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한꺼번에 듣기 하지 마시고 따로 들어주세요!
[ EP 6. 질투 아니거든? ]
" 야, 너 어디 갔다 와. 지금이 몇신 줄이나 알아 지금? "
" 회사에서 회식하고 왔어. 나도 가기 싫었다고. "
" 하여튼 여자가 진짜, 세상 위험한 거 모르지. "
오늘따라 썅추가 많이 까칠하다. 평소에도 회식때문에 늦은 적은 꽤 있었는데 오늘처럼 이랬던 날은 거의 없었는데. 그 때 문뜩 뇌리를 스쳐가는 생각이 하나가 있었다. 내가 이런 쪽으로는 머리가 좀 돌아가지, 그래.
" .. 야, 썅추. 너.. 설마..? "
" 설마 뭐, 너는 왜 말을 제대로 못하냐. "
" ..너, 나 좋아해서 질투해? "
" ..미쳤지, 아주? "
" ? "
" 오해를 해도 참, 내가 눈이 삐었냐. 다른 예쁜 상추들 놔두고 널 좋아하게. 와 근래에 들어본 말 중에 제일 웃긴다. 내가 널? 주상, 너 거울 보고 와. 최대한 빨리. "
..지금 저 썅추새끼가 나 욕한 거지? 맞지? 이젠 까다까다 내 외모를 깐다? 와, 저걸 확 진짜 어떻게 하냐.
" 그럼 나 왜 걱정했어? "
" 내가 뭘 걱정해, 웃기고 있네. "
" 너 나 걱정한 거 맞잖아. "
" ..아니라니까? "
" 응, 알았어~ "
" 아니라고, 아니야! 진짜 아닌데?"
" 누가 뭐래? "
" ...하여튼 장난치는 수준하고는. "
얼씨구, 혼자 머쓱한지 문을 쾅 닫으며 방으로 들어가신다. 썅추랑 보낸지 22일째, 갈수록 저 상추는 까칠하게 구는 것 같다. 네 집이냐? 내 집이다!
[ EP 7. 이름으로 불러다오 ]
난 그냥 갑자기 궁금해졌다. 저 싸가지없고 까칠한 썅추에게도 이름이 있을까? 있다면, 이름이 뭘까. 저번에 보니까 그 귀엽게 생긴 상추, 걔도 이름이 있던데. 김태형이랬지 아마? 그럼 얘도 있다는 거 아니야.
" 야, 상추. 너도 이름 있어? "
" 당연할 걸 왜 물어, 혹시 진짜 바보야? "
" 말 참 기분좋게 잘 하네, 정말. 그러니까 이름이 뭐냐고 묻는 거 잖아. "
" 민윤기. "
" 민윤기? 왜 뜬금없이 민윤긴데. "
" 성은 농장 할아버지네 성, 그리고 그 할아버지가 항상 나한테 윤기나게 자라라고 윤기야, 윤기야 하던데. 그래서 그냥 민윤기로 살기로 했어. "
" 와우, 너 끼워맞추기 쩐다. "
" 죽을래, 주인상추? 진짜야. "
" 저 윤기나는 상추는 끼워맞추기 달인인가, 아무래도 추리소설 쓰셔야 될 거 같음. "
" 지는, 주상전하라면서. 주인상추에 끼워 맞추면서. "
저 썅추랑 지낸지도 거의 한달째, 쟤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상추주제에 자존심이 무척이나 세다. 내가 놀리면 바로 반응하는 것도 그렇고 뭐든 자기가 아니라고 하는 거에 토를 하나라도 달면 지랄지랄, 개지랄을 한다. 저 다혈질 상추를 팍 씨. 그래도 놀리는 게 장난아니게 재밌는 거 안비밀!
[ EP 8. 상추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2 ]
평소와 같이 회사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현관에 못보던 신발 하나가 더 놓여 있다. 이거 이거 또 상추친군지, 뭔지 하는 걸 데리 왔구만. 백퍼센트네. 하며 거실을 쳐다보니 그 때 그 김태형이라는 상추가 아니라 처음보는 빨간 게 있다. 쟨 뭐야, 토마토냐. 설마..고추..?
" 야, 너 죽을래. 뭐야 그 빨간 건.. "
" 빨간 거라니, 말이 심하네. "
" 빨강색이니까 빨갛다고 했지, 뭐 왜 뭐 어쩌라고! "
" 진심 너는 왜그러냐, 나이를 한 두개 먹은 것도 아니고. "
" 안 닥치냐, 남에 집에 얹혀사는 주제에. "
" 어쩌라고, 쫒아내보시던가. "
" 저 얄미운 걸 어쩌지. "
" 넌 내 아는 동생이 왔는데 그러고 싶냐? "
" 괜찮아요, 형. 제가 말 할래요. 안녕하세요, 저 윤기 형 동생 박지민이라고 해요. 아직 어린 편에 속하는 당근이지만 저희 윤기형 잘 부탁드린다고 얘기 하러 왔어요. 저희 고깃집 7번 채소상자 동기거든요! "
와 씨 뭐여, 저 꿀귀 생명체는.. 왠지 생긴게 망개떡 같이 생긴 거 같은데. 당근이라니까 일단 믿어는 준다.. 근데 진짜 장난아니게 귀엽잖아..? 얘네 친구는 왜 얘만 빼고 다 미소년에, 귀요미에.. 혼자만 컨셉을 차도남으로 잡았다 이거지. 그리고 누구랑은 다르게 아주 예의도 바르고 좋아, 응? 보고있냐, 민윤기
" 민윤기, 너 쟤 아니 지민이 반 좀 닮아봐라.
" 얼씨구, 처음 본 사이에 지민이?! 지민이?! "
" 지민아, 이해해라. 너희 형이 날 좀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
" 와, 저 주상이.. "
" 오와, 형! 진짜에요? 진짜 저 누나 좋아라해요? 태형이랑도 얘기하고 석진이 형이랑도 얘기하고 호석이형이랑도 얘기하고 남준이형이랑도 얘기하고 정국이랑도 얘기해야겠어요. "
" 박지민, 죽어 진짜. "
설마 지금 말한 게 다 친구는 아니겠지. 진짜라면 와우, 진짜 좀 화날 것 같은데. 물론 데리고 오면 말이야. 저 썅추랑 지낸지 내일이면 딱 한달째. 몇일 만에 또 다른 친군가 뭔가를 데리고 왔다. 내가 미치겠다, 아주. 그래도 저 예의바른 귀요미는 좋다. 망개떡처럼 생겨서 더 좋다. 아주 좋다, 하하하하하하.
[ EP 9. 인간들은, 上 ]
" 야, 주상. 나 배고픈데 밥 줘 "
" 아, 네가 사람으로 변해서 챙겨 먹어. "
" 좀 챙겨줘라, 네가 내 주인이잖아. "
신경질적으로 물병을 던져주자,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벌컥 벌컥 들이킨다. 나도 처음엔 놀랐다. 다른 게 아니라 물이 쟤의 식량이라니, 저걸로 배가 찰까.
" ..야, 넌 그걸로 배가 차? "
" 당연한 걸 왜 묻고 있어. "
" 근데 너 그럼 물말고 다른 거 먹으면 안되는거야? 음료수라던지. "
" 되겠지, 뭐. "
" 그럼 이번 기회에 먹어봐. "
" 됐어, 나 단 거 별로 안 좋아. "
" 어, 음료수가 단 건 어떻게 알았지? 야 먹어봐, 먹어봐. "
" 아, 왜 그런거에 고집을 피워 싫다니까. "
" 이거 한번 먹어주는 게 그렇게 힘들어? "
" 어, 힘들고 싫어. 그러니까 하지 말라고. "
문뜩 호기심이 생겼다. 음료수를 마시면 어떻게 될까? 단호한 민윤기의 말에 쳇, 하며 째려봤지만 뒤돌아 물을 마시고 있는 민윤기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지금밖에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식탁에 놓여져 있던 음료수를 들고 킥킥, 웃으며 썅추 쪽으로 다가갔다. 물 마시느라 내가 뭘 들고 가는지도 모르겠지. 다가가 민윤기에게 음료수를 들이밀려고 하는 순간, 민윤기는 뒤를 돌았고 표정이 점점 굳어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 ...왜그래, 진짜. "
" .... "
" 뭐하자는 거야, 지금. "
" 넌 말귀를 못 알아먹냐? 눈치가 없는거야, 머리가 안돌아가는거야. 한번 말하면 알아 먹어야 될 거 아니야. 싫다고 하면, 아무리 친해도 안하는 게 예의야. "
" 그게 아니고, "
" .. 너도 내가 한심하겠지, 풀떼기가 사람된다고 본질이 변하는 게 아니니까. 인간들은 다 그래, 상처준 사람 탓은 안하고 받은 사람만 탓 하잖아. 결국은 너도 똑같아. "
민윤기는 나를 한껏 노려본 후, 차갑게 등을 돌리고는 안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썅추랑 지낸지 4주째, 다른 말로 한달. 썅추는 내게 처음으로 화를 냈다. 되도 않는 고집을 피운 내가 싫어서 였을까, 그저 철없는 내 장난이 싫어서 였을까. 차마 안방까지 따라 들어갈 순 없어 그저 멍하니 거실에 앉아 있었다.
* BGM을 바꿔주세요.
V - SOMEONE LIKE YOU (COVER)
[ EP 10. 인간들은, 下 ]
민윤기가 화를 내고 들어간 후, 나는 무료하게 소파에 누워 티비를 봤다. 분명히 내 잘못이 크다. 하지만 ' 미안 ' 이 말을 민윤기에게 하기가 무서웠다. 왠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말을 꺼내는 순간이 두려웠다. 그래서 난 끝까지 안방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고, 민윤기또한 거실에 나오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도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한심했다. 곧 있으면 민윤기가 먼저 나와 평소처럼 " 야, 주인상추. " 라고 날 부르겠지, 그렇겠지. 하지만 그 기대는 그저 내 이기적인 소원일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 날은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거실 소파에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평소와 다른 잠자리에 낯설었던 것인지 새벽에 갑자기 눈이 떠졌고, 내 몸 위에는 분명 자기 전에는 없었던 안방에 놓여있던 이불이 덮여져 있었다. 잠결에 이리저리 거실을 둘러봤지만 불이 꺼진 채, 아무도 없었다. 상추가 있다는 사실도 까먹은 나는 얼떨결에 일어나 불을 켜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말이다.
안방에 들어가자 마자 보인 것은 꽤나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잠자리에 들지 않은 민윤기였다. 밤새 무슨 생각을 한건지 낯빛은 어두웠고 내가 들어온 것을 그제서야 눈치 챘는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고, 아까 하지 못했던 사과를 꼭 해야만 할 것 같아 먼저 입을 열었다.
" 민윤기, 저 그 아까 그 일은 미ㅇ, "
" 내가 미안. "
생각지도 못했던 민윤기의 사과의 나는 놀란 토끼눈을 하듯 크게 눈을 뜨고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먼저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난데 민윤기가 왜 먼저 사과를 할까, 그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유치한 장난으로 민윤기를 힘들게 했던 나를 자책하고 있던 나를 꿰뚫어 본건지 민윤기는 곧이어 입을 열었다.
" 네가 장난친 걸로 정색 한 건 나잖아, 미안하다고 그냥. 예전에 농장에 있을때 일 때문에 트라우마 비슷한 게 있어서 그래. "
무슨 반응을 보여줘야 할 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남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는 건 충분히 질타 받아 마땅한 일인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아까와 같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 예전에 어린 애들이 견학을 왔었어. 유치원생은 아닌 것 같고 초등학교 2학년 쯤? 다른 상추들과 다르게 내가 감정이 생기고 반은 사람이 된 게 아무래도 그 날 같아. "
" ... "
" 어린 애들이 뭘 알겠냐, 특히 장난끼 많은 남자애들. 초등학교 2학년이면 철이 절대 들 수 없지, 중2? 아니 고2도 철 들기 힘든데. 그렇잖아? 소풍을 왔고 잠시 선생님들이 자리를 비웠을 때 였을거야. 그 장난끼 많은 어린 애 4명이 내 앞으로 모이더라고. "
" 아.. "
" 당연히 텃밭에는 개미들이 많을 수 밖에 없고 걔네도 호기심이 생긴거지. 이걸 뿌리면 어떻게 될까, 이런 거. 나를 염두해두고 그런 건 아니였지만 들고 있던 음료수를 텃밭에 막 뿌리니까 나로써는 힘들었지. 나중에 사람이 되서 알아보니까 개미를 가지고 놀거나 그러는 건 어릴 때 보통 어린애 들은 그런다고 들었어. 인간 본래 성질인 것 같더라고. "
" 나도 어릴 때 놀이터에서 개미들 잡고 그랬어, 물도 뿌리고. "
" 그래, 다들 그렇지. 그 때 흙탕물이 차오를 때 나는 생각했어. 다른 인간들이 보기에는 상추 주제에 뭘, 상추가 무슨 감정이 있어. 동물도, 인간도 아닌 밟으면 힘없이 으스러지는 풀떼기가. 하면서 비웃겠지만 갑자기 나도 모르게 생각이라는 게 들더라고.
' 아, 나도 인간이 되고 싶다. 왜 나는 움직일 수도 없고 그저 이런 풀떼기로만 살아야 될까. 힘들다, 괴롭다. 제발, 제발..'
그 때 마침 하늘이 내 기도를 들어준건지 어린애들을 담임 선생님이 데려갔고 나는 아이들이 간 후 농장 아저씨가 새로운 곳에 심어주셔서 다시 살아났어. 웃기지 않냐, 고작 상추 따위가 그런 곳을 빠져나오려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용을 썼다는게. "그저 말 문이 턱하고 막혔다. 물론 모르는 사람들이 듣는다면 상추가 무슨, 풀 주제에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며 비아냥 거리고, 또 비웃겠지만 지금 현재 민윤기를 가까이서 한달 째 보고 지내는 나로서는 무슨 말을 해도 내가 한 나쁜 장난으로 민윤기의 나쁜 기억을 없애줄 수 없을 것 같아 입을 꾹 다물었다. 고개를 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민윤기, 썅추를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가 지금 얼마나 큰 잘못을 한 걸까, 얼마나 큰 상처를 준 걸까. 더 이상 상추에게 상처를 주면 안되겠다 마음을 먹고 애써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 야, 민윤기. 네 얘기 하나도 안 웃겨. 엄청 슬프거든?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할 거 였는데 왜 선수 쳐, 짜증나게. 이 얘기하기 전에 사과할 시간을 줬어야지. 내 마음이 더 불편하잖아. "
" 참, 됬다니까. 내가 예민하게 반응 한거야. 내 마음 바뀌기 전에 사과 그만하지. 내가 더 불편해지는데. "
" 미안해, 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지. "
" 예, 알겠으니까 이제 저는 자러가겠습니다, 잘자라 주상. "
민윤기는 내 말에 그저 하하, 하고 웃으며 거실로 나갔다. 멍하니 침대에 걸터앉아 민윤기의 뒷모습을 쳐다보다 그대로 침대로 뻗었다. 상추는 이 곳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그 상황에 내게 이불까지 덮어주고 간 상추를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무거워져 불편했다. 난 그대로 눈을 꼭 감고 생각했다. 더 이상 민윤기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인상추의 말 |
안녕하세요, 독자여러분.. 제가 원래는 어제 올릴 예정이었으나 전날 팬미팅의 후유증으로 몸살이..^^ 그래서 오늘은 조금 찌통을 넣어봤습니다.. |
❤암호닉❤ |
아가야 / 자몽 / 바움쿠헨 / 첼리 / 1205 / 민군추 / 쿠야 / 뫙뫙이 / 고우하이 / 쌍츄 / 복동 / 빠삐코 / 배추 / 호시기호식이해 / 미니미니 / 박짐뿡 / 쓰니워더 / 민슈팅 / 망개 / 채꾸 / 민군주 / 방탄상추쌈 / 한소 / 윤기쌈장 / ㄴㅎㅇㄱ 윤기 / 첸느 / 0103 / 물불 / 민윤기상추쌈 / 시나몬 / 에그타르트 / 탄소1 / 민윤기부인. / 희망별 / 슬비 / 서입구 / 소소 / 또비또비 / 정국이랑 / 유자 / 윤 / 뾰로롱 / 0523 / ♥옥수수수염차♥ / 유월의 봄 / 레드립 / 누텔라 / 쿠마몬 / 꼬르륵 / ♡나닛♡ / 쿠쿠 / 슙프 / 사과 / 깻잎 / 상추척추 / 나의 그대 / Boice1004 / 비침 / 우유퐁당 / 겨울의꽃 / 슙큥 / 오프너 / 작가님 워더 / 노른자 / 아킴 / 미나리 / 030901 / 순대냠 / 휴지는노랑색 / 다래 / 헤네 / 사랑둥이 만약 빠트려 먹은 게 있다면 저를 매우 치시고 댓글로 남겨주세요ㅎ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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