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ON/김진환] 화양연화(花樣年華) (부제: 코드네임_ KJH0207)
W.클라이드
03
" .. 누구랑 싸우고 왔니? "
눈 동그랗게 뜨며 나를 쳐다보는 보건선생님. 학교는 가야겠고 상처는 치료해야겠고 어쩔 수 없이 학교 도착하자마자 보건실로 갔다. 물론 진환이도 같이. 진환이는 학교 들어오면서부터 신기한 표정을 짓더니 두리번거렸다. 보건선생님은 옆에 누구야? 라고 물어봤다. 얼떨결에 친척이라고 대답하고는 선생님은 내 팔을 보더니
" 너 팔 상태 안좋다. 일단 붕대 감아줄테니 나중에 병원 꼭 가봐 알겠지? "
" 네. 선생님 저 조금 쉬고싶은데 누워있어도되죠. "
" 나 출장가는데, 일단 열쇠 여기에 올려놓을테니까 갈때 문 잠구고가렴. "
선생님은 내 팔에 붕대를 감아주고는 외투를 입으면서 열쇠를 책상 위에 놔뒀다. 그리고 문단속잘해. 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가셨다. 난 온 몸이 아팠다. 그리고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천천히 침대 위로 기어가 누워서 이불을 덮었다. 진환이는 아무말 없이 내 옆에 다가와 의자에 앉았다. 창문 열어서인지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아까 울었던 진환이가 떠올랐다. 마음이 착잡해졌다. 내가 사랑을 가르쳐준 유일한 사람이라는 그 말. 계속 머릿속에서 생각이 났다. 진환이는 나를 쳐다보다가 내 손을 슬쩍 잡았다. 걱정되서그런거야. 아니면 나라서 손잡은거야. 라고 묻고싶지만 그 뜻을 알리 없겠지.
" 너도 누울래? "
내 말에 진환이는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불을 들춰내고 진환이는 신발벗고 천천히 안에 들어왔다. 분명히 1인용침대지만 진환이의 작은체구때문인지 딱 맞았다. 나는 팔배개를 하고 진환이는 그 위에 누웠다.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진환이는 가만히 나를 쳐다보다가 몸을 웅크렸다.
" .. 미안해 "
" 진환아. 니 잘못아니야. 나한테 미안할거 없어. "
" .. 응 "
내가 괜찮다고 말했음에 불구하고 진환이는 여전히 죄책감을 가진 모양이였다. 그나저나 아까 그 남자. 분명히 연구소에서 왔어. 진환이를 찾고있는걸 보니, 불안감이 자꾸 들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정말 이런생각이 들면 안되지만 진환이 찾으러 직접 나서면 어떻게하지. 걱정이 됐다. 내가 지켜줘야되는건데. 많은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진환이는 내 얼굴을 보더니 손가락으로 천천히 콕 찔렀다. 차례대로 이마,눈,코 찌르다가 입술을 천천히 찌르고는
" 이렇게 만질 수 있는걸 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지? "
" 당연하지 "
" .. 난 죽어도 그곳에 가기싫어 "
진환이는 살짝 두려운듯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그리고 내 손을 잡고 자기 얼굴 위로 얹었다. 정말 두려움에 가득찬 표정이였다.
" 그곳에 대한 추억은 끔찍한추억밖에 없어.. "
" .... "
" 한편으로 너를 만나고나서는 매일 좋은나날을 보내. 그래서 너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
" .. 진환아. 내가 너를 만난건 다행이라고 생각해. 너를 구원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
" .... "
" 그리고 그곳에 보낼 생각도 없었고, 너는 나랑 같이 이렇게 살면 되는거야. 그게 니가 바라는 추억이잖아. "
그렇게 진환이를 꽈악 안아줬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진환이는 아무말 없이 안기다가 내 품에 나오더니 갑자기 눈이 잠긴다며 눈을 비비적거렸다. 사실상 진환이는 잠이라는 개념이 없다. 항상 자는척하지. 실제로 자진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눈이 서서히 잠기는 듯한 진환이가 보였다. 갑자기 피곤해진건가싶었다.
" 진환아. 너 잠오는거야. 그거 "
" .. 잠오는거라고? "
" 응. 얼른 자. 좋은꿈 꿀거야. "
" 꿈.. "
진환이는 내 말에 꿈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리면서 서서히 눈이 잠긴채 잠이 들었다. 자는것도 어린아이같았다. 어쩜 그렇게 아이처럼 생겼는지. 나도 조금 자볼까싶어서 눈을 감았다. 내 귓가에는 운동장에서 체육하는 아이들의 소리와 진환이의 잠자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였다.
마침 오늘은 동아리활동하는 날이였다. 나는 탈의실에서 도복으로 갈아입고는 힘겹게 오른팔을 움직였다. 크게 다치진않아서 다행이였다. 바로 체육관으로 뛰어갔는데 역시나 신기해하면서 체육관을 둘러보는 진환이였다. 그래, 진환이한테는 모든게 신기하겠지. 선생님한테 친척이라고 둘러대고 조용히 있겠다고 말했는데 쿨하게 넘어가셨다. 진환이한테 얌전히 있으라고, 내가 맞아도 가만히 있어라고 강조했다. 오늘 왠지 삘이 겨루기할 것 같았다. 역시나 예감은 틀리지않았다.
" 자, 오늘 겨루기하는걸로 하자. 첫번째는 너! 오랜만에 몸 좀 풀어야지! "
짓궃은 표정으로 나를 가르키는 선생님이였다. 이럴 줄 알았다. 저 인간. 나는 어쩔 수 없이 몸을 푸는데 누군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한빈선배였다.
" 오랜만에 동아리 나와서 겨루기하네. "
" 아, 그러게요. 선생님도 참.. 선배는 대회준비 잘하고있어요? "
" 당연하지. 1등해야 너랑 데이트할 수 있잖아. "
" 데,데이트라니 그냥 놀아주는거잖아요! "
발끈한 나머지 소리질렀지만 한빈선배는 내 반응이 웃겼는지 머리를 쓰담아줬다. 그리고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 겨루기 잘해. 다치지말고 "
나는 한빈선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 옆에 있던 여자들은 깍깍거리면서 한빈선배랑 무슨이야기했냐면서 데이트는 또 뭐냐면서 물어왔다. 난 아무것도 아니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 몸 풀고 겨루기하러 올라섰다. 상대편은 후배 김지원이였다. 지원은 웃으면서 신나게 손인사를 했다.
" 누나 오랜만이네요! "
" 그래. 너도 불쌍하다. 나랑 겨루기하다니 "
" 누나, 날 너무 무시하는데 나 실력 엄청 늘었어요! "
" 그래. 해보면 알겠지. "
나는 헤드기어 착용하면서 진환이를 쳐다봤다. 가만히 바닥에 앉아있는 진환이. 여자들이 진환이가 귀여운지 옆에서 힐끗 쳐다보기도 했다. 귀엽긴 귀엽지. 나는 피식 웃으면서 상대편에게 인사를 하고는 준비를 했다. 그리고 호루라기 부는 동시에 나는 앞으로 나가 발차기를 했다. 덕분에 함성소리가 들렸다. 지원은 당황했는지
" 와, 누나 미쳤어요? "
" 지원아, 누나 좀 바쁜데 빨리 끝내자. "
사실 진환이가 걱정된것도 있었다. 빨리 끝내고 진환이 옆으로 가야지. 생각하다가 방심한 탓에 지원의 발차기로 인해 턱을 맞았다. 비틀거리고 있었는데 혹시나싶어 진환이를 쳐다봤다. 역시나 정색하더니 성큼성큼 다가올려고 하고있었다. 난 하는 수 없이 지원에게 돌려차기를 했고 넉다운된 지원이 위에 올라탔다.
" 김진환!! "
내 목소리가 체육관에 쩌렁쩌렁 울렸다. 어느새 조용해진 체육관. 그리고 흠칫하며 놀라는 진환.
" 얼른 자리로 돌아가. 괜찮으니까. "
" .... "
" 괜찮아. 날 믿어 "
날 믿어달라는 그 말에 진환이는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지원이를 다시 일으키고 다시 경기 시작됐다. 결국에는 내가 이겼고, 지원은 투덜거리면서 내 옆으로 왔다.
" 역시 잘하네요. "
" 너도 잘했어. "
" 근데 누나, 저 사람 누나 친척아니죠? "
" .. 어떻게 알았어? "
설마 진환의 정체를 알고있나싶어 조마조마하면서 지원을 쳐다봤다. 지원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더니
" 역시~ 그럴 줄 알았어 "
" .. 아니 어떻게 알았냐고 "
" 저 사람 누나 좋아하는거 아니에요? "
" .... "
" 딱봐도 누나 좋아하는 티 나던데. 계속 경기할때 누나만 쳐다보고있고, 누나 맞으니까 달려온거 봤잖아요. 봐, 지금도 누나 쳐다보고있네. "
지원의 말대로 진환이는 나를 계속 쳐다보고있었다.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않고 계속 나를 하염없이 보고있었다.
" .. 기다리고있는거야. "
" 네? "
" 아니야. 다음에 보자. "
나는 수건을 지원에게 던지고 진환이에게 달려갔다. 진환이는 이제서야 벌떡 일어섰다. 그저 일어서서 나를 쳐다보기만했다.
" 김진환, 내가 맞아도 나서지말라고했잖아. 그래도 잘참았어! "
" .. 응 "
반응이 없는 진환이. 아무말 없이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리고 손만 폈다가 쥐었다가 몇번이나 하는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다가와서 어색하게 날 안더니 머리를 쓰담아줬다. 얘가 뭐하고있는거지. 얼떨결에 진환이한테 안겼다. 내가 항상 진환이를 칭찬하거나 잘했다고 할때마다 머리를 쓰담아줬는데 이제는 나를 쓰담아주네. 그리고 진환이는 우물쭈물거리면서 나를 쳐다보더니 그 작은입술로 오물거렸다. 그리고 내뱉는 한마디.
" .. 잘했어. 멋있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