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뻔하고 존나 어처구니 없지만 눈 떴더니 아이돌이 되었다. 그냥 아이돌도 아니고 인성 논란 나더니 탑 아이돌과 열애설까지 터져서 아주 욕 먹고 있는 그 아이돌. 눈 떴더니 병원이었고 거울을 보니 방금까지 소주마시며 내가 욕했던 그 년이 서 있었다. 왜 욕했냐고? 내 최애랑 열애설 난 게 거울 속에서 멍청한 표정 짓고 있는 저 년이다. 아, 그니까... 나?
아이돌 세계에서 살아남기
솔직히 꿈이겠지 싶었다. 내가 얼마나 저 년이 부러웠으면 면 꿈 속에서 빙의를 하냐. 헛웃음 터뜨리면서 거울을 빤히 쳐다봤다. 와씨... 이 정도는 생겨야 연예인 하나 봐. 샤베트—그룹 이름(그루비룸아님)— 센터 답게 얼굴 하나는 이뻤다. 한참을 거울을 보고 있으니까 내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매니저—샤베트 매니저가 잘생기기로 유명해서 기억한다—가 박수를 짝짝,쳐서 내 이목을 끌었다. “저기....” “네?” “사장님이 오신다는데....” “사장님이요?” “응...” 뭐지 저 잘생긴 얼굴에 비해 찌질한 말투는? 잘생겼으니까 됐다. 와, 근데 가까이에서 보니까 아이돌 뺨치는 외모였다. 돌 데뷔했으면 분명 코어 장난 아닐텐데 말투도 찌질하지만 말랑하고 너무 귀여운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얼굴을 너무 빤히 쳐다봤나보다. 매니저는 입을 꾹 다물더니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헉. 이건 혹시 덕통사고인가. 이게 바로 꿈에 나오면 입덕한다는 그건가. 히죽히죽 웃으니 매니저는 더 안절부절 못했다. 한 입에 잡아먹고십네. “매니저님.” “응?” “이름이 뭐더라?....요.” “나?”“김도영이잖아...” 찾았다. 내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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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큐띠빠띠한 우리의 도영씨를 보고 내가 잠깐 눈이 돌아간 건 맞다. 솔직히 세상 어느 얼빠라면—물론 울 애기 얼굴만 보고 좋아하는 건 아니다 본업도 잘하고 성격도 어쩌구— 그 말랑말랑하고 촉촉해 보이는 눈동자에 혹해 당장이라도 내 마지막 아이돌이 되어달라고 고백을 날려도 이해가능하다. 그니까 내가 이런 변명을 늘어놓는 이유는.“....” “오...씨발....” 그래. 온다는 사장님과 함께 그니까, 아. 내가 지금... 정신이 없네. 사장님과 함께 병실 안으로 들어오던 내 최애. 내가 눈 뜬 이 몸이랑 열애설 터진 그 최애. 춤이며 노래며 표정이며 제스처며 인성이며 개그며 모든게 좋아서 입덕한 내 최애, 이해찬이 걸어왔다. 숨이 자꾸 멎는다 니가 날 향해 걸어온다... 나를 보며 웃는다... 그래 내가 어딜 가겠니 결국엔 해찬이 너로 가겠지. 반질반질한 해찬이 얼굴을 보며 변태같이 실실 웃음을 흘렸다. 너무 귀엽다. 너무 좋다. 얘랑 열애를 인정했는지 인정 안 했는지 모르겠다. 기사 뜬 이후에 트위터며 괜찮냐고 내 안부를 물어대는 카카오톡 때문에 핸드폰을 꺼뒀거든. 그래 내가 해찬이를 연애하려고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연애 좀 할 수 있지! 누나는 괜찮다! 근데... 그거랑 그거랑 다르지... 갑자기 서운한 감정이 밀려들어왔다. 내가 서운할 게 없다는 거 알고 있는데, 그럴 위치가 아니라는 거 아는데, 나는 그냥 팬인데, 그게 더 서러웠다. 실망감 그런 감정아니고 그냥 조금은 혼자 서운해도 되는 거잖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점점 다가오는 해찬이를 보며 오열을 했다. 진짜 개추하게 울었다. 눈물이며 콧물이며 침이며 얼굴에 범벅이 되어서 해찬이가 가져다 준 휴지로 얼굴을 벅벅 닦았다. 근데 얘는 이쁘니까 별로 안 추할지도 모르겠다. 조금 진정이 되어서 훌쩍거리고 있으니까 꾀꼬리같이 이쁜 우리 해찬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나... 미안해요.” “...킁,” “이제 진짜 누나 좋아하는 거 접을게요.” ...머랏코? “누나가 이 일에 누구보다 애정 많은 거 알면서도 제 욕심만 생각한 것 같아요. 안 그래도 누나 힘든데 위로도 아니고 더 힘든 일만 안겨주는 것 같아서...죄송해요.” 뭔 개소리냐고 묻고 싶었는데 그럴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울 도영씨도, 그리고 아마 샤베트의 사장님도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킁, 나는 그냥 휴지로 흐르는 콧물을 닦으며 해찬이를 빤히 쳐다봤다. 해찬이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내 눈치를 봤다. 내뇌망상 쩐다. 이해찬이 짝사랑하는 거라고? 그게 니 최선이니? 해찬이는 한숨을 푹 쉬더니 뒤를 돌아 나가려고 했다. 안돼!!!!!!!!!!!!!!!!! “잠,끕, 잠시만.” “누나...” “저기 해찬이랑 둘이 이야기하게 잠시만 나가주시술..” 사실 핑계고 해찬이 더 오래 볼 거다. 나도 모르게 입에 붙은 인터넷 밈 체로 말했지만 아무도 눈치 못 챘다. 할 말 있다고 한 건 나면서 단 둘이 남은 병실에서 아무말도 안 꺼내자 답답했는지 해찬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 너의 꾀꼬리같은 목소리를 더 들려주렴. “할 말 있는 거 아니었어요?” “그래... 할 말...” “....” 딱히 할 말이라곤... 뱉을 말이 다 주접 밖에 없어서... “해찬아 깜찍이 푸두는 나같은 인성파탄쓰레기 말고 더 이쁘고 논란도 없고 성격도 착한 사람 만나. 아니야 만나지 마. 아니야 만나. 아니야 만나지 마..” “누나가 젤 이쁜데.” “...꼭 그래야만 했니?” “네?” “꼭 그렇게 해야만... 속이 후련했니?” 해찬이 입에서 나온 앙큼하기 그지없는 말을 내 눈을 맞추며 들었다는 기쁨과, 그 누나가 이 년이라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옹졸해지는 마음이 공존했다. 너... 유죄. ——————————————— 이게 뭔 글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