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밖으로 내딛은 경수의 발보다 경수의 팔뚝을 잡아채는 종인의 손이 더욱 빨랐다.
경수를 잡은 종인은 그를 돌려세워 집안으로 내동댕이 쳤다.
힘없이 바닥에 엎어지는 경수는 이제 눈물도 안나왔다. 팔꿈치가 바닥에 쓸렸는지 살짝 쓰려왔다.
종인은 여유있게 문을 닫은 뒤 문을 잠구었다.
그리곤 다시 뒤를 돌아 경수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경수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바닥에 엎어진채 멍하니 허무함에 사무쳐 있었다.
쪼그려 앉아 경수의 얼굴을 쳐다보는 종인의 입가에는 소름돋는 미소가 걸쳐져 있다.
"다음에 또 이러면."
"밥 안 줄꺼야, 알았지?"
장난스럽게 말하는 종인에 경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정말 무섭다.이곳에 있으면 있을수록, 종인을 알면 알수록 무섭고 두렵다.
밖으로 나갈수 있는 문을 제 코앞에 두고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어이없고 웃기다.
다시 방안에 갇힌 경수는 멍하니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아까 들었던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다시 듣고 싶다.
경수는 제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 쓸어내리고는 차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한 채 눈가 옆으로 흘러내려 보냈다.
경수는 체념을 했다.
종인이 무엇을 말하든 자신에게 무엇을 갖다 주던 그저 침대에 누워 등을 돌린채 먹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이틀을 꼬박 굶은 경수지만 음식의 냄새를 맡고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차라리 이대로 죽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종인도 그런 경수가 걱정이 되었다.
저러다 죽어버리면 어쩌지?
도경수 웃음을, 눈물을 볼 수 없게 되잖아.
종인은 침대에 걸터앉아 경수를 일으켜 세웠다. 온몸에 힘을 주어 종인의 손에 이끌어지지 않으려 노력했던 경수지만 종인의 힘에 못이겨 몸은 일으켜 세워졌다.
상체가 일으켜지자마자 경수는 종인의 손을 탁- 쳐냈다.
종인은 아랑곳 하지않고 밥을 푼 숟가락을 경수 입가에 가져다 댔다.
고개를 돌려 밥을 거부한 경수지만 종인은 계속 경수의 입가를 쫓아 숟가락을 가져다 댔다.
집요하게 경수의 입가에 숟가락을 부딪혔다. 숟가락 끝에 경수의 입술이 눌리기도 하고 밥풀이 묻기도 하였다.
경수는 신경질 적으로 숟가락을 손으로 쳐내고는 입주위에 묻은 밥풀들을 떼어냈다.
숟가락은 벽에 부딪혔다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맘같아선 경수는 그릇이 놓여져있는 쟁반마저 던져버리고 싶지만 이틀동안 먹은게 없어 도저히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종인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떨어진 숟가락을 주었다. 그리고 대충 휴지로 떨어진 밥들을 청소했다.
다시 경수에게 돌아온 종인은 무슨일 있었냐는듯 숟가락으로 밥을 푼뒤 경수의얼굴에 가져다 댔다.
미친새끼. 존나 미친놈.
경수는 그런 종인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속으로 욕을 곱씹었다.
종인을 째려보던 눈을 거두기 무섭게 종인은 경수의 입에 강제적으로 숟가락을 들이밀었다.
갑자기 들이닥치는 숟가락때문에 입술이 찢어진건지 비릿한 맛이 입안에 맴돌았다. 숟가락은 경수의 이빨에만 탁탁 부딪히고 입안에 들어갈 생각을 안했다.
힘으로 밀어부치는 탓에 경수의 입술에는 피가 흐르고 이가 빠져 나갈것 같았지만 경수는 용케도 입을 절대 벌리지 않았다.
경수의 입술에서 나던 피가 턱까지 흐르고 나서야 종인은 폭주하던것을 멈추었다.
가만히 멈추어있는 숟가락 위에 얹어진 밥은 경수의 피로인해 앞쪽이 빨갛게 물들었다.
"죽지마."
뜬금없는 종인의 말에 경수는 쓰라린 입술을 부여잡고 종인을 올려다봤다.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종인의 눈동자는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왜인지는 몰랐다. 그냥. 느낌이 그러했다.
죽어가는 강아지를 보고있는 듯한 순수한 어린아이 같았다.
경수는 순간 저도 모르게 경계를 풀고는 종인을 쳐다보고있었다.
다시금 웃어보이는 종인에 경수는 정신을 번뜩 차리고는 시선을 거두었다.
"밥안먹어도 죽지 않으면 안먹어도 돼."
종인은 이상한 말만 남긴채 약을 가져온다하고는 방을 나섰다.
경수는 오늘따라 종인에게서 더욱더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