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기성용대] 1819
기성용시점
“ 형, 커피 마실래요? 아냐 이건 좀 그렇고…. 형, 이거 친구가 시킨건데 걔가 없어져서…. ”
아, 씨발…. 이런거 말고 좀 참신한 말 없나.
도서관 입구에서 냉커피 두잔을 들고 서성거리는 중이었다.
남자답게 형 먹어요? 아니면 착한 이미지로 형, 저랑 어제 보셨죠? 반가워서 드리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린뒤 도서관 문을 어깨로 밀어서 열었다.
“ 뭔 숨소리도 안나냐…. ”
조용하다 못해 적막한게 신기해서 입을 열었다가 내 주위의 사람들이 노려보는 바람에 입을 다물었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조심히 해서 그가 앉아있는 창가쪽으로 걸어갔다.
어라, 분명히 앉아있었는데….
이리저리 둘러보니 도서실 밖을 나서는 그가 보였다.
언제 나간건진 몰라도 그를 놓칠세라 뛰다싶이 걸어서 밖으로 나왔다.
후덥지근한 공기에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가 그에게 뛰어갔다.
“ 저, 저기요. 형! ”
“ ……? ”
“ 그…. 그러니까…. ”
막상 형, 이라고는 불렀지만 동그랗게 뜬 눈으로 쳐다보는 얼굴을 보고 말문이 막혀서 입을 다물었다.
머릿속이 새하애지는 느낌이었다. 뭐. 뭐라고 해야하지?
그래. 이름…. 이름부터 말을 해야겠다. 아니 커피부터? 커피부터 줘야하나?
그래, 우선 커피부터….
냉커피를 내미려는 순간,
어떤 미친새끼가 내 등짝을 들이받았다.
“ 기성용ㅡ!! ”
“ 윽…! ”
그 충격때문에 바닥에 넘어지면서 무릎을 부딫쳤다. 무릎을 감싸쥐고 한손으론 얼굴을 감싸쥐는데
엎어진 내 등짝 위로 누군가가 발을 올려놓았다.
고개를 힘겹게 들어 쳐다보니 갈아쳐마셔도 시원찮을 구자철이었다.
벌떡 일어나서 구자철 개새끼의 멱살을 틀어잡고 욕설을 내뱉으려는 순간, 두손이 허전하다는걸 깨달았다.
넘어지면서 커피를 내던져진거 같은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다. 그리고 고개가 차마 옆으로 돌려지지 않았다.
“ 아…. ”
“ ……. ”
“ 기성용, 니 존나 실망이다. 왜 나한테는 커피 안주는데? ”
구자철 이 씨발새끼야…. 좀 닥쳐주지 않을래.
커피로 샤워하다싶은 그가 내 옆에 서있었다.
왜 나한테는 커피 안주냐고 찡찡거리는 구자철 개새끼의 입에 주먹을 쑤셔넣고 싶었다.
주먹만 쑤셔넣어? 발도 쑤셔넣어줄수 있다.
고개를 살짝 돌려서 그를 쳐다보자 커피로 얼룩진 머리와 옷을 툭툭 털어내는 그였다.
구자철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차고 빠르게 그에게 다가가서 주머니를 뒤적였다.
내 성격에 손수건 따위가 나올리가 있나.
당황스러워서 멍하니 있다가 사과를 안했다는 생각에 퍼뜩 허리를 굽혔다.
“ 죄, 죄송합니다! ”
“ 아니야. 고의도 아닌데 뭐…. ”
그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더니 제 머리와 얼굴을 대충 닦아냈다.
얼룩이 진 하얀색 티가 눈에 들어와서 내 셔츠를 벗어서 내밀었다.
반팔티를 안에 입고와서 다행이지.
“ 아, 안그래도 되는데. ”
“ 제가 죄송해서 드린거에요. 그리고 추하잖아요…. ”
“ 고마워. ”
“ 진짜 죄송해요. ”
“ 그러고보니 이름이 뭐야? ”
“ …네? ”
갑자기 이름을 물어보는 바람에 당황했다. 이름? 내이름 물어보는거 맞지?
“ 기,기성…. ”
“ 얘요? 이름 기성용이에요. 존나 허세 쩌는 새끼. ”
“ 성용이…? 내가 옷은 빨아서 돌려줄게. ”
입을 열려는 찰나에 구자철이 끼어들었다. 아무래도 이새끼는 나랑 일대일 면담을 해야겠다.
나한테 물어본건데 대답도 못했다. 어벙벙하게 입을 벌리고 있다가 그가 손을 흔드는 모습에 얼떨결에 따라 흔들었다.
그의 모습이 내 시야에서 사라진뒤, 나는 구자철의 멱살을 틀어잡았다.
“ ……친구, 왜이러는가. ”
“ 친구 좋아하시네. ”
“ 왜…왜그래? 내가 뭘 잘못했다고…. ”
“ 이 씨발…새끼가…. ”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다시 멱살을 고쳐잡고 놈을 질질 끌고갔다. 살려달라고 찡찡거리는 놈의 입을 틀어막았다.
오늘 한번 비오는날 먼지나게 맞듯이 맞아보자. 자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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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도 없고, 할것도 없고, 쳐맞고도 멀쩡한 구자철은 축구한답시고 사라졌고.
혼자 운동장 옆 벤치에서 쓸쓸하게 앉아서 핸드폰만 두들기는 중이었다.
아 맞다, 셔츠는 어떻게 돌려받지…. 형이 내 번호를 알리가 없지.
“ 여기 있었네? ”
뒤에서 어깨를 치길래 뒤돌아 봤더니 그였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의 그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들자 그가 손가락으로 전화하는 시늉을 하길래 내 핸드폰번호를 적었다. 사실 손가락이 떨려서 여러번 지웠다는건 비밀.
그가 핸드폰을 받아들고 내 번호로 전화를 걸었는지 내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저장 됐어? 라고 입을 벙긋거리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씨발, 형 번호 땄다!!!! 기뻐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 셔츠 돌려주려면 번호 알아야 하잖아. ”
“ 아, 네. 그렇죠…. ”
“ 근데 번호를 몰라서, 너 찾느라 힘들었어. ”
그러고보니 그의 볼이 새빨갰다. 형이 나 찾는건줄 알았으면 내가 진작 돌아다녀서 찾았을건데.
내 셔츠는 아무래도 그에게 조금 큰모양이다. 약간 헐렁해보이는 모양새가 귀여웠다.
나도 미친놈이지. 남자한테 잘보이겠다고 커피 사들고 오고, 번호 알았다고 좋아하고. 셔츠 입은거 보고 귀엽다고 느끼고.
그가 아, 연습하러 가야겠다. 라고 중얼거리더니 금새 강당쪽으로 걸어갔다. 왠 연습.
번호를 알고 나서 몇일 후, 연락을 먼저 한건 나였다.
먼저 연락하는건 처음이라 어색했다.
「 형, 저 성용인데요. 셔츠…. 」
「 돌려줄까? 다 말랐는데. 」
「 네, 어디세요? 제가 갈께요. 」
「 여기 우리 고등학교 강당이야. 여기 있을게. 」
「 금방 갈게요. 」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일어나서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삐쳐있는 머리를 이리저리 매만지다 안되겠다 싶어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샤워기를 틀고 샴푸를 주욱 짜내다가 말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무슨 여자 만나러 가는것도 아니고….
머리를 말리고 왁스까지 해볼까, 라고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첫만남에 이건 너무 오바다 싶어서 대충 옷을 걸쳐 입고 뛰다싶이 걸었다.
누가 학교 언덕위에 지으랬어.
게다가 강당은 왜이렇게 정문에서 멀게 지었냐고.
빨리 가야겠단 마음에 미친듯이 뛰었더니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왜 학교가 언덕이야. 짜증나게.
겨우 강당까지 뛰어와서 주머니에 챙겨온 손거울을 꺼내들었다.
얼굴이야 항상 잘생겼고,
머리는 이정도면 양호하네.
강당문을 열어젖혔다. 배드민턴 라켓을 들고 혼자서 셔틀콕을 이리저리 치던 그가 문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그의 발 옆에는 쇼핑백이 놓여져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그가 라켓을 내려놓고 쇼핑백을 집어들었다.
“ 자, 깨끗이 빨았어. ”
“ 안빨아주셔도 되는데. ”
“ 아냐, 그래도 땀 났을수도 있으니까 불쾌하잖아. ”
형 땀은 하나도 안불쾌한데….
쇼핑백 안을 보니 곱게 개어져있는 내 셔츠가 보였다. 그가 말똥하게 나를 쳐다보다 말고 갑자기 배를 문질렀다.
씁, 배고프네. 라고 중얼거리는 그의 입모양을 캐치한 내가 입을 열었다.
“ 우리 밥먹으러 가요! ”
“ 어? ”
“ 형 배고프죠? 내가 밥 사줄게요! ”
“ 아냐, 집에 가서 먹으면 돼. 셔츠도 빌렸는데 염치없게…. ”
“ 제가 사는거예요. 괜찮아요. ”
그의 손목을 다짜고짜 잡고 강당 밖으로 나왔다. 뭐 먹을래요? 라고 묻는 나에게 그는 오물거리며 …까르보나라. 라고 대답했다.
씨발, 까르보나라 존나 싫은데…. 냄새도 존나 느끼해.
그래도 형이 존나 좋아한다니까 가야지.
정말 배가 고팠던건지 그는 정말 잘먹었다. 맛있게 먹는 모습에 내가 먹던 스파게티까지 그에게 내밀정도였다.
중간에 그가 억지로 까르보나라를 먹이는 바람에 뿜을뻔 했지만 형이 먹여주는거다, 닥치고 먹는거다. 라는 자기 암시로 인해 다행히 삼킬수 있었다.
구자철이 먹였으면 얼굴이고 나발이고 냅다 뿜었을텐데.
그는 학교가 끝나면 항상 배드민턴을 친다고 했다. 그도 야자는 안하는 모양이다. 잠깐, 배드민턴이라면…. 내가 존나 못하는거?
체육시간에 평가 본다길래 열심히 했는데 헛스윙만 15번 해서 D받은거?
“ 같이 칠래? ”
아뇨,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의 얼굴을 보자 내 입에서 마음대로 짓껄이기 시작했다.
“ 네, 같이 쳐요. 근데 나 못치는데. ”
닥쳐, 닥치라고 입!!!!!!
아뇨 안칠래요!!!! 라고 말하려고만 하면 그의 얼굴이 아른거려서 말할수가 없었다.
“ 형이 가르쳐줄거에요? ”
“ 음…, 그래. 가르쳐줄게. ”
그는 웃더니 다시 까르보나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가 안보는 사이 내 머리를 후려치고 싶었다. 근데 존나 설레.
내가 못하면 아마 형이 뒤로 가까이 오거나 옆으로 오겠지. 직접 내 손까지 잡아서 동작도 가르쳐주고 그러겠지….
그렇게 하다가… 하다가….
잠깐, 근데 나는 남잔데…. 형도 남자잖아….
나 게이야?
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입이 벌어졌다.
턱을 괴고있던 손에 들려있던 포크가 테이블로 떨어졌다. 그가 놀란표정으로 쳐다보는걸 보고 나도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왜그래? 라고 묻는 그에게 아니라고 손을 내저었다. 목이 탔다. 콜라를 들고 마시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랑 손을 잡고 포옹하는걸 상상해봤다. 존나 좋아서 혼자 입꼬리가 올라가는걸 주체할수가 없어서 손으로 입을 가렸다.
구자철이랑 손을 잡…. 토기가 올라왔다.
내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자 그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아마 병신같다고 말하는것 같아서 재빨리 웃는 얼굴로 바꿨다.
“ 어,언제 언제 연습하는데요? ”
“ 나 매일하는데…? ”
“ 매일 하면 안힘들어요? ”
“ 응. 괜찮아. ”
“ 벌써 9시 반이네요…. ”
“ 벌써? 그럼 나 가야겠다. 독서실 가야해서. ”
계산을 마치고 나오자 그가 잘먹었다고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자기 친구가 준건데 고마워서 줄게 없어서 주는거라고 내 손바닥에 쥐어주고는 손을 흔들고 금새 사라졌다.
손바닥을 펴보니 딸기맛사탕.
꼭 저같은거 들고다니는거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배드민턴 라켓은 얼마나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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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나름....신선하게 기성용시점으로 써봤어요.
얘로 쓰는게 뭔가 잘써지고 재밌는 느낌
하지만 똥글이라는건 변하지않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성용시점은 다음에 또....써드릴께염 뿌잉뿌잉
사실 소재가 없어서 쓴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