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w.1억
"너는 밥 얻어먹으러 나가서 왜 지쳐서 들어오냐? 준혁 오빠 만나고 온 거 아니야?"
"응. 근데 밥을 억지로 먹었더니 체한 것 같아…."
"뭐 먹었는데."
"스테이크.."
"와우. 너는 스테이크를 억지로 먹냐? 나 참.. 돈 없는 사람은 부러워서 어떻게 사냐?"
"미안.. 부러우라고 말한 건 아닌데.. 우리 월세 안 냈지.."
"엉. 기다려라. 이 언니가 오늘 월급이니 낼게."
"미안해.. 두달동안 난 돈도 안 내고.."
"안 낸 거냐? 못 낸 거지."
돈이 없어서 두달동안 월세를 내지도 못 했다. 그렇다고 월세를 낼 형편도 아닌지라 한달에 옷 한 번 사입는 것도 힘들 정도랄까.. 6년동안 같이 살면서 빚도 1000만원 가까이 있는지라 돈 1000원만 있어도 통장에 넣는 그런 상황이다.
화영이라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내 사정 봐줘가면서 돈을 다 내주는 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해서 더 집에 못 있겠다는 거다.
돈도 없고, 일자리도 안 구해지고.. 괜히 서러워져서 베게에 얼굴을 묻고 닭똥같은 눈물을 찔끔 흘렸는데. 화영이의 목소리에 고개를 빠르게 들어보였다.
"노여름 너 이거 버린다? 3년전부터 버린다~ 버린다~ 하더니. 징하게도 갖고있네."
"잠깐!…."
"뭐."
"아냐.. 버려."
예전에 3년이나 사귄 김석진하고 찍은 사진이나, 반지가 담긴 유리상자를 버린다는 화영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더니, 화영이가 진짜 버린다? 하고 다시 확인사살을 한다.
응. 된다고. 내 말에 진짜? 하고 다시 되묻는 화영이에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이제는 정말 괜찮아. 하지만 내 손으로는 못 버리니까 네가 버려주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내 말에 화영이가 그럼 버린다- 하고 쓰레기봉투에 넣으려기에
벌떡 상체를 일으켜 앉아서는 소리쳤다.
"내가!!"
"아오! 놀래라! 왜 갑자기 소리를 질러. 미쳤나!"
"내가! 버릴게.내가 버려야 버리는 거지! 그럼!"
"그래 그래~ 버려보세요. 자."
화영이가 못 믿겠는지 나를 놀려댔고, 나는 그 유리상자를 짜! 하고 신나게 쓰레기통에 던졌다. 7년동안 버리지도 못 하고 찔찔 짜기만 하던 나만 봐왔기에 화영이가 놀란 눈으로 박수를 쳤다. 그리고 내가 예! 하고 소리를 지르면
화영이도 같이 소리를 질렀고, 옆집에서 시끄러운지 벽을 쾅- 치기에 우리는 다시 조용히 멈춰서서는 베시시 웃었다.
저녁이 되었다. 재수없게 눈까지 내리니 기분이 안 좋아서 커텐을 쳐버리고선 한참을 멍때리는데. 누군가 우리집 문을 쾅쾅- 두드렸다.
아무래도 여자 둘이서 사는 거라 무서워서 아무말도 않고 가만히 있으면 곧 익숙한 목소리의 아줌마가 소리친다. 보나마나 월세 받으러 온 거겠지.
얼마나 목소리가 큰지.. 이 동네 개들이 다 놀라서 짖는다. 문을 열자 주인 아줌마가 역시나 월세 얘기를 하다가 꺼낸 얘기는
"두달이나 밀렸어. 다른 집들은 꼬박꼬박 주는데. 우리집도 사정이 있는지라. 더는 못 기다려줘.. 집까지 빼줘야 될 수도 있어."
그 말을 남기고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아줌마에 화영이랑 나는 지친듯 침대에 누워서 한숨을 쉬다가 뭐가 또 재밌는지 키득키득 웃기 바쁘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왜 항상 불쌍할까. 당연한 거겠지만.. 세상에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내가 보기엔 돈이 전부인 것 같아서.. 현실이 참 슬프다.
그러다 250에 30을 더 얹혀서 준다는 준혁 오빠의 말에 떠올라 화영이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나 가수 매니저할까?"
"미쳤냐?"
"왜 미쳤냐고 그래.."
"꼼꼼해서 잘은 하겠다. 근데 뭔 가수 매니져야. 준혁 오빠가 꽂아주디??"
"응!"
"하지마. 그거 가수보다 더 힘들대."
"한달에 250.. 아니! 280!"
"해."
"……."
"당장."
"그래서 말인데.."
"당연하지."
내 말에 된다며 신난듯 흥얼거리는 오빠를 보니 고맙기도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저렇게 콧노래도 못부르는데 어떻게 노래를 만든대. 완전 음치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보이는 오빠를 빤히 보고있으면 오빠는 아씨- 하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아마, 전화를 안 받나보지? 뻘쭘한듯 헛기침을 하고선 나를 보는 오빠에 같이 뻘쭘하게 봐주자
오빠가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
"돈은 좀이따 계좌로 보내줄게. 일단은 이 새끼 좀 만나러 가자. 아마 집에 있을 거다."
"응. 근데..!"
"응?"
"누구야?"
"에?"
"가수 누군데? 누구라곤 말 안 해줬잖아…."
내 말에 아아아아- 하고 바보같은 표정을 짓고선 베시시 웃는 준혁 오빠가 새삼 너무 행복해보여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있어. 완전 착하고, 정 많고, 눈물 존나 많은 새끼. 걱정마. 인기 많은 새끼는 아니라. 네가 일 하면서 힘들지는 않을 거다."
"……."
"가자."
타- 하고 자신의 차에 올라타는 오빠에 나도 따라 조수석에 올라탔다. 완전 착하고.. 정 많고, 눈물 많은 사람..? 다행이네. 못된 사람은 아니겠지. 오빠랑 친한 동생이라면 뭐..
딱 봐도 엄청 비싸보이는 아파트에 입을 떡 벌리고 아파트를 올려다봤더니 준혁 오빠가 내 입에 손가락을 한 번 넣어보고선 말했다.
"야. 이 집이랑 내 집이랑 3000만원밖에 차이 안나. 우리집에 왔을 때보다 더 놀래냐??"
3000만원밖에? 내 표정을 보고 또 웃음이 터진 준혁 오빠가 지하로 들어가는데 우와.. 지하마저도 비싸보여.. 진짜 촌년처럼 입을 벌린 채로 엘레베이터까지 탄 것 같다.
25층에 사시는구나.. 아파트라곤 15층까지 있는 아파트에만 살아봐서 모든게 다 신기하다.. 신기해. 와 근데 더 신기한 건.. 층마다 집이 하나씩 있다는 것이다.
문 앞에 서서는 초인종벨을 누르자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고, 문을 열어주지않자 준혁 오빠가 야아- 하고 문을 두드린다.
"열어주겠지이.. 성격이 급해서 어떻게 살려고 그ㄹ.."
오빠가 이 새끼 일부러 안 열어- 하고선 비밀번호를 치는데 나도 모르게 눈을 가렸다. 남의 집 비밀번호는 함부로 보는 게 아니니까. 아마도 말이다.
문을 열자마자 엄청나게 넓은 신발장에 1차로 입이 떡 벌어지고, 다음으로 복도가 보이는 현관에 2차로 입이 떡 벌어졌다. 또 3차로는....
"야 너는 집에 있으면서 전화도 안 받고, 문도 안 열어주냐?"
분명히.. 인기없는 사람이라고 했었잖아.
"맨날 비밀번호 치고 들어오면서 오늘은 왜 열어달라는 거야."
이 사람은 tv만 틀면 나오고, 길거리를 지나다녀도 이 사람 노래소리가 들리고, 이 사람의 얼굴이 가득하고... 연기대상이란 것들은 다 받은 사람인데... 이게 인기가 없는 사람이야?
"네가 빨리 안 여니까 그러지. 네가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인마. 아! 얘는 내 친한동생 노여름 인사해 둘이."
"아.. 안녕하세요."
버릇처럼 악수하려고 손이 먼저 뻗어졌다. 내 앞에 서있던 김우빈은 나를 한 번 내려다보고선 그냥 등 돌려 걸어가 식탁 의자에 앉는 남자에 나는 뻘쭘한 손을 거뒀다.
"얘 운전은 할줄이나 알아?"
초면부터 운전은 할줄이나 아냐며 나를 얕보는 이 남자는..
"네! 할줄 알아요."
tv에서 나오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첫인상이 꽤 좋지 않다.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w.1억
"확실히 여자라 여태동안 맡았던 새끼들보다는 꼼꼼히 잘 할 거야. 뭐 작은 먼지라도 있으면 기겁하면서 치우고, 혹시라도 손에 뭐 묻으면 바~로 씻고, 어.. 그리고 뭐 중요한 일이 있으면 절대 안 까먹고. 알뜰하고 그래."
그치? 하고 날 보고 어색하게 웃는 준혁 오빠에 나는 에? 내가? 이 표정을 하고선 오빠를 보았다. 오빠가 더 어색하게 웃으며 입모양으로 '그렇다고 해'하는데 나도 모르게 기계처럼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는데.
뭔 갑자기 이상한 소리야. 작은 먼지라도 있으면 내 코로 숨쉬어서 먹어버리고, 손에 뭐 묻으면 귀찮지 않을 때 씻고, 중요한 일 있으면 까먹어서 화영이한테 맨날 혼나는데.
"김우빈 얘가 결벽증이 있거든."
"……!?"
"아, 그렇게 심한 결벽증은 아니고. 그냥~ 보통 사람들한테도 다 있는 작은 결벽증. 응."
"아."
하하- 웃는 준혁 오빠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미워보이는지 알뜰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건 진짜 한 순간이구나 싶었다.
피곤한지 팔짱을 낀채로 우리를 보는 눈빛에는 귀찮으니 '얼른 나가라'가 써져있어 나는 상당히 눈치가 보였다.
"뭐하고 있었어?"
"일어난지 얼마 안 됐어. 문 두드리는 소리 듣고 방에서 나온 건데."
"그래. 오늘은 좀 쉬어라. 쉬는데 방해해서 미안해. 내일부터 당장 일 해야 되는데. 무턱대고 여름이가 너 데리러 오면 웃기잖아. 그냥 인사 한 번 시킬겸."
"굳이 매니저 없어도 알아서 한다니까."
"대표님이 가만히 있냐? 너 예전에 매니저 없이 혼자 돌아다니다가 칼 맞을 뻔 했잖아. 누구라도 옆에 두고 다녀야지."
"더 위험할 것 같은데."
나를 턱짓으로 가리키는 김우빈에 속으로 콧방귀를 꼈다. 그래요, 나를 옆에 둔다고 뭐 달라지나요? 그나저나.. 칼 맞을 뻔 했다니까 괜히 무섭고 그러네.. 준혁 오빠를 보다가 갑자기 나를 보는 김우빈에 나도 모르게 진짜 바보같이 화들짝 놀라버렸다.
"매니저 한 번도 안 해본 거 아니야? 그런 애가 무슨 내 매니저를 해."
"너도 몇개월 하는 것도 아니고 어? 5년을 활동했음 괜찮잖아. 그냥 데려다주고, 일정 챙겨주고, 밥 챙겨주고. 얘 이런 일 엄청 잘해. 정말이야."
"여자가 해봤자 얼마나 잘 한다고."
여자가 해봤자 얼마나 잘 한다고? 쟤 지금 뭐라는 거야.. 부글부글 끓는 속을 찬물이라도 먹어서 풀고싶은데 물 먹고싶다고 말해도 차가운 말만 돌아올까봐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준혁 오빠랑 김우빈이 다른 얘기를 하길래 나도 모르게 계속 김우빈을 보았다. 첫인상은 좋지 않아도.. 그래도 확실히 연예인이라 그런지 잘생겼네. 티비로만 보던 사람 보니까 신기하다..
왜 팬들이 티비로만 보다가 한 번 실물 보면 더 보러다니는지 알겠다, 알겠어. 한참 눈치없이 보고있었을까,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정말 최악이었다.
"뭘봐."
"네..? "
"뭘."
"……."
"보냐고. 너."
"저요…?"
그럼 누구- 하고 나를 차갑게 정말 차갑게 보는 김우빈에 나는 아- 하고 시선을 다른 곳에 두었다. 준혁 오빠는 쟤를 혼내주지는 못할 망정 아저씨처럼 껄껄 웃는데 새삼 얄밉다. 새삼..
아니 누가 나인 거 몰라서 저요?라고 했겠어. 나도 나한테 뭘보냐고 한 거 아는데! 사람이 원래 말을 걸어오면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저요?라고 하는 거 아니야? 괜히 기분이 상해서 고개를 숙인채로 식탁만 주시하는데 준혁 오빠가 말했다.
"자, 차키는 네가 가지고 있고. 원래는 얘 전에 같이 일하던 매니저들은 같이 살거나, 근처에 살거나.. 들어와서 살거나 했거든. 근데 아무래도 너는 여자이다 보니까. 둘이 같이 살 수는 없잖아? 집에서 출퇴근 하고.뭐.. 왔다갔다 하기 불편하면 방 하나 구해줄까?"
"아니!..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 어차피 한 두달 정도 하고 말 건데.."
자꾸 나를 팔짱을 낀 채로 뚫어지게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들어보면 김우빈이 나를 계속 쳐다보고있었다. 나보고는 뭘 보냐면서 지는 왜 쳐다봐..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내일부터 얘 엄청 바쁘거든.영화 촬영 마치고 오늘 한국와서 겨~우 쉬는 거라. 오늘은 우리가 그만 괴롭히고 가야될 것 같은데?"
"……."
뭘 괴롭혀. 해봤자 말 두마디밖에 더 했나? 저 피곤해하는 표정이 애잔하기도 하면서 왜 이렇게 별로인지 괜히 조금 기분이 별로라서 입술을 쭉- 내밀고선 고개를 들었는데 또 눈이 마주쳐서 표정을 풀고 바로 다른곳을 보는 척을 했다. 한참 다른곳을 보고있었을까 이젠 나를 보지않겠지 싶어서 김우빈을 보면 . 아직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저래. 왜 자꾸 쳐다봐. 설마 또 뭘 보냐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설마.. 설마..
"너."
맞나봐. 너- 하는데 왜 이렇게 심장이 떨려. 혼나는 것 마냥 심장이 마구 뛰고 난리야. 턱까지 괸 채로 나를 무섭게 쳐다보는 김우빈에 나도 모르게 침을 크게도 꿀꺽- 삼켜버렸다.
"나 어디서 본적 있지."
솔직히 저 말은 tv 속에서만 보던 작업용 멘트라서 솔직히 조금 심장이 두근 거렸다. 아마 남자에게는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네? 네. tv에서 많이 봤죠… 채널만 돌렸다 하면 드라마, 영화 나오고..예능도 재방송 하구요.. 아무래도.. 한류스타이시다 보니ㄲ.."
"그거 말고."
"아, 얼마전에 뉴스에 나온 거 봤어요. 그 대상 받으셨잖ㅇ.."
"아니. 그거 말고."
"아! 저 작년에 친구가 가요대상 티켓 줘서 한 번 가서 봤었는ㄷ.."
"말고."
말을 계속 끊어먹는 김우빈이 재수없어서 주먹을 한 번 더 꽉 쥐었다. 저거 진짜.. 좋게 보려고 해도..!
"그럼.. 전 잘.. 모르겠는데요. 처음 보는데..."
"아니다."
"……."
"걔는 너보다 더 예뻤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등을 돌려 방쪽으로 들어가면서 가라는듯 손을 휘이- 저어보이는데 아.. 미안하네요. 내가 그 사람보다 덜 예뻐서. 되게 사람 무안하게 뭐 저런 말을 한대..?
준혁 오빠를 어이없게 쳐다보자 오빠는 키득키득 웃으며 먼저 일어났다. 먼저 집에서 나가려는 준혁 오빠를 따라 신발을 신는데 벌써부터 드는 이 불길함은 뭘까. 나... 괜히 한다고 했나. 사람에게 치이는 거 제일 싫어하는데.
"인기 없다며! 얼마전에 미국가서 상까지 다 받아 온 사람이잖아! 정 많고, 착하고! 그렇다며! 근데 왜 다 정반대야!"
"진정해. 나한테만큼은 인기 없고, 착하고, 정 많은 애야. 걔."
"그건 오빠한테나잖아!"
"와. 너 이렇게까지 짜증내는 거 처음봐."
"대놓고 초면에 나 무시를 하지 않나. 뭐 어디서 봤냐면서 이상한 멘트 쳐놓고 또 이상한 말을 하지를 않나. 그리고 알뜰은 뭐고, 결벽증은 뭐야. 그리고! 그리고.. 눈빛은 뭔데에.. 뭘 보냬! 나한테 뭘 보냐구! 막!
그런 사람인줄 진작에 알았으면 한다고도 안 했어."
"워워. 사람은 쉽게 판단하면 안 돼. 너희 이제 한 번 봤어. 인마."
"진짜 미워."
우쭈쭈- 하고 나를 또 애취급하는 오빠가 미웠다. 해봤자 오빠랑 나는 2살 차이인데 말이다.
사람이 아무리 모든 걸 다 가지고, 피곤한 상황이라도 초면인데 그렇게 예의없게 행동할 건 뭐람? 이래서! 이래서 내가 연예인을 별로 안 좋아해.
다 가면을 쓰고 살잖아. 티비를 틀면 웃는 얼굴로 노래를 하고, 얘기를 하던 사람이 원래는 그 모습이 아니라는 거 너무 웃기잖아.
추워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선 고개를 숙여 하얗게 쌓인 눈을 툭툭 치는데 준혁 오빠가 미안한지 야아- 하고 나의 어깨를 톡- 치고선 말한다.
"미안하다. 어? 네가 조금만 고생 좀 해줘. 조금 까탈스럽고 문제 많은 놈인데. 막 네가 생각하는 것 처럼 쓰레기는 아니야. 쓰레기가 감히 대상이란 대상들을 다 받아먹겠냐? 엉?"
"쓰레기라고 1등 안 먹는 세상이야 요즘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 쟤 알고보면 되게 착해."
"……."
"많이 힘든 놈이야. 전에 소속사에서 계약 문제로 크게 한 번 싸우고 얼마나 맘 고생 했는데."
"알았으니까…."
"응."
"나는 뭘 하면 돼?"
"자, 이거. 종이에 이번달 일정 다 적혀있어. 그냥 너는 이 시간에 맞춰서 김우빈을 태우고 방송국까지 가면 돼. 김우빈한테는 스케줄시간 2시간 전에 미리 연락 하고, 집 찾아가야 된다? 그리고! 이거 차 키.. 그리고 이거는 아파트 카드. 이거 대고 그냥 들어가면 돼. 우빈이 집 비밀번호는 혹시 모르니까 카톡으로 남겨줄게. 그리고.. 어어! 그래. 지하주차장에 차 주차시켜놨다? 번호판도 같이 알려줄게."
뭘 2시간 전에 미리 연락까지 한대.. 몇년 연예인 생활 했으면 혼자서 알아서 잘 준비하고 시간 되면 나오면 되지. 뾰루퉁한 표정을 하고선 지루한듯 일정이 다 써져있는 종이를 매만지자, 일이 끝나고 이제야 왔는지
화영이가 어머- 하고 준혁 오빠의 옆에 서서 말했다.
"오랜만이시네요. 여름이랑 같이 밥 먹고 오는 길?"
"아, 네 안녕하세요 화영씨."
"네에. 어제는 여름이가 스테이크를 강제로 먹어서 체해서 난리 났었어요. 뭔 그리 비싼 걸 억지로 먹인대요? 먹기 싫다는 애 두고, 나 사주지."
준혁 오빠가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 하길래 어깨를 으쓱 했더니 오빠가 푸하- 하고 웃어보였다. 억지로 먹었어? 말을 하지- 하며 아저씨처럼 껄껄 웃는데 괜히 또 얄미워서 주먹을 꽉 쥐었더니 오빠가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선 갈게- 하고 차에 올라탄다.
"내일 늦지말고, 모르는 거 있으면 나한테 전화 해."
화영이가 손을 흔들자 준혁 오빠도 손을 작게 흔들고선 출발했다. 내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자 화영이가 뭐야? 하고 내 귀에 바람을 불고선 말했다.
"너 오늘 연예인 보러 가서는 왜 나라잃은 표정이야? 설마 그 연예인이 고영땡씨?"
"그거보다 더 충격적인 사람…."
"더 충격? 그럼 안정민? 아니야. 나는 안정민 좋던데."
"아니…."
그럼 누군데? 유희열? 유재석?하고 온갖 연예인을 다 말하는 화영이를 애잔하게 쳐다봤더니 화영이가 왜애 뭔데- 하고 기대하는 눈을 하고선 방긋 웃어보인다.
"김우빈…."
"아~ 김우빈…."
"……."
"김우빈!?!?!"
평소에 김우빈 영화도 많이 보고, 노래를 많이 듣는 화영이기에 아- 하다가도 놀래서는 뒷걸음질을 치기에 세상 제일 불쌍한 표정을 지었더니 화영이는 내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선 말한다.
"근데 너 표정은 왜 그래! 완전 감사해야지! 김우빈이면 팬미팅 티켓팅도 3초만에 매진 되고, 돈도 꽤나 버는 앤데. 야 야 어떻디? 막 빛나? 등 뒤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막 그러더냐?
"응…."
"호오!!"
"거실에 앉아있는데 25층이라 햇빛이 장난 아니더라."
"야이씨. 진짜 어땠냐니까?"
내 어깨를 꽉 쥐고선 기대하는 눈을 하는 화영이에 기대하지 말라는듯 먼저 앞장서 걸어 빌라 문을 열며 말했다.
"연예인이라고 다를 거 하나도 없어. 초면에 사람을 무시하지를 않나. 뭘보냐고 꼽 주지를 않나. 집은 얼마나 쓸데없이 넓던지 거기서 자전거 타도 되겠더라."
"꼽을 줘?"
화영이도 날 따라 빌라 안으로 들어와 계단을 천천히 밟았다. 저녁시간이라 크게 떠들면 사람들이 안 좋아해서 우리는 최대한 속삭이며 말했다.
"우리 어디서 보지 않았어요? 이래서."
"그거 작업용 멘트잖어."
"응. 내가 모르겠다니까, 아니다 걔는 너보다 더 예뻤어. 이러더라? 어, 그래! 말까지 혼자 놨어. 아무 말도 없이. 아, 그리고 나보고 뭘봐- 이러더라?"
"와 미친놈 아니야."
김우빈에 대해서 궁금하다며 해맑게 웃던 화영이도 듣고 짜증나는지 미친새끼! 하고 소리를 쳤고, 빌라 안에 화영이의 목소리가 진짜 크게 울려퍼져서 우리 둘다 놀라서 멈칫했다.
그게 또 웃겨서 푸흡- 하고 웃는데 화영이가 또 김우빈 욕을 하는데 이렇게 즐거울 수가.
집에 들어와서 평소에 하지도 않았던 청소를 하는데 화영이가 나를 이상하게 보았다. 너 설마 죽으려고? 하고 묻는 화영이에게 대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죽으려고 다짐해야만 청소를 하니..
쓰레기통을 비우려고 보니 내가 어제 버린 유리상자가 있기에 그 유리상자를 다시금 꺼내 쓰다듬으며 말했다.
"7년동안 고생 많았어. 너 덕분에 더 힘들었지만.. 덕분에 과거 생생히 기억할 수 있어서 좋았다."
"너 드디어 미쳤구나? 사물하고 교감하니?"
돌아오는 건 화영이의 쓴 소리였지만, 그래도 나는 이제 후련하니까. 그 나쁜새끼는 이제 잊고 나는 나대로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신나서 쓰레기통에 다시금 유리상자를 넣고 밖으로 나왔다.
뭐 이리 추운지 슬리퍼만 신고 나와 발이 꽁꽁 얼 것 같아서 발을 꼼지락 거리다가 결국엔 다시 집에 들어와 양말을 신었다. 양말만 신고 다시 나갈 거라 문을 빼꼼히 열어놨더니 엄청 춥네에...
누워서 팩을 하던 화영이가 나를 보더니 팩이 떨어질 것 같으니 어색하게 입을 모아 호호- 웃으며 말했다.
"너 설마 진짜 그거 버리려고? 얘 이상해.'
"왜? 버리는 게 이상한 일이야?… 나 많이 이상해?"
"응. 열라 이상해. 한편으론 기특하고 기쁜데, 한 편으론 열라 이상하다고. 절대 못 버린다고 꽁꽁 숨겨두더니 갑자기 뭔 바람이 불어서 당차게 버려? 남자 생겼냐 너?"
"남자가 생겼으면 내가 지금 집에 이러고 있을까…."
"아하~? 잘 버리고 와. 추우니까 빨리 문 닫고."
"양말만 신고 나갈 거야아…."
"양말만 신고 나갈 건데 문은 왜 열어놓냐구."
"알았어. 닫을게…."
"아! 우리 샴푸 다 떨어졌어. 나가는 김에 사와."
"네가 올 때 좀 사오지!.."
"나가는 김에 겸사겸사."
준혁 오빠도 그렇고 화영이도 그렇고 다들 왜 이렇게 겸사겸사를 좋아해. 그러다 나가는 김에 겸사겸사 다쳐서 오라는 말까지 나오겠다 아주그냥?
겨우 추운몸을 이끌고 밖에 나왔을까 쓰레기봉투를 쥐고있는 손이 얼어버릴 것 같은 느낌에 빠르게 쓰레기장에 와서 쓰레기봉투를 던져보았다. 그래! 버려! 다 버리자! 훌훌 다 털어버리고 내 인생을 찾는 거야. 이 세상에는 쓰레기도 많지만, 착한 사람도 많아. 응! 맞아!
"아자아아아아! 나는 이제 나 말고 다른 것에 신경 절대 안 쓸 거고, 오로지 나만 보면서 살 거야."
시련당하고, 돈 없는 초라한 서민이 얼마나 부자보다 더 잘 사는지 보여줄게. 이 세상아 기다려! 하고 속으로 소리쳤을까 갑자기 옆에서 스륵- 소리가 들렸고, 나는 민망할 정도로 화들짝 놀라서 그쪽을 보았다.
뭐야.. 고양이잖아.. 야옹하고 작게 우는 고양이를 보고선 무시하자 무시하자 주문을 외우고 걸었을까, 자꾸만 내 다리에 볼을 대고 부비는 고양이에 나는..
"고양아…. 밥은 먹었어?"
또 결국엔 이런 나 말고 다른 것에 동정심을 느껴 편의점에서 고양이 간식을 사다가 주었다. 그래 이제 다른 것에 신경 안 쓰지만, 동물은 제외하고.. 그래 그래.. 근데 한가지 신기한 건
"아, 샴푸 안 샀다."
고양이 간식은 샀으면서 샴푸는 안 샀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어찌 잠도 안 오는지 새벽 4시는 되어야 잠이 들었다. 나 생각보다 긴장 안 한 것 같았는데..막상 눈을뜨고 준비하고, 택시를 타고 이 비싼 오피스텔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손이 막 떨려오기 시작했다.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비밀번호를 대라기에 그 곳에 카드를 댔더니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오오- 하고 신기한듯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섰는데 엘레베이터에서 익숙한 사람이 내리기에 또 입을 떡 벌렸다.
유명한 여배우가 내리는데 얼마나 빛이 나던지 입을 떡 벌린채로 그분이 내 옆을 지나칠때까지 입을 다물지 못 했던 것 같다.
우와.. 냄새도 좋아. 아, 생각해보니 김우빈 그 사람도 집에서 좋은 냄새가 났었는데.. 아, 아무튼.. 엘레베이터 안에 들어서 25층 버튼을 누르고나서 25층까지 가면서 별 생각을 다 한 것 같다. 갔는데 또 무시 당하면 어쩌지.. 고민만 하는데 벌써 25층에 도착했다. 쓸데없이 빠르게 도착하고 난리야.. 문 앞으로 간신히 천천히 도착해서는 검지손가락을 들고서 초인종 벨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만 열 번을 하고선 눌렀다.
"아, 나 눌렀어. 어떡해.. 어떡해?"
괜히 눌렀나? 그냥 문을 두드릴 걸 그랬나? 아닌가? 어떡하지.. 아니야! 원래 벨을 누르지 문을 두드리지는 않잖아. 초조하면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어서 손톱을 물어뜯는데 몇십초가 지나도, 몇분이 지나도 열리지 않는 문에
아무도 없나.. ? 자나? 싶었다. 아직 10시인 시간이니 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걱정이 되었다. 2시간 전에 오라해서 왔는데 정작 스케줄 가야하는 인간은 문도 안 열어주고.. 이게 뭐야..
어떡해야하지 아무 대책도 없이 뒤 돌아 엘레베이터를 탈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을까 이때 갑자기 문이 천천히 열리기에 놀라서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엄..마야.. 집.., 집에 있었어요?"
"문을 열어줘도 안 들어오냐 넌."
"문을 언제 열어줬어요…? 지금 열어주셨는데.."
문을 살짝 열어둔채로 등 돌려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기에 닫히는 문을 빠르게 잡고선 열어 따라 들어갔다. 뭔 집이 이렇게 깔끔한지 조금은 더러워진 내 신발이 민망해질 정도였다.
그나저나.. 문을 언제 열었다는 거야. 긴 복도를 지나 거실로 가는 김우빈의 뒷모습을 보고 말했다.
"언제!.. 열었는데요? 저 진짜 못 들었는데."
"무슨 무너져가는 집에서 살다왔냐."
"…에?"
"요즘은 집 안에서도 열어줄 수 있어."
아- 하고 바보같이 이해하는척 좀 했더니 이 사람이 나를 답답한듯 쳐다보았다. 아니... 모를 수도 있지. 그냥 몰랐구나? 요즘엔 이렇게도 열어진단다- 하면 되는데 왜 저렇게 차갑게 말해? 영화를 보고 있었는지 스크린에 비춰지는 영화를 쇼파에 앉아서 보기에 뻘쭘하게 서서는 나도 따라 흘낏 보다가 입을 천천히 열었다.
"근데 준비는 다 하신 거예요? 저희 12시까지 방송국에 가야 돼요. 라디오.. 12시까지니까 여기서 11시에는 나가야되지 않을까요?"
"……."
"뭐, 저보다 더 잘 아시니까. 알아서 하시겠지만! 그냥 확인차 물어본 거예요. 그 라디오 가끔 들었었는데.."
"……."
"어, 이 영화 저 엄청 좋아해요. 이거 안 보셨어요? 이거 남자주인공이 잘못도 안 했는데. 잘못을 뒤집어써서 대신 사형을 받는 내용이잖아요? 어, 이 정도까지 보셨으면 다 나왔겠네. 엄청 오랜만에 본다아.."
"말이 너무 많아."
"네?"
"너 말이 너무 많다고. 머리아파."
"……."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넌 거기 가만히 앉아있어."
"……."
"내가 일어나라고 할 때까지."
아, 죄송합니다.. 하고 뻘쭘하게 식탁 의자를 끌어다 '여기 앉아요?'하고 물으니 김우빈은 귀찮은 듯 고개를 끄덕인다. 저봐 저 싸가지.. 사람이 어색한 것좀 풀려고 말을 걸면,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쳐주면 되지 저 반응은 뭔 싸가지냐구. 괜히 뻘쭘하고 짜증나서 입술을 쭉- 내밀고 있다가도 김우빈이 일어나길래 표정을 바로 풀었다.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방으로 들어가는 김우빈에 나는 치- 하고 콧방귀를 꼈다.
근데 저 사람 참.. 눈에 뭐가 그렇게 많은 게 담겨있는지 많이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버린다. 그냥 차가운 눈빛만이 아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눈빛 말이다. 아무렴 내 상관 아니지, 싸가지에는 싸가지로 대응하는 법이지. 대응하기는 개뿔. 가만히 앉아있으란다고 진짜 가만히 앉아있는 주제에... 정말로 가만히 앉은채로 주변을 둘러보는데 TV옆에는 팬이 줬는지 종이학이 있었다. 아, 저거 10년 전까지만 해도 선물 많이 해줬는데.
저런 선물 받아도 되게 기분 좋겠다.. 오오.. 저거 비싼 양주네? 저거 구하기 되게 힘들다고 했었는데. 몇십분이 지나서야 방에서 나온 김우빈은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지나쳐가기에 멀뚱히 올려다봤더니 김우빈이 발걸음을 멈추고선 말했다.
"니 뭐하냐?"
"네?"
"안 가?"
"일어나라고 할 때까지 앉아있으라고 하셔서…."
"장난하냐?"
"네에…?"
"아니…."
"……."
"무슨 앉아있으랜다고 진짜…"
"…죄송해요."
솔직히 죄송할 일은 아니었는데. 습관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김우빈이 나를 한심하게 보고선 가길래 쫄레쫄레 그의 뒷모습을 따라 걷는데 갑자기 멈칫하고 고개를 돌려 나를 보기에 나도 따라 멈췄다.
뭔 말을 하려는듯 숨을 몰아쉬었다가 말고 다시 앞을 보고 걷기에 나는 궁금해 죽을 것 같았지만 다시 조용히 그를 따랐다. 나.. 이유없이 또 찍힌 거 맞지?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웬 비싼 차들만 있기에 놀래서 입을 떡 벌렸다. 와.. 여긴 거의 다 부자들만 사나봐. 여기에 내가 예전에 탔던 차 끼면.. 눈치없다는 소리 듣겠지.. 준혁 오빠가 알려준 차 번호판을 찾아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가, 내 옆에 서서 걷던 김우빈에게 도움이라도 청할까 싶어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 차 어디에 주차 했는지 아ㅅ.."
분명 내 옆이었는데 먼저 앞장서 차를 향해 걷는 김우빈에 나는 끝말을 조용히 읊었다.
"시는 구나..."
차에 올라타 몇분동안 운전을 하면서 너무 조용하게 왔더니 속이 답답해서 속이 터질 것 같았다. 문이라도 열까 싶어서 룸미러로 김우빈을 힐끔 보면, 뭔가 열면 안 될 것 같아서 꾹 참고 운전대를 두손으로 꽉- 잡았다.
어제 새벽에 인터넷에 김우빈의 이름을 치고 대충 봤더니 나이는 서른둘이었다. 나랑 다섯살 차이.. 룸미러로 한 번더 김우빈을 보고선 얘기 할 타이밍을 잡다가 신호를 못 봤고, 우뚝- 멈춰섰다.
와아.. 앞에 차 박을 뻔 했다.. 욕 먹을 준비 하고 뒤를 살짝 돌아보았더니, 김우빈은 창밖을 보던 시선을 잠시 나에게 두고선 말한다.
"운전 똑바로 해."
"네에…. 죄송합니다."
신호를 기다리면서 입술을 물어뜯는데 너무 조용하니까 이거는 진짜 아닌 것 같아서 살짝 고개를 틀고선 말했다.
"저희!.."
"……."
"말 편하게 할까요? 우빈씨가 저한테 편하게 그냥 여름아~ 이렇게 불러주셔도.."
"……."
"저는 상관 없거든요! 적어도 한두달은 자주 볼 텐데..! 친구 같은.. 걸 해도 좋을 것 같고..."
"딱 봐도 나보다 어릴 것 같은데 무슨 친구같은 소리야."
"아…."
"앞이나 봐."
네에- 하고 뻘쭘하지만 앞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은척했다. 아니.. 조금 어리다고 친구 못 하냐 진짜. 요즘 어? 동갑이어야지만 친구 하냐? 무슨 나이 부심이야. 나 같으면 그냥 예의상 알겠다고 하고, 친구 하겠다 진짜..
무슨 핸드폰을 책 읽듯이 스윗한 눈을 하고선 보는데 얼마나 또 저 모습이 기분이 나쁜지 입술을 또 삐죽 내밀었다. 기분나빠.
라디오에 나가선 얼마나 착한척을 하던지, 안 보이던 웃음까지 흘리며 스윗한척 하는데 얼마나 또 기분이 나쁘던지. 내가 보기엔 매니저들이 사정이 있어서 나간 게 아니라, 저 자식 옆에 있는 게 힘들어서 나간 게 분명해.
2시쯤 되어서야 끝나고 바로 집으로 갈까요? 내 말에 김우빈은 피곤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 것도 별로 없는데 되게 힘들어하네.. 그냥 눈이 피곤해 보이는 건가.. 집에 들어섰을까 베란다 밖을 보자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아까는 안 오더니.. 눈 참 예쁘네, 예뻐. 눈을 한참 보다가 10시에 일어나 아무것도 안 먹었으니 점심이라도 먹여야 하나 싶어서 방에 들어간 김우빈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식탁 의자에 앉아서 조금 기다렸을까. 그가 옷을 갈이입고선 나왔고, 나는 고개를 들어 김우빈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점심은요? 점심 먹어야 되잖아요. 평소에 뭐 시켜 먹어요?"
"……."
"짜장면 좋아해요? 여기 주변에 짜장면 되게 맛있게 하는 곳 있는ㄷ.."
"오늘 스케줄 더 없잖아. 가."
뭔 말을 더 못 하게 끊어버리는데 난 이 남자랑 절대 말이 안 통하겠다 싶었다. 한 두번도 아니고 몇번 째 이러는지. 첫인상도 별로였어. 네에- 그럼 내일 또 올게요. 이 쫌팽이야. 속으로 그 말만 몇 백번이나 읊고선 일어나 현관문까지 걸어갔다.무슨 지가 잘나가는 연예인이면 다야? 아주 아주 텃세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재수 없는 사람이란 건 정확하게 알겠네. 문을 열려고 문고리에 손을 댔는데 왠지 모를 불안한 느낌에 잠시 멈칫했지만, 빨리 이 답답한 공간을.. 김우빈한테 벗어나고 싶어서 문고리를 돌려 열면..
"……!!"
"……."
초인종벨 버튼을 누르려던 김선호가 나를 보았고, 나는 급하게 문을 쾅- 닫았다. 뭐하냐? 작게 들리는 김우빈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김우빈은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로 벽에 머리를 기대어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뭐하냐고."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w.1억
강의가 끝나고 거의 한시간을 4학년 강의실 앞에서 기다리면서 나는 절대로 지루하고, 짜증나지 않았다. 김선호를 볼 수 있다면 몇시간이라도 기다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노여름.'
'어. 일찍 왔네.'
'한시간이 일찍이야?'
'예전엔 두시간도 걸렸었잖아. 나는 몇시간도 더 기다릴 수 있어. 교수님은 뭐라셔?'
'칭찬만 하시지 뭐.'
'역시 내 남자친구다! 어딜 가도 문제 없고.. 내 남자친구 해줘서 고마워.'
'그래. 영광인줄 좀 알아라. 나처럼 이렇게 잘난 사람이 너 만나주는 거 진짜 드물어.'
'맞아!'
'장난인데 뭘 또 맞아래?'
뭔말을 들어도 웃기만하는 김선호는 나를 답답해했다. 그래도 나는 너에게만 그랬을 뿐, 남들에겐 그러지 않았다고 그걸 말 하지 못했다. 아, 내가 굳이 말할 필요는 없었을 거다. 3년동안 나를 사귀면서, 내가 자신한테만 바보같다는 걸 몰랐다는 건 김선호만 몰랐던 거니까.
'또 울어?'
'응…. 너무 슬프잖아. 남자가 죄를 다 뒤집어썼으니까.. 사형까지 받고.'
'이거 가지고 울고 그러냐. 세상 모든 게 다 슬프냐 넌.'
내가 김선호 앞에서 자주 울다보니 김선호는 영화를 보다가 슬퍼서 우는 나를 한심해했다. 혀를 쯧쯧차며 먼저 앞장서 걸어나가는 김선호를 졸졸 따라나갔다.
영화를 보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다른 커플들처럼 김선호의 손을 꽉 잡으면, 김선호는 나를 한 번 내려다보고선 손을 바로 뺐다.
'손에 땀나.'
잡은지 얼마나 됐다고 바로 빼는데. 그게 땀이나서가 아닌, 내 손길이 싫어서라는 것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너는 이 성적으로 좋은 데 취업 하겠어?"
'더 공부 해야지!.. 좋은 회사에 들어갈 거야.'
'네 머리로는 안 된다니까. 그냥 미용쪽 배워도 되지 않겠냐.'
'그럼 오빠가 나 공부 좀 알려주면 되겠다! 오늘 시간 돼?'
'오늘 약속 있어. 다음에.'
'다음에 언제.. 맨날 다음에, 다음에.'
'다음에. 간다.'
같은과 여자애들 공부 알려줄 시간은 있고, 여자친구인 나에게 공부 알려주는 건 항상 안 된다고 했던 너였지만, 나는 항상 그런 너를 이해했었다. 다음에- 하고 등을 돌려 카페에서 나가버리는 김선호의 뒷모습을 보는 건
어느순간 내 일상이 되었었다.
"노정역까지 가주세요..!"
"나는 진짜 바본가봐. 그딴 쓰레기 새끼가 뭐가 좋다고.. 나 못해. 못 버려.. 막 심장이 이상해. 그 새끼가 죽도록 싫은데.. 근데도 자꾸 마음이 이상하다구."
"야... 아.. 진짜... 노여름.. 너 때문에 내가 돈다, 돌아.."
한편 우빈은 새벽 4시가 되어서도 잠에 못 들고 있다. 약을 몇 알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이 오지 않는지.. 책상에 앉아서 누군가와 찍은 사진들을 보고있다. 그리고.. 책상 위로는 수많은 약들이 있다.
"...…."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w.1억
"깼냐? 존나 오래도 자네."
"이걸 다 누가 먹는다고. 잔뜩 사왔어."
"그래. 말 끊는 건 네 특기지. 야 이 많은 걸 설마 우리 둘만 먹겠냐?"
준혁의 말을 끝으로 초인종소리가 들려 우빈이 인터폰을 보았고, 인터폰 화면엔 여름이의 얼굴에 우빈이 한숨을 내쉬고선 말했다.
"쟤 그냥 안 오게 하면 안 돼?"
"내가 사정사정~해서 부탁한 거야. 네가 내쫒을 권리 없다. 왜 별로야? 너랑 성격은 안 맞지?"
"그걸 말이라고 물어? 답답해."
우빈이 아무표정없이 인터폰에 손도 안 댄채 준혁을 보고 말했고, 준혁은 음식 비닐을 뜯다가 우빈에게 다가와 대신 인터폰 문열림 버튼을 눌러주고선 말했다.
"너는 한국말 먼저 배워야겠다. 답답한 게 아니라 착한 거다. 우리 동생 감기 걸리는데. 문 빨리 안 열어주고 뭐 하냐? 어- 열렸어 들어와."
"아주 사귀지 그러냐?"
"까일 걸? 아주 시원하게."
"형이 매력이 없긴 하지."
귀찮은 듯 우빈이 의자에 앉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준혁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선 여름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일찍왔네?하고 밝게 웃는 준혁에 여름이는 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곧 여름이 거실로 와 의자에 앉아있는 우빈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작게 고개를 숙였다. 분명 눈도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우빈이 차가운 얼굴을 하고선 시선을 피하자 여름이 뻘쭘한듯 입술을 내밀었다. 준혁은 가운데에 서서 이 상황을 보고선 한숨을 내쉬더니 우빈의 옆으로 의자를 끌어내며 여름이에게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다 먹었으면 빨리 가."
우빈의 말에 준혁이 치우고 가겠다며 웃으며 식탁을 치우기 시작했고, 여름이 준혁을 도우자, 우빈은 팔짱을 낀채로 그 둘을 구경을 했다. 어제도 생각했던 거지만.. 뭔가 모르게 눈빛이 너무 슬퍼.
한참 우빈을 몰래 힐끗 봤을까 우빈이 저를 쳐다보자 여름이 깜빡하고 피하지도 못 하고 눈이 마주쳐버렸다.
"……."
"아."
"……."
"날씨가 너무 좋네요!.."
"오늘 영하 20도야. 뭘 좋냐?"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우빈이 차라리 인상이라 쓴 채로 뭐? 했다면 좀 더 나았을 것을.. 아무표정 없이 시선을 돌리니
여름이 민망한지 콧잔등을 긁었다. 쓰레기를 치우던 준혁이 급하게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여름이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고 말했다.
"오늘도 화이팅! 어제는 할만했지? 그냥 몸만 힘들뿐. 힘든 거 하나도 없다?"
"응!"
"만에하나 이 새끼 팬들이 너한테 지이이이랄 한다! 그럼 나 불러."
"응!"
어제 라디오 광장 앞에 서있던 애들이 김우빈 팬이었던가.. 보고 소리는 지르던데. 나한테 아직 피해준 건 없는 것 같다.
여름이 속으로 그 생각을 하고선 손을 멍청하게 흔들며 나가버리는 준혁을 보았고, 준혁이 나가자마자 집에 차가운 공기가 도는 기분이 들자 여름이 아직도 의자에 앉아있는 우빈을 보고선 말했다.
"집이 추워진 것 같네요! 갑자기.."
"……."
"음…."
"추우면 집에 가던가."
"에이… 제가 매니저 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집에 가요."
"내 의사와 상관없이 한다고 들어온 건 너잖아."
"그래도 저 아무 피해도 없이 잘 있지 않나요…."
"그냥 옆에 있는 걸로도 피해야 넌."
말이 심하시네.. 하고 작게 말을 읊고선 고개를 숙이자 우빈이 여름을 쳐다보았고, 여름이는 여기서 고개를 들면, 무서워서 눈물이 다 날 것 같은 기분에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다 식탁에 네임펜으로 적힌 그림에 여름이는 그걸 아는지 어? 하고선 그걸 가리키고 말했다.
"이거요."
"…….'
"이 그림 아는사람 별로 없는데. 어떻게 아셨대요?"
"그 그림 알아?"
"네. 이거 스웨덴에서 살던 어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지폐에다가 이 그림을 그렸었잖아요. 같이 살던 손자가 그 돈을 죽을 때까지 손에 쥐고 있었고. 이거 아는 사람 별로 없는데.. 우와. 신기하다."
"…나도."
"……."
"그거 아는 사람 처음봐."
"아!.. 그쵸. 이거 유명한 얘기는 아니니까요. 어떻게 알았어요? 인터넷에 쳐도 간신히 나오는데."
"나 말고."
"……."
그 뒤로 말을 잇지않는 우빈에 여름에 네? 하고 다시 묻자 우빈이 귀찮은듯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고, 여름이 갑자기 뭔가 생각났는지 아! 하고 멍청한 소리를 내더니 우빈의 뒷모습에 대고 작게 말했다.
"저기 혹시."
"……."
"…김선호요! 어제 그 사람."
"응."
"그 사람이랑 많이 친해요? 막.. 자주 볼 만큼.. 막.. 그런 사이인 거예요?"
"……."
"아니 다른 게 아니라.. 그냥요! 궁금해서요."
"아니. 어떤 사이도 아닌데."
"아, 그래요? 그럼 어제는 왜 찾아 온 거예요?"
"그건 왜 궁금한데."
"그냥 궁금하니까요!.."
"궁금할 것도 어지간히 없네."
"음.. 친해요?"
"그렇게 궁금하면 인터넷에 쳐보던가. 귀찮게."
저 말을 하고선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우빈에 여름이 씨.. 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건데 왜 저래.. 그래도.. 아까 유일하게 조금 다른 표정으로 나를 봤던 건 처음이었다.
그 그림 아냐며 휘둥그레진 눈을 보니 김우빈도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하도 인간답지 않았어야 말이지. 나는 또 맨날 똑같은 표정이길래 로봇인줄 알았네.. 아, 근데 그러고보니 인터넷이 있었지..
마지막으로 검색된 건 '김우빈'이었고, 혹시나하고 인터넷에 우빈,선호를 치면 나오는 이미지들에 초조한 듯 손톱을 물어뜯었다.
"무슨 같이 찍은 사진들이 이리 많아."
같이 셀카 찍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사진은 아닌듯한.. 사진들과. 같이 화보 찍은 것도 많았고.. 그리고 기사엔
"……!!"
김선호랑 리얼리티방송 예정..? 이 기사에 망치로 머리 한대 맞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잠깐만.
너무 당황스럽고 화가 나고.. 설명 못 할 이 느낌에 손이 바들바들 떨려왔다. 모자를 쓰고 나온 깁우빈에 멍하니 김우빈을 올려다보면 김우빈은 나를 지나쳐 현관쪽으로 갔고, 나는 또 바보처럼 묻는다.
"어..어디가요?"
"내가 이 집에 널 두고."
"……."
"어딜 가겠니. 생각을 좀 하고 살아라."
아..., 아 스케줄..!
"자, 잠깐만요. 먼저 엘레베이터 타고 내려가시면 안 돼요!"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w.1억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고선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길래 그 옆에 다가가서 가만히 서있자. 김우빈이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져서 나도 같이 김우빈을 올려다보면, 김우빈은 뻔뻔하게도 나를 쳐다보고있는다.
먼저 피할줄 알고선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뭔가 모르게 뻘쭘하고, 내가 피해야 할 것 같은 느낌에 어색하게 웃어보이고선 정면을 보았다.
이 사람 왜 날 이렇게 쳐다봐? 이왕 오랫동안 볼 거면 웃으면서 봐주던가.. 어제도 그렇고 계속 차갑게 쳐다보고 난리래.
엘레베이터에 타고선 나는 다른 생각을 했다. 솔직히 말해서 김선호를 마주치기 싫다. 두달동안만 마주치지않고 잘 넘어갔음 좋겠다.. 리얼리티도 두달 뒤에나 했으면 좋겠다구.
다시는 김선호로 인해 내 감정을 버리고싶지도 않고, 더 이상 울고싶지도 않으니 말이다. 내가 일을 한다고 그냥 나온 것도, 한 번쯤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행동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어.. 같이 좀 가지.."
내가 멍때리는 동안 먼저 내려서는 차가 있는 쪽으로 가는데 걸음을 또 얼마나 빠른지 나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김우빈과 가까워진다. 차에 올라타서 먼저 시동을 걸자마자 뒤에 탄 김우빈을 힐끔 봤더니
김우빈은 또 나를 따라 나를 쳐다보았다. 아, 그냥 넘어가주지.. 눈치 하나는 빨라서 말이야. 아무말도 안 하면 어색해질까 말을 걸려고 했는데. 내 말로 인해 더 어색해졌다.
"많이 춥죠? 감기 잘 걸리는 체질인가! 아, 딱 봐도 건강해 보이기는 한데."
…
…."
"한 번도 안 아파봤을 것 같아요. 하하."
"빨리 가라."
"아, 네! 그쵸. 빨리 가야죠."
…."
…
….
"여보세요오..?"
…
…
"어떡해요..?"
…
뒤에 욕이 들리는 것 같지만 기분탓이겠거니.. 하고 죄송해요.. 라고 말하려는데 그냥 전화를 끊어버리는 김우빈에
또 주먹을 꽉 쥐고선 속으로 욕만 하는데 경호원이 나를 더 이상하게 쳐다보았다.아니에요. 내가 설마 친구한테 전화해서 김우빈인 척 좀 해달라고 했을까봐? 사람들은 수근거리며 날 보며 웃었고
곧 문이 천천히 열려서 그쪽을 보면 평소와 다르게 뒤에서 후광이 나는 걸 보니 구세주께서 나타난 게 분명하다."저 진짜 미아 될 뻔 했어요. 사람들이 저 완전 이상하게 쳐다보고 그랬다니깐요."
…
…."
"너무 빨리 걸어가시니까.. 따라가려고 했는데. 팬분들한테 떠밀려서 따라가지도 못 했어요.
제가 그렇다고 여기 방송국을 와본 것도 아니구.""시끄러."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천천히 좀 가주세요. 다리 길다고 자랑하시는 것도 아니ㄱ.."
"시끄럽다고."
"야."
"….….."
-
-
-
사실 뭐랄까 아이돌 친구들로 썼던 글이었는데
배우 버전으로 바꿔서 보관 하고싶었달까.. 그래서 며칠 전부터 써놨던 건데 그냥 낸다요 ! ! 빠빠루
(이름 오타가 있을시!!! 수정하겠슴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