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니가 걸어온다.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하지.. 아아 빨리 생각해 김민석.
결국 내가 내뱉은 말은
" 안녕. "
안녕이 뭐냐 멍청한놈. 너무 딱딱하게 말했나. 오해하면 어떡하지..
너는 당황한 목소리로 ' 안녕하세요 ' 라고 답을 했다. 아.. 역시 너무 무뚝뚝했나봐..
말을 더 이어가고 싶었는데 떠오르는 말이 없어서
" 그래, 수업 열심히 들어. " 라고 했다.
아 진짜 김민석, 병신도 이런 병신이 없을거다. 평소에 말 하려고 준비했던 것들은 다 어디로 날려버렸냐.
나중에 보자는 말을 끝으로 강의실을 나왔다.
ㅇㅇㅇ. ㅇㅇ이는 작년 신입생이었을때 부터 내가 관심을 가져왔던 아이다.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이라 조용조용 학교생활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친구는 우리과에서 한 왈가닥 하기로 유명한 후배, 정수정이랑 같이 다닌다.
처음에 좀 의외긴 했지만 둘의 조화가 나름 잘 어울리는것 같아 괜찮은것 같다.
또 ㅇㅇ이가 수정이에 의해 조금은 밝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ㅇㅇ이와 말을 해보고 싶은데 돌이켜 보면 우리가 나눈 대화라고는 고작,
' 선배, 오늘 휴강이래요. ' ' ㅇㅇ아 이 파일 좀 전해줄래? ' 이런 시답잖은 내용의 대화밖에 없었다.
아니, 대화라 칭하기에는 한참 모자란 말들.
1년이 지났는데 신입생인 지은이보다도 말을 더 못해본것 같다.
지은이에게는 미안하지만, 가끔 지은이와 대화를 할때면 지은이가 ㅇㅇ이었으면.. 싶기도 하다.
ㅇㅇ이는 항상 무언가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처음엔 ' 여동생 같아서 그런가보다 '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 보니 내가 ㅇㅇ이를 좋아하고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ㅇㅇ이가 조용하고 소심해서 처음에는 ㅇㅇ이가 같은 반이었는지도 모르던 애들도 많았다.
하지만 ㅇㅇ이에게는 조용하지만 강한 기운을 뿜어내는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새들어 남자 후배들이 유독 ㅇㅇ이를 눈여겨 보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ㅇㅇ이 자신은 모르고 있을 테지만.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는 나로서는 불안해질수 밖에 없었다.
누가 나보다 먼저 채가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혼자 교정을 걷고 있었는데, 미처 앞을 보지 못해서 누군가와 부딪혔다.
사과를 하려는데 부딪힌 사람이 먼저 사과를 해왔다.
' 어, 죄송합니다.. ' 하는데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래서 고개를 들어 확인을 해보았는데, 너였다.
무의식적으로
" 어, ㅇㅇ이? "
라는 말이 내 입에서 나왔고, 너는 내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놀란듯 눈을 굴리는 네 모습이 마치 토끼같아서 당장 안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참았다.
너는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였고 나도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꺼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게 시간이 있냐고 물었다.
너는 바쁜일이 있는건지 얼버무렸고, 나는 잠깐이면 된다고 너를 설득해 결국 근처 카페로 들어왔다.
ㅇㅇ이는 ㅇㅇ이와 잘 어울리는 레몬에이드를 골랐다.
음료수를 시키고 돌아와 무슨 말부터 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부끄러움 많은 너는 지금 이상황이 힘들것이다. 내가 너무 내생각만 했나.
하고 싶은말은 우주를 덮어버릴 만큼이나 많은데 나는 왜 아무말도 못하고 앉아있는지.. 정말 바보같았다.
때마침 진동벨이 울렸고, 나는 음료수를 가져오겠다며 일어섰다.
한참을 고민하다 꺼낸 말은,
" ㅇㅇ아. "
" 네? "
" 너 남자친구 있어? "
그냥, 확인해 보고 싶었다.
없다는 네 말에 나는
" 저, ㅇㅇ아. 너 소개팅할래? "
라는 말을 내뱉었다.
너는 갑자기 소개팅 이야기를 꺼내는 내가 당황스러운지 조금 뜸을 들인뒤 대답했다.
나는 정말 괜찮은 애라며 꼭 소개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 소개해주고 싶은 애가 나야 ㅇㅇ아.
' 나 너 좋아해 ' 라는 말을 이렇게 돌려 말하는 나를 니가 눈치채줬으면 좋겠지만 그럴 리는 없겠지.
너는
" 선배가 소개해주는 분이면 좋은 사람이겠네요. " 라며 내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내심 기대를 하는 듯한 의외의 네 모습에 조금 놀랐다. 내가 나타나서 실망하면 어쩌지?
나는 네게 문자로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기로 하고 카페에서 나왔다.
집에 도착해서 네게 문자를 보냈다.
[ ㅇㅇ아, 금요일 6시 저번에 갔던 카페. 괜찮아? ]
라고 보냈는데 조금 뒤 네게서 문자가 왔다.
[ 네, 선배. 잘 되면 제가 나중에 밥 한번 살게요. ㅎㅎ ] 라고 했다.
나는 꼭 잘됐으면 좋겠다는 내 소망을 담은 문자를 그대로 네게 전송했다.
[ 그래. 꼭 잘됐으면 좋겠다. 파이팅! ]
김민석 꼭 잘해라. 파이팅!
소개팅 날,
평소보다 옷이며 머리며 모든것에 신경이 쓰였다.
잘 안뿌리던 향수까지 뿌린 나였으니까.
긴장을 한 탓에 약속시간에 늦게 생겼다. 아 ㅇㅇ이가 약속도 제대로 못지키는 놈으로 알면 어떡하지.
네가 있을 카페로 달리고 달려 왔지만 이미 약속시간 10분이 지난 후 였다.
창밖에서 보니 너는 혼자 앉아 입을 삐죽대고 있었다.
심심했을 네게 미안했지만 그 모습 조차 너무 귀여워서 좀 더 훔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카페로 들어가 네가 있는 자리로 갔다.
하지만 너는 내가 온 걸 눈치못챈 모양이었다.
" 안녕하세요. " 라고 네게 인사를 했다.
내 인사에 너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 죄송해요. 제가 좀 늦었죠. "
라는 내 말에 너는 ' 왜 선배가 여기 계세요? ' 라는 궁금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 보는데, 정말 사랑스러워 보였다. 이런 나도 중증인것 같다.
" 선배, 선배가 왜 여기.. 그분은요? "
라는 네 물음에
" 제가 그분인데요. "
라 답하자 너는
" 네? 에이, 장난치지 마세요, 선배. "
라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진짜 나 맞아 ㅇㅇ아.
" 장난 아닌데. 진짜 나야. 너 한테 소개해주고싶은 사람. "
" 네? "
너는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 앞으로 잘해봐요. "
잘해보자 ㅇㅇ아. 아니, 잘해줄게.
내가 먼저 다가갈테니 너는 천천히 따라와 ㅇㅇ아. 좋아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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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민석이 시점에서 쓴 선배와 오빠사이에요.
그리고 선배와 오빠사이는 끝!!!
번외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