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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 11. 우리동네 반상회 ]
모처럼 쉬는 황금같은 휴일, 요즘 일에 찌들어 사느라 장난아니게 폐인이 되었지. 근데 상추 얘는 낮부터 왜이렇게 활발하게 집 안을 걸어다녀? 문뜩 든 생각이지만 걸어다니는 상추가 집 안에 있는 걸 보면 상추가 오고 1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신기하긴 하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존재라고 해야하나?
" 야, 주상아. 너는 집청소라는 걸 모르냐? 맨날 집이 거지꼴이야, 아주. "
" 네가 회사가서 일 해봐. 회사 갔다와서 오랜만에 쉬는 휴일인데 나를 그렇게 닥달해야겠어? "
" 아니 그래도 말이야. 여자인간이라는 생물체가 아무리 더러워도 설거지를 이틀이나 밀어놓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 해? "
" 야, 너 은근히 성차별하네. 여자인간은 그러면 안되고 남자인간은 그래도 되나? 너 어디가서 그러면 욕 먹는다. "
" 지금 너 청소하기 싫어서 트집잡는 거 다 보인다, 이 게으른 인간아. "
" 아, 알면 좀 조용히 있어. 진짜 맨 몸으로 히말라야 등반시키기 전에. "
" 웃기고 있네. 근데 이거 이거 미안해서 어쩌냐, 오늘 내 친구들 여기서 모이기로 했는데. 얼른 집을 치우는 편이 좋을 듯 하지 않냐. "
쟤 지금 뭐라는 거야, 설마 그 채소친구들이 여기서 또 반상회 비슷무리한 걸 한다는 거? 그래.. 아까부터 왠지 집 안을 휩쓸고 다니시더니.. 아니, 무슨 아줌마들이야? 왜 이렇게 자주 모여. 그 빨강이 아니 지민이 데리고 온지 얼마나 됬다고 또 모인대. 또 내가 자기 친구들 때문에 황금같은 주말에 청소를 해야하는 이유는? 이런 상황을 한마디로 딥빡이라고 하는거지?
" 들어나보자, 몇 시에 오는데? "
" 지금으로 부터 한 50분 뒤? "
" 미쳤어? 미리 말하던지! 지금 장난해? 아, 진짜 저 걸 어떻게 하지. "
" 내가 아까부터 일어나서 청소하라고 했잖아, 그 때 했으면 시간 10분은 단축 했겠다. 아 그리고 나 지금 걔네들 데리러 갔다와야 돼거든? 잘 부탁한다, 주인상추. "
" 야, 야! 미친.. 저거 진짜 들어오기만 해봐라. 진짜로, 어? "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이 고무장갑을 꼈다. 아, 오늘이 주말이 아니라 지옥이구나. 저 상추새끼 때문에.. 결국 나는 초고속으로 설거지를 끝낸 후 욕을 중얼거리며 집 안을 빠르게 스캔했다. 막무가내로 널려져있는 빨래들을 대충 걷어 안방으로 쳐넣고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이니 얼마 지나지않아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또 어떤 몽총이를 데리고 왔을지 기대가 되어 돌아가실 지경이다.
???
아니 도대체 몇명을 부르신거야, 4명..? 아니 4명이라고? Four? 넷? 사? 이 넓지 않은 집구석에 4명이 들어온다 이것이야? 상추주제에 친구는 또 더럽게 많다. 익숙한 김태형과 박지민이 보이고 그 뒤에는 새로운 얼굴이 하나가 보였다.
이게 진정한 헬이구나..하하하! 손님들 가고 보자 썅추야.
[ EP 12. 우리동네 반상회 2 ]
" 누나! 우리 얼마 전에 봤죠. 흐헤, 윤기 형이 좋아하는 주인누나. 오늘은 같이 재밌게 놀아요! "
" 안녕! 바보 주인 나도 왔어, 나 알지. 내가 이 집에 제일 처음으로 온 손님인 걸로 아는데. "
" 어, 그래. 둘 다 안녕..^^ "
애써 웃으며 대답했지만 이미 내 머릿 속에서는 저 썅추를 어떻게 처리 할지 그 생각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 쟤도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겠지 그러니까 저렇게 눈치를 보겠지.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거실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어딜 가려고, 이 새끼가. 나는 눈을 반달로 접고는 지나가는 민윤기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 미뉸기, 느 미츤냐. 츠 마즐르? " ( 민윤기, 너 미쳤냐. 쳐 맞을래? )"
" 으으, 이그는 노크 믈하지? 미은하드그, 느도 이르케 므니 오는즈 몰릈즈.. 드층 인스믄 하그 들으그믄 드즌아. " ( 아아, 이거는 놓고 말하지? 미안하다고, 나도 이렇게 많이 오는지 몰랐지.. 대충 인사만 하고 들어가면 되잖아. ) "
끝까지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지만 민윤기는 자기 할말을 끝낸 뒤, 보란듯 웃으며 거실로 따라들어간다. 하, 진짜 저 새끼.. 도움 안되는 색히.. 내가 마음 속으로 민윤기를 씹고 있을 때, 나머지 한 명이 연달아 들어왔다.
" 안녕하세요, 윤기 맡아주시는 분이라고 들었어요. 저는 태형이랑 지민이 데리고 있는 김석진이라고 합니다. "
아니 잠시만, 이 분이 얘네 주인이라고?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아니라? 아니 정말로 이건 신의 선물이 분명해. 내가 당하고 있는 걸 어찌 아시고.. 시X!!!!!!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 감사합니다!!!
" 아하, 그러시구나^^ 다른 친구들 주인분은 제가 또 처음 봰거라서 하하하^^ 따로 뭐 준비를 못했네요*^^* "
" 아, 괜찮습니다. 그럼 실례 좀 하겠습니다. "
지금 나한테 웃어준거지? 그치? 난 이제 그만 죽어도 좋다..^^ 아, 그래도 민윤기가 양심이 있긴 있나보네, 나한테 선물도 주고. 저런 꽃미남을 내려주시다니, 다시 한번 상추를 주워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흐흐, 웃던 나는 다들 거실에 앉아있는 걸 보고 안방 쪽으로 걸어갔다. 이제 나는 인사 끝났으니까 방으로 들어가도 되는 거 겠지.
" 바보주인, 어디가? 같이 놀자. "
" 맞아요, 누나.. 지민이랑 같이 논다면서요.. "
" 음, 미안해. 나 처리해야 될 일이 있ㅇ, "
" 그러지말고 조금만 앉아 있으시다가 들어가시지, 그래도 놀러 온 입장에 집주인이 안계시면 섭하죠. "
" 그럼 그럴까요? 하하하하..^^ "
김태형.. 어떻게 알았지, 눈치 하나는 겁나게 빠르네. 나는 우리 꽃미남 석진님의 부탁의 결국 못 이기는 척하며 거실에 자리했다. 맞은 편에 앉아서 눈으로 겁나 레이저 쏘는 1인 제외하고는 아주 단란하고 화목한 분위기다. 박지민과 김태형은 둘이 장난치느라 정신이 없고 난 석진씨와 단 둘이.. 이야기 하려 했으나, 왠일인지 움직이지도 않고 삐딱한 표정으로 나를 째려보는 민윤기 덕에 셋이서 어정쩡하게 앉아 있었다.
" 민윤기 너도 쟤네랑 놀아. 여기 앉아 있지만 말고. "
" 됐거든, 내가 애냐? 쟤네랑 저러고 놀게. "
" 참, 누가보면 진짜로 한 70세는 되신 웃어른인지 알겠다. 주인들끼리 얘기 좀 하려는데, 꼭 끼여가지고는. "
" 나 있으면 말 못하시나? 나 가면 둘이 뭔 짓을 하려고. "
" 뭐? 오늘 처음 본 사이랑 내가 뭘, 아니 내가 쟤네 주인이랑 뭐하겠어! "
" 봐, 또 기대했네. 참 이상한 여자야. "
" 닥쳐, 민윤기. 아 저 석진씨 안 불편하세요? "
" 하하, 전 괜찮아요, 그냥 얘기 하면 되죠. 저 이름이..? "
" 아아.. 이름을 말씀 안해드렸구나, 저는 독상추라고 합니다! "
" 아 독상추씨, 맞아요. 저번에 지민이가 한번 말했었는데 제가 기억을 못했네요. "
" 지민이가요? 지민이가 제 얘기를 왜.. "
" 잠시만요, 놀라지 마세요. "
그 때, 놀라지 말라며 석진씨가 나를 끌어 당겼고 나는 얼떨결에 석진씨 품에 안기는 자세가 되었다. 어우, 아주 여자를 한 두번 갖고 놀아본 게 아니구만. 나는 그의 품에 안겨 맞은 편에 앉은 민윤기의 표정이 썩어 들어가는 걸 실시간 3D로 볼 수 있었고 민윤기는 뭐하냐며 우리를 향해 소리치듯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내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 지민이는 윤기가 상추씨 좋아한다고 하던데요, 요즘 들어 사소한 거에 되게 질투 많이 한다길래 저도 질투유발 한번 해보려고 한건데 놀라셨으면 죄송합니다. 금방 놔 드릴게요. "
민윤기는 절대 날 좋아하지 않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나를 겁나게 깔본다. 그것보다 내가 놀란 이유는 지금 현재 내가 오늘 처음 본 남자의 품에 안겼다는 거, 그 사실 때문이다. 그 때는 온 몸이 굳어 민윤기의 표정이든 뭐든 내 앞가림이 필요한 상태라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석진씨가 나를 바로 놔주었으나 한참동안 내가 벙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석진씨가 다시 한번 가까이 와 내 표정을 살폈다.
" 어, 상추씨 엄청 놀라셨구나. 죄송해요 제가 괜한 짓을 했네. "
" ..아 아뇨! 그냥 여러가지로 놀라서.. 아 그리고 민윤기 쟤 저 안좋아해요, 쟨 질투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제가 가만히 있는 걸 못 봐요. "
" 아 그렇구나, 다행이네요. "
" 네? "
" 아니에요, 신경 안쓰셔도 되요. 어, 잠시만요. 저 잠시 바깥에서 전화 좀 받고 올게요. "
" 아 네! "
겨우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석진씨가 나간 뒤 그제서야 보이는 민윤기의 표정. 말 그대로 아주 가관이다. 저 상추는 지가 지 친구들 데리고 와 놓고는 왜 저런데. 하, 한숨을 내쉬며 민윤기를 쳐다보니 한다는 말이.
" 처음 본 남자랑 뭘 하냐면서 우기던 여자는 어디가셨어. "
" 아, 이건 내 고의가 아니잖아. 그리고 너야말로 왜이렇게 예민해. "
" 여자가 아무한테나 막 안기고 그러는 거 보기 싫으니까 그러지. "
" 그래? 그러면 앞으로 맨날 남자 품에 안겨야겠는데.. "
" 미쳤나, 이게. 아 몰라 니 마음대로 해. "
저러곤 안방으로 들어가버리는 민상추. 손님은 자기가 불러놓고 이게 뭐하는 짓이래. 쟤는 항상 불리하면 안방에 들어가서 쏙 숨더라? 여튼 진짜 이상한 인간, 아니 상추야. 오늘이 상추랑 지낸지 얼마나 됐더라.. 35일이니까, 한달하고 5일째?
[ EP 13. 여기 술주정뱅이 처리해주세요 ]
그 날, 석진씨는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갑작스러운 상사의 호출로 전화를 끊자마자 빠르게 박지민과 김태형을 데리고 대충 인사를 전한 뒤 가버렸고 그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을 편히 쉴수가 있었다. 나에겐 다행이지만 석진씨는.. 직장인의 비애다. 행복한 시간은 빨리간다더니.. 어느새 월요일이 되었고 나는 또 지옥으로 출근을 했다. 새로 온 팀장은 왜 그렇게 나를 못 갈궈서 지랄인지 모르겠으나 오늘 하루 나를 아주 알차게 괴롭혔다. 기껏 보고서를 다 쓰니 회의 내용의 핵심대로 다시 정리해오라고 하지를 않나, 나 혼자만 9시까지 야근을 시키지를 않나... 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고 집에 들어오니 평소 같았으면 TV를 보고 쳐웃고 있어야 할 썅추가 식탁에 앉아 혼자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쟤는 또 왜 저기서 자고 있어.
" 야, 너 여기서 뭐해. 잘 거면 방에 들어가서 자. "
" 독상추 , 왜 이제 와, 왜 이제 오냐고.. 내가 밤길 위험하다고 했지.. 어? "
" 얘가 미쳤, 아 술냄새.. 민윤기 너 술 마셨어? 우리 집에 술도 없는데 어떻게, "
"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독상추, 왜 늦었냐고. 내가 여자가 밤 늦게 다니면 안된다고 했어, 안했어. 하, 이제 내 말이 말 같지가 않냐. 나 울어? 진짜 운다고. "
" 야, 진상아.. 화내기 전에 헛소리 그만하고 자러 가 빨리. "
" 헛소리이? 내가 왜 늦었냐고 묻잖아, 왜 늦었냐고. 그게 헛소리냐. 어? 내가 진짜로 네가 가다가 누구 이상한 놈팽이한테 잡혀간 줄 알고.. "
어머, 어머. 얘가 미쳤나봐. 얘 지금 우는 거? 술처먹고 우는 거 만큼 진상도 그런 개진상이 없는데. 얘는 뭐야, 네가 개냐? 진짜 네가 내 동생이었으면 바로 팼다. 아, 얘 진짜 이렇게 두다가는 식탁에서 뻗을텐데. 아니 그러게 왜 맞지도 않는 술을 먹어서는 주인을 이렇게 힘들게 해. 내일 일어나면 보자.
" 야!!!!!! 독상추, 너 저번에 그 김석진 그 새끼랑 내 앞에서 어? 껴안고 어? 아주 좋아 뒤지더라!!!!! 그렇게 좋았냐!!!! "
" 아, 자자.. 제발.. 내 소원이야.. 제발 자러 가자고.. "
" 미쳤냐.. 내가 너랑 왜 자, 나 너랑 안잘거야.. 안잔다고! "
" 민윤기, 아니 민폐윤기 새끼야! 좋은 말로 할 때 자라고, 자. 너 혼자서 자라고!!! "
" 뭐? 밀폐용기? 죽는다!!!! 나 밀폐용기 아니거든!!!!! 나 상추라서 밀폐용기 들어가라고 하는거냐? 나 죽으라고 그러는거냐고!!!!! "
진짜 저 상추 좀 어떻게 해주실 분? 이젠 개소리까지 하는데. 야, 임마. 너 반인반상추라고.. 반인반개 아니라고 왜 개소리를 해.. 얼씨구, 춤까지 추신다 이걸 진짜 찍어 말어. 안그래도 오늘 피곤해 죽겠는데 저거 까지 케어해야 된다니. 그럴리 없어.. 그럴리가 없다고.. 저 민폐상추랑 지낸지 1달하고도 2주가 다 되어가는데, 진짜 쟤는 적응할 틈을 안준다. 미친 게 분명해.. 저 대신 쟤 좀 케어 해주실 분 구합니다.
[ EP 14. 홍대 버스킹남 ]
어제 회사에서 엄청 깨지고 집에 왔더니 또 미친 상추가 술먹고 난동피우고, 진심 그걸 어떻게 참았지. 나 정말 대단하다. 상 줘야 돼 진심으로.. 그러고 그 민윤기가 아니라 민폐윤기는 어떻게 됐냐고? 자기 혼자 난리치다가 다행히 거실바닥에서 뻗어서 이불이랑 베게 던져주고 나는 방에 들어와서 머리가 닿자마자 잤음. 거기다 그 덕분에 내가 늦잠을 자고, 그것도 40분이나. 이게 다 밀폐용기 때문이야. 나 빨리 출근해야 되는데 일어나지는 않고 숙취에 빠져서 허우적 되고 있다. 야, 일어나. 나 이제 출근 해야된다고, 한번만 더 깨우고 진짜 간다.
" 야, 일어나라니깐. 뭐야, 땀은 왜이렇게 흘려. "
너무 안 일어나길래 가까이가서 살펴보니 이마에 식은 땀이 비 오듯이 흐르고 있다. 혹시나 해서 이마에 손을 올려봤더니 달궈진 쇠꼬챙이 같았다. 하 술병까지 났다 이거지, 나는 체념하며 오늘은 안되겠다 싶어 새로온 그 싸가지팀장에게 연락했다. 오늘은 몸살이 나서 결근 해야할 것 같다고, 전화기 너머에서는 왠지 모르게 욕이 들리는 것 같았지만 어제 충분히 겪어본 사람이기에 그러려니하며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민윤기에게 뭐라도 해줘야 할 것 같긴한데. 나는 한 숨을 쉬며 옷을 챙겨 입었다. 약국 들렸다가 죽이라도 사와야지.
" 민윤기 나 다녀올게. "
" .. 야, 어디 가. "
" 뭐야, 일어났어? 너 어디 아파. 약이랑 죽 사올게. "
" 나 괜찮아 좀 쉬면 다 나을거고. 근데 너, 출근 안 하냐. 지금 9시 넘었는데. "
" 이미 오늘 못간다고 다 얘기 했어, 그러니까 그건 신경쓰지 말고 너 기다려 죽 사올테니까. 그래야 약 먹지. 나 다녀올게. "
" 됐다니까, 어디가지말고 집에 있어. "
" 왜.. 그래도 약은 먹어야지. "
" 나 물 조금 마시고 하루 지나면 괜찮아져. "
" 어? "
" 벌써 까먹었냐, 나 인간 아니고 상추잖아. 너희랑은 달라. "
" 지금 웃어도 돼? 웃으라고 한 말이지. 너 어제 술먹고 뻗은 건 기억나? "
" 내가 어제 술을 먹고 뻗었다고? "
" 발뺌 할 생각 하지 마세요. 어제 민폐윤기라니까 밀폐용기라고 하지말라고 엄청 화내셨잖아요, 도대체 어제 술은 어디서 구하셨어요. "
" 알았으니까 쪽팔리는 얘기 하지말고. 아, 이게 다 김남준 그 미친놈 때문이야. "
" .. 김남준? 그게 누군데. "
" 있어, 여자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옷 좋아하고. 패션이 장난이 아니야. "
" 헐, 네 친구들 다 순박하고 애기들이고 그런 거 아니였어? "
" 미안하지만 다 그렇지만은 않네요. 김남준 버스킹하고 다녀, 홍대에서. 너 버스킹이 뭔지 아냐? "
" 지금 나 무시하냐, 나 아이큐 겁나 높거든. "
" 김남준보다 높겠냐, 김남준은 사람이 아니야. "
" 웃기고 있네, 뭐 상추 주제에. "
" 걔는 상추가 아니라 내 친구 중에서 유일한 반인반수. "
" 헐, 반인반수라고? "
" 그래, 그리고 걔 여자도 잘 꼬시거든. 여자인간들이 사족을 못쓰지. "
" 진짜 걘 정체가 뭐야. "
" 모르지, 평범한 놈이 아니야. 아 그리고 주상. 나 말 많이 하니까 목 아프다, 물 좀.
" 그 쪽 인간이랑 달라서 안 아프시다면서요. 너 감기 걸린 거 맞지? 맞네. "
" 됐고. 집에 감기약 없냐, 너 그런 거는 안 키워?
" 진짜 나 애 하나 키우는 기분이거든? 너 하나로도 충분해. 잠시만 기다려봐, 약 가지고 올테니까. "
" 역시 주상은 날 너무 좋아해서 탈이지, 안해주는 척 하면서 잘 해주고 다 해주고.
민윤기의 말을 들으니까 갑자기 몹시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그렇게 패왕색이냐. 그 얼굴 좀 보고 싶네. 얼마나 대단한 반인반수면 여자들이 사족을 못쓰고 패셔니스타인데다 머리도 좋고 나도 어디가서 머리 좋다는 걸로 빠진 적 없는데 걔는 무슨 천재야 뭐야. 상추랑 지낸지 1달하고도 반. 정말 손 많이 가는 상추다.
아프지마, 절대. 니가 아픈 것 보다 내가 너무 힘들어 상추야.
[ EP 15. 마트가자, 상추야 ]
" 쌍추, 나랑 장 보러가자. "
" .. 어디가자고? "
마트 가자고, 쟨 왜저래. 못 알아들은 것 처럼. 갑자기 표정이 싹 굳더니 내 눈길을 피하는 상추 때문에 마트에 갈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어서 짜증이 점점 차오르기 시작했다. 저게 진짜.
" 너 혼자 갔다와. 난 안 가. "
" 왜, 나 혼자 들기 무거운 것도 많아. "
" 아 몰라, 어쨌든 난 못 가. "
" 설마 뭐 살아있는 물고기가 무섭고 그런 애기 같은 이유는 아니겠지? "
" 누가 그런 걸 무서워 한다고. 참 나 어이가 없네. 가자 그럼. 가! "
난 분명히 들었다. 잘난 척, 절대 아닌 척하는 표정과 상반되게 미세하게 목소리가 덜덜 떨리는 걸. 쟤가 그런 걸 무서워한다 이거지? 뭐 자기가 상남자인 척은 다 하더니. 그냥 겁많고 애 같은 상추일 뿐이네. 난 웃으며 민윤기와 함께 마트로 향했다.
" 민윤기, 저거 봐. 귀여운 생선이다. "
" 아, 그런 쓸데 없는 걸로 나 부르지 마. 빨리 살거나 사라고. "
" 나 저 생선 살거야, 왜. 설마 무서워? 아까 안 무섭다며. "
" 아 그럼 빨리 사던가. 빨리 빨리 해. "
10분 째 생선코너 앞에서 민윤기를 놀리고 있다. 맞네 생선 무서워하네. 우리 집에 오고 난 뒤로 처음보는 민윤기의 귀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두둥실 올라갔다. 귀여운 것, 그래. 자고로 애완상추는 귀여워야지. 야생의 상추가 아니라 애완상춘데. 아 더 재미있는 게 생각났어
" 아 맞다. 나 그거 사야 되는데. "
" 또 뭐. "
" 밀폐용기. "
" 야, 장난하냐. "
민윤기도 처음에는 화난 듯 보였으나 자기도 웃긴지 그냥 웃어버렸다. 마트에서 카트 끌면서 이렇게 재밌던 적은 처음이야. 하, 눈물이 찔끔 나올만큼 웃다가 왠지 본분을 망각한 것 같아 최대한 스피디하게 살 물건들을 카트에 밀어넣었다.
" 야 윤기, 저기 있는 거 좀 담아. "
" 어? 어. "
" 저것도 담아. "
" 그래. "
" 저기 저어어 쪽에 있는 거 보이지, 저것도 카트로 좀. "
" 근데 너는 왜 안움직이냐. "
" 그냥. 일단 저거 가지고 오세요^^ "
" 내가 많이 참는다. "
꽤 재밌는 장보기였다. 민윤기의 처음 보는 귀여운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고. 그 순간에는 민윤기가 상추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물만 먹고 사는 상추치고는 힘도 꽤 좋다는 걸 알았다. 일주일치는 산 음식재료들도 한 손에 휙 휙 들고. 마트에 다녀와서는 오늘 너무 웃고 떠들어서 그런지 우리 둘다 집에 들어오자 마자 바닥에 뻗어버렸다.
" 아, 오늘 민윤기의 약점을 알았다. 생선 앞으로 자주 사야겠어. "
" 장난하냐. 지금. "
" 장난 안하는데요. 생선을 무서워하는 밀폐용기씨. "
" 근데 밀폐용기 진짜 내가 했냐, 아니지. 네가 장난치는 거지. "
" 믿고 싶은대로 믿으세요, 밀폐용기씨. 아 그리ㄱ, 야! 옷 화장실에서 갈아입어야지. "
" 뭐 어때서. 음란함은 마음 속에 있는 겁니다. 독상추씨. "
" 됐거든요, 내가 방에 들어가고 말지. "
나는 깜짝 놀라 곧바로 안방으로 들어왔다. 상추는 원래 쪽팔리는 것도 모르나. 상추랑 지낸지 딱 50일 째다. 피곤하지만 재밌는 하루였다고 해야하나.
여러분, 앞으로 상추와 마트에 가실 일이 생기신다면 무조건 생선코너로 가세요. 신비한 경험을 선물 해드릴 겁니다.
주인상추의 말 |
안녕하세요 독상추 여러분들! 포인트가 갑자기 10P가 되어버려서 놀라셨죠ㅜㅠ 사실 이번 화는 분량을 엄청나게 뽑아버려서 양심없이 5P를 올려버렸어요 이해해주세요 여러분께 좋은 글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그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코믹물이 소재가 떨어지면 분량이라도 길어야죠.. 재미가 없으니까ㅠㅠㅠㅠㅜㅠㅠ포인트가 아깝지않게ㅠㅜㅜㅠㅜ 그래도 신알신 등록 해주셔서 바로 튀어와주시는 독상추분들 덕분에 너무 행복해요 저는ㅠㅜㅠㅜㅠㅜㅜㅠ 진짜 감사하고 암호닉분들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 아 그리고 댓글 하나하나 못달아드렸지만 다 읽고 있어요☆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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