨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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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림 알아?"



"네. 이거 스웨덴에서 살던 어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지폐에다가 이 그림을 그렸었잖아요. 같이 살던 손자가 그 돈을 죽을 때까지 손에 쥐고 있었고. 이거 아는 사람 별로 없는데.. 우와. 신기하다."



"…나도."



"……."



"그거 아는 사람 처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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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쵸. 이거 유명한 얘기는 아니니까요. 어떻게 알았어요? 인터넷에 쳐도 간신히 나오는데."



"나 말고."



"……."



그 뒤로 말을 잇지않는 우빈에 여름에 네? 하고 다시 묻자 우빈이 귀찮은듯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고, 여름이 갑자기 뭔가 생각났는지 아! 하고 멍청한 소리를 내더니 우빈의 뒷모습에 대고 작게 말했다.




"저기 혹시."



"……."



"…김선호요! 어제 그 사람."



"응."



"그 사람이랑 많이 친해요? 막.. 자주 볼 만큼.. 막.. 그런 사이인 거예요?"



"……."



"아니 다른 게 아니라.. 그냥요! 궁금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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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떤 사이도 아닌데."



"아, 그래요? 그럼 어제는 왜 찾아 온 거예요?"



"그건 왜 궁금한데."



"그냥 궁금하니까요!.."



"궁금할 것도 어지간히 없네."



"음.. 친해요?"



"그렇게 궁금하면 인터넷에 쳐보던가. 귀찮게."





저 말을 하고선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우빈에 여름이 씨.. 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건데 왜 저래.. 그래도.. 아까 유일하게 조금 다른 표정으로 나를 봤던 건 처음이었다.

그 그림 아냐며 휘둥그레진 눈을 보니 김우빈도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하도 인간답지 않았어야 말이지. 나는 또 맨날 똑같은 표정이길래 로봇인줄 알았네.. 아, 근데 그러고보니 인터넷이 있었지.. 

마지막으로 검색된 건 '김우빈'이었고, 혹시나하고 인터넷에 우빈,선호를 치면 나오는 이미지들에 초조한 듯 손톱을 물어뜯었다.





"무슨 같이 찍은 사진들이 이리 많아."




같이 셀카 찍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사진은 아닌듯한.. 사진들과. 같이 화보 찍은 것도 많았고..  그리고 기사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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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호랑 리얼리티방송 예정..? 이 기사에 망치로 머리 한대 맞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잠깐만.

너무 당황스럽고 화가 나고.. 설명 못 할 이 느낌에 손이 바들바들 떨려왔다. 모자를 쓰고 나온 깁우빈에 멍하니 김우빈을 올려다보면 김우빈은 나를 지나쳐 현관쪽으로 갔고, 나는 또 바보처럼 묻는다.





"어..어디가요?"



"내가 이 집에 널 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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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겠니. 생각을 좀 하고 살아라."





아..., 아 스케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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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만요. 먼저 엘레베이터 타고 내려가시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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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w.1억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고선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길래 그 옆에 다가가서 가만히 서있자. 김우빈이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져서 나도 같이 김우빈을 올려다보면, 김우빈은 뻔뻔하게도 나를 쳐다보고있는다.

먼저 피할줄 알고선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뭔가 모르게 뻘쭘하고, 내가 피해야 할 것 같은 느낌에 어색하게 웃어보이고선 정면을 보았다.

이 사람 왜 날 이렇게 쳐다봐? 이왕 오랫동안 볼 거면 웃으면서 봐주던가.. 어제도 그렇고 계속 차갑게 쳐다보고 난리래.

엘레베이터에 타고선 나는 다른 생각을 했다. 솔직히 말해서 김선호를 마주치기 싫다. 두달동안만 마주치지않고 잘 넘어갔음 좋겠다.. 리얼리티도 두달 뒤에나 했으면 좋겠다구.

다시는 김선호로 인해 내 감정을 버리고싶지도 않고, 더 이상 울고싶지도 않으니 말이다. 내가 일을 한다고 그냥 나온 것도, 한 번쯤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행동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어.. 같이 좀 가지.."




내가 멍때리는 동안 먼저 내려서는 차가 있는 쪽으로 가는데 걸음을 또 얼마나 빠른지 나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김우빈과 가까워진다. 차에 올라타서 먼저 시동을 걸자마자 뒤에 탄 김우빈을 힐끔 봤더니

김우빈은 또 나를 따라 나를 쳐다보았다. 아, 그냥 넘어가주지.. 눈치 하나는 빨라서 말이야. 아무말도 안 하면 어색해질까 말을 걸려고 했는데. 내 말로 인해 더 어색해졌다.




"많이 춥죠? 감기 잘 걸리는 체질인가! 아, 딱 봐도 건강해 보이기는 한데."



"

…."



"한 번도 안 아파봤을 것 같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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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라."



"아, 네! 그쵸. 빨리 가야죠."




무안하게 내 말을 또 끊어버리는 김우빈은 아까 그림 얘기할 때 눈이 아니었다. 진짜 돈도 잘 벌고, 사랑만 받고 사는 주제에 뭐 저리 까칠해.. 속으로 이 말을 읊고선 룸미러로 김우빈을 보았다. 진짜.. 더럽게 슬퍼보이네. 나까짓 거는 아무 것도 아닌 것 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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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에 들러서 톱배우를 봤다. 눈 앞에 가만히 앉아서 머리 손질을 받는 여배우를 보고서 나는 그렇게 계속 멍을 때렸다. 정말 너무 대놓고 쳐다보는데 배우분은 나에게 살갑게 웃어주며 커피를 마셨다. 
우와.. 저 배우들도 저렇게 착하게 웃으면서 인사해주는데 이 김우빈은 뭔데.. 머리를 다 하고선 일어나는 김우빈을 나도 모르게 째려봤다. 김우빈은 그런 나를 매정하게 보고선 또 무시한다. 또!..

차를 끌고선 방송국에 가자 웬 사람들이 이리 많은지, 소리지르는 소리 덕에 나는 내리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귀를 막았다. 룸미러로 김우빈을 보면 김우빈은 익숙한지 바로 차에서 내렸고, 나도 따라 내렸다.
내리기도 전에 차를 어떻게 알아보고 김우빈을 향해 달려오는 교복입은 학생들에 솔직히 신기해서 가만히 서서 한참 보다가 김우빈에게 가까이 달라붙기에 그제서야 어어! 하고 따라 붙었다.
'우빈아!'하고 김우빈보다 어려보이는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며 몇십명이 달라붙었고, 김우빈 표정이 보나마나 똥 씹은 표정이겠거니 했더니, 너무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태평한 표정이기에 나도 모르게 또 입을 떨 벌렸다.
와.. 두 얼굴이야. 두 얼굴..! 아, 이럴 때가 아니야. 나 매니저야. 내가 관리해야 하는 거 맞..




"아!

…."




학생들 몇십명이서 나를 이리 치고, 저리 치기에 김우빈은 이미 저 멀리 혼자서 가고있었고. 나는 저기요오- 하고 총총 그에게 뛰어갔다.
방송국 건물 문을 열고 혼자서 들어가기에 나도 따라 들어가려고 했지만,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다른 가수들 팬들까지 몰려서 못 들어가게 했다. 아.. 나 저기 들어가야 하는데.
잠깐만요.. 작게 읊고선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자 샤람들이 뭐냐며 나를 욕했다. 죄송합니다. 하고 잘못한 것도 없지만 사과를 구구절절 하고 나서야 드이어 문이 보였고, 그 문을 열려고 하면 
덩치가 한참 큰 정장을 입은 경호원이 나를 막아섰다. 방송국 관계자가 아니면 못 들어간댄다. 나보고 뭐 어떻게 하라고?



"저 들어가야 하는데.."


"안 됩니다. 딱 봐도 학생이신 것 같은데. 그냥 가죠."


"아니요! 저 김우빈씨 매니저예요!"


"그 말 못하는 사람 여기 하나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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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예요. 진짠데.."




이미 김우빈은 쭉 들어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면 팬분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저도.. 저도 이러고 서있고 싶지는 않다구요..
아, 그래. 김우빈한테 전화를 하면 되잖아. 잠깐만요 전화 하면 되죠? 내 말에 경호원이 거짓말인줄 아는지 귀찮은듯 고개를 끄덕였다.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저장해두었던 김우빈의 번호를 찾고선 전화를 걸었다.  일반 통화연결음이 들리고선 한참 있다가 전화를 받은 김우빈에 나는 왠지 모르게 신나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오..?"



- 뭐.


"저! 지금 문 앞에서 못 들어가고 있어요."



-




"어떡해요..?"




- 내 매니저라고 해.


"말 했는데.. 못 믿으시는데요. 따라가려고 했는데.. 너무 빨리 가시니까..!"


- 하




뒤에 욕이 들리는 것 같지만 기분탓이겠거니.. 하고 죄송해요.. 라고 말하려는데 그냥 전화를 끊어버리는 김우빈에 

또 주먹을 꽉 쥐고선 속으로 욕만 하는데 경호원이 나를 더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아니에요. 내가 설마 친구한테 전화해서 김우빈인 척 좀 해달라고 했을까봐? 사람들은 수근거리며 날 보며 웃었고 

곧 문이 천천히 열려서 그쪽을 보면 평소와 다르게 뒤에서 후광이 나는 걸 보니 구세주께서 나타난 게 분명하다.





"안녕하세요."



"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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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매니저 맞아요."



"아, 매니저분이 바뀌셨나요!"



"네."




곧 그 경호원은 날 향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나도 모르게 이긴 느낌에 속으로 브이를 그리며  먼저 안으로 들어서는 김우빈을 따라 들어섰다. 그러게 나 맞다고 했잖아요.
뒤를 한 번 돌아보자 팬들도 놀랐는지 벙찐 표정이기에 또 이긴 느낌에 또 브이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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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진짜 미아 될 뻔 했어요. 사람들이 저 완전 이상하게 쳐다보고 그랬다니깐요."



"

…."



"너무 빨리 걸어가시니까.. 따라가려고 했는데. 팬분들한테 떠밀려서 따라가지도 못 했어요. 

제가 그렇다고 여기 방송국을 와본 것도 아니구."



"시끄러."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천천히 좀 가주세요. 다리 길다고 자랑하시는 것도 아니ㄱ.."




그러다 콩- 하고 어딘가에 이마를 박아 고개를 들면 김우빈의 등이 보였고, 나는 뒷걸음질을 쳤다.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하고선 나를 내려다보는 김우빈에 나도 모르게 쫄아버려서 얼음처럼 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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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다고."





솔직히 저 말에 사람이 그럼 시끄럽지, 조용해요? 라고 말 하려고 했는데. 진짜 화난 것 같아서 '네..'하고 찌질이 인 거 티내듯 대답해버렸다. 나 지금 저 양반한테 쫄아서 이러고 있는 거 맞지.. 쓸데없이 기분 상하네..
하긴.. 이 사람 입장에서는 자기를 보호해줘야 하는 매니저가 뒤에서 쩔쩔 매는데 기분이 꽤 나빴겠구나 싶어서 또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저 많이 답답하죠. 저도 제가 너무 답답해서 미치겠어요..
이제라도 어떻게 하는 건지 대충 알았으니까. 이제는 절대 우빈씨 안 놓치고, 제가 보호해드릴게요!"



"야."



"네에?"



"나는 매니저 없어도 혼자 잘 다니니까."



"…."



"준혁이형한테 잘 말해서 알아서 관둬. 그 형은 내 말 듣지도 않으니까. 너도 솔직히 억지로 하는 거잖아. 그 형 부탁에. 아니야?"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니 김우빈은 역시나 나를 무시하는듯한 눈을 하고선 발걸음을 더 빨리했다. 강제로 하는 건 아닌데..나도 돈이 필요하니 하지.. 잠깐만.. 나 지금 저 사람 말 저렇게 길게 하는 거.. 처음보는데..? 너무 신기한데..? 아니.. 잠깐만. 저 사람 또 혼자 가네..!

코디분은 한분이셨고, 김우빈에게 옷까지 골라주길래 뒤에 가만히 서서 가만히 구경만 하고있는데. 그러다 한분이 나를 보고 작게 웃어주었다. 김우빈에게 옷을 건내주자 김우빈은 따로있는 탈의실에 들어갔고, 코디분이 같이 음료수나 마실까요? 하고 웃으며 먼저 밖으로 나갔다. 뒤늦게 네! 하고선 따라 밖으로 나가자 복도에 있는 자판기에 돈을 넣고 음료수를 아무거나 뽑아 나에게 건네준다. 그나저나.. 이렇게 잘나가는 연예인이 코디가 한명인 게 더 신기하네..



"많이 힘들죠?"


"네?"


"우빈이 옆에 붙어있는 거 말이에요."


"아.."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인 거 바로 들통나니까. 내 앞에서 거짓말 할 생각 하지말아요."





네.. 사실은 조금 힘들어요. 사람이 너무 매정하고 차갑잖아요.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냥 하하.. 조금요. 하고 작게 대답했다. 이분은 자신을 꾸미는 걸 엄청 좋아하시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엄청 반짝거렸다.
이분이야말로 예쁘기까지 하고 연예인같은데.. 어느샌가 넋놓고 이분을 보고있었더니 이분이 갑자기 '아!'하고선 손을 뻗는다. 그래서 그 손을 자연스럽게 잡았더니



"내 소개를 안 했죠? 아까 우빈이 정신사나워 하는 것 같아서 말 못 했는데. 저는 서른일곱살 반디예요."


"우와. 이름 엄청 예뻐요! 반디!"


"아니야. 뭐가 예뻐요. 참... 성 들으면 안 예쁘다고 할 걸요?"


"성이 뭔데요!?"


"은."


"은..반..디... 예쁜ㄷ.."


"은반디가 예뻐요?"



"……."


"웃었다?"




사실 은반지가 떠올라서 피식했는데 너무 티나났나보다. 죄송해요.. 하고 어색하게 웃어보였더니 이 분은.. 아니, 이 언니는 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딱 보니.. 스무살 중반?? 우빈이가 막 말 까던데? 벌써부터 조금 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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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뇨.. 그렇지는 않고.. 제가 불편한가봐요. 제가 치근덕 거리면 아마 또 엄청 무섭게 쳐다볼 걸요.."




내 말에 이 언니가 푸하하 웃으며 의자에 앉아보였다. 그러고선 자신의 옆에 앉아보라는듯 옆을 탁탁- 치기에 그 옆에 앉았다.



"아, 말 편하게 해도 되지?"


"네!"


"난 우빈이 신인때부터 이 일 했어. 벌써 5년 됐구나?"



"5년이나요? 저 사람 옆에요!?"


"왜. 몇달전까지만 해도 우빈이 저런 성격이지는 않았어."


"네? 성격이 변한 거예요..?"


"응. 왜 변했는지는 나도 몰라. 어느순간부터 갑자기 혼 나간 애처럼 힘 없고, 약한 모습만 보이고, 곁에 있는 사람들한테 정을 주려고도 안 하고, 모든지 다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니까. 너 전에 일하던 매니저들도 관둔 거지."




거봐. 어쩐지 관둔 건 다 핑계였어!.. 무슨 하나같이 이상한 핑계를 들고와서 관두나 했더니..




"예전엔 어땠는데요..?"


"곁에 있는 사람들한텐 엄청 잘해줬고, 맨날 장난치고, 웃어주고."



"….….."


"근데 한동안은 그 모습을 한 번도 못보네.. 애가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나까지 눈치보여서 말도 못 걸게 변해버려서. 나도 뻘쭘하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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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맨날 남자 매니저만 와서 말 걸을 겨를도 없었는데. 너 오니까. 좋다."




보기좋게 웃어주는 반디언니에 나도 따라 바보처럼 웃어보였다. 복도에 우루루 모여서 우리앞을 지나던 걸그룹이
김우빈 대기실 문 앞에 멈춰섰고, 곧 그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서로 계속 설레하며 웃다가 매니저의 손길로 인하여 문이 열렸다.





"뭐예요..?"


"앨범 홍보하는 겸 인사하는 거지 뭐. 정국이가 음악방송에 웬만해서 잘 안나오거든.
오늘도 겨우겨우 사정사정~해서 정국이 특별출연 시키는 거야. 그 박장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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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알죠! 당연히 알죠. 완전 노래 잘하시구!.. 목소리 특이하신."


"그분 피쳐링 해줬었거든? 겨우 10초 하러 여기 온 거야. 그렇게 그냥 다른가수 쓰라고 했는데.
막방이라고 한 번만 나와달라고. 으휴. 근데 나는 아직도 우빈이가 신기하다? 배우인데도 노래 한 번 냈다가 인기 많아져서 음악방소도 나오고... 진짜 대단한 것 같아."




헐.. 하고선 대기실 안을 슬쩍 봤더니 걸그룹 아이들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데 참 이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김우빈도 얼굴에 작게 미소를 띄우고선 인사를 해주는데. 참나.. 나는 저 사람을 모르기에 성격이 변하기 전에도 뭔가 저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하긴 뭘 변해. 사람 본성이 나온 거겠지. 걸그룹들의 얼굴에 핀 미소에 침을 뱉고싶지는 않지만.. 아이들아 너희는 김우빈 보며 설레하지 마.. 저 사람 사실은 아주아주 못됐거든.






무대를 하는 것 까지 보고나서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이 사람도 정말 연예인이구나.. 하고 말이다. 코디언니는 따로 간다며 먼저 가버렸고, 또 나는 김우빈이랑 단 둘이 남았다.
또 방송국 건물에서 나오려니 팬들이 엄청 많아서 심호흡을 했더니 김우빈이 나를 이상한 표정으로 내려다본다.




"제가! 지켜드릴ㄱ.."



"차로 그냥 가. 알아서 가니까."



"그럼 오늘은 그냥 천천히 눈에 익히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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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익혀도 되니까. 그냥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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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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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또 쫄았다. 또.. 혼자 묵묵히 나가길래 나도 따라 나와서 빙빙 돌아 차쪽으로 걸어가는데 팬들에게 둘러쌓였어도 어떻게 떼어내는지 잘도 움직인다. 잘도..
차에 먼저 올라타자  곧 김우빈도 올라탔고 출발할까요? 하고 안 들리게 물은 것도 아닌데 대답도 않고 창밖을 보는 김우빈을 룸미러로 한참 째려본 것 같다. 뭔 아까부터 자꾸 힘이 없어보여.. 엄청 튼튼할 것 같이 생겨서는..




김우빈이 차에서 내리고 안녕히가세요- 작게 말했을까. 역시 나를 개무시하는 건 여전하길래 이젠 조금 익숙해서  한숨 한 번 쉬고 말았다. 아, 생각해보니까. 일정 적혀있는 종이를 김우빈 집에 놓고온 것 같아서 차에서 급히 내려 저만치 떨어져 걷고있는 그의 옆에 닿을 때 까지 뛰었다.




"흐아!!"




"….….."



"저 그거 놓고왔어요. 일정표! 절대 귀찮게 안 할게요. 그것만 가지고 갈 거예요."



"….….."



"근데 어디 아파요?"


"야."


"….….."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귀찮게 안 한다며."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아.. 말 거는 것도 귀찮은 거에 포함이구나..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같이 단둘이 엘레베이터를 타도 나는 어색해서 핸드폰이라도 보고싶은데 이 사람은 어색하지도 않은지 허공을 보고있는데. 내가 여기서 어색해하고 핸드폰이나 보면 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까봐. 다른 생각 하나도 안 하고 나도 따라 허공을 보는데.. 어느새 열린 엘레베이터 문에 김우빈이 먼저 나가기에 나도 따라 쫒아 나왔다. 집에 들어가서는 식탁 위에 두었던 일정표를 들고선 찾았다- 했는데 김우빈은 오자마자 티비를 켰다. 뭔 그때 봤던 영화를 또 틀어놓는지 질리겠단 생각에 입을 열었다.




"그 영화 또 봐요? 저는 아무리 좋아하는 영화라도 계속 돌려보고 그러지는 않는데."



"….….."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아, 생각해보니까. 저는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봤어요. 지금은 엄청 싫어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음.. 근데 이 영화는 참 좋은 것 같아."




"….….."




"근데 그 사람은 나랑 이 영화를 봤는지도 기억 못 할 걸요."




내 말에 무슨 대꾸라도 할 것 처럼 일어나서 나를 쳐다보길래 나는 긴장을 했다. 근데 예상과 다르게 김우빈은 나를 지나쳐 가며 말했다.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챙겼으면 나가."






네.. 하고선 방으로 들어가는 김우빈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기만 하는 나는 오늘도 역시 졌다. 확 진짜.. 나보다 나이 먹어봤자 몇개월 먹은 게. 어우! 저거 정말...  나간다. 나가!
나가려다가 자꾸만 신경쓰이는 영화에 미련이 남아 그 영화를 보고있으면 예전이 떠올랐다. 김선호랑 단둘이서 봤던 영화 말이다. 내가 슬퍼서 울어대면 김선호는 나를 답답해했다.
세상 모든 게 슬프냐며 화를 내듯 말하는 김선호가 그때는 그저 그냥 좋았었는데 지금은 그때의 내 마음이 이해가 하나도 안 간다. 생각해보니까 남자주인공 너무 잘생겼어. 아 물론 여자주인공도 너무 예뻐. 지금은 더 훌륭한 배우가 되어있는 사람들인데 꼭 한 번 실제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는 확실히 배우처럼 생겼다고 화영이가 그랬었던 기억이 난다. 뭐에 홀린 듯 몇분을 멍때리며 영화를 봤을까 이제는 진짜 가야겠다는 생각에 뒤 돌아 걷다가 몇걸음 안 가  뭔가 생각나 아! 하고 다시금 뒤 돌아 김우빈 방 문 앞에서 소리쳤다.






"저기요! 혹시! 여기 주변에 찜질방 있어요? 다음주에 홍콩에 시상식 있잖아요. 아침 일찍 간다길래.. 그냥 차라리 찜질방에서 자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내 말에 대답이 없기에 또 무시하는가 싶어서 네? 하고 다시 물었지만 돌아오는 건 또 무시였다. 그래. 이김에 친해질 겸 한 번 방도 구경해보고 좀 그래야지. 막무가내로 들어가요- 하고선 문을 천천히 열었을땐
무슨 거의 우리집 거실만한 방크기에 놀라서 일단 1차로 놀라고, 2차로는 방이 너무 깨끗해서 놀라고.. 그 다음으로는 더 좋은 냄새에 놀라고.. 3차로는 침대 위에 널브러져있는 이상한 약통들에 놀랐다. 그리고 또 놀란 건..

 



"에?"





어디갔지?.. 두리번거리다 찾은 건 화장실인지 작은 문과, 또 다른 방문같은 게 있기에 오오.. 하고 신기해하고 있었을까. 침대 옆에 있는 작은 탁자위로 웬 오르골에 있기에 그 오르골을 매만졌다. 와, 이거 완전 예쁘다.. 
누가 만든 것 처럼 조금만 쎄게 만지면 깨져버릴 것 같고, 디자인이 참 뻔하지않고 특별해 보이고... 식탁에서 보았던 그 그림도 그려져있었다. 이런 거 가지고싶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었는데. 이건 가지고싶을 정도로 예뻐.





"너 뭐하는 거야."





아무 소리도 안 들렸었는데 언제 문을 열고 나왔는지 한쪽손엔 웬 다이어리를 들고 나를 무섭게 내려다보았다.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아, 물어볼 게 있어서요. 대답이 없길래 들어왔는데.. 죄송해요."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그거 내려놔. 건들지 마."



"아, 이거요. 이거 엄청 예뻐요."



"만지지말라고."



"네! 근데 이거 누가 만든 건가봐요. 엄청 약하고 그래ㅇ.."




내 생에 제일 잘못한 게 뭐냐고 물은다면 김선호를 만난 거 다음이 지금인 것 같다. 쉽게 깨질 것 같던 오르골은 바닥에 떨궈져 산산조각이 났고, 김우빈은 나에게 다가와 멱살을 잡았다.
누군가에게 멱살을 잡혀본 건 또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러워 김우빈을 올려다보았다.




"….….."



"내가….."



"….….."



"….시발."




"…죄송ㅎ.."




"너."




"….….."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제발 좀 꺼져. 니깟 거 한테 도움 필요 없으니까. 어디서 이상한 년이 굴러들어와서."




힘을 실어 나를 내팽겨친 김우빈에 나는 힘 없이 탁자 모서리에 부딪혀 손목이 엄청 아파왔다. 손목을 보자 찢어졌는지 피가 뚝뚝- 훌렀다. 많이도 흘러 나오는 피에 피를 막으려 손으로 감쌌다가도 바닥에 흩어진 유리조각을 치워야겠단 생각에 그 유리조각을 손에 한가득 담으며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제가 이거는 꼭 다시 사드릴.."





유리를 주워 담는 나를 내려다보더니 마른세수를 하고선 입을 여는데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더 무겁고, 무서웠다.





"나가."




"….….."



"나가라고, 좀!"




정말로 나에게 화를 내버리는 김우빈에 나는 쭈그리고 앉았던 무릎을 펴서는 김우빈을 보았고, 김우빈은 내 손에 담겨져있는 유리를 보고선 인상을 쓴 채로 나의 팔을 잡아 무식하게 흔들었다.
내 손에 있었던 유리조각들이 바닥에 다시금 뿌려지고, 김우빈은 내게 또 소리쳤다.




"이걸 왜 또 주워담고 있어. 너 병신이야?"



[배우/김우빈]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_01~05 | 인스티즈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진짜 죄송해요.. 진짜.."




"….….."





김우빈은 나를 정말 증오하는 눈으로 보았고, 나는 피가 흐르는 손목을 꼭 감싸쥐고선 방에서 도망치듯이 나왔다.



















































-

-

-

사실 뭐랄까 아이돌 친구들로 썼던 글이었는데

배우 버전으로 바꿔서 보관 하고싶었달까.. 그래서 며칠 전부터 써놨던 건데 그냥 낸다요 ! ! 빠빠루


(이름 오타가 있을시!!! 수정하겠슴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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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1
3년 전
독자2
감쟈
3년 전
독자3
으악 우빈님이라니ㅜㅜ
3년 전
독자12
악ㅜㅜ너무 좋아...더 줘요 더어어어어어
다 보고싶다ㅜㅜ

3년 전
독자4
뇽이
3년 전
독자6
배우버전.....넘좋아여.... 더 (?) 소심해져가는 여주.... 읽는내내 같이 소심해져가는것같았곸ㅋㅋㅋㅋㅋ 너무 냉미남 아닙니까 우빈님..... 뭐든 좋다만,,,,😊
3년 전
독자5
재미있어요!!!!!
다음편도 기다릴게요 :)
글 써주셔서 감사해영^^

3년 전
비회원181.37
재밌어요~
다음편이 기대되네요~

3년 전
독자7
에디 핳... 선호쓰한테... 마상 당하고 우빈쓰는 밉고😭😭 서럽다 서러워
3년 전
독자8
델리만쥬
대체 무슨일이 있었길래 우빈씨가ㅠㅠㅠㅠㅠ

3년 전
독자9
하늘-- 하..저 김우빈 진짜좋아해요ㅠㅠㅠㅠ 감사합니다 진짜 ㅠㅜㅠ
3년 전
독자10
헐 김우빈뭐다 뭐다 상상도 못한 정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살앙해ㅠㅠㅠ
3년 전
독자11
윽 대박 ㅠㅠㅠㅠ 진짜 보는동안 넘나 마름 아파요ㅜㅜㅜㅜ여주 넘 불쌍해ㅠㅠ
3년 전
독자13
헐 오바야 개좋다 ,,,, 사연있는 김우빈이라니 말 다했네ㅜㅜㅜㅜㅜㅠ
3년 전
독자14
아니 뭡니까 너무 재밌잖아요!!!다음편 너무 궁금해요ㅠ
3년 전
독자15
헐 담편 담펴편 담퍈 주세요!!!!!!!♡♡
3년 전
독자16
쿠우쿠우
와 분위기 무엇 ㅠㅠㅠㅠㅠㅠ
담편 너무 궁금해요ㅠㅠ

3년 전
독자17
헐 김우빈님 .. 사랑해여
3년 전
독자18
으아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좋아요 제 최애배우들........ㅠㅠㅠ우빈님과 선호님이라뇨....다음 글이 기대됩니다ㅠㅠ
3년 전
비회원153.199
두식이) 헐헐헐헐 이 글을 배우 버전으로ㅠㅠㅠㅠ진짜 미쳤다ㅠㅠ
3년 전
독자19
다음편 주세여ㅠㅜㅠ
3년 전
독자20
으아ㅜㅜㅜㅜㅜ 너무 재밌는데요??!!!! 진짜 너무 좋다ㅡㅜㅜㅜㅜㅠ
3년 전
독자21
와.. 김우빈이라니ㅜㅜ 너무 좋잖아요! 우빈이 나무 차갑다.. 오르골에 무슨 사연이 있길래 이렇게 급변한거야.. 여름이 손목 괜찮은거죠..?
3년 전
독자22
작가님 글 너무 재밌어요ㅎㅎ!!!
3년 전
비회원104.90
다음편 넘기대되요!ㅠㅠㅠ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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