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天意) 04
"명수야, 김명수!"
명수의 또다른 절친한 친구 동우였다.
죽을 힘을 다해 뛰어와 겨우 지각을 면한 동우는 무언가를 생각하는지 고심에 빠져있는 명수를 불렀다.
한번도 제가 왔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적이 없었는데.
그것도 바로 옆에 털썩 주저 앉아 헥헥거리는데도 전혀 모르는 듯한 명수다.
'얘 오늘 왜 이래? 무슨 일 있나? 오늘따라 우리 반은 또 왜 이렇게 난장판이야?"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을 가진 동우는 참을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명수의 대답을 듣지 않으면 하루종일 명수에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왜 제가 왔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물어볼 것만 같았다.
"명수야, 김명수! 나 왔다니깐?"
"아, 왔어. 오늘도 지각할 뻔했네."
"괜찮아, 나는 럭키 가이니깐! 그나저나, 너 무슨 생각 하길래 내가 온 것도 몰랐던거야?"
"아, 소정이가 나한테 오늘 인연을 만날거라고 했어."
"뭐? 소정이가 너한테? 그럼 엄청난 인연이겠네?"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어. 내가 다니는 곳은 학교와 산, 집 뿐인데 어디서 인연을 만난다는 걸까."
"그러게, 그래도 확실한 건 인연을 만난다는 거네! 그 소정이가 그렇게 말한거면!"
동우와 명수는 서로 모르는 비밀이 없었다.
소정이 죽은 뒤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던 명수가 동우에게는 마음을 열었다.
동우와 친해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의 깊숙한 비밀까지도 모두 털어놓게 되었다.
물론 소정에 대한 이야기도. 소정이 지금까지도 제 곁에서 가족들을 지켜준다는 것도 말이다.
반면, 가족들과는 떨어져 혼자 자취생활을 하는 동우였다.
명수는 그런 동우가 대단하면서도 외로워 보여 더욱 아끼고 있다.
"우와, 너 오늘 기대 많이 되겠다?"
"기대까진 아니야. 그래도 뭔가 느낌이 좋은 건 분명해."
"부럽네 우리 명수~ 나도 언젠가는 인연이 찾아오겠지?"
"당연하지. 너는 나보다 더욱 대단한 인연이 찾아올거야."
"그랬으면 좋겠어~ 맞다! 나 애들한테 오늘 무슨 일 있나 물어봐야지! 교실이 유난히 시끄러워."
"알았어. 갔다 와."
제 특유의 함박웃음을 지으며 친구들에게로 쪼르르 다가갔다.
그런 동우를 보며 명수는 정말 못말리겠다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얘들아, 무슨 일있어? 오늘따라 왜 이렇게 교실이 난장판이야?"
"아, 드디어! 우리반에도 전학생이 온대!"
"전학생? 전학생이 온단 말이야?"
"그렇다니까~ 다른 반은 다 왔는데 드디어 우리 반도 전학생이 오는구나!"
"우와아아, 지금 어디 있는데?"
"아까 내가 잠시 교무실 들렀다가 봤는데! 걔가 분명해."
"걔? 걔가 누군데?"
"키는 엄청 크고 좀 말랐어. 그리고 얼굴이 하얗고 여자같이 생겼어!"
"우와, 정말? 완전 기대된다!! 나 명수한테 말해주러 갈게!"
순식간에 무리에서 빠져나와 명수의 옆자리에 쏙하고 앉았다.
여전히 동우의 돌발행동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명수는 깜짝 놀랬지만 애써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명수야, 우리 반에도 전학생이 온대!"
"전학생이라. 어떤 앤데?"
"하얗고, 음... 키가 엄청 크대!"
"그렇구나. 기대되네."
"걔가 소정이가 말한 인연 아닐까?"
"에이, 설마."
그래도 기대되는 건 사실이었다.
아까 학교에 도착했을 때부터 따뜻한 기운이 제 몸을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디선가 매화 향기가 나는 것도 같다.
"야, 앉아 얼른! 담탱 온다!"
우르릉 쾅쾅-
흡사 천둥번개가 치는 듯한 소리가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아이들이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아 교실 문을 쳐다보고 있었다.
명수와 동우의 담임은 그 학교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 선생님으로 유명했다.
조례 시간에 교실에서 자신의 반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떠들고 있다면 그 반은 그대로 끝이다.
대통령 당선 발표 1초 전과 같은 긴장감이 들었다면 믿을려나?
드르륵하고 교실 문이 열렸다.
"역시, 우리 반 학생들이 최고라니깐. 이렇게 조용한 반은 우리 반 뿐일거다. 자랑스럽다."
"무슨,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동우야, 뭐라고? 다시 말해볼래?"
"아, 아닙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괜찮다. 다음 부턴 이런 일 없길 바란다. 너희들에게 한 가지 알려줄 소식이 있다."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만 궁금해하는 척이라도 안하면 그 날로 끝일 것만 같았기에 모든 학생들이 최대한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발연기가 돋보이는 학생들도 몇몇 있었지만 그건 못 본 듯 해서 다행이었다.
"우리 반에도 전학생이 왔다. 이리 들어와보렴."
닫혔던 교실 문이 다시 한 번 열렸다.
아까 친구들이 했던 말 그래도 키가 크고 하얀 아이가 들어왔다.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전학생에게로 향했다.
명수도 전학생에게 시선을 두었다.
문득, 명수는 전학생의 근처에서 배회하는 네 개의 불꽃들을 보았다.
검은색, 붉은색, 흰색, 푸른색의 네 개의 작은 불꽃들.
마치 전학생을 보호하기려도 하는 듯 경계 태세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동우야, 보여? 저 네 개의 불꽃들."
"응. 너도 보이는구나?"
"저 전학생. 우리처럼 일반인이 아닐지도 몰라."
"그러게. 정말 궁금한데?"
동우와 명수의 집안은 선대 조상의 영향으로 인해 영혼들을 볼 수 있었다.
눈 앞에 보이는 불꽃들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명수야, 동우야?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열심히 하니? 교무실로 같이 갈까?"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조용히 하고 우리 모두 전학생의 소개를 들어보자. 소개 해주렴."
불꽃들에게 시선이 가려는 걸 애써 막으며 전학생에게 집중하는 둘이었다.
이윽고, 전학생이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이성열입니다."
으아... 아까 썼는데... 아... 날라갔어요...
제 글을 기다리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계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진짜 글 못 쓰는 똥손인데...
그래도 저를 기다려주시는 분이 계셔서 쓰는 거니깐 한 번 읽어주실거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