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국 찾기 05 " 찬아, 태권도 가자! " 내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온 찬이는 작은 손으로 내 손을 꽉 잡는다. 나는 그 모습에 피어나오는 웃음을 삼키지 못하고 집을 나서기 위해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마주한 정말 예상치 못한 얼굴에 아무 말도 못하고 두 눈만 꿈뻑 거린다. 그런 내 반응에 뜻밖의 인물은 머쩍은 웃음을 지으며 우리에게 인사를 건넨다. " 하하, 안녕하세요. 찬이도 안녕. " " 안녕하세요. 그런데 지금 왜 여기, " " 사범님, 왜 여기있어요? " 의아함이 가득한 내 질문보다 빠르게 순수한 아이의 질문이 튀어나간다. 정말 호기심이 가득하게 대답을 요구하는 아이의 얼굴에 전정국은 당황한듯 말을 더듬거렸다. " 그,그게 산책하다가 잠깐... " " ... " " 아니 그러다가 찬이랑 가,같이 태권도 갈까해서. " " 나 누나랑 가기로 했는데? " 힘겹게 이어진 전정국의 말이 끝나자 찬이가 중얼거렸다. 찬이의 말에 머쓱해진 전정국이 그럼 자기는 먼저 가겠다며 뒤돌아서려했다. 그런데 그 순간 찬이가 내 손을 잡고있지않은 다른 손으로 전정국의 손을 꽉 잡았다. 그 손길에 당황해 나와 찬이를 번갈아보는 전정국에게 들리는 들뜬 목소리가 있었다. " 사범님도 같이 가요! " " ...어? " " 우리 셋이 이렇게 손 잡고 같이 가요. 응? 누나도 좋지? " 찬이의 성화를 이기지 못한 나와 전정국은 찬이를 사이에 두고 같이 발걸음을 맞추고 있었다. 멍하니 앞에만 보고 걷다가 슬그머니 전정국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냥 한 번 옮겨본 시선인데 곧바로 전정국과 눈이 마주쳤다. 마주친 시선에 나는 놀랐고 그것은 전정국도 마찬가지인건지 우리 둘은 서로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 다녀오겠습니다! " " 응, 찬아. 잘 다녀와. " 내가 머리를 쓰다듬자 제 몸보다 조금 큰 도복을 입은 찬이가 태권도장 안으로 쫄래쫄래 사라졌다. 그런데 같은 곳으로 들어가야할 전정국은 내 앞에 서서 나를 멀뚱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게 아닌가. 의아한 내가 왜 이러고 있냐 묻자 전정국은 작은 한숨을 내쉬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 정국아. " " ...? " " 나한테도 예전에는 정국아, 하고 불러줬었는데. " " ... " "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서요. 찬아,하고 부르는거 보니까 부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 그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내가 그냥 전정국을 쳐다보자 전정국은 뭔가 생각난건지 내게 자신의 큰 손을 내민다. 내가 의아한 시선으로 손을 쳐다만 보자 전정국이 말을 덧붙인다. " 핸드폰 좀 줘요. " " 네? " " 나 지금 전화번호 따는거에요. 그니까 핸드폰 좀 주실래요? " 조금은 빠른 손놀림으로 주머니에서 꺼낸 핸드폰을 전정국에게 내밀자 핸드폰 화면을 몇 번 꾹꾹 누른 후 전정국은 자신의 핸드폰이 울리기를 기다린다. 작은 진동이 느껴진 후에 전정국은 이내 다시 내게 핸드폰을 돌려준다. 그리고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내게 말한다. " 어제 집에 가서 전화로 목소리라도 들어야지 했는데 생각해보니 번호가 없어서. " " ... " " 단축번호 1번. 나 그거 해도 되죠? " " ...네. " " 이제 번호 아니까 전화할 거에요. 보고싶을 때, 목소리 듣고 싶을 때. 그러니까 너도 그렇게 해요. " " ...네. " " 기억 잃어도 전화번호 바꾸지 마요. 다 외면하고 숨어버리는거, 그게 기억 못 하는거보다 더 나빠. " " ... " " 그렇게 숨어버려서 못 찾으면, 이제 앞으로 못 본다고 생각하면 나는 그게 더 아파요. " 전정국은 나를 향해 작게 웃어보였고 이제 그만 가라며 나를 보내고 뒤돌아섰다.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만 보다가 이어진 전정국을 부르는 내 외침에 전정국이 멈춰 서 다시 나를 바라봤다. " 오늘 몇 시에 끝나요? " " 네? 아마 6시쯤? " " 괜찮으면 밥 같이 먹을래요? " " ... " " 우리 밥 같이 먹어요. " 내 말에 멀어져갔던 전정국이 다시 발걸음을 돌려 내 앞으로 걸어왔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우리의 간격에 당황한 내가 한걸음 뒤로 물러나려고 하자 전정국이 내 팔을 꽉 잡아 그것을 막았다. 그리고는 조금 들뜬 표정과 목소리로 내게 재차 물어왔다. " 진짜? " " 네. " " 정말로? 진짜로? " " ...그럼 설마 가짜일까. 뭐 이런거 가지고. " " 아니, 그렇긴 한데 그게 잘 안 믿겨서. 그러니까 너랑 같이 밥 먹자고요? " " 네. 같이 가고싶은 데가 있어서요. 가기도 해야하고. " 끄덕거림과 함께 전한 내 대답에 전정국은 아이처럼 웃으며 좋아했다. 밥 하나 먹자는건데 그렇게 좋아할 일인가 싶다가도 이렇게 전정국을 사소한 것에 좋아하게 만든 사람이 나라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아픈 마음과는 반대로 전정국을 보며 따라 웃자 전정국이 그제서야 꽉 잡고 있던 내 팔을 놓았다. " 끝나고 데리러 갈게요. " " 아니, 내가 이따가 태권도장 앞으로 올게요. " " 내가 와도 되는데. " " 전정국씨는 일하잖아요. 집에서 놀고 있는 내가 와야죠. " 확고한 내 의사에 전정국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걸어가는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다시 전정국을 불렀다. " 저기요! " " 네? " " 이따가 만나면 말 놓아요, 우리. " " ... " " ...그냥. 나는 아니어도 전정국씨는 불편할테니까. " 쭈뼛거리며 덧붙여진 내 말에 전정국은 진하게 나와 시선을 맞추다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겠어. 그리고는 입꼬리를 당겨 웃는 전정국에게 나도 따라 웃어보이니 전정국은 내게 손을 흔들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전정국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되자 집을 나와 다시 태권도장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나는 그 앞에 놓여진 벤치에 앉아서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큰 건물, 빽빽한 나무, 왁자지껄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 그것들을 보고있는데 기분이 이상하여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왠지 여기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나는 눈을 감고 희미한 기억 속에서 하나의 조각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아마도 나는 지금처럼 여기에 이렇게 앉아서 전정국을 기다렸을까. 그러다가 전정국이 짐을 챙겨서 내려와 그의 모습이 보이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들뜬 목소리로 정국아! 하고 그를 불렀을까. 그렇게 외치는 내 부름에 전정국은 " 미안. 많이 기다렸어? " 지금처럼, 아이같이 깨끗하게 웃으며 내게 이렇게 물었을까. 귓가에 예전에 내게 말했던 그의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기억 속의 목소리와 눈 앞의 전정국이 내게 하는 말을 들으며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정신없이 나오느라 이리저리 빈틈이 많아보이는 전정국의 모습도, 자기를 반갑게 맞는 나를 보며 히죽 웃는 전정국의 얼굴도 눈 앞에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눈 앞에 그려지던 내 기억 뒤로 현실 속의 전정국이 나타났다. 전정국은 여전했고 그 앞에서 예전과 같을 수 없는 난 다시 피어오르는 미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 아니. 나도 방금 막. " " 아, 다행이다. " " 가자. 배고파요. "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걸음을 옮겼다. 어디로 가냐는 전정국의 물음에 가보면 안다고 간단히 대답하니 전정국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 뒤로 특별한 대화 없이 이어지는 걸음에도 전혀 어색함을 느낄 수 없었다. 아마 전정국과 수도 없이 발걸음을 맞추며 걸었기 때문이겠지. 식당 앞에 도착하니 전정국은 제자리에 멈춰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는 들어가자며 전정국을 잡아당기고 전정국은 멍하니 서있던 덕분에 쉽게 나를 따라들어온다. 식당의 구석으로 들어가 전정국을 앉히고 나는 그 앞에 마주 앉는다. " 여기... 오려던 거였어? " " 응. 나 여기 제육볶음 엄청 좋아하는거 알지? " 내 말에 전정국은 픽하고 웃어버린다. 알지. 당연히 알지. 고개를 끄덕이는 전정국을 바라보다가 나도 따라 웃어버린다. 실없는 웃음을 흘리고 있는 우리에게 아주머니가 다가오신다. 그리고는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시더니 전정국의 등을 찰싹하고 때리신다. 아주머니의 매서운 손맛에 감짝 놀란 전정국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아주머니를 올려다본다. " 이게 누구야. 태권도 총각 아냐! " " 아, 아줌마! 아파요! " " 그동안 왜 코빼기도 안 비쳤어. 자기 집처럼 드나들던 사람이 갑자기 안 오니까 내가 걱정을 해, 안해? " 전정국은 머쓱한 듯이 뒷머리를 긁적인다. 아주머니의 잔소리에 진땀을 빼는 전정국의 모습에 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 한다. 한차례 더 전정국을 타박하시던 아주머니는 이내 고개를 내게 돌리시고 말한다. " 이제 둘이 화해 한거야? " " 네? 아, 뭐 그냥저냥... " " 다행이네. 태권도 총각! 싸우지 말고 잘 해줘. 지난번에 와서 혼자 한참동안 벽만 쳐다보고 있는데 너무 슬퍼보여서 내가 다 혼났어. " " ... " " 내가 또 말이 길었네. 있어봐. 금방 밥 가져다줄게. " 뒤돌아 걸어가시는 아주머니께 작은 대답과 함께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거림 후에 전정국에게 고개를 돌리니 전정국의 시선은 어느새 벽에 적힌 글씨를 향해있다. 전정국은 그 글씨를, 나는 전정국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한참 후에 전정국이 내게 고개를 돌리니 단번에 눈이 마주친다. 마주친 시선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다가 내가 먼저 말을 꺼낸다. " 미안해. " " ... " " 꼭 한 번은, 제대로 말해야 할 것 같아서. " " ... " " 미안하다는 말로는 한없이 부족하고 또 부족하지만 그래도 미안해. " " ... " " 다 잊어버려서, 널 기억하지 못해서... 아프게 해서. " 눈물을 머금은 듯 자꾸 무겁게만 전해지는 내 말을 들은 전정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본다. 그러다가 가방을 열어 뒤적거리던 전정국은 가방 속에서 검은색 펜을 하나 꺼내든다. 그리고는 팔을 뻗어 벽에 글자를 적는다. 우리의 추억 아래에 원래 적혀있던 것과는 다른 글씨체로 비슷한 내용의 글씨가 적힌다. [ 전정국과의 세번째 첫 데이트. ] 다른 낙서들로 가득 차 이미 지저분해진 벽 위에 적힌 글씨였지만 내 눈에 또렷하게 들어온 그 문장에 내 마음 한켠이 콕콕 쑤셨다. 어느덧 날은 제법 어두워지고 살갗에 닿는 밤바람은 차갑게 느껴져 몸이 떨렸다. 식사를 마친 전정국과 나는 식당을 나와 집으로 향하고 있었고 조잘거리며 가던 아까와는 상반되게 우리 사이에는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알고있었다. 할 말이 없어서 이렇게 침묵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그저 이 관계가, 순간이 소중하고 또 여리디 여러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천천히 하나씩 하기 위해 우리는 준비하고 있는 것이었다. 식당과 우리 집이 이렇게나 가까웠나 싶을 정도로 금방 도착한 것 같았다. 저멀리 우리 집이 보이자 나는 괜히 발걸음을 늦춰 천천히 걷는다. 집 앞에 도착하자 전정국은 시계를 한 번 보더니 나에게 인사를 한다. " 들어가. 가서 쉬어. " " 응. 잘가요. " " 네, 너도 잘가요. " 인사 후에도 전정국과 나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그런 전정국을, 전정국은 그런 나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두 눈만 꿈뻑이는 내게 전정국이 고갯짓으로 현관 입구를 가리킨다. 그 말 뜻을 알아들은 내가 고개를 젓고 전정국의 뒤로 고갯짓을 하자 전정국이 허-하는 웃음을 내뱉는다. " 우리 지금 그거 하는거야? 너 먼저 들어가. 아니야, 너 가는거 보고갈게. 이런거? " " 먼저 가. 난 다 왔잖아. " " 이렇게 나 배웅해주는거 좋긴한데 예전에 넌 안 이랬거든요. " " ...그래? " " 응 그래. 그니까 예전처럼. 난 그게 더 편해. " 전정국의 재촉에 결국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서 가라는 말을 전하고 발걸음을 돌려 전정국에게서 멀어져갔다. 그러다 문득 멈춰서 돌아본 뒤에는 전정국이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날 바라보며 서있다. 돌아보는 내게 전정국은 웃으며 손을 흔든다.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벌써 11시가 넘어간 시간에 스스로 놀라며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피곤한데 오늘은 일찍 잘까.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에 슬쩍 슬쩍 나를 건드리고 가던 잠이 우르르 밀려오는 것 같았다. 결국 터져나오는 하품을 참지 못하며 입을 쩌억- 벌리다가 방 구석의 상자에 눈길이 닿았다. 나와 전정국의 관계를 알게 된 후로부터 저 상자의 의미는 나에게 조금 새롭게 다가왔다. 전에까지는 그냥 내가 잃어버린 기억들, 어쩌면 다시는 찾지 못 할 내 시간들이었다면 이젠 나에겐 없는 전정국과의 시간들이고 우리가 주고받은 마음이며 꼭 다시 찾고싶은 그런 기억들이었다. 멍하니 그 상자만 쳐다보다가 몸을 돌려누웠다. 조금은 말똥말똥해진 눈으로 천장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보고싶다. 전정국이 떠올랐다. 전정국의 모습이 머리를 스쳐지나갔고 전정국의 웃는 모습이 눈 앞에 그려졌으며 그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았다. 보고싶다. 전정국이 보고싶다. 벌써부터 내 머릿속을 차지한 네가, 두려우리만큼 빠르게 내 생각을 모두 너로 만들어버린 네가 보고싶었다. 천천히 밀려오는 졸음에 이미 반쯤 감긴 눈으로 잠을 청하고 있는데 경쾌한 핸드폰 문자음에 손을 뻗어 더듬거리며 핸드폰을 찾았다. [ 보고싶다. ] _전정국 화면에 뜬 그 내용과 이름에 나는 감긴 눈을 힘겹게 뜬다. 그리고는 내 눈을 의심하며 손으로 눈을 비비적 거린다. 그래도 변함없이 내 눈에 들어오는 그 내용에 나는 두 눈을 번쩍 뜨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불을 두르고 멍하니 핸드폰만 바라보았다. 이게 뭐지. 하는 내 의문을 해결해주려는듯 오래 걸리지 않아 문자 하나가 더 도착했다. [ 본지 얼마나 됐다고, 아까 봤는데도 또 보고싶네. ] _전정국 [ 나 미쳤나봐. ] _전정국 자조적으로 이어지는 문자 내용에 심장이 멎는 듯 했다.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이 꼭 내 마음과 같은 내용의 문자였다. 한참동안이나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쓰다가 떨리는 손으로 숫자 1을 꾹 누른다. 화면에 전정국이라는 그 세글자가 뜨고 흘러가는 신호음을 따라 마른 침을 삼키니 이내 어느새 익숙해진 목소리가 들려온다. - 여보세요. " 나 화장도 다 지웠는데. " - ...어? " 방금 씻어서 머리도 아직 다 안말랐어. " - ... " 그래도 만날까? " - 어? " 오늘 슈퍼문이라던데. 알고 있었어? " - 아, 아니. " 같이 달 보러갈래? " 내 말에 전정국은 한참이나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한없이 이어지는 침묵 속에서도 나는 묵묵히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달아오른 것이 내 두 볼인지 핸드폰인지 헷갈려 올 때쯤 전정국이 횡설수설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진짜? 지금? 어디서? " ... " - 아니야. 상관없다. 아, 이럴줄 알았으면 너네 집 앞에 있을걸. 그래야 더 빨리 보지. " 어디서 볼까? 내가 태권도장 앞으로 갈까? " - 아니아니. 내가 집 앞으로 갈게. 조금만 기다려. " 그래. " - 보고싶어. 전정국의 마지막 말이 묵직하게 내 마음을 눌렀다. 얼이 나간 목소리로 작게 대답하니 전정국이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나는 이미 까매진 핸드폰을 여전히 귀에 대고있는 채로 그 자리에 꽁꽁 얼어붙었다. 문득 전정국이 생각났기에, 전정국의 목소리가 듣고 싶고 그의 얼굴을 보며 얘기하고 싶었기에 만나자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전정국의 마지막 말에는 응이라는 짧은 대답밖에는 할 수 없었다. 표현이 자유롭고 능숙한 전정국이 부러워졌다. 나에게도 마음 속에 하고싶은 말이 있었다. 그치만 난 아직 내 감정을 표현하는데에 서툴렀다. 아직까지는 용기가 없었다. 다시 내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기에는 너무나도 조심스러웠다. 그랬기에 나도 네가 보고싶다, 그 말은 차마 전정국에게 전해지지 못하고 조용히 삼켜졌다. 집 앞에 도착했다는 전정국의 문자에 헐레벌떡 집을 나섰다. 바쁜 걸음으로 도착한 1층에는 전정국이 헤벌쭉하고 웃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웃음에 나도 살짝 미소 지으며 그 앞에 다가가 멈추니 전정국이 내게 인사를 건넨다. " 안녕? " " 안녕. " 마치 오늘 처음 만난 사람처럼 멋쩍게 서로에게 전해진 인사를 뒤로 하고 전정국과 나는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 제일 잘 보이는데로 가자. " " 그래. " 하늘을 가득하게 비추는 큰 달은 어디있어도 잘 보일 것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그리고 멀리, 우리는 걸어나갔다. 내 발과 반대로 움직이는 팔이 새삼 머쓱하게 느껴져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으려던 순간 전정국이 내 팔을 잡았다. 깜짝 놀란 내가 고개를 돌려 전정국을 쳐다보니 전정국이 웃으며 자기의 큰 손과 내 손을 포갠다. 손가락 하나하나 벌리며 그 사이로 파고들어온 전정국은 이내 내 손에 깍지를 낀다. " 손만 잡을게. " " ... " " 하루종일 보고싶고 안고싶고 쓰다듬고싶고 키스도 하고싶은데 다 참을게. " " ... " " 지금은 그냥 손만 잡자, 우리. " 조용한 주위에 전정국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전정국에게 잡힌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러다가 작은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전정국을 따라 그 손에 깍지를 꼈다. 전정국은 맞잡힌 두 손을 들어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전정국은 나를 이끌고 길게 돌담이 쌓여있는 작은 언덕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기까지 오는 길 동안 전정국은 잡은 내 손을 한 번도 떼지 않았다. 하늘을 올려다보던 전정국은 이내 내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 자, 소원빌어. " " 어? " " 찾아보니까 슈퍼문 보면서 소원 빌면 이루어진대. " " 진짜? " " 응. 나 지금 빌거니까 너도 빨리 빌어. " 전정국의 말에 알겠다며 두 손을 모으려고 했다. 잡혀있는 손에 힘을 주며 빠져나오려고 하자 전정국이 손에 더 세게 힘을 준다. 소원 빌라며? 의아한 표정의 내가 전정국을 쳐다보며 물으니 전정국은 태연한 표정으로 내게 답한다. " 그냥 빌자. 눈만 꾹 감으면 될거야. " " ...그래도, " " 지금은 안돼. 못 놔. " " ... " " 내가 얼마만에 힘들게 잡은건데... 못 놔줘, 지금은. " 전정국은 그렇게 말하며 여전히 손을 꼭 잡은 채로 두 눈을 꼭 감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다. 그 모습에 물끄러미 바라만보다가 나 역시 두 눈을 감고 살짝 고개를 들어올린다. 그리고 속으로 내 소원을 작게 되뇌인다. " 다 빌었어? " " 응, 너는? " " 나도. " " 무슨 소원 빌었는데? " "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게 해달라고. 몸도 마음도 다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 전정국은 나를 보며 싱긋하고 웃어보인다. 그런 그에 나도 따라 살짝 웃자 전정국이 내 쪽으로 아예 몸을 틀며 고갯짓을 한다. 그 고갯짓의 의미를 모르겠어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니 전정국이 결국 입을 열어 내게 묻는다. " 너는 뭐라고 빌었는데? " " 음, 나는 비밀. " " 어? 뭐야. 그런게 어딨어. " " 원래 소원은 빌고나서 비밀로 해야 이루어지는거야. " " 아, 그래도. 나는 다 말했잖아. " 전정국은 입을 삐죽이며 내게 칭얼댄다. 내가 그럼에도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니 전정국은 나를 힐끗 노려보고는 내게 돌린 몸을 다시 앞으로 돌려버린다. 그러고는 뚱한 얼굴로 내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앞만 쳐다본다. 뭐라도 말해야하나, 내가 입을 다물고 말해주지 않으면 끊임없이 이어질거 같은 칭얼거림에 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 나중에, " " ... " " 그 소원이 이루어지면, 그 때 제일 먼저 꼭 말해줄게. " 내 말에 전정국은 드디어 내게 눈길을 준다. 그제서야 마주친 시선에 내가 활짝 웃어보이니 전정국이 작은 헛웃음을 짓는다. " 꼭이야. " " ... " " 그 소원 꼭 이루고 제일 먼저 나한테 말해줘야해. " 그의 말에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대답에 전정국은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돌려 하늘을 보며 전정국은 내 손을 잡은 손에 더 세게 힘을 주었다. 그에게 잡힌 손을 바라보다가 나도 더 힘을 줘 그 손을 꽉 붙잡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달 대신에 전정국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앞으로는 제발 전정국을 잊어버리지 않게 해주세요. 누군가를 기억하게 해달라는 것. 다른 사람들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그것이 이젠 그 무엇보다 간절해진 내 소원이었다. 안녕하세요 태꿍입니다 이거 넘나 오랜만인 것... 독자님들 뵐 면목이 없는 것... ㅠㅠㅠㅠㅠㅠㅠ진짜 보고싶었어요ㅠㅠㅠㅠ 너무 늦게와서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느릿느릿한 작가의 글을 기다려준 독자님들 짱짱맨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미자정국 가지마...) 돌아오는 주도 우리 같이 열심히 힘을 내며 살아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의 사랑 암호닉분들♡] 쿠야야❤ / 폭탄초코 / 닥구 / ㅈㅈㄱ / 융블리 / 비림 / 퍼플 / 비비빅 / 천상여자 / 인연 / REAL / 그로밋 / 9495 / 초코송이 / ❤오렌지❤ / 규짐원 / 코코팜 / 97꾸 / 봉봉 / 쁘띠 / 시간아멈춰라 / 이삐 / 탱탱 / 본시걸 / 태태한 침침이 / 즌증구기 / 217 / 가온 / 민트초코칩 / ☆방치킨☆ / 자몽에이드 / 태태요정 / 코카콜라 / 밤이죠아 / 흰윤기 / 슙토끼야 / 나연희 / 모히또 / 야호야호 / 스프라이트 / 꾹이 / 부랑이 / 슈팅가드 / 끼야아 / 현이 / 증원 / ☆군주님☆ / 호빗 / 뷔빔냉면 / 8개월 / ㅈㅁ / 바나나 / 꾸기 / 맙소사 / 현지짱짱 / 예에에 / 쿠야 / ♧딸요♧ / 이부 / 물고기 / 콧구멍 / 김태태 / 꾸꾸까까 / 끼토산 / 미자 / 피짜 / 팅커벨 / 순심아버지 / 채꾸 / 꾹 / 아틸다 / 대머리독수리♡ / 꾸요 / 망고 / 미자탈출 / 두둠칫 / 전정쿠기 / 호비의 물구나무 / 슙큥 / 민빠답없 / 태권브이 / 김데일리 / 섹시석진색시 / ☆샛별☆ / 윤기나는윤기❤ / ☆은채지민☆ / 맨투맨 / 핫초코 / 777 / 단미 / 슈테른 / 오레오 / 방탄소녀 / 더침 / 뀨뀩 / 열아홉 / ㄱ꾹꾹이ㄱ / 초딩입맛 / 부엉이 / 빠밤 / 자판기 / 냥냥이 / ☆쑥쑥이☆ / #두근 / 코코볼 / 93 / 졍쿠 / 돈까스 / 큄 / 린 / 동키즈 / 쥬스 / 웬디 / 박뿡침 / 태태퉤 / 도리 / 팽이버섯 / 박력꾹 / 민트 / 꿈쿠키 / 비에오 / 음향 / 2302 / 예원 / ☆☆현지☆☆ / 태태 / 웃웃웃 / 핑슙 / 이다 / 눈물 젖은ㅆrE버거 / 불닭짱 / 동동이 / 온도니 / 니야 / 민슈비 / 정꾹아 / 한탄 / 하울 / 알라 / 951230 / 호비국이 / 망고빙수 / 못간다고전해라 / 크라임탄 / 퐁당 / 설레임과자 / 끼룩 / 요맘때 / 국정전 / 쀼르륵 / 돌핀이 / 한체 / 로렌 / 자몽 / 태태침 / 열아 / 마름달 / ♡♡♡♡♡ / 허니꿍 / 너와나의연결고리 / 정콩국 / 레몬사탕 / 정국아블라썸 / 상상 / 젤라또 / 보라돌이뚜비나나뽀 / 띵똥 / 야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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