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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민윤기] 크리스마스를 노래할까요 | 인스티즈

 

 

"크리스마스 때 뭐할 거야?"


"아, 벌써 날짜가 그렇게 됐어?"


"뭐야. 시간개념도 없냐."


"과제 때문에 정신 하나도 없었어."


"아, 이번에 과제가 곡 만드는 거라고 그랬던가? 무튼 다음 주야, 다음 주. 할 거 없으면 만나서 술 마시자."


"남자친구도 있는 애가 왜 나를 만나."


"내가 아무리 남자친구가 있다지만 그래도 우정을 버리는 파렴치한은 아니거든?"


"됐네요. 남자친구랑 알콩달콩 보내. 나는 좀 쉬고 싶다."


"너도 좀 나가서 남자도 만나고 그래라. 맨날 집에 콕 박혀서 음악 작업만 하고. 그게 뭐냐, 그러다가 아주 음악이랑 결혼하시겠네요."


"아아, 알겠어. 잔소리 좀 그만해."


"하여간, 까칠하기는. 할 일 없으면 연락해, 나 간다!"

 

종강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학식은 먹어야지, 하며 강의가 끝나자마자 나를 학생식당으로 끌고 오더니 밥을 다 먹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잔소리만 실컷 늘어놓고서 후다닥 뒷모습만 보이며 가는 친구를 보니 피식 웃음이 났다. 분명 종강하고 같이 술 마시러 가자고 약속했던 것 같은데. 남자친구 만나러 가야 한다며 약속도 까먹고 가버리는 모습에 크리스마스는 무슨. 분명 남자친구랑 노느라 정신도 없을 텐데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왜 자꾸 하는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듯 고개를 젓고는 가방을 고쳐맸다. 늘 무거운 음악장비들을 들고 다니느라 어깨가 뻐근했는데 오늘따라 어깨가 참 가벼운... 응? 이럴 리가 없는데. 이렇게 가벼울리가 없는데. 에이, 설마. 등에 맨 가방을 손으로 더듬으니 평소보다 부피가 작다. 아, 제발. 설마, 하는 마음으로 가방을 열어보니 역시 없다. 늘 가지고 다니던 장비가 보이지를 않는다.  벌써부터 종아리 알이 당기는 느낌이다.

 

학교는 작곡과를 위한 방을 만들어주었다.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뚱땅거리고 있는것보다 차라리 방음 좋은 방에서 지들끼리 소리를 내는 게 훨씬 낫겠다며 학교에서 제일 넓은 방을 내주었다. 그러나 큰 문제점이 있었다. 작곡방이라 불리는 방이 있는 건물은 엘리베이터가 없고 하필이면 그 방은 꼭대기 층에 있었다. 10층. 말만 들으면 에이, 겨우 10층? 이라는 반응이 나오겠지만 음악 장비들을 들고 그 높이를 왔다갔다 한다고 생각하면... 으, 생각만 해도 온몸이 뻐근해진다. 그래도 놓고 온 장비들에 가벼운 가방으로 오르는 것은 평소보다 훨씬 더 쉬웠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다. 종강한다고 좋아서 방방 뛰었었는데 막판에 이런 수고를 해야 한다니. 마음 같아선 장비들을 다 버리고 냅다 집으로 뛰어가고 싶지만 비싼 장비들을 작곡과 방에 두고 나오는 것은 엄청난 손해다. 언제 누가 훔쳐갈지 모르니까. 종종 있는 일이었다. 서로의 장비들을 뺏고 뺏기는 신경전.

 

"...어."

 

종강이 다가와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작곡방에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장비들을 만지고 노트북을 두드리며 한창 작업에 빠져있는 누군가. 민윤기였다. 동기임에도 불구하고 말을 섞을 기회가 별로 없던 터라 친하지는 않았다. 그냥 지나가며 안녕, 하고 인사하는 정도. 사실 그 안녕도 옆에 다른 친구들이 없으면 하지도 않았다. 그만큼 멀고 먼 관계였다.

 

"아, 방해해서 미안."

 

헤드폰을 끼고 연신 장비를 두드리던 손이 멈췄다. 나름 조용히 들어온다고 들어왔는데 예민한 민윤기에게는 조심스러움이 소음으로 들렸나 보다. 머쓱하게 웃으며 한 번 더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고는 내 장비가 널부러져있는 테이블로 갔다. 그리고 다시 조심조심 장비들을 척척 정리하고 가방에 넣으려는데 여전히 멈춘 민윤기의 손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과에서 가장 예민하기로 소문난 아이였다. 사실 말을 섞을 기회가 없던 것도 모두 그 예민함 때문이었다. 사람 많고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며 과 행사는 물론 학교 축제에서도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강의가 끝나면 언제나 작곡방이던 어디던 콕 박혀서 작업만 하느라 바쁘다고 민윤기의 최측근인 김남준이 그랬다. 그래, 얼굴부터가 나 까칠해요, 를 나타내는데. 차라리 그런 모습들이 더 잘 어울렸다.

 

"어, 나 가볼게. 작업 열심히 해."

 

조용히 나가려다가 그래도 종강인데 인사말 정도는 해야 예의가 아닐까 싶어 무거워진 가방을 어깨에 메고는 작게 말했다. 여전히 장비 위에서 멈춘 손은 다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고 나는 정말로 더 방해가 되기 전에 얼른 나가야겠다 싶어 걸음을 문으로 옮겼다. 살금살금. 고양이가 걷듯 발 뒤꿈치를 드는것도 잊지 않고.

 

"그러다가 키 안 큰다."

 

문고리를 잡고 돌리려던 손이 민윤기의 목소리에 의해 제지당했다. 내가 방금 들은 건 환청이겠지? 저런 말이 민윤기 입에서 나올 리가 없잖아. 그래, 내가 과제 때문에 며칠 밤을 새웠더니 제정신이 아니네. 집에 가자마자 침대에 누워야지.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시 문고리를 잡으려는데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민윤기가 자리에서 일어난 것 같았다. 곧이어 들리는 부스럭 거리는 소리. 짐을 챙기는 건가. 조심히 고개를 뒤로 돌리니 방금 전 내가 했던 것처럼 장비들을 챙겨 가방에 넣고 있다. 내가 엄청나게 방해를 했구나. 보통 예민한 게 아니네. 예민보스 민윤기.

 

"크리스마스 때 뭐하냐."

 

어느새 가방을 다 챙겨 내 옆에 선 민윤기가 내민 말은 예상도 못 한 말이었다. 아, 이쯤 되면 다들 안부 상 묻는 말들인가. 크리스마스 때 뭐하냐니. 나는 눈알만 이리저리 굴리며 고민하다가 답했다. 아무것도 안 해. 그냥 쉴 거야. 내 말에 민윤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고리를 돌렸다. 얼떨결에 민윤기와 함께 작곡방을 나서게 되었다. 얘랑 나 이런 사이 아닌데. 이렇게 나란히 걷고 있는 사이 아닌데. 분명히 안녕, 하는 인사도 잘 안 하던 사이였는데. 녀석은 그런 건 상관 없다는 듯 그저 옆에서 묵묵하게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무거운 가방에 잠깐씩 인상을 찌푸리는 것도 잊지 않고.

 

"할 일 없으면 그 날 나와."


"뭐? 방금 뭐라고 했어?"


"그 날 할 일 없으면 나오라고."


"그 날이 언젠데. 그리고 어디로 나오라고?"


"크리스마스. 종강해도 여기 작곡방 문 개방한다더라."

 

겨우 10층을 내려와 숨을 고르며 어색하게 서 있는데 뜬금없이 민윤기가 또 이상한 소리를 지껄인다. 언제까지 이렇게 나란히 서서 어색한 공기를 마시며 있어야 하지? 그냥 먼저 간다고 하고 걸어가 버릴까, 하는 고민을 하는 사이 민윤기는 훅 치고 들어왔다. 그러니까 지금 얘가 지껄인 이상한 소리라 함은, 나보고 크리스마스 때 여기에 나오라는거지? 아니, 어째서? 혹시 얘가 자기도 모르는 헛소리를 지껄이는것은 아닌가 싶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보니 손에 작곡방 열쇠까지 빙빙 돌리며 태연하다. 적어도 완전히 정신이 나간 건 아닌 것 같은데.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리를 움직였다. 더 이상한 분위기가 되기 전에 자리를 피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이 순식간에 났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민윤기] 크리스마스를 노래할까요 | 인스티즈

 

 

"이번 크리스마스는 아쉽게도 눈이 오지 않을 예정이며..."

 

뉴스에서도 크리스마스 타령이네.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는 소파에 앉아 열심히 귤을 까먹었다. 종강 이후 친구들과 술도 마시며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크리스마스가 코앞. 아니지, 해가 떴으니까 오늘이 크리스마스네. 새벽 내내 크리스마스 특집이라고 해준 시리즈 영화들을 모조리 보고 나니 어느 새 해가 떠버렸다. 실은 잠에 들지 못했다. 누군가의 문자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밤을 꼴딱 새우게. 그 누군가가 민윤기라고 하면 아마 다들 미쳤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 하지 말라고 그러겠지.


또 다시 울릴까 무서워 소파 위에 있던 쿠션 밑으로 숨겨놨던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문자함에 들어가니 오롯이 보이는 이름. 민윤기. 눈이 비비고 다시 봐도 사라지지 않는다.

 

→ 뭐하냐
← 누구세요
→ 민윤기
← 아 안녕
→ 안녕은 무슨
← 나 그냥 있었어
→ 열두 시 넘었다
←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구나
→ 크리스마스라고
← 응 알아
→ 기다린다
← 응?

 

내 마지막 문자에 대한 답은 없었다. 짧고도 정 하나 없는 말투로 온 문자를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그러다가 밤이 슉 지나갔다. 사실 영화채널을 틀어놓고 제대로 집중해서 본 영화는 하나도 없었다. 그저 기다린다, 라는 문자의 의미를 파헤치려 이리저리 머리를 썼다. 장난삼아 던진 말인 줄 알았는데 진심이었나. 할 일 없으면 크리스마스 때 작곡방으로 나오라던 말. 별 의미 없는 가벼운 말인 줄 알았는데. 만약 그게 진심으로 던진 말이라면 난 언제쯤 나가야 하지. 아침 일찍? 아니면 오후 늦게? 아무런 약속 시간도 잡지 않고 무작정 장소만 툭 던져놓으면 어쩌란 말이야. 느리게 하품을 쩍 하고는 다시 소파에 누웠다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래, 차라리 먼저 가서 기다리자. 그게 낫겠어. 뭐가 나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게 낫겠어.

 

다 준비하고 나오니 시간은 열두 시를 조금 넘었다. 학교로 가는 길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났다. 여기저기서 울리는 캐럴에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알록달록 꾸며진 가게들. 그냥 그런 풍경들만으로도 사람이 참 설레이는구나. 아니, 어쩌면 다른 무언가에 의한 설레임인가. 점점 작곡방이 있는 건물로 가까워질수록 뭔지 모를 설레임이 머리부터 발끝을 휘감았다. 완성된 음악을 발표하는 시간에도 이렇게 떨리지는 않았는데. 목에 두른 목도리에 얼굴을 푹 파묻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10층까지 또 언제 올라가나 싶었는데 오늘따라 유독 발걸음이 빠르게 움직인다. 금세 도착한 작곡방 앞에 서니 문고리를 붙잡기가 쉽지 않았다. 벌써 와있으려나. 아닐 거야. 보통 이런 약속은 오후에 잡기 마련이잖아? 당당하게 열자.


마음은 그랬지만 누가 봐도 몰래 들어가는 듯한 꼴로 문고리를 조심히 돌렸다. 문을 살짝 열어 고개를 빼꼼 들이밀어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나도 모르게 아, 하는 바보 같은 소리가 나왔다.

 

"...어."


"왔냐."


"어... 벌써 와있었네?"


"생각해보니까 언제 나와라, 이런 소리를 안 한 거 같아서."


"그럼 나 기다리려고 먼저 나와 있었어?"


"그런 것 같네."


"언제부터 나와 있었는데?"


"몰라. 그냥, 일찍 나왔어."

 

먼저 와있던 민윤기와 눈이 마주쳤다. 장비들을 늘어놓고 이것저것 두드리던 손이 그때처럼 멈췄다. 그리고 나를 쳐다봤다. 나는 작곡방 안으로 들어서 민윤기와 조금 떨어진 거리에 의자를 두고 앉았다. 히터를 틀어놓았는지 방 안은 참 따뜻했다.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살며시 내려놓고는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작업을 하고 있던 모습을 보니 나도 장비 뭐라도 좀 들고올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아무것도 손에 없으니 민망해져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괜히 바쁜 척 카톡을 확인했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축하인사들만 잔뜩 온 톡을 하나씩 확인하다가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혼자 놀라 홀드 버튼을 눌러버렸다.

 

"이거."


"뭐야?"


"밥 안 먹었을 것 같아서. 그거 먹으라고."


"너는. 먹었어?"


"대충."

 

손을 쭉 뻗어 무심한 표정으로 샌드위치를 건네준 민윤기는 다시 하던 작업에 눈을 돌렸다. 얼떨결에 받아든 샌드위치를 손으로 만지작대다 바로 가방에 넣으면 준 사람이 기분 나쁠까 싶어 포장을 뜯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맛이 있다, 없다를 판단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인사도 잘 안하고 다니던 동기가 뜬금없이 크리스마스에 작곡방으로 나를 부르는 건 대체 무슨 의미일까. 그런데 그 의미도 모르는 행동들에 설레이는 나는 도대체 뭘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며 느릿하게 샌드위치를 씹다가 결국 다 먹어버렸다. 다 먹은 포장지를 곱게 접어 책상 위에 올려두었더니 그제야 나를 보고 있던 민윤기의 시선을 알아챘다. 아, 내가 또 나도 모르게 허겁지겁 먹어댔나.

 

"잘 먹어서 예쁘네."


"어?"


"됐고 이리 와서 이거 들어봐."

 

또 훅 치고 들어온 민윤기에 정신이 몽롱해졌다. 예, 예쁘다고 했어. 민윤기가. 저 까칠한 얼굴로 나한테... 누가 들으면 아마 절대 믿지 못할 이야기겠지. 차라리 환청이라고 믿고 싶다. 그렇게 멘붕의 연속을 겪고 있는 내게 녀석은 손짓하며 자신의 노트북을 가리켰다. 나는 조심스럽게 의자를 끌고 녀석의 곁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거. 별 감흥 없는 표정으로 내게 이어폰을 내민 손에 나는 받아들고 귀에 꽂았다. 곧 잔잔한 음악이 시작되고 민윤기는 턱을 괴고 내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노래는 꽤나 따뜻하고 달달했다. 쉽게 설명하자면 딱 크리스마스, 지금 듣기 좋은 노래였다. 멜로디만 있는 노래인데도 그냥 좋은 느낌이었다. 이래서 과탑을 놓치지 않는구나. 이런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예민함 쯤은 겸비해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한 곡이 지나가고 난 이어폰을 내려놨다. 한참 턱을 괴고 나를 구경하던 민윤기는 또 그 특유의 감흥 없는 표정으로 노트북을 만지며 내게 물었다. 어때?

 

"좋아. 너 노래 진짜 잘 만든다."


"이런 노래는 나도 처음 만들어."


"응?"


"이런 달달하다 못해 낯이 다 뜨거운 노래는 나도 처음이라고."


"아, 그랬구나."

 

결론은 자기는 다 잘한다 이건가. 생각해보니까 재수가 좀 없는 것도 같은데. 음악이 좋다고 말했던 걸 도로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확 밀려온다. 예민보스에 재수탱이. 그래, 너 잘났다. 네가 다 해먹어라 하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차마 그런 말을 할 용기는 없었다. 민윤기의 특유의 그 표정이 나는 조금 무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민윤기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노트북을 여전히 만지작 대지만 표정은 미세하게 녹은 느낌. 내가 이상한가. 아니면 쓸데없는 설레임이 내 눈도 멀어버리게 했나.

 

"근데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써지더라."


"그래, 너 원래 잘하잖아."


"누군가를 생각하니까 잘 써졌어."


"누군가...? 너 좋아하는 사람 있어?"


"어, 김남준한테 물어보니까 이게 좋아하는 거라더라."


"너는 그걸 김남준한테 물어보냐. 그 연애고자한테?"


"여자애가 입이 험하더라."


"지금 나한테 하는 말이야?"


"근데 또 잘 먹더라. 생각보다 술도 잘 마시고."


"뭐야. 너 지금 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칠렐레 팔렐레 하지는 않더라. 할 때는 하는 그런 성격? 그렇게 보였어."

 

알 수 없는 소리를 한다. 나열하는 말들마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하는 말들인지 언뜻 녀석의 표정에 온기가 담긴다.

 

"생각해보면, 입학하고 쭉 눈이 갔더라."


"..."
"나는 잘 몰랐는데 생각해보니까 그랬어. 그런데 말 한번 제대로 못 붙여봤어."

 

노트북을 만지작대던 손이 멈춘다. 녀석의 시선이 나에게로 꽂힌다. 나도 모르게 확 설레이기 시작한다. 어쩌면, 지금 민윤기가 하는 말들이.

 

"김남준이 그러더라고. 뒤에서 지켜보는 거 그것만으로도 좋은 거 아니냐고."

 

나에게로 향하는 말들은 아닐까, 하는 기대감에.

 

"그래서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어. 생각해보니까 맞는 말이라서."

 

이제는 그 기대감이 확신으로 변하려 한다. 녀석의 눈이 꽤 진심이라서.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야기할 계획은 아니었어. 언젠가는 해야겠다, 싶었는데. 걔가 마침 딱 여기로 오더라고. 장비들 챙기러."

 

내가 그때 음악 장비들을 작곡방에 놓고 가지 않았더라면 듣지 못했을 이야기들.

 

"그래서 특별한 날에 하고 싶었어. 고백."

 

안부처럼 여겼던 크리스마스 때 뭐하냐는 말은 결코 가벼운 말이 아니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좋아해."

 

한참 눈을 맞췄다. 민윤기의 좋아해, 라는 고백이 생각보다 너무 따뜻해서 놀랐다. 좋아해, 라는 말보다 앞선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에 세상 그 어떤 고백보다 덤덤한 고백으로 느껴졌다. 덤덤하지만 진심이 듬뿍 담긴 그런 고백. 결국 나는 웃음이 터져버렸다. 특별한 날에 하고 싶어서 날 크리스마스에 여기로 불렀구나. 그냥, 그 생각이 너무 귀엽게 느껴졌다. 이런 모습도 있구나, 민윤기에게. 그래, 취소. 예민보스에 재수탱이라고 놀린 말들 다 취소. 민윤기는 그냥 쑥스러움이 많고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게 서툰 사람인 걸로.

 

"이 노래, 제목 있어?"


"아니. 아직."


"그럼 내가 지어줄래."

 

내 말에 뒷목을 머쓱하게 긁으며 뭐냐는 듯 고개짓을 하는 민윤기를 보다가 녀석의 노트북을 내 앞으로 끌고 와 노래파일을 찾아 이름을 바꿔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주었다. 곧 내가 바꿔놓은 제목을 보던 민윤기는 피식 하고 웃기 시작했다. 그리곤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를 함께 노래할까요?"


"응. 괜찮지. 네 노래, 딱 크리스마스 느낌이야."


"좋네. 함께."

 

용케도 내 뜻을 알아차렸다. 함께. 크리스마스를 함께 노래해요. 혼자 말고 함께.
곧 민윤기는 내 손을 살짝 잡아왔다. 마주 잡은 손으로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나는 녀석을 보며 눈을 맞췄다. 그리고 말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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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너무 달달해요ㅠㅠㅠㅠㅠㅠㅠ윤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설레요 쥬금... 진짜 너무 귀엽고 막 풋풋하고ㅠㅠㅠ
8년 전
독자2
젠장 설레요 설레 미치겠어요 그림이 막 그려지는데 살려주세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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