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입니다 | 안녕하세요ㅎ 메이입니다ㅠ 늦었죠 제가 많이ㅠㅠ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ㅠㅠㅠㅠㅠ 소설들도 다 날아가 버렸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
Remain
남아있는 사람들의 여흥
02.첫 봄.
봄이 왔다. 나에게. 겨울은 가고 봄이 왔다. 곧 따뜻해질 꺼라 믿고 방심했던 나는 꽃샘추위에 무너졌다. 겨울도 버틴 나였지만 따스함 속에 몰아치는 차가운 바람은 너무 아팠다.
“나 숲에 다녀올게.” “숲? 갑자기 왜?” “머리도 식힐 겸. 바람 쐬러.”
숲은 좋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도 그런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소리도 따뜻한 햇살도 모든 것이 여유롭고 한데 어우러진다. 한시도 빨리 큰 나무아래 가만히 누워 숲의 소리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숲의 소리대신 누군가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노랫소리를 따라 가니 큰 나무가 나왔다. 그리고 나무 아래엔 누군가가 있었다. 갈색빛이 도는 긴 머리, 우리처럼 창백하지 않고 생기있는 뽀얀 피부의 소녀였다. 도톰한 붉은 입술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가사가 정확히 들리진 않았지만 멜로디에 어우러진 소녀의 목소리는 햇살아래 있는 소녀만큼이나 예뻤다.
노래를 듣고 소녀를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노래가 끊겼다. 귓가를 간질이던 노랫소리가 끊어지니 몸을 감싸오던 따뜻한 느낌이 사라진 느낌에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그 아이 앞에 서 있었다. 아이의 목소리와 함께 들리던 악기는 기타였나. 그 아이는 내 인기척에 놀라 노래를 멈춘 듯 보였다. 기타선율과 함께 아이의 목소리가 끊겼다. 가까이서 본 그 아이는 훨씬 예뻤다. 그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조금은 굳은 표정으로 날 올려다 보더니 이내 굳은 표정은 사르르 녹아내리고 환한 웃음을 내게 보여줬다. 그러곤 옆으로 조금 비켜 앉아 나에게 손짓했다.
“앉아요.”
아이의 옆에 앉았다. 다시금 듣고 싶어졌다. 다시 내 몸을 감싸는 따스한 기운을 느끼고 싶었다. 이 아이에게선 따뜻하고 달콤한 그런 무언가가 느껴진다.
“아까 부르던 노래..” “복숭아요?” “복숭아?”
아, 노래 제목이예요. 왜요? 듣고싶어요? 사실 저 노래 잘 안하는데.. 근데 언니한테는 불러줄께요. 재잘재잘 떠드는 목소리가 싫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 그리고 햇살과 바람과 함께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재잘거림이 멈추고 기타선율이 들려왔다. 아이의 목소리와 함께. 이번엔 가사도 함께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멜로디와 제목도 아이와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가사를 들으니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딱 너 같은 노래네.” “나? 고마워요. 헤헤. 기분좋다.”
집으로 돌아오니 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방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아침에 만났던 그 아이에 대해 생각했다. 눈을 감으니 아이의 웃음, 얼굴, 목소리 하나하나 생생했다. 아까 느낀 그 기운이 다시 찾아온 것 같았다. 아이는 봄 같았다. 따스하고 예쁘고 귀여운. 살짝 고개를 내민 꽃 봉우리. 머지않아 그 꽃은 활짝 피겠지. 꽃이 핀다면 정말 아름다울 거야. 지금은 귀엽고 예쁘지만 꽃이 만개한다면 분명 너는 더 아름답겠지. 그 누구보다.
*
다음날 혹시나 하고 찾아간 그 곳엔 그 아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만 기다리다 나를 발견하곤 손을 흔들며 웃음소리로 날 맞았다. 웃을 때 접히는 눈이 사랑스러웠다. 아이는 다시 재잘재잘거리기 시작했다, 귀여운 얘기였다. 가족얘기 마을얘기 하던 아이가 갑자기 손벽을 짝 치며 얘길했다.
“아 맞다! 언니, 내가 생각을 해 봤는데요. 언니 내가 기타 치는 법 알려줄게요!” “기타? 아니, 괜찮아. 난 듣는 게 더 좋아.” “아니아니. 내가 노래하고 언니가 기타 치면 되잖아요. 나 언니가 연주한 기타소리 듣고싶단말이예요. 응응? 알려줄께요. 응?”
아이의 애교 섞인 말에 난 결국 기타를 집어 들었다. 조곤조곤 알려주는 아이의 목소리도 좋았다. 살짝 기다려지기도 했다. 내가 연주를 하고 아이가 노래를 하는 모습이. 그렇게 되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했다. 머지않아 다가올 그 날이 기다려 졌다.
그렇게 속성으로 아이는 내게 알려주었다. 손이 아려 잠깐 쉴 때 아이가 내게 물어왔다.
“언니, 언니는 이름이 뭐예요? 난 설리예요. 설리.” “설리. 잘 어울린다. 넌 모든게 너 같네. 난 크리스탈.” “크리스탈? 언니 이름도 언니같아요. 히히.”
설리. 서얼리. 입에 감기는 느낌이 부드러웠다. 어쩜 이 아이는 모든 것이 다 그런건지. 하나같이 다 사랑스러웠다.
*
“언니, 나는 언니가 너무 좋아요.” “나도 네가 좋아. 귀엽고 사랑스럽고.” “아니아니 난 장난아니라니깐? 그래서 언니랑 같이 살고싶어.” “알아알아. 너랑 사는건 나도 좋아. 그러고 싶고.”
그럼 같이 살래요? 같이 살자. 언니. 요즘 계속 이 소리다. 같이 살고싶다고. 물론 나도 그렇고 그렇게 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인간들과 함께 섞여 살 수는 없다. 이 아이를 성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이 아이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망설여진다. 아직 이 아인 내 정체도 모르고. 숨기려 한 것 도 아니지만. 말 한적도 없으니. 내가 아이를 데리고 간다 해도 뭐라 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아이가 적응을 할지 걱정이고. 더 생각을 해 봐야겠지. 기타에 집중했다. 일단 아이랑 하루빨리 같이 노래하고 싶었으니까. 내 연주소리에 맞춰 노래하는 아이. 아마 그건 꽃이 만개한 모습이지 않을까.
*
“우와, 언니 되게 빨리 늘었어요!” “내일이면 같이 할 수 있겠다.” “응응! 기대되요. 기타 빌려줄게. 내일줘요. 그리고 내일까지 다 마스터 하면!” “하면?” “기타 선물로 줄께요. 난 필요없어.” “왜? 연주하는거 좋아했잖아.” “언니가 쳐주면 되지! 이제 언니가 치는거예요. 난 노래하고. 계속.“
맞네. 그럼 되겠다. 아이가 노래하고 내가 연주하고. 이 곡 뿐만이 아니라 또 다른 곡 까지. 아이는 평생 노래를 할 테고 난 그럼 평생 기타를 치겠지. 아이의 목소리에 맞춰. 나만 기대하는거 아니지. 나만 생각하는거 아니지. 설리야. 난 미래가 너무 기다려져. 내일이 너무 기대되. 너와 함께할 것을 아니까 내일이 너무 기다려져. 너와 함께할 생각을 하니 내 삶의 끝도 두렵지 않고 기다려져. 난 분명 행복할 테니까. 너랑 함께면 무얼하든 난 너무 행복하거든. 나에게 와줘서 고마워. 아마 말로썬 전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고맙고 사랑해. 언젠가는 꼭 전해줄게, 설리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