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동생인 징어가 모델인 썰
“ 야. ”
“ 뭐. ”
“ 넌 이제 오빠 데뷔하면 자주 못 보는데 섭섭하지도 않냐? ”
“ 지랄쩐다. 엿이나 먹어라. ”
들고 있던 호박엿을 입에 물려주자 종인은 얌전히 받아먹으면서도 인상을 찌푸렸다. 존나 꿀맛이네. 엿을 먹고 음미하듯이 음. 이란 소리를 내던 종인이 리모컨으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고 있는 OO를 한참동안이나 쳐다봤다. 야. 아, 왜 또. 너 진짜 오빠 안 보고 싶겠냐? 보고싶을리가 있냐? 좋게 꺼져줘서 정말 고맙다. 이 미친년이. 진심어린 OO의 말투에 소파에 기대 있던 몸을 일으켜 소파 쿠션을 OO에게 던지던 종인은 내심 섭섭한 표정이였다.
“ 아, 아파 시발. 야 너는 데뷔하기 전에 그 욱하는 성질 좀 죽여놔. ”
“ 그 욱하는 성질은 너한테 밖에 해당 안되니까 조용해라. ”
“ 이 미친놈. 존나 세게 던졌어. ”
“ 이게 덜 맞았나, 오빠한테 미친놈이 뭐야. ”
작은 쿠션을 손에 쥐는 종인을 쳐다보며 기겁을 하던 OO가 거실 바닥에 쿵 찧은 엉덩이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존나 데뷔하든 말든 좀 꺼져 시발! 앙칼진 목소리에 뭐? 하고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는 종인을 보다 방안으로 줄행랑쳤다. 아,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핏줄이라고 안 그럴것 같더니 존나 섭섭하네. 소파 쿠션으로 머리를 강타할 때 OO가 떨어지면서 바닥에 있던 리모컨을 잘못 눌렀는지 지지직거리는 TV를 물끄러미 보던 종인이 싱숭생숭한 마음이 들어 리모컨으로 TV를 껐다.
방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방문에 기대 종인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이 들리는지 확인하던 OO가 잡음밖에는 나지 않는 걸 듣고는 안심하며 의자에 앉았다. 데뷔. 김종인이 얼마나 바라고 바래왔는지 OO는 그 누구보다 더 알고 있었다. 그때마다 매번 너같은 성격 받아줄 아량넓은 회사는 없다며 장난스럽게 약올렸었는데 어느덧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이 되고 몇년의 준비 끝에 데뷔하게 되었다니 괜히 혼자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다. 잘하겠지, 잘할거야. 연년생 오빠인 종인은 하나에 꽂히면 미칠듯이 몰두하는 성격이였다. 어렸을때부터 발레를 배웠었는데 그 덕분인지 종인은 남다른 춤선을 갖고 있었다. 그 뒤를 이어 현대무용 전공을 준비하던 종인은 갑작스레 닥쳐온 허리 부상에 춤을 접어야만 했던적이 있었다. 그 당시 종인을 비롯한 가족 모두가 힘들어 했었다. 가족 내 장남인데다가, 무엇보다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 또한 남달랐던 종인이기에 가족들 그 어느 누구도 먼저 춤을 그만 추라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종인은 허리 나간 것 쯤 별거 아니란 듯이 병원과 휘트니스를 오가며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그 덕분에 완전히 원상태로 복귀하기는 힘들었지만 그럭저럭 다시 춤을 출 수 있을만큼의 몸상태는 유지하게 되었다.
콜ㅋ 이라는 수정의 말을 끝으로 카톡 대화창을 닫은 OO는 생각했다. 존나, 누가 내 친구 아니랄까봐. 야. 노크를 하는 둥 마는 둥 밍기적대며 들어온 종인이 OO의 침대에 벌러덩하고 누웠다. 야, 안꺼지냐? 날아올 손을 대비해 눈을 꽉 감고 으익! 하던 OO가 제 머리를 간지럽게 쓰다듬어오는 손길에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뭐, 뭐지 이 미친놈은. 존나 신종 괴롭히기 수법이냐. 개무섭다, 그만해. 부드럽게 쓸어주면서도 간지러운 그 손길을 받아내던 OO가 슬쩍 고개를 틀었다. 헐, 오빠. 너 왜그래? 곧 있으면 또르르하고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종인의 아련한 표정에 쓰지도 않던 오빠를 붙이던 OO가 아예 종인을 향해 몸을 틀었다.
“ 솔직히. ”
“ 엉. ”
“ 나 데뷔하게 되는거 무산된 적 수두룩했잖아. ”
“ …어. ”
“ 또 그렇게 파토날까 봐 무섭다. OO야. ”
또렷하게 짙어진 눈매가 천장을 바라봤다. OO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손길을 거두던 종인이 그 손을 제 배에 턱하니 올려놓고는 눈을 감았다. 무슨 말이라도 네가 하면 다 위로 될 듯하다. 의자에 앉아 진지해진 종인의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OO가 종인의 옆자리에 누웠다. 길을 잃고 뻗어있는 종인의 팔을 잡아 제 머리맡에 놓던 OO가 종인을 따라 눈을 감았다. 우리 이러니까…, 존나 안어울린다. 시발. 이게 뭐하는 짓이냐. 격하게 저를 밀쳐내는 종인을 한심하게 보던 OO가 네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침대에 누웠다. 야. 진짜 뒤지고 싶냐, 이게 어디서 야래. 너 데뷔하고 나서 돈 벌면 나 존나 간지나는 아우디 하나 뽑아준다며. 내가 언제. 우리 저번에 찜질방으로 쫓겨났을때. …독한년.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었어. 정말 무드없기로 드럽게 없는 대화내용이지만 익숙한 일상이 시간을 따라 흘러가듯 조용한 흐름이 서로를 위로해주고 있었다.
“ 너 그거 뽑아주려면 최소한 4억은 벌어야 돼. ”
“ 4억이 무슨 개집 이름이냐. ”
“ 그러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된다고, 병신아. 꼭 내가 아니더라도 너 때문에 엄빠 고생한거 생각해 봐. ”
아마 입도 벙끗 못할 걸. 입을 왜 벙끗 못해 이렇게 벙끗대는데. …아, 이새끼 존나 짜증나네. 누워있던 몸을 반쯤 일으키던 OO가 인상을 찌푸렸다. 분위기 없는 새끼. 너 때문에 위로해줄 생각은 개뿔 화만 존나 난다. 머리 밑으로 팔을 집어넣어 여유롭게 웃던 종인이 몸을 틀어 옆으로 누웠다. 누구 동생인지, 얼굴 한 번. 존나 이쁘다고? 더럽게 못생겼네, 진짜.
“ 아, 개새끼야! ”
“ 넌 왜 그렇게 못생겼냐? ”
“ 야, 내가 어디나가서 너 닮았단 소리 안들어서 이쁘거든? ”
“ 오빠가 돈 벌어서 얼굴부터 고쳐줄게. ”
“ 눈물나게 고맙다, 이새끼야. ”
늘 그렇듯 투닥이며 서로 인신공격을 하고 있는데 도어락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왔나보다. 시간은 벌써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얄밉게 깐죽대는 김종인에게 베개를 거침없이 하이킥해주던 OO가 거실로 나왔다. 엄마! 김종인이…! 너는 오빠한테 아직도 김종인 김종인 거리냐? 이제 며칠 안 있으면 너네 오빠 얼굴도 자주 못 볼텐데 그때 동안만이라도 좀 잘해줘 봐, 기집애야. Aㅏ…. 이여사님께서 [마지막 남은 희망 갖다버리기] 스킬을 시전하셨습니다. 강력한 크리티컬을 한 방 맞은 듯한 OO의 표정에 배를 긁적이며 나오던 종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게 나밖에 모르는 우리 이여사님한테 까불지 말라니까 그러네. 쯔쯧이는 표정과 함께 검지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던 종인이 반찬 재료를 정리하는 이여사님한테 붙었다. 여사님, 오늘 저녁은 뭡니까.
“ 같잖은 애교 부리지말고 가서 짐 싸. ”
“ 응? ”
“ 응은 무슨 응이야. 데뷔하면 이제 숙소 생활 할텐데 챙겨야지. ”
이여사님의 돌직구를 맞으니 그제서야 정말 김종인이 데뷔한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괜스레 머리를 긁적거리던 OO가 종인을 쳐다봤다. 멀거니 자리에 서있던 종인이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발걸음을 질질 끄는 종인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보던 OO가 종인을 뒤따라 나섰다. 방으로 같이 들어가 말없이 캐리어를 꺼내는 종인을 보고있자니 눈가가 시큰해지는 듯 싶었다. 이제 싸우고 싶어도 징하게 싸울 인간이 없네. 방문앞에 서서 제 행동을 보고만 있는 OO를 곁눈질 하던 종인이 서랍장을 열려 굽혔던 허리를 폈다. 왜, 이제 진짜 간다니까 아쉽냐? 뭐, 좀. 머쓱하게 머리카락을 만지작대는 OO를 보던 종인이 툴툴댔다. 이렇게 가는 건 줄 알았으면 좀 잘해줄 것이지, 나쁜년아.
“ 진짜 한대 패고싶다. ”
“ 나중에 실컷 두들겨패라. 오빠가 은퇴하는 날에. ”
“ 가수 데뷔하지말고 나랑 링에서 데뷔하는 건 어때? ”
좋은 방법이긴한데, 오빠 성격이 워낙 좋아야지. 사랑하는 여동생을 흠씬 두들겨 패줄 수는 없잖냐. 아, 존나 더러워. 위액이 쏠려 나온다며 토하는 시늉을 하는 OO를 보던 종인이 웃었다. 오빠라는 놈이 그동안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이 앞니까지 튀어나온 종인이지만 아직까지는 참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꿀꺽 삼켜냈다. 그래도 기분은 나름 좋았다. 오빠라면 마냥 미워할 것만 같던 아이가 간다니까 저렇게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게 조금 놀랍기도 했고.
“ 내일 가? ”
“ 어. ”
“ 겁나 빨리가네. ”
“ 멤버들하고 하루라도 빨리 지내봐야지. 앞으로 같이 활동할텐데. ”
“ 그룹? ”
고개를 끄덕이던 종인을 보며 덩달아 고개를 끄덕이던 OO가 저를 부르는 여사님의 우렁찬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부엌으로 갔다. 이제 저런 흉물스러우면서도 깜찍한 모습도 못 보는구나. 새삼 느껴지는 현실에 옷을 챙기던 손을 멈춘 종인이 다시 부지런히 움직였다.
“ 갈게요. ”
“ 그래, 밥 잘 챙겨먹고 아프지마라. ”
“ 네. 엄마, 나 가요. ”
“ 전화할게. 또 옛날처럼 몸 상할만큼 춤추지마. 아직까지 다 안아문거 알지? ”
“ 네, 네. ”
가라. 쿨하게 손을 흔드는 OO의 모습에 어이가 없다는 듯 웃던 종인이 OO의 머리를 헝클였다. 야! 아씨, 나 좀이따가 약속 나가는데! 씁, 또 야란다. 어디가서 무시 당하면 우리 오빠 곧 TV 나올 사람이라면서 나대지 말라고 해라. 잡히면 뒤진다고. 종인의 말에 꺼져,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하고 쿨하게 이야기는 했지만 꽤나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집 앞에 보이는 낯선 차와 함께 서있던 남자가 엄빠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헐레벌떡 올라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종인이 데뷔할 그룹 매니저입니다. 종인이 잘 부탁드려요. 이여사님의 말에 어유, 당연하죠. 라며 고개를 끄덕이던 매니저 삼촌이 날 쳐다봤다. 종인이 동생?
“ 아, 네. ”
“ 와, 예쁘게 생겼네. ”
“ 감사합니다. 우리 호, 아니 오빠 잘 부탁드릴게요. ”
에의차 건넨 말이지만, 이 삼촌은 지구라도 구하라는 엄청나게 중요한 임무를 맡은 듯이 비장해 보였다. 종인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건네받은 매니저가 뒷좌석에 실었다. 진짜 가는 듯 손을 이리저리 흔드는 종인의 모습에 이여사님은 이미 눈물을 터뜨린지 오래였다. 코를 훌쩍이며 울음을 참던 OO가 급하게 달려가 조수석에 타려는 종인의 팔을 잡았다. 호구야. 뭐? 호구? 이게 진…. 몸 건강히 잘 챙기고, 무슨 일 생기면 꼭 전화 해. 그럴리는 없겠지만 보고싶어도 참고 데뷔하고 나서 방송 나오는거 꼬박꼬박 챙겨볼게. 가면서 이거 먹어. 네가 좋아하는 호박엿이야. 매니저 삼촌이랑도 같이 나눠먹고. 삼촌! 우리 호구 허리 많이 안 좋으니까 조금이라도 아프다고 그러면 바로 병원 데려가주세요. 길고 긴 하이라이트가 끝나고 나서야 걸음을 물렀다. 벙찐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시선에 애써 매니저를 쳐다보며 화이팅을 외쳐대던 OO가 쏟아지려는 눈물을 삼켰다.
“ 잘가. ”
“ 김OO. ”
“ 빨리 꺼져. ”
“ 꼭 마지막에 지랄. ”
오빠 간다. 해사하게 웃으며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종인이 차에 올라탔다. 창문을 내려 아직도 눈물의 여파가 커 훌쩍이는 엄빠에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점점 멀어져 점이 되가고, 더이상 그 모습조차 보이지 않자 폭풍눈물을 흘렸다. 아, 존나…. 나 아우디 꼭 뽑아줘야 돼, 호구야….
문징 |
오랜만이에요 :) 그대가 모델로 나오는 건 조금조금조금조금 아주 조금 뒤에서부터 나옵니당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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