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항상 그랬다. 나의 존재를 무시한채 나를 제외한 모든것들에게 웃어주었다. 너는 항상 부모님께도 예의바르고 급우들에게는 존경의대상이자 선한 학생이었으며, 어른이 되어서도 너는 사회를 이끌어가는 모범적이고 멋진 사람이었다. 나는 항상 그랬다. 너의 그림자를 뒤따라 수없이흐른 시간동안 오직 너의 뒷모습이 아닌 앞모습을 보길원해 너를 잇따랐고 너의 그림자가 아닌 너의 빛이되어주고싶어 하루도빠짐없이 너에게 다가갔다. 나는 항상 너를 쫓아다니던 그런 한심한 사람이었을까. 너는 나에게말했다. 이건 집착이야. 나는 너에게말했다. 아니야 날 이해해줘. 너는 나에게 손짓했지. 어서 저기로 사라져버려. 나는 너에게 매달렸다. 이제까지 우린 잘해왔잖아. 너는 가끔씩 나에게 힘들다고말해왔다. 이 모든것이 이 상황이 그저 쓰리쓴 상처같다고. 가끔씩 모든것을 포기하고싶다고했다. 나는 너에게 조그마한 위로밖에 주지못했다. 우린 이겨낼수있을꺼야. 우린 늘 함께였잖아. 우린 늘 하나였어. ** 사진첩을 꺼내보았다. 밝게웃는 앳된너와 그옆에서 수줍게 서있던나. 한장을 뒤로넘겼다. 그옆엔 짧게 머리카락을 자른너와 누구보다 행복하게 웃고있던 나의모습이 생생하게 찍혀져있었다. 그옆에 사진은 기념일이라고챙긴 작은 생크림케이크와 그옆에 나란히 서있는 우리둘. 이렇게 행복하던 우리는 어디로갔을까. 그저 답답한 현실을 회피하고 포기하고싶은 너와 아직도 미련의 끈을 놓지못해 어린아이처럼 매달리기만하는 나. 둘중에 누가 정답이고 오답일까. 아니, 애초부터 우리사이에 정답이란게 있을까. 누군가말했다. 사랑은 최고의 행복이라고. 하지만 영원하지 않다고. 우린 영원할줄알았다. 그 누구보다 더 뜨겁게 더 깊은 사랑을 나눴고 우리에게 끝이란 없을 줄 알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매일 너의 얼굴을보며 행복해하던 내가 잘못된걸까. 어디서부터 틀어진걸까. 너와 나의사이. 너는 우리의사이를 부정했고, 너의 공간속에서 날 지워버렸다. 마치 진한연필심으로 그린 하트모양을 쉽게 지우개로 지워버리듯이. 그런 널 곁에두고 나는 널 원망하지않았다. 분명 다시오겠지. 날 보러오겠지. 누구보다 사랑했었고 더 사랑했으니 너도 나처럼 미련이 남았겠지. 허나 그건 큰 착각이었다. 애시당초 사랑이란 놀음은 나혼자 시작된 장난이었던가. 아무렇지않게 날 지워버린 널보며 삶을 살아가는 이유이자 목표가 한순간에 사라진 기분이었다. 넌 아마 모르겠지. 그런 널 바라보면서 찢어지는 내 가슴을. 넌 모르겠지. ** 시간이 어느덧흘러 우린 성인이 되었고, 우리는 남보다 가깝지만 남보다 더 멀어진것같은 관계가 되어버렸다. 너는 예의바른 사람이자 누군가의 동경의 대상이되었고 선하고 착한 이 사회를 이끌어나간 인재가 되어있었다. 그에비해 나는 널 아직도 잊지못해서 바보같은 사랑놀음을 끝내지못하고 끝내 혼자하는 놀이를 마치지못했다. 어쩌면 영영 끝내지 못할것같았다. 우린 마치 처음부터 아무일도 없었단듯이, 너의 공간에서 날 지워버린 너가 처음으로 너무미웠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술을마시고 취중진담을 했을때의 너의표정은 아직도 잊지못한다. 경악스러움과 한심하다는 표정, 그리고 역겹다는 눈치가 아직도 내머릿속에 떠돌아다니는 작은추억에 불과하다. 지금도 물론이지만 나는 아직도 널 벗어날수가없다. ** 끝내고싶었다. 어쩡쩡한 사랑관계도아닌 이젠 남매가 되어버린 우리사이도. 그리고 가족이란 틀안에 혼자 반대방향으로 갇혀버린 나란존재도 끝내고싶었다. 너는 아무렇지도않아했다. 그래도 너가 행복하니 다행스러웠다. 사실 너가 나처럼 미련이란 틀안에갇혀 우울해한것보단 차라리 너의기억속에 나를 지워버리는편이 오히려 나한텐 더 고마운일이었다. 모든걸 끝내고싶다. ** 그녀는 예뻤다. 나와는다른 훤칠한키와 서글서글한 눈매, 그리고 싹싹한 성격까지 딱 너가 좋아한 스타일이었다. 아쉬웠고 허무하고 쓸쓸했지만 난 내자리에 물러나야했고 그녀가 내자리에 올라와버렸다. 부모님은 좋아하셨고 어서 나에게도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고하셨다. 두분다 나에게 너무과분한사람들이고 또한 두분은 축복받아도 마땅한 분이셨으니깐. ** 끝내고왔다. 모든것을. 다행인지 불행인지 너는 아무런 반응을하지않았고 나역시 덤덤하게 끝냈다. 이제너는 돌연변이가 아니라 정상인이다. 모든것은 내가 다 떠안을게. 그러니깐 너는 행복해야한다. 너의 빛이되고싶었다. 그건 큰 욕심이었을까. 그간 내가 너에게 했던짓은 빛이아닌 그림자였고 짐이었을까. 그리고 한순간의 나의 모든것을 잃어버린 나는 도대체 무슨희망으로 살아갈까. 너의 사진을 한번 나의 모습을 한번 바라보았다. 아팠다. 나를 비껴가고있는 차가운 바람인지 맘속의 텅함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함께라면 좋았을것을. 함께 이겨냈으면하는 바램도 어쩌면 맘속 깊은곳에 따뜻하게 흐르지않았을까. 찬바람도 맞서서 싸웠을텐데. 하는 작은 소망이 말이다. ** 몇일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그저 밤새울고 불고 너를 떠나 최대한 멀리까지왔다. 머리도 어지럽고 몸도 마음도 아프다. 특히 휑한 가슴이 아팠다 무척이나. 몇일만 있으면 곧 우리의 기념일이자 부모님의 결혼식이었다. 아빠를 닮아서인지 유난히 키도크고 까무잡잡하던 너. 언제나 그게 섹시한거라며 웃던 네 모습이선하다. 짙은쌍꺼풀 선한눈매에 언제나 나를 향해웃어주던 고운웃음. 그립기도하고 추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리곤 옆에있던 약을 꺼내들었다. 오늘밤은 매우길겠지. 아마 영원토록 꾸는 꿈속에서라도 너와함께있고싶다 잘자. 지금이라도 보고싶다고 내 마음이 원하고있지만 말이야. ** 너와 나의 사이=연인이자 가족이 되어버린 남매 축복받아야 할 부모님=재혼한 어머니와 아버지 내자리=서로 사랑하는 관계 돌연변이=남매끼리 사랑하는것 찬바람=너와 내가 겪은 시련들과 앞으로닥칠고난 영원한 꿈=죽음 반응 괜찮으면 번외도...?(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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