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변했다.
원래는 내 목소리가 듣고 싶다며 몇 번이고 계속 먼저 전화를 걸어왔던 그였는데,
요즘들어 항상 내가 먼저 전화를 하게 되는 것이 정말 쓸쓸하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가 제발 전화를 받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내가 한심할 정도다.
"받아, 받아. 제발 받아."
오늘도 신호음이 꽤 길게 늘어지고 나서야 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왜."
"...석진아."
전화를 받자마자
왜.
그 짧은 한마디에 억장이 무너졌다.
나는 그것마저 애써 웃어 넘기며 그와의 통화를 이어가려 노력했다.
"뭐해? 바빠?"
그런 내 노력을 한순간에 짓밟는 그였다.
"나 피곤하니까 끊자."
2. 민윤기
"윤기야, 오늘 뭐할까?"
"몰라."
"그럼 우리 영화 볼까?"
"그러던지."
애써 무안함을 감추고 그를 영화관으로 이끌었다.
"뭐 볼래?"
"몰라, 네가 알아서 해."
"..윤기야, 너 정말."
예전과는 달리 전혀 협조적이지 않은, 차가운 그의 모습에 서러워졌다.
그래도 그와 오랜만에 하는 나름 데이트인데,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꾹 참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스크린만을 응시하는 그.
나는 영화에 슬픈 장면이 나오는 틈을 타 꾹 참았던 서러움을 분출해버렸다.
영화가 끝나고 힘겹게 웃어보이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윤기야, 영화 괜찮았어?"
"아니."
애써 털어버렸던 그 서러움은 더 무겁게 나를 짓눌러왔다.
3. 정호석
"어디야?"
"..집."
"집이 왜 그렇게 시끄러워."
"..."
"너 집 아니지? 너 술 먹지."
"너, 잠깐 기다려봐."
이내 주변의 시끄러움이 잦아들었고, 그의 굳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하지 말랬잖아."
"..그게,"
"왜 친구들이랑 있는데 전화해서 분위기를 깨?"
"친구들 만난 건 좋아, 근데 호석아. 너 나한테 집에서 잔다고 했잖아."
"내가 일일이 너한테 다 보고하고 다녀야 해?"
"..뭐라고."
"다시 전화하지 마, 짜증나니까."
그는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4. 김남준
"추우니까 들어가서 따뜻한 우동이나 먹을까?"
비도 내리고, 바람도 많이 불길래.
얇은 코트 하나만 달랑 걸치고 나온 그가 걱정이 되어서
그를 새로 생겼다는, 친구들이 맛있다고 가 보라고 했던 우동집으로 이끌었다.
우산을 털더니 가게 안으로 먼저 들어가 구석진 테이블에 앉는 그.
나도 우산을 접고, 그 바람에 빗물이 묻어 축축해진 손을 문지르며 그에게로 다가섰다.
"뭐 먹을래?"
"난 생각 없으니까 너나 먹어."
비참해지는 내 모습에 주먹을 꼭 쥐고, 애써 우동 두 개를 주문했다.
우동이 나왔고, 따뜻한 우동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지만,
그는 먹을 생각조차 없는 듯 보였다.
"다 먹었으면 가자."
아직 다 먹지도 못한 나를 알면서도, 귀찮다는 듯 내뱉은 그의 말에,
입맛이 뚝 떨어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바닥까지 뚝 떨어진 비참한 내 자존심도 나는 함께 버렸다.
5. 박지민
"내가 잘못했다고 했잖아."
"..지민아, 너 그게 지금 잘못한 사람 태도야."
내 친구가,
그와 다른 여자가 함께 손을 잡고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속상하고 화가 나는 건 난데, 도리어 자기가 화를 내는 그.
누가 잘못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화를 낼 힘도 남아있지가 않아서,
그에게 투정부리듯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나 정말 힘들어. 속상하고."
아무 말 하지 않고, 감정이라고는 담겨 있지도 않은 눈으로 날 응시하는 그.
"지민아, 내 친구는 날 어떻게 생각할까?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랑 바람나도 아무 말 못하는 만만한 여자?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 만나고 다니게 만드는 매력 없는 여자?
그렇게 생각하겠지? 너 때문에."
그 말에 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앞머리를 손으로 쓸어넘긴다.
"사실이잖아."
6. 김태형
그에게 상처받고 그 때문에 울고.
매일 그래도 익숙해지지가 않지만,
그를 잃고 싶지 않아서, 그와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아서.
"나랑 얘기 좀 하자."
정말 용기를 쥐어짜고 마음을 굳게 먹고.
그렇게 그와 마주보고 앉았다.
"무슨 얘기."
"...그러니까 그게,"
"할 말 없으면 일어난다."
핸드폰을 들고 일어서는 그를 다급하게 불러 다시 앉혔다.
"우리. 우리 말야, 왜 이렇게 됐을까."
"우리가 뭘."
"..태형아,"
용기를 내서 내뱉은 내 말도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치부하는 그였다.
"그런 얘기 할 거면 간다. 내가 바빠서."
7. 전정국
아침 일찍 일어나서 머리도 예쁘게 말고, 화장도 예쁘게 했다.
그가 예쁘다고 했던 원피스와 코트를 꺼내 입고,
그가 작년 내 생일날 사줬던 신발을 신었다.
오늘은 바로 그와 나의 500일 기념일이기 때문이다.
"정국아 좀 늦었네!"
'좀' 이 아니라, '많이' 늦었지만, 웃어넘겼다.
좋은 날 좋은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정국아,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미안."
역시나 그는 알지 못했지만, 그것도 웃어넘겼다.
"우리 오늘 뭐 할까?"
"내 친구들 만나볼래?"
500일 기념일에, 500일 기념일에, 500일 기념일에, 그의 친구들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도 그는 나보다 그의 친구들을 더 챙겼다.
둘이 있고 싶었는데.
사담 누르면 펼쳐진대요 (읽어주시면 S2..) |
예 여러분 열흘만에 컴백했습니드.. 왜 늦었냐고 물으신다면 바로 제주도에 있었기 때문이죠.. 뉴스에서 보신대로 비행기도 다 결항되고 해서 제주도에 갇혀있었어요 공항에 노숙하시는 분들 정말 많으시더라고요ㅠ 오늘은 달달하지는 않지만.. 권태기 주제를 신청해주신 독자님이 계셨기에 써봤답니다 주제 신청 감사해요 아아 주제 신청은 항상 댓글로 신청해주시면 됩니당 +댓글 다시고 포인트 돌려받아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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