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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 흔한 고등학교 이야기.00 | 인스티즈











흔한 고등학교 이야기



00







-









학교가 망했다. 진짜 뻥 안치고 학교가 그냥 쫄딱 망해버렸다. 평소처럼 등교를 준비하다가 아침 뉴스에서 우리 학교 이사장님이 잡혀가는 모습을 목격한 기분을 그 누가 알까. 뉴스에서 낱낱이 고발되어지고 있는 그 동안 이사장님이 저지른 비리 목록들을 들으며 등교를 한 그 날, 난 학교에서 휴교 소식을 들었고 얼마 안가 우리 학교는 폐교가 되었다. 어쩐지 급식이 드럽게 맛 없는데 급식 업체 바꿀 생각을 안 하더라.






-야, 성이름 어디학교?






침대에 누워 멍하니 경찰에게 끌려가시던 이사장님의 모습을 회상하던 중 나와 함께 강제 방학을 맞이하게 된 민규에게 카톡이 날라왔다. 아, 오늘이 그 날이었나?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댔다. 하루 아침에 재학 중인 학교가 사라진 우리 OO고 학생들은 불가항력으로 겟또한 방학을 즐기며 다시 한 번 고등학교를 배정받게 되었다. 뭐 2학년인 나는 전학가는 기분이지만, 수능을 봐야하는 고삼이나 입학한지 3개월도 채 안돼서 학교가 바뀌게 된 신입생들은 어떤 기분일지 존나 상상도 안간다. 뒤통수를 모르는 사람이 존나 세게 친 기분 쯤 되려나. 민규에게 아직 확인을 안 했다고 답장을 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왕이면 방탄고였으면 좋겠는데."






거기 존나 잘생긴 선배가 있다는 소문이 있어.. 흐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터벅 터벅 거실로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거실 테이블에 엄마가 들고 올라 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우편물들이 놓여있다. 성이름.. 성이름.. 입으로 쓸데없이 이름을 중얼거리며 우편물들을 뒤지자 엄마, 아빠의 이름이 박혀있는 우편물들 속, 유일한 내 이름이 적혀있는 봉투가 보였다. 제발 방탄고.. 아니아니 부디 키 큰 병신 김민규랑 다른 학교이길.. 아니다. 친한 사람도 별로 없는데 김민규랑 같은 고등학교인게 나을려나. 누가 우유부단함의 끝 성이름 아니랄까봐 이 상황에도 내 마음은 줏대없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와 뭔데 존나 떨리냐. 그래도 앞으로 2년의 내 남은 고등학교가 정해지는 순간이라고 떨리기는 또 오지게 떨린다. 또 비리 때문에 학교나 망하게 하는 이사장님이 있는 고등학교에 가면 안되잖아. 아무래도 잡혀 들어가시는 이사장님의 모습이 나에게 꽤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것 같았다. 심호흡을 하니 좀 덜 떨리는 것 같아 다시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하곤 봉투를 개봉했다. 내가 두 눈으로 앞으로 다니게 될 학교 이름을 확인함과 동시에 민규에게서 카톡이 하나 더 날라왔다.





-난 존나 세봉고임



'세봉고'






.....?




세봉고 남고 아니었어요?










***










내가 아는 세봉고는 분명 남고였다. 분명 작년까지만 해도 틀림없는 남고였다고.






"나 성이름 니가 세봉고 배정 받았다길래 드디어 남자라고 커밍아웃 하는 줄 알았잖앜ㅋㅋㅋ"



"..."



"존나 세봉고가 남녀공학이 됐을 줄이야. 작년까지만 해도 남고였는데."






그래. 작년까지만 해도 남고였던 세봉고가 올해부터 남녀공학이 됐을 줄 누가 알았겠니. 아무리 생각해도 웃기다며 낄낄대는 김민규를 한심하게 쳐다봐준 뒤 난 발걸음을 더욱 빨리했다. 오늘은 민규와 나, 아니 학교를 잃어버렸던 OO고 학생들이 새로 배정받은 고등학교들로 첫 등교를 하는 날이었다. 평소 입던 OO고 교복이 아닌 새로운 교복을 입은 내 모습은 참으로 어색했다. 교복이 이쁜건 마음에 든다만.. 



아무튼 그 날. 신입생이 된 기분으로 새 고등학교를 배정받은 날, 종이에 써져있는 세봉고를 본 난 내가 학교 배정을 잘 못 받은 줄 알았다. 내가 아는 세봉고는 남고니까. 근데 웬열, 마치 짠 것처럼 남고였던 세봉고는 우리 학교가 쫄딱 망한 올해 거짓말같이 남녀공학이 되었다는 것이다.






"거기 여자는 많겠지?"






사실 나는 남자애들과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는 여자 아이들보다 남자 아이들과 더 친하게 지냈지만 중학교, 고등학교 나이를 먹으면서 이성이라는 것이 머리에 각인이 되었는지 남자 아이들과는 적정선 이상으로 친해지기가 힘들었다. 민규도 어렸을때부터 함께 했던 사이가 아니라면 지금처럼 이렇게 친하게 지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난 확신했다. 그런 내가 작년까지만 해고 남고였던 곳으로 전학이라니. 이건 대놓고 왕따 확정이다.






"1학년엔 좀 있는 것 같은데, 2학년은 모르겠다."



"시발"



"우리 학교 여자애들이 많이 갔겠지. 학교 망하고 갈 곳도 없는데 여자 없는데에 보내지 않았을까."



"그랬겠지?"



"그랬겠지."






나는 민규의 대답에 안심하며 끄덕 끄덕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겠지는 개뿔이, 씨발. 학교로 가까워 질수록 보이는 여자는 존나 나밖에 없었다. 지금 남자애들이 다 나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거 내 착각 아니지^^? 남학우들의 시선이 강렬해 질수록 내 불안한 마음은 계속해서 커져만 갔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병신 김민규는 이 학교 교복이 자신과 참 잘 어울리지 않냐며 헛소리를 해댈 뿐이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내가 이럴 줄 알았지. 눈물이 앞을 가려왔다. 순식간에 학교가 사라진 1000여명의 학생들 중 세봉고에 배정받은 학생들이 꽤 많았는지 우리 전 OO고 학생들은 강당에서 입학식 아닌 입학식을 하게 되었는데 강당 안에 여학생은 존나 없었다. 가뭄에 콩나 듯 몇 명 드문 드문 보이긴 했지만 그건 다 1학년 아니면 3학년 이었고 2학년인 여학생은 1도 안보인다 이말이다.






"존나 남탕이네."






그치, 민규야. 니가 봐도 존나 남탕이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건 분명 문제가 있어.






"야 성이름 너 몇 반?"



"나 2반."



"옆 반이네. 난 3반"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나마 의지 할 수 있는 민규와도 떨어지게 되었다. 옆 반이라고는 하지만.. 그럼 수업 중엔 나 혼자라는 거잖아. 나 여기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이리 저리 둘러보아도 여전히 남자밖에 안 보였다. 아니 씨발 비리는 이사장님이 저질렀는데 존나 벌은 왜 내가 받는 기분? 괜히 비리를 저질러 학교를 망하게 만든 이사장님이 원망스러웠다. 존나 저주할거에요, 이사장님.






"이름?"






그 때 2-2반 팻말 앞, 외롭게 서 있는 내 곁으로 담임 선생님으로 추정되는 남성분이 다가왔다. 존나 왜 선생님도 남자야. 그나마 다행인건 선생님께서 굉장히 친절하게 생기셨다는 것이었다. 뭔가 마음을 놓게 만들어주는 선생님의 미소에 나도 옅게 미소를 띄우며 네! 대답했다.






"우리 반 전학생은 이름 하나네?"



"네에...?"






불행은 끝이 아니었다. 다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걸어가는데 왜 저만 혼자죠? 의미 없는 물음을 던지며 세상을 원망했다. 나는 이제 홀로 새로운 세상에 떨어진 찐따다. 선생님은 반으로 올라가자며 친절한 웃음을 보였지만 난 방금 전처럼 마주 웃어드릴수가 없었다.






"우리 학교가 올해 남녀공학이 된 건 알지?"



"..네"



"그래서 2학년에는 여학생이 없어. 이번에 OO고에서 전학 온 5명이 다 인데, 다들 반이 떨어지게 배정되서..."






여학생들 한 반에 몰아 넣자고 했는데 배정이 왜 이렇게 된 건지.. 선생님이 걱정 된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불행은 끝도 없이 찾아왔다. 그니까요 선생님. 세봉고엔 여자가 없었고, 우리 학교에서 전학 온 5명이 다 인데, 그 5명이 다 다른 반으로 배정됐다는 거죠? 그러니까 2반엔 여자가 나 혼자라는 소리? 이건 틀림없이 존나 자살하라는 신의 계시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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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아아 두근두근 새로운 주제라서 설렙니다!!! 다음편 기대하면서 신알신하구갈게용♡
8년 전
흔고
저도 글잡에 글을 올리는 건 처음이라 설레네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8년 전
독자2
우왕 재미써여!! 신알신하구가여!!
8년 전
흔고
우왕 재밌다니 다행이네요ㅠㅠ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3
우와 되게 신박한 소잰거 같아요 다음편 짱 기대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읽고 갈게요!!
8년 전
흔고
신박한 소재라니 다행이에요 너무 흔한 홍일점 소재라 걱정했는데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용!
8년 전
독자5
우와 재밌을꺼같아욬ㅋㅋㅋㅋ
8년 전
독자6
오오오ㅠㅠㅠ♡기대되요!!
세봉이들ㅠㅠㅠㅠㅠ♡♡
신알신하고 암호닉 받으시나요..?받으시면 [아이닌]으로 신청하고가요!!♡
흐ㅠㅠㅠㅠㅠㅠㅠ반에서 홍일점이겠네요ㅠㅠㅠㅠㅠ좋은점도 있겠지만 나쁜점도 많을듯해요...얘기할사람도 남자애들뿐이고...ㅎㅎㅎㅎㅎ저라면 학교못다닐듯..낯거림이 있어서....ㅎㅎㅎㅎ그래도 여주는 뭐 잘지내겠죠!!^^*ㅎㅍㅎㅎㅎㅎ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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