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ON/김진환] 화양연화(花樣年華) (부제: 코드네임_ KJH0207)
W.클라이드
01
학교 갔다오고나니 항상 텅텅 비었던 우리집에는 도저히 맡을 수 없는 악취가 풍겨졌고 내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식탁에 올려져있는 쪽지를 집어들었다. 삐뚤삐뚤하고 급하게 쓴 글씨를 보아하니 우리엄마 글씨였다.
딸, 우리연구소에서 쓰이는 마지막 실험체인데 급한 사정이 있어서 우리집에 왔어. 엄마아빠는 몇달동안 연락이 없을 수도 있어.보다시피 그 아이는 인간이 아니야. 하지만 인간이 될 수 있는 실험체야. 그러니 네가 잘 돌봐준다면 괜찮을거야. 그리고 날뛰거나 소리지르면 주사 좀 놔줘.그리고 나중에 누군가가 올 수 있어. 그 사람들말고는 아무도 믿지마. 알겠지? 절대로 믿지마렴. 그 아이, 잘지켜줘. 네가 올때쯤이면 일어나있을거야. 미안하다.
라는 글이였다. 이제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 왜 그렇게 연구에 목숨을 거는지 모르겠다. 딸보다 중요한게 일이라는게 정말 한심해보였다.난 그 아이를 쳐다봤다. 실험에서 희생됐구나. 이제는 불쌍하다못해 덤덤했다. 가방을 바닥에 놔두고는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머리가 길어서 보이지않는 눈. 그리고 얼마나 안씻었길래 악취가 풍기는지 정말 끔찍했다. 그 아이를 살짝 툭 쳤다. 움찔하며 재빠르게 고개를 올려다 나를 쳐다봤다.
" 야 "
" .... "
" 일단 냄새나니까 씻어야될것 같은데. 씻을줄 알아? "
" .... "
" .. 그렇게 쳐다만보지말고 말 좀 해봐. "
아무리 말을 걸어도 아무말없이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이걸 어찌해야될지 몰랐다. 난 그 아이를 쳐다보게끔 바닥에 앉았다.
" 있잖아. 나 연구소에 일하는 사람 아니거든. 그러니까 무서워하지마 "
" .... "
" 후, 됐다. 이름이라도 알려줘 "
이름이라도 알려달라는 내 말에 또 다시 움찔하더니 입술을 오물거리더니 천천히 팔을 건네며 말했다.
" .. KJH0207 "
그 작은체구에 굵직한 목소리가 나오는게 조금 놀랬다. 말은 할 줄 아네. 못할 줄 알았더니. 그리고 이 아이가 뻗은 팔. 손목에는 아까 말했던 이름이 적혀있었다.평생 지워지지않는것처럼 보이는 문구. 자세히 들여다보면 살까지 파서 만들어낸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말하기 힘든 이름이였다. 그게 뭔 이름이야.실험체 코드네임이겠지. 난 곰곰히 생각하다가 문득 수정이가 좋아하던 아이돌 그룹 중 멤버 이름이 생각났다. 마침 이니셜도 딱 들어맞았다.
" 그 이름 내가 부르기 어려우니까 김진환 어때? 그 KJH. 이니셜도 딱 맞고 "
" .... "
" 대답없으면 마음에 드는걸로 한다. "
5분도 안되서 정해진 이름. 그 아이, 아니 이제 진환이겠지. 진환이는 얼떠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쳐다보기만 할거냐.나는 진환이의 눈이 안보여 답답해 머리 만질려고 손을 뻗었다. 뻗는순간 흠칫 놀라면서 내 팔을 꽉 잡는 진환이. 진환이의 긴 손톱이 내 팔에 파고들었다.너무 한순간에 파고들어 피가 흘렀고, 난 미친듯이 아팠다. 뭐 이리 힘이 세.
" 야! 안놔? "
" .... "
" 야 김진환!! "
내 말에 정신차렸는지 살짝 힘이 풀린채 내 팔을 놓지 않았다. 아프다. 긴 손톱이 무기가 될 줄이야. 근데 이름 정한지 몇분도 안됐는데 바로 외우고 알아듣네.조금 의외였지만 일단 이 손을 풀어야될 것 같았다.
" 진환아. 난 연구소에 일하는 사람 아니라고. 너한테 약 넣고 그러는 사람 아니야. 난 널 돌봐줄 사람이라고 "
" .... "
" 이해됐어? 알아들었으면 얼른 이거 놔 "
내 말에 눈치보면서 천천히 내 팔을 놓았다. 아, 너무 아파. 마음같아서는 한대 때리고싶지만 오히려 내가 당할 것 같아 참았다.난 급하게 팔에 묻은 피를 닦고 대충 붕대로 감았다. 그리고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진환이를 앉혔다. 가위를 가져오니 또 움찔하는 진환이.
" 진환아. 이거 주사 아니야. 너 눈 안보이니까 보이게해줄려고 머리카락 자르는거야. 알겠지? "
또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은근 강아지같았다. 머리카락을 조금씩 자르니 드러는 목덜미. 목덜미에는 무수히 많은 상처들이 보였다. 이걸 보자하니 마음이 조금 아프기도 했다. 어떤 연구였길래 얘가 희생했어야만 하는건지. 다 자르고는 앞으로 가서 진환이얼굴을 봤다. 내가 생각했던 얼굴이 아니였다. 무서운얼굴일 줄 알았더니, 의외로 순둥하게 생겼고 여려보였다. 남동생 한 명 생긴 기분이랄까. 아, 망할 냄새. 얼른 화장실로 데려가 윗옷을 벗겼다. 역시나 난도질 되어있는 상처들과 꿰메져있는 상처들. 샤워기로 헹구면서 진환이에게 물었다. 대답 못들을것 같지만 그래도 물어봤다.
" 진환아. 이 상처들 누가 그랬어? "
" .. 흰가운 입은 사람들이 "
대답해서 살짝 당황했다. 말 못했던건 아니고 그냥 대답을 안했던건가. 난 진환이 머리를 감기고 새칫솔을 꺼내 양치질했다. 아무말없이 입 벌리고 있는 진환이.
" 안아팠어? "
내 물음에 입안을 헹구고 있던 진환이가 물을 뱉고는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진환이 입에 나오는 한마디.
" .. 아팠어 "
아팠다는 진환이 말에 잠시 울컥했다. 도대체 엄마아빠는 무슨 실험하는거야. 알고싶어도 엄마아빠는 절대로 가르쳐주지않았다. 내가 알 필요 없다면서. 진환이 머리 말리고 외국에 출장 간 오빠 옷이 몇벌 남아서 그걸 진환이에게 입혔다. 진환이한테 조금 컸지만 나름 괜찮았다.
" 이제 여기에 편하게 있어. 여기에 있을동안 가르쳐줄건 가르쳐줄게. 일단 어, 그러니까 이 세상의 사람들처럼 "
" .... "
" 경계 풀어. 여기서 널 해칠사람 없어. 그리고 너에게는 안전한 곳이야. "
우리집을 두리번거리면서 둘러보더니 내 앞에 서는 진환이 그리고 나를 보며 물었다.
" 그럼 너는? "
" ... 어? "
" 그럼 너는 안전해? "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였다. 이걸 뭐라고 해야돼. 엄마아빠가 하는 일이 나쁜일인지 좋은일인지 알 수 없고 나쁜일이라면 난 공범이 되는건데. 아, 모르겠다. 머리를 긁적이며 진환이에게 다가갔다. 진환이 어깨를 잡고 진환이 눈을 쳐다봤다.
" 니가 나를 나쁜사람이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적어도 나만큼은 너에게 좋은사람이 될게 "
" .... "
"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이잖아. 너에게 좋은사람이 될게 정말로 "
내 말에 진환이는 아무말없이 나를 쳐다보다가 손을 살짝 들더니 얼굴에 댔다. 유난히 차가웠던 진환이의 손이 그때만큼은 따뜻했다.
그리고 진환이는 나를 보며 살짝 웃더니.
" .. 너는 그곳에서 유일하게 나를 구해줬던 사람이랑 닮았어. "
" .... "
" 그러니까 널 믿을게. "
" 젠장! 대한민국소속인 연구원 2명 위치추적했어? "
" 했습니다만, 이 나라에는 없고 자기 조국인 대한민국으로 돌아간듯합니다. "
" 그 실험체도? "
" 네. 인천공항에서 보내준 CCTV로 확인해봤는데 캐서린과 제임스리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어서 확대해보니 맞습니다. 옆에는 그 실험체도 있었고요. "
" 지금 뭐하고 있어! 당장 대한민국 가서 실험체 데리고 와!! 망할 그 부부!! 눈치 챘어야되는데!! "
" 박사님, 대한민국에서 이 소식을 알았는지 우리와 협력하는 연구소에서 처리하겠다고합니다. "
" 그럼 그 연구소는 '그것' 과 연관되어있나? "
" 네. 어쩔까요? "
" 그럼 그자들에게 맡겨. 우리는 실험체만 받으면 되니까. 내가 어떻게 성공한 실험체인데! 그리고 그 부부도 처리하라그래!! "
" 답장왔어요 "
" 뭐라고 왔어? "
" .. Of cour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