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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F5 새로 고침 :)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1. 워크샵 Part. 1 | 인스티즈

별이 떨어진다면 당신이 있는 공간으로

- 성동혁, 1226456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1. 워크샵 Part. 1 | 인스티즈

먼저 내려간다.
천천히 나와.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였다. 유독 발목에만 계절 감각 없는 지훈은 늘 그렇듯 하얀 복숭아뼈 아래 반스를 꺾어 신고 캐리어 두 대를 끌고 나갔다. 지하 주차장에서 짐을 싣고 올라오겠다는 문자는 무려 20분 전, 화단에 쪼그려 앉아 인내와 자비를 새기는 오늘만 불자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차주를 오매불망 기다리며 코를 훌쩍였다.

새벽 칼바람은 오랜만이다. 지하에서 온천이라도 터진 걸까. 벌써 금 사러 간 건 아니겠지. 지훈아, 난 너 믿을게. 믿는다. 진짜 믿을게? 어? 코끝에 침을 발라 저린 다리를 달랬다. 3분 내로 그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방수 내복, 나이트 크림, 비상용 지사제 등 스키장 준비물이고 나발이고 캐리어를 엎어 그 안에 주인공을 넣고 직접 출발하리라.

어슴푸레한 새벽에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손전등으로 비추기 전까지는 꽤 순조로운 작전이었다.




― “새댁이 여서 뭐 하는가?”

― “아악!”




놀라 자빠진 엉덩이가 화단에 박혔다. 새빨간 해병대 모자를 쓴 경비원이었다.




― “분리수거 제때 안 허고 무단 투기하는 거여?”

― “제, 제가요? 절대 아닌데요?”

― “새신랑 밑에서 짐 가방 넣다 말구 뭘 자꾸 찾고 있던디?”

― “뭘요?”

― “나야 모르지? 새댁이 가봐야 하는 거 아녀?”




골백번 부정해도 신혼집 새댁이라 부르는 마이웨이 경비원이 손을 뻗었다. 만날 출퇴근만 함서 오늘은 둘이 놀러 가는 갑지? 경비원은 사색이 된 주민을 일으키는 와중에도 곰살맞게 웃었다.




― “단체 여행 가요. 강원도.”

― “스킨가 썰맨가 뭐시기 땜에 가는 거여?”

― “스키도 타고 겨울 벚꽃도 보고.”

― “나두 그 기사 봤지. 내년 2월까지 핀다드만?”

―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불똥 좀 하늘로 쏴주실 수 있나요?”




손전등 빛에 취약한 이목구비가 푸드덕거렸다. 범인 색출에 제격인 라이트를 내리며 민망해하는 것도 잠시, 경비원이 사방을 살피며 우물쭈물 입을 뗐다.




― “저기, 새댁.”

― “네?”

―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싶은디…….”




뒤늦은 여름 특집 귀신 이야기를 꺼내듯 퉁퉁한 입이 바싹 다가왔다.

한 2주 전이었던가? 그 왜, 저녁에 강풍이다 뭐다 비 호되게 왔던 날 있잖여. 내가 그날 새신랑 나가는 걸 봤는디 뒤에 시꺼먼 덩치들이 따라가더라고? 조폭 영화 나오는 똘마니들맨키로 딱 그렇게 생겼든디?

갑자기 비가 쏟아진 그 날은 지훈이 본가를 갔던 날이었다. 문 앞에서 ‘안전 주행’ 세 번을 외치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나였으니 기억은 정확했다. 경비원의 팔이 그들의 체격을 가늠하듯 좌우로 넓게 벌어졌다.

이따시만한 놈들이 인사를 해쌌는디 새댁 신랑은 씌워준 우산도 마다하고 쌩 가버리고 난리도 아니었지! 어찌나 냉랭하던지 나까지 가슴 벌렁벌렁해서는 뭔 일이 나도 났구나 싶었다니까!











― ‘네가 돌아왔다는 것도 이미 알고 계실 거야.’

― ‘아신다구요?’

― ‘지훈이 뒤에 붙은 사람 많으니까.’

― ‘사람이면…….’

― ‘감시받는 거지.’










병원 벤치에서 여름의 태양만큼이나 타오르던 정한의 한숨. 본능적인 육감은 경비원이 목격한 그들이 지훈의 모친인 Y코스메틱 회장의 수족이었음을 느꼈다. 지훈은 특별 호 인터뷰 중단 철회 대가로 본가 방문을 매달 의무처럼 지켜야 했으니 모친은 그것을 핑계로 낮에도 보이는 그림자를 심었을 것이다. 지훈이 알든 말든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 “새신랑 건축한다 하지 않았는감?”

― “네, 뭐.”

― “쫙 빼 입구 가는 폼이 일이 아니라 꼭 전쟁 나가는 사람 같았어야.”

― “그래요?”

― “가만, 새댁두 모르는 걸 괜히 들쑤신 거 아니지?”




옛말에 벤츠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지상으로 올라온 그가 헤드라이트를 깜빡였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그의 문자도 뒤늦게 울렸다. 경비원은 황급히 엉덩이를 털었다.

이번 일은 새댁과 나만의 비밀로 혀, 응? 마음 급한 해병대 모자가 허둥지둥 사라졌다. 비밀이라면서 그렇게 티를 내시고 가면 어떡해요. 지금도 핸들에 기대서 저만 보고 있단 말이에요.




― “무슨 얘기 했길래 날 보자마자 저렇게 뛰어가시지?”

― “저번에 앞에서 너랑 가드들 동행하는 거 보셨다고.”

― “가드? 나 집에 갔던 날?”

― “건축이 아니라 직접 파이프를 들진 않냐고 많이 걱정하셔.”

― “그렇게 보일 만도 하겠다.”

― “어머니 사람들이지?”

― “몰라, 보면 와 있어.”




로터리 앞 스타벅스 DT로 들어선 그는 이젠 버퍼링 없이 주문도 척척 해냈다. 아이스 라떼에 귀여워 한 스푼은 오늘도 없다는데. 미리 내 공격을 막아 뿌듯하다는 표정도 눈에 선하다. 연회색 후드와 청바지, 반스까지 꺾어 신고 그렇게 말하면 전 지훈 선배라 부를 수밖에 없잖아요. 선배, 개총 때 오실 거죠?




― “지훈아 나 궁금한 거 있는데, 왜 집 갈 때도 정장 입고 가?”

― “그냥 예의 차리는 거지.”

― “가면 뭐해?”

― “밥 먹고 얘기하고 똑같아.”

― “어머니 다른 말씀은 없으셔? 나를 막 보내버리겠다든지…….”

― “보내면 가게?”

― “꼭 그렇다는 건 아니구.”

― “요새 윤정한 이혼 때문에 집안 분위기 엉망이라 네 얘기 꺼낼 시간도 없어.”

― “이혼? 그거 예전에 끝난 일 아니야?”

― “전처가 형한테 정신적 손해 배상 소송 걸었어.”

― “바람은 여자가 폈잖아?”

― “본인 외도 알면서 한번을 안 잡아주고 서류부터 준비했다고.”




세상은 요지경이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충격으로 지금까지 정신과를 다닌다는 고의적인 진단서가 정한의 집뿐만 아니라 정한의 병원과 지훈의 본가에도 꽂혀 있었다고. 분한 상대측은 정한의 부모가 운영하는 사업의 전신인 K건설에 직통으로 들이받은 것과 다름없었다. 지훈의 모친은 정한의 전처를 천하의 미친년이라 부르고 있단다.




― “윤정한 휴직계 내고 법원 다닌 지 꽤 됐어.”

― “윤 쌤 괜찮을까.”

― “겉은 민사인데 속은 뒷배경 싸움이라 아마 길어질 것 같다.”




지훈이 말한 뒷배경의 뿌리는 K건설이었다. 정작 아들인 그는 여유로웠다.




― “이해관계 확실한 사람이 작정하고 법원 다닌다는 건 무조건 이긴다는 뜻이야. 끝이 어딜 향해 있는지도 알고 있다는 거고.”

……

― “긴장 풀어. 나도 너 작정하고 만날 거니까.”




무조건 제 모친을 이긴다는 뜻이었다. 우리의 끝도 어디를 향해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고 은연중 불안한 내 표정을 보며 건네는 지훈의 위로였다. 더 나아가 협박성 휴양권 티켓이 새벽 특급 배송으로 내 앞에 떨어져도 그 즉시 같은 표를 사서 옆에 앉을 거라고. 단지 그 목적지가 세렝게티라면 맹수 동굴 구별하는 방법은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 분위기를 푸는 것 또한 이지훈다웠다.




― “혹시라도 사자 굴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 “정신만 차려봤자 죽겠지.”

― “그렇겠지? 걔들이 에어 비앤비를 하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야.”

― “너 사자 굴 가?”

― “같이 들어갈래?”

― “확인차 밖에서 물어는 줄게.”

― “뭘?”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1. 워크샵 Part. 1 | 인스티즈

― “살았니 죽었니.”










요란하게 흔들리는 벤츠가 강원도행 고속도로를 달렸다. 지훈은 한 곳만 집중적으로 당한 팔뚝을 만지며 다음날 퍼렇게 뜰 멍 자국을 예상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아직 정해 놓은 답을 듣지 못했거든. 널 혼자 두지 않을 게 뭐 이딴 콩깍지 감성 다들 알지?




― “다음부턴 살았니 죽었니 묻지 말고 굴 안으로 달려와.”

― “그럼 둘 다 죽잖아.”

― “둘 다 살 생각은 처음부터 없는 거야?”

― “사자 앞발 진짜 커.”

― “왕자님 기다릴게.”

― “나 늦어.”




외박 전문 Prince Lee가 의문의 딩가딩가 송을 불렀다. 핸들 잡은 손가락도 멜로디에 맞춰 까딱거렸다. 도마 위의 생선이 되지 않게 워크샵 동안 설계 팀장을 포함한 팀원들 앞에서 조심하라는 심려에도 지훈의 타깃은 나였다.




― “충분히 숙지했겠지만 3억 납입 데드라인은 이번 달 22일까지야.”

― “우리 좋게 합의해서 돈 말고 대체 소원권은 안 될까?”

― “누구시죠.”

― “생일 축하해.”

― “말 돌리지 말고 계좌 입금 확실히 하는 걸로.”

― “돈이 꼭 인생의 전부처럼 굴면 나중에 부자밖에 못 돼.”

― “너무 좋다.”

― “3억이야 나야?”

― “세금 떼고?”

― “응, 떼고 3억.”

― “그럼 고민할만하다.”




알랑방구 씨알도 안 먹힐 선택지다. 허탈한 아지랑이 곰탱이 모드로 노선을 바꿔야 해.




― “내 월급 매달 소수점까지 소름 돋게 똑같은 거 알지? 난 벗겨 먹을 것도 없어 지훈아.”

― “대출은 받았고?”

― “신용도가 낮아서 대출은 어렵대. 새 시대 새 살림꾼으로 대한민국에 이자로 이바지하려고 했는데 정말 안타깝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야.”

― “신용카드 프리미엄 업그레이드하라고 네 이름으로 프로모션 우편물 왔더라.”

― “……그거 전산 오류라고 어제 전화 왔어.”

― “그래?”

― “유학할 때도 아울렛에서 레깅스 하나 마음 놓고 살 수 없는 잔고의 소유주가 나였거든?”

― “우리 집 이사 올 때 택 붙어있는 옷만 세 박스 아니었어?”

― “먼 타국 생활이라는 게 정말…….”

― “아직도 소파 옆에 그대로 있어. 버버리 셔츠만 몇 갤 샀던 거야.”










어, 포기.










― “갯벌에 집 짓고 살다가 조류에 휩쓸려가는 삶을 살고 싶어.”

― “뭐가 어떻게 잘못되면 조수간만에 사라지고 싶은 건데.”

― “키조개로 울타리 짓고 이지훈 금지 홈큐리티 달 거니까 조심해. 울타리 물 뿜는다.”




고속도로 출구를 빠져나간 벤츠가 국도 옆 하얗게 서린 논밭에 정차했다. 지훈은 비상등과 브레이크를 올렸다. 안전벨트를 풀고 조수석 가까이 온 작은 얼굴은 현재 내 기분을 파악하는 기본적인 절차를 거치는 중이었는데, 이때 INFJ 이지훈의 다음 대사로 가장 알맞은 것을 고르시오. (갑분112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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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대체 뭐가 문젠데 (feat. 극강의 T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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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걱정하지 마. 근처도 안 갈 거니까. (땅굴 파는 FFFF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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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너에게만은 열린 완벽 INFJ) 소원권도 꽤 의미가 있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주는 건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거잖아. 상당한 가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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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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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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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방지 턱에서 돌아온 지훈과 그를 맞이하는 정한과 친구들.copulehellsolomansae)
















― “그렇게까지 원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

― “그렇게 막 원하지는 않긴 한데.”

― “응? 뭐라구?”

― “너무 소중한 소원권이다.”

― “태세 전환 빠르네?”

― “갈빗살에 붙었다 항정살에 붙었다 잘해.”

― “그거 내 거다?”

― “라고 생각하는 게 한 번쯤은 네 착각이 아닐까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 “라고 말하는 네가 오늘 정말 신나 보이는데 이것도 내 착각일까?”

― “라고 물어보는 너도 나랑 똑같은 표정이라는 걸 잊지 마.”




놀려먹는 재미에 맛 들린 지훈은 이후로도 성공리에 마친 ‘살았니 죽었니’를 거듭 활용해 내 눈알이 뒤집힐 때까지 장난을 멈추지 않았다. 리조트 입구 전방부터 지체된 차량과 장시간 운전에 지칠 만도 할 지훈은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되려 박차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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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뭐, 이런 걸 대놓고 말하면 서로 좀 불편하지 않나 싶긴 한데 언제까지 상황 보면서 계속 미룰 순 없으니까 먼저 배려하는 차원에서 말하는 거야. 그렇다고 너무 막,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드렸으면 좋겠어. 약간 무슨 말 할지 대충 감이 오잖아. 오래 고민하는 것보다 되도록이면 답을 빨리 주면 더 좋고. 뭐, 강요는 아니니까 오해하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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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도착하기 전에 미리 뽀- 하면 안 되나 정도는 물어볼 수 있잖아.”

……

― “물론 부담 주는 건 아니니까.”




















이야, 이지훈 빌드업 대단하다 진짜.




















Oh My Rainbow
; The Finale





























11. 워크샵 Part. 1





















밴쿠버에 겨울철 휴양지 휘슬러가 있다면 대한민국 강원도엔 G파크가 있다. 시즌권에 인파가 몰려 주차만 한 시간 가까이 쏟은 지훈은 운전석에서 기지개를 뻗었다. 때마침 위치를 묻는 단톡에 도착했다는 답을 한 그가 태연히 차 손잡이를 잡았다. 윗입술에 내 립자국을 묻히고 나가려는 부주의한 그를 당겼다. 호랑이 연고보다 특효가 있다는 침을 발라가면서 말이다.




― “물 없어?”

― “영역표시 몰라?”

― “강아지야?”

― “오늘 잘하자?”

― “짖어?”

― “죽을래?”




물음표 살인마들은 각자 캐리어를 끌고 만남의 광장으로 향했다. 분수대 앞에서 ‘K건설 겨울 야유회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팻말을 든 설계 팀장이 보였다. 앞서 걷던 지훈은 팀장의 핑크색 하트 티를 보자마자 불법 유턴을 시도했다. 초지일관 지훈을 발견하면 달려오는 팀장은 변함이 없었다.




― “오네 마네 튕기더니 제때 왔네?”

― “체크인 하셨어요?”

― “얼굴은 고새 활짝 폈고?”

― “OT부터 빨리 끝내야 스케줄 차질 없을 거예요.”

― “여주 씨는 지훈이 쑥스러우면 말 돌리는 습관 알아요?”

― “와줘서 고맙다고 반복해주면 속으로 은근 좋아해요.”

― “뭘 또 은근 좋아해.”




지훈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반은 맞는 말이었다. 팀장은 지훈의 어깨를 둘러 공들인 입찰 건 따기 직전인 사람처럼 입을 다셨다. 이내 동그란 귓가에 건넨 말은 쉬운 일은 혼자하고 하기 싫은 일은 떠넘기는 편이라는 그린 에이지 김 팀장의 스타일과 정확히 일치했다. 덩달아 지훈의 표정도 굳었다.




― “제가 왜 장기자랑을 나가요.”

― “우리 팀 죄다 음치라고 아래층 부서도 다 아는데 믿을 사람이 지훈 씨 말고 또 누가 있겠나?”

― “저도 노래 못해요.”

― “회식 때 사원들끼리 노래방 갔었다며? 오 사원이 지훈 씨 성대에 꽃 달린 무화과 있다고 칭찬에 칭찬을 그리 하더만!”




이미 명단 올려서 캔슬도 못해. 경영지원팀도 같이 단합하는 마당에 우리도 본새 한번 부려봐야지! 지훈은 승부욕에 영혼을 빼앗긴 팀장을 외면했다. 아침엔 보드나 타고 저녁엔 족구나 하자는 팀장에게 대놓고 속은 티가 났다. 강렬한 핑크색 티셔츠 속 하트가 지훈을 유혹했다.




― “상사 부탁에 이 정도도 못 해주나?”

― “이럴 때만 직급 따지시더라고요.”

― “이런 맛에 다들 팀장하고 싶어 하지? 안 그래?”




멀리서 줄 맞춰 걸어오는 경영지원팀에 설계 팀장의 팻말이 신났다. 워크샵의 꽃, 장기자랑 상금이 올해는 경영지원팀까지 합세해 백만 원이나 더 올라 좋아 죽는 기쁨의 몸짓이었다. 지훈은 강 건너 불구경에 신난 타사 직원에게 몸을 기울였다.




― “같이 나가자.”

― “기대고 그러는 건 보기 좋지 않은 것 같아.”

― “혼자 살겠다는 걸로 들린다.”

― “떨어져 있어도 우린 언제나 함께라는 걸 잊지 말아줘.”

― “포장 잘하네.”

― “비포장도로학과 나왔는데?”

― “먼저 간다.”

― “포장마차과로 재입학 해야지.”

― “시험 닭발로 볼 거 같다.”

― “두 시간 동안 통뼈 이백 개 발라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죠?”




지훈은 혼미한 정신을 붙들고 워크샵 숙소를 향해 걸었다. 기회만 된다면 열고 싶은 제1회 이지훈 솔로 단독 공연은 불과 12시간 안팎이었다.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중얼거리던 그가 끝내 3층에 짐을 풀었다. 장기자랑에서 설계 팀이 이긴다면 ‘맘대로 연차 1회권’을 포상하겠다는 팀장의 문자 때문이었다. 본디 직장인의 타협이란 그런 것이었다.

3층과 2층에 각각 남녀가 입실했다. 1층 주방 도매용 냉장고에는 일렬종대의 소주, 맥주, 고량주가 빽빽했다. 자리가 없어 실온 보관 중인 복분자주 한 박스에 혀를 내둘렀다. 아이스박스에서 바비큐용 고기를 꺼내던 애주가 설계 팀장과 직원들이 엄지와 검지로 딸깍, 술을 넘기며 심하게 웃었다. 계단 앞에 멍하게 서 있는 내게 팀장이 물었다.




― “잡지사도 술 세죠?”

― “저희는 잘 못 해요.”

― “그쪽 팀장님 모닝커피에 보드카 섞어 드신다고 소문 자자해요?”

― “아침엔 깔루아를 더 드세요.”

― “여주 씨는?”

― “전 소주를 타 먹죠.”

― “잘됐네. 새벽에 모여서 한잔합시다.”










― ‘팀장님이 한잔하자고 꼬시면 무조건 배 아프다고 해.’

― ‘배 아프면 고기도 못 먹지 않을까?’

― ‘술만 거절하라는 거지.’

― ‘레몬 소주는 약해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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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그것만 마실 거 아니잖아.’










― “소맥 괜찮죠? 고량주는 어떤가?”

― “좋아요! 콜!”




하여튼 이놈의 주둥이가 문제였다. 내 뇌는 진작 기능을 잃어 대창처럼 주름 없이 탱탱할 거라던 승관의 극딜에 감히 수긍하는바, 4차까지 퍼마시다 게워낼 암담할 미래를 애도했다. 방으로 뛰어 올라가다 계단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지훈을 정통으로 마주하기 전까진 말이다.




― “더워? 땀까지 흘리고.”

― “내가? 아니? 밖에 족구장 넓던데?”

― “크기를 가늠해 달라는 말은 안 했어.”

― “오늘 착장 좋다. 안경도 꼈네? 내 스타일이야.”

― “어제도 이렇게 입었잖아.”




인간 나이키는 바지에 손을 꽂고 삐딱하게 기댔다. 귀신 본 것처럼 왜 그럴까. 동그란 안경 너머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려는 눈빛이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 “멋지다. 너 블랙팬서 같아.”

― “술 먹었어?”

― “오늘 와칸다 갈 수 있겠는데?”

― “이미 비우고 온 건 아니지?”

― “누구든 이겨 먹을 아우라가 보이거든?”

― “거의 반병 이상인데.”

― “장기 자랑 1등의 기운이 느껴져.”

― “먹었네.”




K건설 술고래들과 잡은 최소 10인팟 약속은 죽어도 말 못 해. 상황 닥치면 도망가는 걸로 하자. 내 꽐라 방지 계산기 두드리면서도 사이다 한 컵에 소주 반 잔 타서 달래려는 지훈이를 생각해봐. 얼마나 배려심이 깊은 애야. 막말로 망망대해에 소주와 지훈이가 빠지면 누구부터 구해야겠어? 일단 병부터 안고 둥둥 떠서 구하러 가는 것도 좋은 생각이지?




― “무슨 생각 하길래 표정이 자꾸 변해.”

― “어? 아, 노래 뭐 할지 정했어?”

― “아직 몰라.”

― “다신 시키지 말라는 의미로 임재범의 ‘고해’ 어때?”

― “팀장님 애창곡.”

― “락은?”

― “명단 봤는데 벌써 두 곡이나 있어.”

― “벌써 라면서 웃고 있네?”

― “너무 아쉽잖아.”

― “눈썹이 관악산 정상이야 지훈아.”

― “넌 꼭 이상한 데 집중하더라.”

― “판소리 가능할까?”

― “곤란한데 색다르긴 하다.”

― “자진모리 필요하면 말해줘.”

― “같이 나가자니까.”

― “싫어.”

― “좋잖아. 덜 어색하고.”




한 소절만 불러 봐. 자신 있는 거. 순간 설계인지 경영지원인지 모를 코 먹고 쥐어짜는 목소리가 전설의 ‘고해’로 숙소를 흔들었다. 밑층 직원들은 벌써 킬킬거렸다. 퍽 난감한 얼굴로 위층을 바라보던 지훈이 내게 눈짓했다.

막상 하려니까 떨린다. 설레기도 하고. 위장에 민들레가 걸어 다니는 것 같아. 간지러워. 그래도 잘만 하면 너와 어울리는 파트너가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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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내 손을 잡아 달라고 유혹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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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나가야 돼.”










아침부터 죽었니 살았니 극딜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계단에서 매직을 찾는 척 푸린의 빡침을 재현하고 있을 때, 잠시 아래층과 위층 인기척을 살핀 그가 내 손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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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T 가기 전에 내 방 들렸다 가.”

……

― “나 옷만 갈아입고 같이 가자.”










워크샵 스탭으로 차출된 지훈은 STAFF 로고 붙은 티셔츠를 침대에 던졌다. 익숙한 상의 탈의가 낯선 공간과 맞물려 기분이 묘했다. 하여 뒤에서 안고도 남았을 널따란 등을 피해 바닥으로 눈을 돌렸다. 업무만 잔뜩인 메일을 정리하며 시간을 때우는데, 그 어색한 공기 속에서 먼저 허리를 숙여 입을 맞춘 건 그였다.

애인 있는 방에서 옷만 갈아입겠다는 본질적인 의미는 그 외 부수적인 것도 부지런히 한다는 뜻. 지훈은 입술을 떼지 않고 그대로 내 얼굴을 들어 올렸다. 허리를 감싸 문 앞으로 밀어붙이며 블라우스 안으로 손을 넣었다. 얇은 방문을 두고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와 가쁜 숨소리가 극명하게 갈렸다. 후진 없는 그가 목덜미를 입안으로 빨았다.




― “우, 우리가 그동안 바빠서 서로에게 소홀해진 건 맞지만 사람들 많은데 여기서…….”




방 문고리를 더듬거렸다. 지훈은 아예 내 손목을 쥐고 문을 잠갔다.




― “지금 내 방에 너 말고 누가 있어.”




왼쪽 볼에 쪽.




― “여기서 나가면 맘대로 손도 못 잡는데 이 정도는 봐줘야지.”




오른쪽 볼에 쪼옥.




― “너 때문에 일부러 안경 끼고 왔는데 반응도 없고. 언제는 안경만 쓰면 막 벗겨서 뽀- 해주고 싶다며.”

― “……어?”

― “네가 벗길래, 내가 벗을까.”




동그란 안경이 침대 구석으로 밀렸다. 지훈은 곧바로 턱을 꺾었다. 방황하던 두 손이 꼿꼿한 등줄기를 만지며 그의 뒷머리를 움켜쥐었다. 확연히 다른 기세와 부드러운 맨살이 맞닿은 가슴은 터지기 일보 직전의 중량 폭탄. 마지막 단추가 풀릴 찰나 문밖에서 급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지훈 씨 괜찮아요?
문이 왜 안 열리지?




대낮부터 눈맞은 어른이들은 그대로 일시 정지. 밖으로 고개만 빼꼼 내민 그가 낮게 대답했다.




옷 갈아입고 있어요.

그래요? 전 또 이상한 소리 나길래 뭔가 했네요.

무슨 일이신데요.

아, 팀장님이 인사말 스크립트 지훈 씨 USB에 있다고 눈 빠지게 기다리고 계세요!

곧 간다고 전해주세요.

본관 로비에 복사기 있거든요? 5분 뒤에 거기서 봬요!




지나치게 발랄한 직원이었다. 지훈의 방에 외풍이 심하게 들어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 같다는 둥 혼잣말도 심심치 않았다. 다시 고요한 복도, 그가 내 뺨에 입바람을 불었다. 호흡 좀 하라는 신호였다.




― “사방이 적이야.”

― “OT 끝나면 스키장 먼저 가 있을게. 정리 다 하면 와.”

― “……야.”

― “응?”

― “가지 마.”




그가 묶인 블라우스 끈을 입으로 풀었다. 리본 매듭을 거듭 지으면 보란 듯이 또 풀었다. 갈 생각 없어 보이는 개냥이는 방수 내복과 자신의 티셔츠를 입히고 나서야 쿨하게 (하지만 여전히 가기 싫어함) 문을 열었다.

시간 차를 두고 본관 안으로 먼저 들어간 지훈은 유인물을 안고 직원들과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그중 하나가 지훈에게 달라붙어 코를 킁킁거렸다.

향수 뿌렸네요? 냄새 좋다. 근데 이거 여자 향수 아니에요?

지훈에게 밴 향기는 면세점 찬스로 몽블랑과 겟한 끌로에 오드 퍼퓸. 그가 조금 더 안아줬을 뿐인데 지속력 똥망인 주제에 잘도 스며들었다. 어깨를 올려 스스로를 검열했으나 내게 밴 냄새는 지훈이 꺼. 잘 때 안아주면 폴폴 나는 그 비누 냄새.




― “목에 그건 뭐예요?”

― “뭐 묻었어요?”

― “다쳤어요? 뭐지? 립스틱인가?”

― “마커요. 아까 팀장님 스크립트 수정할 때 실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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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안아줬다고 했지 조금 더 안아’만’ 줬다고 말은 안 했다.




















* * *



















목걸이 이름표를 건 직원들이 각자 표시된 테이블에 앉았다. 설계 팀보다 지원팀 인원수가 적은 탓에 머릿수 메꾸기 좋은 타사 직원은 자연스레 지원팀 자리에 앉았다. 무대 아래에서 각 팀장 인사말을 가만히 듣던 지훈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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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그대로.
하지만 눈은 내게로.










비밀스러운 눈 맞춤이 이리도 떨렸던가. 지훈은 표정 변화 없이 무대로 눈을 돌렸지만 내 시선은 웹툰을 뛰어넘는 마이 페이보릿 옆태 그림체에 환장하고 있었다. 내적 scream 전방 5초 발사에도 썽에 차지 않는 그 무언가의 욕구에 잔뜩 굳은 미간을 긁었다. 

친목 도모 야유회인 만큼 오전에는 스키로 땀을 빼고 오후에는 게임으로 불살라 버리자는 03학번 팀장들의 외침은 어느새 들리지도 않았다. 병나발로 새벽을 지새고 일찍 해장하러 가자는 아이돌 스케줄에도 놀랄 겨를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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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가 나랑 보드 타자]
[알려줄게]










직진이 취미인 훈팡이가 줄곧 하트를 보내고 있었으니까.

설계 팀장은 이름만 들어도 놀라 자빠질 레크레이션 강사를 비밀리에 부치며 워크샵의 목적인 장기자랑 상금 삼백만 원을 강조했다. 이런 곳에 빠지면 섭섭할 단발머리가 환호를 질렀다. 장기자랑의 포문을 열어줄 섹시 댄스의 첫 빠따였다. 하지만 그녀의 각진 웨이브를 신경 쓰기엔 현재 내 상황도 여의치 않았다. ‘명예 설계 팀’ 내 이름표를 가리키며 말을 거는 남자가 있었기에.




― “어, 우리 팀 아니다.”

― “네, 저는 그린 에이지…….”

― “반가워요. 최장이에요.”

― “췌장이요?”

― “귀엽네?”

― “……네?”

― “몇 살이에요? 스물셋?”




말 꼬랑지 앞머리가 부담스러웠다. 남자는 쉼표 머리라고 수줍게 말했다. 지훈의 인터뷰 홍보 촬영 당일 설계 팀 사무실을 지나가며 익히 얼굴을 봐왔다는 고백에 동공이 떨렸다. 남자가 두 손 꽃받침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며 유혹을 시작했다. 이거 미치겠는데?





― “저녁에 맥주 어때요?”

― “술을 끊었어요.”

― “커피는?”

― “콩물 자체를 싫어해요.”

― “그쪽 특이한 매력 있는 거 알아요?”

― “모르고 싶어요.”




먹어도 먹어도 대가리가 생기는 콜라 맛 대왕 꿈틀이 같았다. 남자는 굴하지 않았다.

콜롬비아에서 유학을 했어요. 철이 없었죠. 커피를 좋아해서 유학을 했다는 자체가.

묻지도 않은 셀프 신상 털이였다. 아쉬운 대로 차 한잔은 어떠냐고 포기를 모르는 입에서 녹차, 유자차, 국화차, 스리라차까지 나왔을 때, 구원적인 지훈의 목소리가 강당을 울렸다. 설계팀 마지막 소감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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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서포트해주신 지원팀과, 한 해 프로젝트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셨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인터뷰에도 흔쾌히 응해 주신 설계팀과 팀장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특별히 그린에이지 담당자님도 함께 오셨는데 그동안 저 따라다니느라 정말 수고 많이 하셨고 판매 수입 반은 제 계좌로 넣어 주시면 됩니다.”










대놓고 돈 달라는 귀여운 협박에 직원들이 폭소했다. 지훈의 반달 눈은 그러거나 말거나 내게 하트를 쏘는 최장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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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정.거.리. 유지하시면서 안전사고 유의해 주시고 나눠드린 안내서 따라 장비 대여, 스키장 위치 확인하신 후 이동 부탁드립니다.”










지훈의 스타카토 기법이 눈치 없는 남자에게 위협으로 들릴 리 만무했다. OT 후 보드를 안고 입성한 그라운드에서조차 남자는 기본체조를 하다 말고 입을 털었다.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남자인지, 쌉싸름한 커피 같은 향긋한 자신과 연애해 볼 생각은 없는지 말도 안 되는 추파를 던졌다.

전직 보드 강사 출신 설계 팀장이 초보 수강생인 남자의 옷깃을 끌고 가지 않았더라면 내 보드 모서리가 어디로 향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잠시 후 롤업 된 보드복을 입고 나타난 지훈이 의아한 듯 물었다. 최장과 내 사이에 뭐가 있냐는 물음이었다. 단발머리와 네 사이엔 무엇이 있느냐 되물으니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고 했다. 나도 그렇다고 했다.




― “누가 뭘 마시자고 하면 아프다고 해.”

― “어디가?”

― “너 잘하는 거 있잖아.”

― “마음이?”

― “어, 그런 거.”




곤돌라를 타고 도착한 눈밭은 이제 막 스키를 배우는 수강생들 천지였다. 그들과 다를 바 없는 나는 오늘만 보드 강사 지훈의 레슨을 받았다.

예상보다 가파른 기울기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장대한 고래의 숨인지 연약한 해파리의 숨인지 내 콧구멍 밑에 검지를 갖다 댄 그가 물었다.




― “심신이 불안해?”

― “넘어지지 않는 방법이 뭐야?”

― “첫발은 무조건 넘어질 수밖에 없어.”

― “뒤로 넘어갔는데 코가 깨지면 어떡해?”

― “그땐 내가 업고 뛰고.”




무릎을 구부리고, 양팔을 좌우로 뻗고, 시선은 정면을 향하라는 침착한 명령이 떨어졌다. 아주 지 멋대로인 몸뚱이는 모름지기 사고를 치기 마련이다. 그가 뒤를 돈 새에 죄 없는 보드가 사선으로 출발했다. 다섯 발자국도 채 되지 않는 곳에서 눈을 먹고 엎어진 한 마리의 날짐승은 깨달았다.

눈이 의외로 식감이 좋구나. 입에 가득 차는 만족감도 상당해. 옘뱅할.




― “먹는 거 아냐. 뱉어.”

― “어쩌면 준비가 된 걸 수도?”

―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 “중급으로 간다. 렛츠 고.”

― “항상 말했잖아. 아프면 병원을 가야 된다고.”

― “뭐든 큰물에서 놀아야 성장하는 거 알지? 유명 성공 신화 스토리에도 나오잖아?”

― “뭐 어떻게, 전설이 되고 싶은 입장이라고 지금?”

― “나쁘지 않은데?”

― “네 레벨 몇인데.”

― “……오?”

― “감탄사야 뭐야.”




오늘만 보드 강사는 까칠했으나 자립 방생이 가능할 때까지 초보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생겼으면서 인내심까지 많아 버리면 우린 평생밖에 같이 살 수 없을 거라고! 내 말 알아들었으면 올 때 메로나!

얼레벌레 하강과 야매 턴을 얼추 성공한 시간은 정오에 다다랐을 때였다. 지훈은 팀장의 부름에 피니시 라인으로 내려갔다. 절대 무리해서 혼자 타지 말고 자신을 기다리라는 신신당부도 했다. 듬직한 뒷모습이 서서히 사라지자 고른 눈밭이 끝없이 펼쳐진 곳에서 장대한 고래의 숨을 들이켰다. 역동적인 자세로 하강을 준비하는 청개구리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었다.










인생은 하얀 도화지와 같다.
내가 가는 곳이 곧 길이다.
- Written by Na -










감성을 처먹은 엉덩이를 쭉 빼고 물기 어린 고글을 꼈다. 곤돌라에서 쏟아진 중국, 일본 관광객들이 자리를 앞다투는 불운의 순간이기도 했다.




― “……어! 밀지 마세요! 뭐야! 노! 노 짜이찌엔! 와카리마셍! 이이에! 이이에에에엑!”




인생은 언제나 준비되지 않은 채 시작된다. 위기를 기회 삼아 3개 국어를 한 번에 습득한 인재는 강제 하강에 기쁜 나머지 방언을 터트렸다. 따라붙는 가속도에 브레이크와 방향 전환은 우주 밖으로 떠난 지 한참이었고 넘어지기 무서운 초보 중의 초보는 피니시 라인까지 어떻게든 일직선으로만 달리고 싶었다. 정말 패닉 그 자체였다.

지훈과 여러 번 지나친 바위가 멀리 모습을 드러냈다. 그제야 본능의 엉덩이가 생존의 불시착을 시도했다. 충격 방지 펜스에 보드가 먼저 부딪혔기에 망정이지 내 머리통이 먼저였다면 지금쯤 대단한 한국인으로서 그깟 나태 지옥 요단강은 하이패스로 건너고 있지 않았을까.




― “우리 운명인가 봐요.”

― “……뭐야? 네?”

―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이라고 하잖아.”




밀리터리 오버 룩을 입은 남자가 고글을 벗었다. 멋진 턴으로 내 얼굴에 주먹 눈을 먹인 남자는 커피가 좋아 철없이 유학했다던 셀프 털이범 말 꼬랑지 최장이었다. 전직 보드 강사 설계 팀장에게 혹독한 레슨을 받은 듯 흐르는 땀을 닦으며 코를 찡긋거렸다.

아깐 내가 너무 서툴렀죠? 보다시피 숨기는 걸 잘 못 해요. 지금도 여주 씨인 거 보자마자 온 거예요. 눈에 파묻힌 뒷모습이 너무 예쁘잖아. 파마산 뿌린 명랑 핫도그 신상 같아.

나자빠진 뒤태에 반해버린 취향 독특한 남자가 두툼한 손을 내밀었다.

잡으면 1일. 그렇다고 오해하진 말아요. 나 쉬운 남자 아니니까.

응, 차라리 눈밭에 코를 박고 어떻게든 살게 해달라 염불을 외울 테다. 고작 눈밭 때기 하나 못 내려갈 내가 아니었다. 침착하게 보드를 벗고 나무 기둥을 짚었다. 이번에 잡히면 강제 하강이 아니라 강제 연애다.

자기애 투철한 손을 외면하며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푹푹 빠지는 다리가 잔바람에도 휘청거렸다. 남자의 손이 팔목을 잡았다. 그리고 저 멀리 흐릿한 안개를 뚫고 미친 속도로 내려오는 한 보더가 있었다.

하강하는 초보들을 가뿐하게 제친 롤업 보드복이 남자와 충돌 직전 브레이크를 밟았다. 얼룩진 눈을 왕창 뒤집어쓴 남자가 캑캑거렸다. 공중에 머문 눈발이 흩어지자 누군가 거칠게 고글을 벗었다. 날뛰는 드리프트의 주인공은 일찍이 최소 면허 정지 자격을 갖춘 이지훈이었다.




― “말 진짜 안 듣는다.”

― “너 여기 어떻게…….”




고급 쌀가마니의 삶이 이런 것일까. 지훈은 두 손으로 날 안고서 피니시 라인을 빠르게 통과했다. 분주한 사람들 틈에서 고글을 벗겨 상처를 확인했고 뼈가 부러지진 않았는지 팔다리를 꾹꾹 눌렀다. 내 주먹에 다음날 시퍼렇게 멍들 것 같다고 웃으면서 말할 때는 언제고 그렇게 화난 표정으로 내 멍 자국을 찾고 있으면 어떡해. 그럼 난 또 말해야 하잖아. 계속 이런 식이면 좋은 남편감밖에 안 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내 메로나는 갖고 왔겠지?




― “농담할 기분 아냐.”

― “인터내셔널 피플들이 엉덩이를 밀었어.”

― “멈추는 방법 알려줬잖아.”

― “여기서도 연습과 실전이 너무 다르더라구.”

― “이래서 언제 중급으로 가.”

― “중급? 그게 뭔데?”

― “성공 스토리 쓰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 “난 이미 성공했지. 네 왼팔 내 거잖아.”

― “포장학과 나온 거 맞다니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지훈의 눈은 주인 잃은 보드를 안고 쭈뼛거리며 걸어오는 남자에게 향했다. 지훈의 귀에 넌지시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흘렸다.

도와주겠다고 하더니 손잡으면 오늘부터 1일이라고 고백 당했어. 내 뒤태가 파마산 뿌린 명랑 핫도그 같대. 귀엽다는 의미겠지? 왜 그렇게 봐? 뭐? 그게 욕이라구? 당장 씹어먹어 주겠다고 돌려 깐 거라고? 미친 거 아니야? 악의는 없는 사람 같았는데 감히 날 씹어 먹어? 

최장이 보드를 내려놓았다. 괜찮냐는 물음과 어깨를 만지는 과감함에 옆을 슬쩍 돌아봤다. 그 결과 상당히 삐뚤어진 이지훈이 있었다. 앞뒤 없이 남자의 손부터 덥석 잡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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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리라차 저랑 해요. 원샷으로.”

― “……예?”

― “손잡았으니까 우리 오늘 1일이에요.”




당황한 말 꼬랑지가 바람에 휘날렸다. 지훈은 달아나는 뒷모습에 한숨을 토했다.




― “진짜 사방이 적이야.”

― “잘나서 미안해.”

― “안타깝다는 듯이 말하면 더 웃기니까 하지 마.”

― “웃어?”

―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말하는 것도 능력이다.”

― “칭찬이지?”

― “당연하지.”




보드를 반납한 지훈은 조금 더 높은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아이들과 부모가 주를 이룬 눈썰매장에 2인용 빨간 썰매가 단연 치고 날랐다. 그는 뒷자리에서 양옆 끈을 당기며 속도를 조절했고, 난 보드로 이루지 못한 완벽한 스피드의 꿈을 덕분에 이루는 중이었다.




― “완전 신나!”

― “알겠으니까 얼굴만 닦고.”

― “한 번 더 타자!”

― “그니까 얼굴 좀…….”

― “간다!”

― “어딜 가. 너 눈사람이야 지금.”




구구절절 설명 많은 보드보다 언덕만 있으면 재미 보는 단순한 썰매가 좋았다. 이기지 못한 척 뒷자리를 순순히 내어주는 너도 좋았고.




― “나 믿지?”

― “그 말이 제일 무서워.”

― “어! 간다!”

― “어우, 이거 왜 벌써 빨라.”

― “당겨? 당겨야 돼?”

― “오른……! 아니 오른쪽!”

― “오른쪽이 어딘데!”




몽땅 눈을 뒤집어쓰고 땅콩만 한 애들 사이에서 웃는 얼굴은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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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 끊어질 것 같아.”













물론 평생 책임도 질 거고.
누나 믿지?




















* * *




















스키장 전경이 보이는 19층 뷔페에서 연여를 두 점씩 욱여넣었다. 허기진 배에 남들이 보든 말든 최소한의 동선으로 최대한 쌓은 알래스카 연어를 신전 먹듯 접시에 나란히 배열했다. 지훈은 맞은편에 앉아 그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 “나눠 먹기 취미 없거든.”

― “다 네 거니까 천천히 먹어.”

― “사실 소식 중이야.”

― “새벽에 야식 먹겠다는 각오가 대단한데.”




샤워 직후 내려온 터라 지훈에게서 코오롱 향이 깊었다. 이마 덮은 생머리를 뒤로 넘기며 웃는 것마저 좋았다. 어디선가 튀어나온 설계 팀장과 직원들이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다면 여유로운 윙크도 가능했을 텐데. 설계 팀장은 지훈의 컵라면 국물을 훔쳐 마시며 물었다.




― “우리 레크레이션 강사님은 언제 오시나?”

― “거의 도착이라고 연락 왔어요.”

― “초대 가수는?”

― “동승이요.”




의문의 레크레이션 강사와 초대 가수에 마음이 흡족해진 팀장은 둥글게 배를 쓸었다. 밤에 소주 한잔 걸치자는 확인사살 손짓에 지훈의 눈치를 봤다. 그는 다행히 테이블 밑에서 누군가와 연락하느라 바빴다. 오케이를 날리며 마른 목을 삼키는데 식당 입구에서부터 자처해 커피를 돌리던 단발머리가 세모 눈으로 모델 워킹을 했다. 저거 또 시작이었다.

어떡하죠? 우리 팀만 생각하다가 깜빡했네요? 아래층에 하나 남았던데 가서 타 드실래요? 단발머리는 ‘우리 팀’을 강조하며 마지막 종이컵을 지훈에게 건넸다. 어떻게든 내가 깍두기라는 걸 표현하고 싶은 그녀였다. 개쓰레기 요일과 맞먹는 인종, 언어차별에 치여 본 경험자로써 이것은 차별이라기보다 귀여운 발악에 가까웠다.

대각선에 있던 지원팀 팀장이 자신의 커피를 건넬 무렵, 문자를 보내느라 관심도 없을 것 같았던 지훈이 고개를 들었다. 냉하기 그지없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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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장님이 직접 데려오신 손님인데 그렇게 예의 없이 굴 필요는 없잖아요.”

― “…….”

― “아까 커피는 왜 버리셨어요. 그럴 거면 아래층에서 다 버리고 오지.”










실은 보고 있었던 거였다. 단발머리가 멀쩡한 커피를 버리고 입구로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말이다. 지훈은 민망하지 않게 지원팀 팀장의 커피를 받아 내게 전했고, 자신의 커피는 다시 지원팀 팀장에게 건넸다. 몇 직원들은 쏘아보는 단발머리 앞을 막고 바깥으로 등을 밀었다. 그들은 그녀를 위로하면서도 표정은 감출 수가 없었다. 직장 생활은 겪을수록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다.

설계 팀장은 식기를 들고 나가는 지훈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낙하산이다 뭐다 머리에 꽃밭 달고 회사 놀러 온다는 둥 인신공격 당할 때도 조용히 있던 놈이 고작 커피 하나에 터질 줄은 몰랐다고.













― ‘……공과 사에 네가 있으면 분간이 되나.’













잠결에 들은 그 속삭임은 더 이상 꿈이 아니었다. 본관 벤치에 앉아 이른 오후에도 해가 지는 하늘을 보고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깟 커피가 뭐라고 화를 내? 상처받을 것도 없거든요? 말꼬리는 올려서, 몸은 그를 장난스레 밀면서 분위기를 풀어주고 싶은 나. 지훈은 의식하지 않고 내 손을 제 후드 주머니 속에 넣었다.




― “별 이상한 걸로 무시 받고 있는데 거기서 왜 참아.”

― “그럼 넌 예전에 낙하산이다 꽃밭이다 들었을 때 왜 참았어?”

― “누가 알려줬어 그런 거.”

― “너만 보는 팀장님이.”




그는 허탈하게 웃으며 마른 머리칼을 헝클어트렸다.




― “참은 게 아니라 화 자체가 없었던 거지. 어차피 감당할 일이었으니까.”

― “지금은?”

― “……지금은, 좀 안 돼.”

― “뭐가 안돼?”




지훈이 날 향해 고개를 돌렸다.




― “네 말대로 그깟 커피인데 맘처럼 제어가 안 돼. 참을 수도 없고 화도 나고.”

……

― “너 상처받는 건 죽어도 못 보겠나 보지 뭐.”




다음엔 맥심 안 먹고 콜드브루만 먹는다고 소리 질러. 가만히 있지 말고 최소한 오늘 머리 별로네요 말이라도 하던가. 영어가 편하면 영어로 해. 못 알아들으면 그것만큼 성질나는 거 없잖아.

주머니 안에서 내 손을 꼭 잡고 말하는 투가 영 귀여워 미쳐버리겠다. 발그레한 표정에 지훈은 입을 앙다물고 가늘게 눈을 떴다. 또 이상한 생각 하냐고 묻는 얼굴이었다.




― “네가 착각할까 봐 말해두는 거니까 잘 들어줘.”

― “벌써 두렵다.”

― “가끔 이상한 생각이 아니라 난 가끔 정상적인 생각을 해.”

― “뭔 말이야 그게.”

― “그러니까! 네 보조개 그대로 하늘에 박아 두고 보고 싶을 때마다 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난 맨날 한다고!”




이지훈 얼굴 빨개졌다. 손을 뿌리치며 본관으로 들어간 나는 그릴에 다 태워 먹은 유기농 토마토. 로비에서 직원들 등쌀에 밀려온 단발머리의 사과가 어떤 식으로 시작해 끝을 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딱 그만큼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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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해?”

― “청기 백기.”

― “둘 다 청기잖아.”

― “하나 떨어졌으니까 이제 백기만 어디서 주워오면 돼.”










저녁 6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강당으로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 고장 난 지훈과 나란히 앉아 레크레이션 강사를 기다렸다. 일부러 나를 건드리며 시답잖은 말을 거는 그가 ‘죽었니 살았니’ 17차 드립을 준비하고 있을 때, 스피커에서 팡파레가 터지며 무대 앞으로 베일에 싸인 강사가 화려하게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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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이 아름다운 밤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왔습니다.”




















저 미친놈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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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들 각자 마음 속에 핀 벚꽃은 과연 누구인지요?





















난 정말이지 그 얼굴을 강원도 리조트에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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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중에 라디오 카스테라 협찬 자랑.mcdolands)

― “만인의 벚꽃이 되고 싶은 남자, 제가 돌아왔습니다.


















……부승관, 네가 왜 여기서 나와?

























〈calling>










[워크샵 7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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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 이 야밤에 전화 질이야]

― [너희 워크샵 레크레이션 누가 하냐? 외주 쓰냐?]

― [작년에 돈 썼는데 값 못했다고 이번엔 팀장님이 직접 하신대]

― [그래? 경험 없으면 힘드실 텐데 큰일이다야]

― [솔직히 갈까 말까 계속 고민 중이긴 해]

― [그러니까 돈을 썼는데 본전을 못 찾았다는 거네?]

―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 [내 철학 알지?]

― [먹지 않아도 내가 아는 그 맛이라면 정말 먹고 싶다]

― [미친놈아! 내가 행복할 수 없다면 차라리 남을 웃겨라 몰라?]

― [야이씨 소리를]

― [쇼오중한 친구야]

― [끝났어 꺼져]

― [안 돼! 팀장님 번호만 알려주고 손절 하자! ……여보세요? 여보시요? 할로? 야! 끊었냐? 야아아악!]




















[워크샵 63시간 전]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1. 워크샵 Part. 1 | 인스티즈

― [승관 씨가 진행을 오겠다고요?]

― [제가 또 가만히 있질 못해서 레크레이션 강사 자격증을 따버렸는데 이걸 그동안 써먹지 못해서 투잡, 쓰리잡 사회에 막 뒤처져 있던 참이었거든요?]

― [유명한 분이 오신다는데 나야 좋지. 근데 스케줄이 맞아요? 페이는 어떻게 줘야 하나?]

― [아휴 팀장님, 돈 때문이면 진작 연락도 안 드렸죠. 국회의원 비리 터져서 관련 생방 때문에 제 라디오 이번 주 올나잇 캔슬 됐거든요. 스케줄 너무 비어서 심심해 죽어요. 저녁에 밥만 주시면 강원도까지 총알 운전 오브콜스 와이낫 가능합니다.]

― [그래도 지훈이 친구고 방송까지 나오시는 분인데 대접을 섭섭하게 하면 쓰나.]

― [정 그러시면…… 방법이 딱 하나 있긴 한데 들어보실래요?]















[워크샵 22시간 전]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1. 워크샵 Part. 1 | 인스티즈

― [넌 진짜 최악이야]

― [네 애인한테는 비밀이다]

― [내가 강원도까지 가서 굳이 널 봐야겠니?]

― [엉 나 심심해]

― [애냐?]

― [너무 정확해서 울 뻔]

― [스케줄 비었으면 집에서 쉬던가]

― [하루라도 안 보면 훈이 보고시포]

― [말 걸지 마 뒤져]




.




.




.




― ‘그래서 비밀 연애를 더 하시겠다고요?’

― ‘구경하러 올래?’

― ‘딴말하기 없다?’

― ‘올 거지?’

― ‘오라며?’




.




.




.



― [네 애인이 구경하러 오라고 했거든?]

― [이거 또라이네]

― [야, 나도 강원도로 마실 좀 나가보자]

― [서울 매연 다 네 거야 처리해]

― [넌 내일 죽었어]

― [오지 마]

― [싫은데? 완조니 싫은데? 안 들뤼는데에?]










………여보세요? 여보…………
이지훈 개시키야 분리수거 하다가 콜라병에 손가락 찝혀라.




















<부 워크샵 진출에 대한 훈의 소감>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1. 워크샵 Part. 1 | 인스티즈

―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종종 하곤 하죠. 그게 저 친구만의 매력이라고 요즘은 생각하고 있어요. 좋게 말하면 매력이고 나쁘게 말하면 과도하게 응집된 또라이인데 뭐 어쩌겠어요. 어긋나지 않게 돌봐줘야죠.”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1. 워크샵 Part. 1 | 인스티즈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1. 워크샵 Part. 1 | 인스티즈

― “방금 눈 굴리지 않았어요? 저런 식으로 일부러 이해 못 한 척하는 경우가 좀 많아요. 자존심이에요. 나중에 카메라 꺼지면 아마 복수 당할 것 같은데 그것도 몰래 찍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1. 워크샵 Part. 1 | 인스티즈

(촬영 끝났으면 빨리 카메라 커버 덮어 달라는 뜻)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1. 워크샵 Part. 1 | 인스티즈

(다른 방향으로 복수 당하는 중)


― “우리 지훈 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

― “너 내가 말 걸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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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줘서 고마워요❤

다흰님은 진심 새벽반이시구나

저도 늘 깨어있습니다

연락 주세요 (?)

다음 편에서 또 만나요 흐 ㅣ히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돼요!

독자1
사미예요! 오늘도 변함없이 제 광대가 솟았습니다(*’∀’人)♥ 이지훈은 어쩜 이렇게 달달하져ㅜㅜㅜ 이런 꿀 같은 남자야ㅜㅜㅜ 자바머거ㅜㅠㅠ 그리고 전 이번화 초반에 지훈이가 확신을 주는 장면이 너무 좋았어요ㅠㅠ제가 다 안심이 된달까. 앞으로도 지훈이랑 여주랑 행복해야돼요ㅠㅠ 둘이 결혼도 하고 알콩달콩 잘 살아야 한다구요ㅠㅠ 이번화도 너무 재밌게 잘 봤습니다! 다음 화에서 만나요! ఇ ◝‿◜ ఇ 𝓱𝓸𝓻𝓪𝓷𝓰𝓱𝓪𝓮🐯
3년 전
독자2
+ 아 그리고 승관이 네가 왜 거기서 나와....?
3년 전
독자3
유자입니동 '◡' 밥 먹으면서 화면보다가 하프스윗님 신작 알림 뜨면 올매나 기쁘게요...,, 오늘도 브금 선정 최고구 제가 좋아하는 간질거리는 포인트들 넘 많구요...,철이 없던 최장이랑 단발머리 두 명이서 인연을 쌓는 건 어떠신지😌👊🏻 여주랑 지훈이가 안정적이고 행복한 하루 보낼 때마다 과거 생각하면 넘 감격스러워서 눈물 납미다 지금 대학 축제 에피소드 갑자기 떠올라서 심장 두 배로 뛰는 중이라구욕 ಥ‿ಥ 오늘 자기 전에 대학 에피소드 다시 보면서 행복하게 잘 것이에요 🥲 자까님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 꼬옥 보내주세요 ᰔᩚ
3년 전
독자4
016326이에요!!으악 피곤했던 하루의 끝에 OMR이라니ㅠㅠ중간중간 고잉 드립들도 들어간게 센스넘치고 웃겨요ㅋㅋㅋㅋ다음 화에서 뵈어요ღ
3년 전
독자5
끼얏호 오늘은 완전 일찍(?) 달려온 다흰입니다 :)
경비원아조시 넘 재밌으셔서 한참 웃었어요.

지훈선배... 학교 다닐 때 선배같은 사람 왜 없었어요?
아, 다 지하 연습실에 있었구나. 그렇구나. (씁쓸..)

아니 한이 전 부인 미친 거 아니예요 진짜? 저 격노함 진짜로.
뭐 뀐 놈이 성낸다더니 이거는 그 수준을 넘어섰잖아요.
바람은 지가 펴놓고 안잡아줬다고 손배 소송을 걸어?
와 상도덕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인간 아니야. (쉬익쉬익)
지훈 어머니... 너무 밉지만... 천하의 미친ㄴ이라고 부르는 거 완전 공감해버렸어요.

to. 지훈
깜빡이나 뭐라고 말 좀 하고 들어와줬으면 좋겠어
자꾸 훅 들어오면 안그래도 좋지 않은 심장이 박자를 쪼개서 널뛰기를 뛴단다.
살았니죽었니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웃겨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 티키타카보는 게 소중한 삶의 낙 중 하나가 되어버렸습니다.
작가님 최고....진챠 최고...

움짤 설명 옆 커플 헬 솔로만세 별 백개 박아줄거예요.... 쉬익... 너네 행복하냐... 그래 행복해라....ㅋ

지훈 누가 건축하는 사람 아니랄까봐 빌드업 장인이죠 아주.
청사진 그리는 것 처럼 큰 그림도 잘 그리고 조감도 그리는 것 처럼 멀리도 잘 보고
빌드업도 잘하는 그는 역시 건축쟁이

아 저 지금 눈에 눈물 나는 것 같아서 좀 닦고 왓어요
달달하다 얘들아 진짜 너네 행복한 거 보면 내가 눈물이 나

중간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웃겨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스키장은 눈썰매죠 (아무말) 작가님 역시 배우신분이세요. 작가님 최고 2222

여주 일이면 물불 안가리는 지훈 너무 좋아요
강원도까지 날아온 승관이도 귀엽고요 ㅋㅋㅋ

오늘도 글 읽으며 가득가득 행복했습니다!! 💖💖💖💖💖💖💖
저 진심 대부분 새벽반인게 저번화 댓글 달았을 때가 거의 초저녁수준....
작가님 새벽에 심심하시면 대댓 달아주세요 같이 놀아요(?)

3년 전
독자6
왘ㅋㅋㅋ카리마셍ㅋㅋㅋㅋㅋ
어우 작가님 저 댓글 처음 달아봐요
OMR땜에 가입 했다구요ㅜㅜㅜㅜㅜ💖
지훈이와의 티키타카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날때마다 두번 세번 돌려봐요...
귀엽고 센스 넘치는 글 써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함니다 ఇ ◝‿◜ ఇ 알림뜨면 바로바로 달려올게요!

3년 전
비회원181.37
오늘도 광대 승천하면서 재밌게 봤어요!
감사합니다!

3년 전
독자7
애옹입니다요 !! 회차가 늘어날수록 제 광대도 너무 솟아버리는데 이거 어쩌죠 !!!!!! 여주와 지훈이의 티키타카에 이어 승관이와 지훈이라니 ( ͡° ͜ʖ ͡°) 아주그냥 모두들 귀여워 죽겠어요 🤍💙💜💛💚 이번에도 넘 바빠서 신알신 떴는데도 못들어온 나자신 반성하도록 하자 •• 이렇게 귀엽고 귀엽고 귀여운거 다해먹는 사람들을 이제서야 보러오다니 ,, 좀 늦었지만 작가님 글 볼때면 현생에 지쳐서 우울하다가도 힐링 그 자체 ..❤️ 넘 행복해융우ㅜㅜㅜ 이번에도 너무 좋은 글로 찾아와주신 작가님 감사합니다 :]
3년 전
독자8
쿠키입니다악!!!!!! 혐생 보내고 온다고 작가님 알림온 거ㅠ 꾸욱 참았다 읽었어요 교수님께 하마터면 제 입꼬리가 얼마나 높이 올라갔는지 설명해드릴 뻔 했다니까요? 오늘도 귀여움 max 앙큼함 max 찍은 폭스 이지훈이네요 ㅎㅏ 읽으면서 키보드 몇 번이나 내리쳤는지,,, 저 지훈이 '공과 사에 네가 있으면 분간이 되나' 요 대사 진짜 너무 사랑하는데 한 번 더 공사 구분 잃어버린 쥬니 또 봐서 너무 좋았어요 따흑,,, 최장ㅋㅋㅋㅋㅋ 첫 멘트에서 어엇 했다가 말꼬리 머리 보고 진짜 뿜었어요ㅋㅋㅋㅋㅋㅋ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온 미스터뿌까지 오늘도 정말,,, 재밌게 잘 읽구 가요 작가님 알림 덕에 혐생 버텼습니다 항상 제 일상의 쥬니 사랑치를 채워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작가님 글 읽을 때가 진짜 최고로 즐거운 시간이랍니다ㅠㅡㅠ 다음회에서 뿌야가 또 얼마나 기상천란한 미션들을 지훈이와 여주에게 시킬지ㅋㅋㅋㅋ 기대되네요 남은 주말 행복하게 보내세요 작가님!(하트 1122개)
3년 전
독자9
작가님!!! 여우비입니다!!! 워크샵편 이제 파트 1인데도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요•••• 이런 워크샵이라면 365일 중에 300일 정도라도 계속 가고싶네요... 너무 기대되네요 다음 편도!!!!! 비밀연애를 끝까지 들키지 않고 갈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3년 전
독자10
도제이ㅣㅂ니다❤️❤️❤️승관이 나오고 넘 반가워소 소리질러ㅅ잔아요^^* 절대 잊지 않았다구요 하하하 오늘도 아주 잘 보고 갑니다,,, 웃기고 설레고 다 해,,,
+++ 가끔 비는 오지만 요즘 날씨가 넘으조아요 작가님❤️❤️ 요즘 광합성 하는 재미에 삽니다 깔깔 오늘 글도 낮에 벤치에 앉아서 읽었는데 기분이 너모 좋더라구요 히히 작가님도 예쁜 날씨속에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쉐요😘

3년 전
독자11
작가님 도토리예요! 읽다가 내적 scream 나와서 오엠알에서 내가 쓴 댓글의 단어가 나오다니 기분이 묘하고 재밌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광입니다!!!
요즘 입시 때문에 폰도 제대로 못 보고 정신없이 살고 있네요 ( ・ᴗ・̥̥̥ ) 시간 날 때마다 작가님 연재 부지런히 따라 갈게욧 오늘도 오엠알로 행복하게 하루 마무리합니다! 감사해요❤️

3년 전
독자12
은블리입니당
이번편ㅋㅋㅋ티키타카ㅋㅋㅋ누구도 지지않겠다는 의지가ㅋㅋㅋ넘 웃겼어요ㅋㅋㅋ그리고 최장에서 초반에 뭐지? 했는데ㅋㅋㅋ철이 없었죠 보고 아! 했네요
읽으면서 승과니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했는데 ㄹㅇ승과니가 거기서 나올 줄이야ㅎㅎㅎㅎ
이번편 넘 즐겁게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당 🙂

3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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