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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경장 / 두 달 전 승진 시험 치룸 / 며칠 전 처음으로 살인사건 현장 뛰고 옴
현재 같은 식당에서 카메라 들고 있는 남자 경계 중
"하... 이게 행복이지."
김남준 경위 / 경찰대 차석 졸업 / 현장 베테랑
이틀 만에 먹는 밥에 그저 행복 뿐
"... 저기, 경위님. 저 분 눈에 띄게 수상하지 않습니까?"
"아~ 이 맛이지~"
"아니... 저 사람 되게 수상하지 않냐고요..."
"어? 아, 어어. 딱 봐도 그거네, 그거."
"그게 뭔데요?"
"기자."
제 할 말만 마치고 감탄하며 식사를 이어가는 남준의 모습에 여주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그걸 내가 몰라 물어? 그 기자가 왜 우릴 캐고 있냐는 걸 돌려 물은 거잖아요! 살인사건을 마무리 하고 이틀 만에 식사를 하고 있는 남준을 차마 건들지는 못하고 머리만 긁적이는 여주. 아무래도 수상한데...
뭐 별 일이야, 있겠어?
매우 단순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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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이야기 좀 하시죠, 김여주 경장님."
"따쉬,,,!! 깜짝이야!!!"
거진 4일 만에 집으로 퇴근하던 여주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경찰청을 나서다, 식당에서 본 기자에 뒤로 나자빠지고 만다. 손바닥을 짚고 넘어지는 바람에 손목이 욱신거리는데...
"가끔씩 들이대는 정신나간 기자놈들 하나씩 있으니까, 알아서 무시하고."
갑자기 경찰청으로 소속을 옮기기 전에 몸을 담궜던 파출소 소장님의 말씀이 생각나는 이유는 뭔지. 제법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넘어졌음에도 꿈쩍도 않는 제 앞의 사람을 보며 여주는 생각했다.
소장님이 말씀하신 정신나간 기자놈은,
"KBC 보도국 소속 사회부 기자 전정국입니다."
이 놈이 분명하다고.
둘의 통성명 이후, (사실 통성명이라고 하기엔 정국의 일방적 들이댐에 가까웠다.) 정국은 일주일에 한 번씩, 잊을만 하면 여주를 찾아왔다. 그리고서는
"ㅇㅇ동 방화사건, 아무래도 공범 있는 것 같죠?"
"ㅁㅁ동 살인사건 범인은 특정되고 있습니까?"
와 같은, 여주로서 매우 난감한 질문으로 기삿거리를 떠보곤한다. 이런 질문 공세를 처음 받아봤던 여주는 처음에 저도 모르게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불어낼 뻔 했지만, 이 상황이 한 달이 지속되고, 세 달이 지속되고, 반 년이 다가오자
"모릅니다."
"ㅇㅇ구 절도 사건..."
"모른다고요."
정국의 질문을 듣지도 않고 씹을 수 있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경찰청 사람들은 이런 여주와 정국을 보고 '뭐든지 뚫는 창과 무엇이든 막는 방패'라 부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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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가 슬슬 현장에 적응을 마친 무렵,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강력 범죄가 발생한다. 경기도 소재의 한 야산에서 무려 8구의 시체가 발견된 사건이었다. 최근 들어 가장 크게 벌어진 연쇄살인이라 국민들의 관심은 높아져 가고, 그 속에서 빨리 범인을 알아내라는 상부의 지시에 압박을 느끼고 있는 수사국 팀원들과 여주였다.
이렇게 한창 예민한 시기에도 정국은...
"김여주 경장님. 이번 연쇄 살인 사건 (냠냠) 용의자 특정 됐습니까?"
"... 모릅니다. 오늘은 그냥 가시죠."
"내가 언제 가란다고, (냠냠) 가는 거 봤어요? (냠냠) 힌트 좀 주시죠."
"몰라요, 몰라! 나도 모른다고요!!! 싯팔 진짜 미치겠네..."
"..."
이틀하고도 반나절을 내내 굶고, 잠도 자지 못해 수척해진 여주의 앞에서 샌드위치를 씹어가며 기삿거리를 찾는 정국의 모습에 그만 핀트가 나가버린 여주... 정국은 반 년 간 여주를 쫓아다니면서 처음 듣는 욕설에 당황하고 만다. 오늘은 진짜 건들지 말라는 말과 함께 홀연히 사라지는 여주의 뒷모습을 보며 정국은 뒷목을 긁는다. 제가 생각해도 오늘은 제가 너무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 반성의 시간을 갖기로 한 정국은, 연쇄 살인 사건이 일단락 될 때까지 여주를 찾아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내가 왜 김여주 경장을 쫓아다니지?' 라는 질문을 떠올린 정국. 생각해보면, 여주가 아니더라도 기삿거리야 얻을 구석이 널리고 널렸다. 그런데도 자꾸만 여주에게 집착하게 되는 이 감정은 뭔지...
"저기, 정 선배. 물어볼 게 있는데... 혹시 어떤 여자를 계속 떠올리고, 보고 싶으면..."
"사랑이네. 바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애인 만들 시간은 있나보다?"
"그 사람이냐? 너가 맨날 쫓아다닌다는 경찰."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사랑이라고...?)
선배 기자 호석의 말을 듣고 나서야 제가 기삿거리를 위해서가 아닌, 여주를 좋아하는 마음에 찾아간 것을 깨달은 정국이다.
"ㅇㅇ구 연쇄살인범 용의자 '강범죄' 씨가 2주 간의 추적 끝에 붙잡혔습니다.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경찰 네 명이 부상을 입어 한국대 병원으로 이송..."
여주를 한껏 예민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붙잡혔다는 뉴스를 보며, 여주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정국은 여주에게 찾아가도 될지 고민했다. 제가 찾아감으로써 여주가 또 귀찮아지는 것은 아닌지, 저를 싫어하게 된 것은 아닐지. 터질 것 같은 머리에 고개를 책상에 박은 정국이다.
"어이, 전정국이. 너 그 경찰한테 안 가봐도 되냐?"
"... 왜요."
"수사국에서 현장 뛰는 여자 경찰, 네가 좋아하는 사람 아냐? '강범죄' 때문에 입원했..."
정국은 호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차에 올라탔다. 아까 뉴스에서 한국대 병원이라했지? 미친 듯이 속도를 높이는 정국이다.
그 시각, 여주.
"아... 그 개새끼... 잡힐 거면 곱게 잡힐 것이지."
강범죄가 휘두른 칼날에 배 부근이 스쳐 급하게 봉합하고 슬슬 마취가 깨는 중이다.
"그래도 크게 안 다친 게 어디냐."
"세 바늘 밖에 안 꼬맸어도 아프다고요..."
"엄살은..."
현장 일하면서 범인에게, 그것도 연쇄살인범에게 칼을 맞아본 건 처음이라 서러움이 폭발하는 여주였다. 똑똑. 그런 여주의 병실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리고. 남준은 '누구세요~' 하며 문을 열어 주는데.
"많이 다쳤어요?"
"아뇨... 심각할 정도는 아닌데..."
다소 뜬금 없는 인물의 등장에 여주는 적잖게 놀란 표정을 짓는다. 이는 남준도 마찬가지. 그렇잖아도 여주는 정국 앞에서 모진 말을 내뱉었던 순간을 후회하고 있었다. 정국은 그저 평소와 똑같았을 뿐이고, 제가 예민했던 것인데... 이상하게 죄책감을 들게 만들었던 정국의 마지막 얼굴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다.
"몸 좀 조심하지 그랬어요."
"ㅂ... 별로 안 다쳤..."
"범인 잡으라고 안 찾아갔더니, 다쳐 오면 어떡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쳤다는데, 어떻게 상관이 없어요."
(무... 뭐지 이 뜬금 없는 전개는)
"그러니까, 다치지 좀 마요."
"... 네에..."
"나도 더이상 귀찮게 안 할게. 그대신 연락만 할 수 있게 해줘요."
"... 네에..."
"가끔씩 들이대는 정신나간 기자놈들 하나씩 있으니까, 알아서 무시하고."
소장님이 말한 '들이대는 정신나간 기자'가 이런 뜻이었나...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는 여주였다.
사회부 기자한테 제대로 물린 경찰 썰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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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할 거 다 해놓고 머쓱해진 정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