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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일삼 전체글ll조회 560l 1





반지를 나눠 끼웠지만 이는 금방 군번줄에 걸렸다. 손가락에 끼울 만큼 한가하지 못 한 둘의 계급 때문이었다. 5구역에서 일어난 전투에 참가해야 했다. 전투복을 안에서 군번줄을 제외한 다른 촉감이 느껴지자 웃음까지 나왔다. 전투 직전에는 삼가야 할 감정이었는데. 그게 독이 된 걸까.




“전정국!”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질 않는다. 다만 강한 폭발이 땅을 울렸고, 폭발의 근원지에 전정국이 있었다는 것밖에는. 뒤늦게 뜬 헬기가 화재를 진압하고 의료용 이송기들이 우르르 나와 부상자를 이송해갔다. 여주는 이성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지시를 내린 후 현장으로 걸어갔다. 살아 있는 부상자부터 빨리 추려내야 했다.




“대대장님……”

“김시호. 정신 차려. 여기서 정신 잃으면 끝이다. 사람 불러올 테니까 붙잡고 있어.”

“대대장님…… 전 대위가……”




사람을 불러오려는 여주의 발목이 힘없이 잡혔다. 유일하게 정국과 여주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었다. 내려다 본 시호의 눈꺼풀이 점점 감기고 있었다. 여주는 결국 무전을 치고 도로 앉았다. 시호의 옆구리가 줄줄 새고 있었다. 응급처치부터 해야 했다. 소매를 찢어 옆구리에 감았다. 압박에 못 이긴 그의 입에서는 신음 대신 전 대위의 이름만 맴돌았다.




“전 대위가……”

“그래, 전 대위가 왜.”

“사라졌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똑바로 말해.”

“사라……사라졌……윽!”

“환자 이송합니다!”

“김시호. 정신 똑바로 차려. 치료 받고, 회복하고 나서 나한테 하려던 말 마저 전해. 알겠어?”

“전, 전 대위가…… 대, 대대장, 윽……!”




의료팀이 시호를 이송하기 쉽도록 여주가 자리를 비켜줬다. 실려 가는 시호가 헬기에 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주위에는 한 구의 시체도 없었다. 화약 냄새와 흙냄새, 비릿한 피 냄새만이 맴돌았다. 그날 김시호는 과다출혈로 사망했고, 끝내 뒷말은 듣지 못했다. 보고에 의하면 김시호뿐만 아니라 폭발지 근처에 있던 모두가 사망했다. 그렇게. 전정국은.












[방탄소년단] XX는 죽었다 1 | 인스티즈



1. I am Vhree



“명단 작성일은 10월. 연도와 일은 알 수 없어. 일부러 안 적었거나 특수 잉크를 썼거나.”

“후자는 아닐 테니 전자군. 며칠인지는 몰라도 돼. 연도는 내가 알아. 5년 전이야.”




주가 말없이 종이를 건넸다. 호석이 의뢰를 맡긴 지 나흘 만에 완벽히 복구된 종이는, 잔뜩 낡은 재질과 달리 선명한 글자가 찍혀 있었다.





『  대  한  제  2  국  소  탕  작  전  합  류  동  의  명  단  』



1. 김태형

2. 민윤기

3. 박지민

4. 전정국

5. 정호석



2xxx.10.xx




“그럼 이제 전정국과 함께 일 했다는 말. 자세히 설명해 보시지.”




주가 카운터 위에 다리를 올렸다. 잔뜩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이 그의 심기를 나타냈다. 분명 동의 명단이라고 돼 있지만 그 어디에도 관련 조항이나 동의 사인 같이 상세한 것들은 나와 있지 않았다. 하물며 어디서 주관하는 것이고 담당자가 누구인지까지도. 명단이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정직하게 이름과 날짜만 새겨진 게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전정국의 이름을 거론하며, 하필, 자신에게 의뢰한 것도. 주가 발을 까딱이자 호석은 주위에 있던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명단을 보면 알겠지만 이 다섯은 대한 제2국을 만들려는 무리를 소탕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예부대야. 국가에서 명령한 거라 거역할 수 없었고, 일급 기밀로 부쳐졌지. 활동지는 다 달라. 나는 공군. 전정국은 육군. 민윤기는 해군이었으니까.”

“각기 다른 곳에서 소탕작전을 했다?”

“우리가 모인 건 세 번이야. 청와대에서 한 번, 12구역에서 한 번, 5구역에서 한 번.”




주가 눈을 번뜩였다. 5구역은 정국의 마지막을 보았던 곳이었다.




“5구역에 모인 건 한 명을 제외한 모두였어. 우리는 너희 부대로 위장해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고. 그날, 당신도 그 자리에 있었지?”

“내 정체도 모두 알고 있군.”

“몰랐으면 여기 찾아오지도 않았어.”

“그래서. 그 날 전정국은 죽었는데.”

“안 죽은 걸 아니까 그쪽도 내 의뢰를 들어준 거 아닌가.”

“…….”

“내가 살아있으니까 그 놈도 살아있어.”




순간 채 듣지 못한 시호의 말이 떠올랐다. 사라졌다는 말. 전정국이 사라졌다는 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 날 이후 주는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제 발로 나왔다. 군인 신분을 벗고 부랑자 생활을 자처하며 정국을 찾았다.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티끌만치도 없는 흔적을 찾아 헤맸다. 국경선 근처에 자리 잡은 것도, 정보가 가장 잘 오가는 만물상을 차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죽었다는 놈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게, 5년. 5년이 흐르고 겨우 잡은 티끌이 이 명단인 게 웃겼다. 주는 조용히 선반에서 담배를 꺼내들었다. 3년 전에 비싼 외재 담배라며 손님이 맡기고 간 것이었다. 어제부로 기한이 종료되었으니 담배는 주의 것이었다.




“찾으려는 이유는.”

“대가리 바꾸기, 정도가 되겠군.”

“반란을 일으키자는 건가?”

“반란보다는, 개혁 정도로 해두지.”

“터무니없어서 말이 안 나오네.”




더는 듣지 않겠다는 듯 일어선 주는 속으로 계산했다. 복원 값을 화폐로 받을 것인가 이 귀찮아질 놈을 그냥 보낼 것인가. 어느 쪽이든 썩 마음 가는 선택지가 없었다. 내뿜은 연기가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보며 호석이 말을 이었다. 대한 제2국을 만들려는 이들은 애초에 없었어.




“이 명단은 애초에 동의 명단이 아니라 희생 명단인 거야.”

“…….”

“네 연인이 무고하게 희생당했다고.”

“그래서?”

“윗대가리가 바뀌지 않는 이상 세상은 바뀌지 않아. 제2국, 제3국, 계속 허황을 만들어 애꿎은 희생을 강요시킬 거야. 그게 그가 권력을 취하는 방법이고. 20년 넘게 해쳐먹은 거 보면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정호석, 사령관이라고 했나.”

“정확히는 ‘전’ 사령관이지.”




주는 저와 정국의 관계까지 아는 호석을 그냥 보낼 수는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애초에 부대에서도 정국과 저를 제외하면 시호만 아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정보력이라면, 그리고 자신이 가진 정보력이라면. 정국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끼어들었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

“지금은 내가 장여주. 당신에게 부탁을 하고 있는 거다.”




호석이 마지막 패를 던졌다. 장여주. 로혼 부대 전 대대장. 로혼 부대 전정국 대위와 연인사이. 아아, 이보다 이곳의 주인장인 주를, 태주를, 장여주를. 자극할 만한 게 무엇이 있단 말인가.




“너.”




주가 카운터 밖으로 나와 호석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은 폼은 여전히 아니꼬운 모양새였지만, 뻐끔거리는 연기는 계속해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위험한 걸 너무 많이 알고 있네.”




호석은 마지막 패가 먹힌 것을 알고 입을 열었다.




“그럼 나도 위험한 걸 하나 알려줄까.”




주가 담배를 재떨이에 지져 껐다. 이것도 비싼 것이라며 외재 담배와 함께 맡겨진, 3년짜리 물건이었다.




“내가 그 대가리의 혼외자식이라는 것?”

“와우.”




주가 휘파람을 불었다. 몇 세기 전에 유행했던 막장 드라마가 생각났다. 요즘은 그보다 더한 일들이 일어나지만, 혈연이 섞인 것만큼 피를 끓게 만드는 건 없었다. 대충 짜지는 시나리오는 몇 부쯤 될까. 주가 속으로 가늠했다.


















“일단 김태형부터 찾지.”

“김태형을 알아?”




영원히 마당에 주차돼 있을 것만 같던 DK-2177 구형은 주가 넣은 기름 한 방에 잘도 굴러갔다. 조금 덜컹거리긴 했지만 DK사의 위상은 몇 세기에 걸쳐 떨쳐지고 있었으니. 구형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이를 끌고 도착한 곳은 호석이 머무는 여관방이었다. 에이치-오-티-이-엘. 알파벳으로 호텔이라 적었지만 누가 봐도 여관방이었다. 주는 짐을 챙겨오라는 듯 눈짓했다. 호석은 헛웃음을 짓고 차에서 내렸다.


주는 호석에게 위험한 걸 많이 알고 있다 했지만 피차일반이었다. 복원 의뢰를 수행할 뿐 아니라 호석이 머무는 곳까지 알아본 걸 보면 이 근방을 꽉 잡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니 그 나이에 대대장까지 올라갔겠지. 호석이 주의 프로필을 머릿속으로 훑으며 생각했다. 로비에서 대기하던 주는 호석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카운터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호석은 이곳에 머문 2주치의 요금을 아낄 수 있었다. 그 누구도 요금을 지불하지 않았지만. 창고 주인장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김태형은 2구역이 본거지라는 소문이 있어. 우선 여기와 가장 가까우니 며칠 동안만 그곳에 머무르면 될 듯해.”

“김태형을 어떻게 아는지 설명부터.”

“하.”




주가 머리를 쓸어 넘겼다. 단단하면서도 고고하게 내리까는 억양이 딱 부대에서 듣던 상관의 말투라. 사령관이었다 이거지. 오랜만에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이 썩 편하지는 않았다.


반테(Vante). 총기류 전문가로 전국을 넘어 세계에서 알아주는 기술자. 반테는 활동명이고 본명은 아무도 모른다. 물론 그 ‘아무도’에 주는 포함되지 않았다. 함께 일 했던 호석 또한 태형이 총기 기술자인 걸로만 알았지 반테인 줄은 몰랐다.




“당신은 어떻게 아는데?”

“내 손님으로 왔었거든. DK-2177을 맡겼어.”




주가 차를 세우고 말했다. 갓길이긴 했지만 브레이크를 급히 밟아 끽 소리가 났다. 그 여파로 바닥에는 스키드 마크가, DK-2177의 스키드 마크가 새겨졌다.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이 차 말이야.”




둘은 잠시 눈을 마주치다 신호라도 받은 듯 몸을 움직였다. 주가 서둘러 차 안에서 빠져나오고, 호석은 차 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트렁크를 열고 보닛을 열고 거의 해체하다시피 한 차체가 풀썩거렸다. 그리고 주는 창문에서 발견하고 만다. 낙서를. 새차하지 말라던 이유가 이거였나. 마치 원래 있던 마크마냥 솜씨가 훌륭해 지나칠 뻔했다. 반테는 여기에다 흔적을 남겼다.




“2구역이 아니라, 3구역이었네.”




I am Vhree.


실로 무척이나 반테다운 발상이라고, 주는 생각했다.










Profile


정호석 34

VUS 부대(5구역 공군 기지) 전 사령관

군인 시절의 행동과 습관이 남아있음

현 대통령의 혼외자식


장여주 34

로혼 부대 전 대대장

활동명 태주, 1구역 창고의 주인장

전정국과 연인 사이







-

앞 부분은 과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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