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보관소
w.1억
솔직히 말해서 수업에 집중이 하나도 안 됐다. 자꾸만 이재욱을 힐끔 보게 됐고.. 그러다 책상 위에 올려진 손을 보고 숨이 턱- 막혀왔다.
우와...대박..손도 저렇게 막 설레게 생겼냐.. 그렇게 계속 옆에 이재욱을 신경쓰느라 수업도 제대로 못 듣고 1교시가 지났다.
이재욱한테 고맙다고 말을 할까 말까 계속 고민을 하다가 몇분만에 고갤 돌려
"저기..!"
했는데... 마침 또 쪽팔리게 이재욱이 어디 가려고 일어난 상태로 등을 돌렸다가 부르니까 살짝 뒤돌아 나를 보는 것이다. 근데 여기서 문제는.
표정에 내가 갑자기 불러서 그런가 '얘가 왜 말을 걸지? 뭐지?'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상하게 시끄럽던 교실이 조용해져서 모두가 나를 본다. 아니.. 이런 관심은 제가 필요하지않습니다..
"아니야..."
너무 수많은 관심에 아니라고 말을 하긴 했는데.. 내 말에 어떤 대답도 않고 그냥 나가버리는 이재욱에 나는 좌절했다. 겉으로 티는 하나도 안 나겠지만.. 나 지금 속으로 울고있다..
엎드려 턱은 책상에 괸 채로 에휴..한숨을 쉬면, 도현이가 공부를 하다말고 다음 페이지로 넘기며 말을한다.
"둘이서 같이 보는 거 불편하면, 인엽이 거 가져가. 얘는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 교과서를 베개로 삼는 자식이라."
"아, 아니야! 어차피 내일이면 교과서 있을 거야! 오늘 학교 끝나면 교과서 가져가라고 하셨거든..교무실에서!"
말 걸어줬따.....하면서 혼자 감동이나 하고있다. 말 걸어주는 게 뭐가 좋다고 차암... 나를 보고있지는 않지만 말 걸어준 게 고마워서 울상을 짓고있는데 도현이가 갑자기 나를 본다.
나도 모르게 너무 반가워서 눈 번쩍 뜨고 도현이를 보면, 도현이가 웃으면서 말한다.
"기분 좋은 일 있어?"
"응? 아니!어... 응!"
"체육복은 샀어? 내일 체육 있는데."
"오늘 끝나고 학교 앞에 문구점 가서 사려고!"
"우리 학교 체육복은 교복점 가서 사야 돼."
"아..?? 교복점? 그게 혹시 어디있어..?"
"시내까지 나가야 돼."
"시내? 아아아..으음.."
"제일 가까운 곳 가려면 시내 미로시장 옆건물 2층에 있거든."
"미로시장...그런 곳이 있어? 암..튼...그래! 알겠..어!"
"아니면..같이 가줄까?"
"오! 진짜? 그럼 난 너무 너무 땡큐고 고맙지!!! 좋다 좋다!!나도 여기 살았어서 대충 길을 알기는 하는데..너무 오랜만이라서.."
"아, 여기 살았었어?"
"응! 근데.. 10살 때까지만 살았어서 막 엄청 기억이 나지는 않고.. 되게 맛있는 음식점은 많더라! 어제 민시가 맛있는 떡볶이집에 데려가줘서 같이 먹었거든!"
"아, 그래..? 떡볶이 좋아해?"
"응! 다 좋은데. 요즘엔 떡볶이가 맛있는 것 같아."
"둘이 엄청 먹으러 다니겠네."
도현이랑 얘기를 하고있는데.. 마침 이재욱이 들어와 자리에 앉는데.. 그와중에 또 눈이 마주쳤고, 나는 급히 피해버렸다.
"……."
이재욱이 오면 나도 모르게 경직 되가지고.. 가만히 있으면, 이도현이 날 보고 웃는다. 하하하 나도 결국 어색하게 웃어버렸다.
점심시간이 됐고, 민시가 자연스럽게 자다가 일어나서는 내게 다가와 가자며 손을 뻗었다. 나는 민시의 손을 잡았고.. 혹시 오늘도 이재욱이 밥을 먹지 않고 가나 싶어서 힐끔 또 보면..
"야 이재욱! 오늘도 우리랑 같이 밥 안 먹냐? 이 배신자!! 너 얼마 전에 축구부 애들이랑 같이 밥 먹는 거 봤다아!! 너 요즘 자꾸 이상해? 우리가 싫어졌으면 싫어졌다고!! 당당히 말하란 말이야!"
"다음주가 경기인데 어쩔 수 없잖아."
"질투나. 경기 나가지 마."
"뭐래."
"그럼 오늘은? 오늘은 왜 우리랑 같이 안 먹어????"
"속 안 좋아. 간다."
"가지 마!!!! 가는 순간 너는 우리한테 짤린다! 어? 넌 버려지는 거야!"
"그러던가."
"야!! 이 자식이! 정도 없나."
이미 나가버렸다.. 너무 아쉬워서 풀이 죽어있다가도 오늘 반찬이 맛있다는 인엽이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민시랑 손 잡고 같이 뒷문으로 가 문고리를 잡았을까.
"……!"
"……."
이재욱이 먼저 문을 열고 들어왔고, 정확하게 나랑 눈을 맞췄다. 역시.. 그 어떤 말도 없이 그냥 지나친 이재욱에 인엽이가 말하길.
"핳하하하! 마음이 바꼈냐? 특별히 오늘만 봐주지!!"
인엽이의 말에 재욱이는 책상 서랍 안에서 무언가 챙겨 말 없이 다시 나가버렸고.. 인엽니는 또 울상을 짓는다.
밥을 먹는데 남자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어제부터 얘네가 지나가면 어찌나 얘네 얘기를 하던지.. 특히나 도현이는 유독 인기가 많았다. 잘생기고 공부까지 잘하고.. 다정하니까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거겠지?
같이 밥을 먹다가도 맞은편에 있는 송강이 맛있는 치킨너겟을 먹지않기에 나도 모르게 힐끔 송강을 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다 먹었는지 숟가락 다 내려놓고 있길래 급히 입을 열었다.
"저기... 강아!"
"……."
"안 먹을 거면.. 나 주라...."
"…다른 반찬 묻었는데."
"괜찮아! 그 정도야!... 그럼 나 이거 다 먹는다?"
"…어."
"아싸..! 고마워!!"
치킨너겟 세개를 가져가 신나게 밥이랑 같이 먹는데. 도현이가 '이것도 먹어'하며 내 밥 위로 치킨너겟 두개를 올려준다.
"와 진짜 고마워. 다들 입맛이 천사네... 난 오늘 배불러서 죽겠다아..크으..."
"……."
"이야.. 왠지 모르게 너한테 고민시랑 같은 냄새가 난다? 너도 돼지냐?"
이 타이밍에 송강이 다 먹었는지 일어났고, 빨리 가야된다는 생각에 허겁지겁 먹으면서 '금방 먹을게'하니, 민시가 강이에게 말한다.
"야 또 먼저 일어나냐? 같이 가. 좀만 기다려라 좀.. 얘 이렇게 먹다가 체하면 어쩔래."
"아냐 아냐!! 나 절대 안 체하는데!"
라고 말을 하긴 했다만.. 강이가 '천천히 먹고 오면 되겠네'하고선 가버렸고, 나는 민시에게 왜 그랬냐며 울상을 짓는다.
나 이런식으로 강이한테 찍히기 싫은데.. 흑흑.. 슬퍼하면서도 밥을 우걱우걱 먹는데. 도현이가 날 보고 웃는다. 그럼 난 허허허- 하고 머쓱한 듯 웃어보인다.
5교시가 되어서 재욱이가 또 왔다. 또 힐끔 보던 나는 이제 너무 대놓고 힐끔 보지 말아야겠다 생각하고 교과서에, 수업에만 집중을 했다.
6교시를 하고 청소를 하고나면 이제 끝이다. 복도 청소를 하고있는데 교실 청소를 다 했는지 빗자루를 들고 도구함에 넣기에 또 힐끔 이재욱을 보았다.
말을 너무 걸고싶은데.. 어떻게 걸까 고민하다가 그냥 들어가버릴까봐 나도 모르게 입을 열어버렸다. '저기!'하면 이재욱이 교실로 들어가려다 말고 나를 바라보았다.
"음...그게..말이지.."
"……."
"어.."
"……."
그래. 처음이다. 이게 좋아한다는 감정인 걸까.,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이 없어서 이 감정을 모르겠어서 말도 제대로 못 걸고.. 하지도 못 하는 내 자신이 한심했다.
근데 확실히 느꼈다. 나.. 이재욱 좋아한다... 얘가 뭐라고 얘 앞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겠냐고.
좋아한다는 걸 인정하고나서부터 나는 더 너에게 말을 못하게 되었다.. 이재욱 앞에 얼어서 가만히 있으면 선생님이 청소 다 했으면 들어오라며 목소리를 내었고.. 결국에 이재욱이 먼저 교실 안으로 들어서면서 상황이 종료된다.
"야 노을~ 가자. 덥지않냐?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을래?"
"어...맞다!!나 오늘 체육복 사러 시내 가야 돼! 도현이가 같이 가주기로 했거든. 같이 가자! 내가 떡볶이 쏠게!"
"진짜? 그래. 나도 같이 갈래. 떡볶이 쏜다면 같이 가야지. 근데 이도현은 웬일이냐.. 도서관 아니면 바로 집 가면서."
민시의 말에 도현이는 말 없이 웃어주었고, 민시가 곧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더니 한참 망설이다가 내게 말한다.
"야 나 못 가겠다."
"헐 왜!!!!!!"
"나 엄마 가게 일 도와주러 가야 돼."
"아..헐 헐 ㅠㅠㅠ같이 가면 좋을 텐데.. 아쉽다..."
"아 노을이한테 떡볶이 얻어먹을 수 있었던 건데."
"호우~"
민시가 뭔 호우야- 하면서 나에게 팔짱을 끼며 도현이에게 말한다.
"정류장까지는 같이 가자."
평소대로 모두가 다같이 정류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여전히 황인엽은 민시에게 장난을 치고, 도현이는 무심하게 보며 웃고, 강이는 말이 없다.
이게 원래 그랬었는 듯 민시도 아무 말이 없다. 나도 이 상황에 익숙해지면 되는 거..구나..
"근데 이재욱..은...?"
"걔는 지금 숙소에 있거나 축구 할 걸? 다음주가 경기라.. 바빠 걔."
"경기 가까운 날에는 숙소에만 있어?? 어제 오늘처럼 수업도 안 듣고?"
"아무래도 그렇지? 경기 끝나면 이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아."
"숙소가 학교에 있는 거지...?"
"급식실 옆에 작은 건물 거기."
"오.."
"뭐야 왜 이렇게 이재욱을 궁금해 해?"
"아니이! 경기 한다니까 신기해서......."
"뭐냐 노을? 뭐냐아?"
아,재욱이가 딱 이 자리에 있었다면 더 완벽했을 텐데.. 다음주가 경기이다 보니까..뭐..
"체육복 너무 비싸... 이 돈으로 밥을 몇끼를 먹을 수 있는 거야."
"근데 너무 큰 사이즈로 산 거 아니야?"
"큰 옷이 편하다보니까.."
도현이랑 체육복을 사고나서 집에 가려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에 미로시장이 궁금해져서 도현이를 힐끔 보니, 도현이가 먼저 눈치를 채고 내게 묻는다.
"왜?"
"나 미로시장 가보고싶어."
"가자."
"시간 돼!?"
"응. 돼."
"헐 헐 헐 헐 근데 여기도 엄청 많이 바뀐 거 아니야??? 8년만에 다 바뀐 것 같아."
"많이 바뀌긴 했지. 여기 맛있는 음식점 되게 많아."
"헐 진짜? 나중에 꼭 돈 모아서 먹으러 와야겠다.. 같이 먹으러 오자!"
"그래. 그러자."
"와 이거 봐. 이거 짱 맛있겠다.. 이거 나중에 먹으러 오자 이거이거!"
"응."
"와 이것도! 이거 먼저!! 와아 와플 맛있겠다 어떡해? 이거 진짜 맛있겠지 그치!!"
"……."
"와.. 진짜 박수.. 이거다 이거다!! 닭꼬치인데 매운 소스가 제일 맛있대. 진짜 맛있겠다..와 진짜 나 침 고였어. 어머어머 이건 또 뭐야! 세상에. 이것도 먹고싶은데??"
"……."
"도현아 이거봐 이건 진짜 더 맛있어보이지."
"그냥 다 맛있어보이는 거 아니야?"
"어떻게 알았어? 나 지금 배고파서 그런가봐."
"배고파?"
"응.. 나 배 안에 거지 사나봐.. 오늘은 뭐 먹고 갈 시간 안 되지? 떡볶이 사주려고 했는데.."
"응. 바로 도서관 가봐야 돼서. 다음에 먹자."
"그으래!"
"ㅎㅎ."
도현이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웃어주었다. 마치 아빠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 왜 여자들이 좋아하는지 알 수도 있었다.
집에 가려고 버스를 타긴 했는데.. 자리가 없어서 나는 앉고, 도현이가 내 옆에 손잡이를 잡고 서있다. 그러다 갑자기 떠오른 게 있다면..
"아, 맞다."
급하게 벨 버튼을 누르면, 도현이가 '왜 그래?'하며 나를 걱정스레 내려다보았다.
"나 학교 들러야 돼. 쌤이 책 갖고가라고 했는데.."
"내일 가져가면 되지."
"내가 성격이 급해서.. 어차피 가는 길이니까! 교과서 반 나눠서 오늘 내일 가져가려구! 나 그럼 내릴게! 도현아 내일보자아!!"
"어?"
"빠빠!!!"
"…어, 내일보자."
내가 마구 손을 흔드니 도현이가 어색하게 나를 보다가도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줬다.
교무실에는 아직 퇴근을 하지 않은 담임 선생님이 나를 보며 웃으셨다.
"까먹고 갔다가 다시 온 거야?"
"하하..네에.."
"자, 이거 다 가져갈 수 있어? 무거운데."
"에이이! 거뜬합니다요!"
"아주 씩씩하네."
담임쌤 말고도 다른 쌤들도 나를 보며 웃었고, 힘겹게 교과서들을 들고 가려고 했을까.. 마침 딱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 온 재욱이와 나는 또 눈이 마주쳤다.
"……."
역시나.. 나를 그냥 지나쳐간 재욱이에 아직도 긴장이 돼서 가만히 서있다가 힙겹게 발로 문을 열려고 했을까..
"어, 코치님이랑 대화 했어. 그냥 가봐."
"네."
"가는 길에 을이 교과서 좀 들어주고 가."
"……."
띠용.... 순간 뒤를 돌아보면 이재욱과 눈이 마주쳤고, 나는 어색하게 하하하- 웃어보였다. 괜찮..은데... 이재욱이 말없이 내게 다가와 내 손에 들린 교과서를 모두 가져갔다.
그러던중에 손이 닿아서 얼굴이 붉어지긴 했다만... 교무실에서 나와서 어색하게 같이 3층까지 올라가면서 나는 앞장서 가는 이재욱의 눈치를 계속봤다.
"저기..."
"……."
"저..어..기..."
세상에.. 나 씹혔어.. 이번에야말로 그냥 날 개무시했다고. 난 좌절했다.
교실문을 열고 내 책상 위로 교과서를 올려둔 이재욱이 너무 무섭고 어색해서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면, 이재욱이 날 바라보며 말한다.
"하고싶은 말이 뭔데."
"어?"
"아까부터 계속 부르고 말 안 하잖아."
"…어..그게.."
"……."
"교과서 같이 본 거.. 그거 고마워서 고맙다고 말하려다가 타이밍 놓친 건..데..."
"……."
"…응."
"그거 말하려고.."
"……."
이재욱이 말문이 막힌 듯 나를 바라보다가 나를 지나쳐갔고, 나는 괜히 한숨이 나왔다. 뭔가 왜 이렇게 망한 느낌인 거냐고...
대화를 더 했으면 친해졌다고 생각하고 좋아해야 되는데. 왜 이렇게 더 어색해진 것 같지.
저녁에는 엄마 심부름을 받아 과일가게로 향했다. 저 멀리서 민시가 부채질 하며 앉아있기에 천천히 다가가 와아아악!! 하니, 민시가 놀란 듯 '미친!!'하고 소리를 질렀다.
"뭐야! 노을 왜 여기있어?"
"엄마가 과일 사오라고 해서. 힘들겠다아.. 언제까지 일 도와드려?"
"10시? 아직 세시간이나 남았어."
"심심하겠다... 내가 자주 놀러올게 >_〈"
"헐 좋지 친구 ㅋ 과일 뭐 살 건데?"
이것 저것 다 고르고선 계산까지 하면 갈 생각이 없이 나는 민시와 서서 얘기를 나눈다. 중간 중간에 손님이 오면 받아주고, 가면 같이 인사하고.. 반복을 하다보면 민시네 어머님이 우릴 보며 웃으신다.
"아, 맞다. 오늘 도현이랑 같이 떡볶이 먹었어?"
"어? 아니? 도서관 가야된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다음에 먹자고 했지! 같이 먹으러 가자."
"이도현 걔가 잘 때 빼고 공부만 하고, 책 읽는 애라서 그냥 돌아다니는 거 되게 보기 드물거든. 희귀한 일이야."
"헐.. 진짜? 그 희귀한 일을.. 내가 이틀만에 겪었단 말이야..?"
"어.대박."
"대애애애애애박."
서로 마주보고 대애애애박만 외치고 있다니. 이것마저도 너무 재밌고 웃겨서 또 웃고있다.
한참 떠들다가 집에 가는 길에 너무 배가고파서 한참 편의점 앞을 서성거렸다. 안 되겠다..하고 편의점 안에 들어가 당장 먹을 것들을 사가지고 편의점 앞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아, 맞다.. 음료수 안 샀다.. 다시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음료수를 고르고 계산대로 오면..
"어!?"
송강이랑 눈이 마주쳤고, 나는 너무 반가워서 환히 웃으며 말한다.
"대박!! 여기서 마주치다니!! 안녕!!"
"……."
"뭐야? 주변에 살아??"
말 대신에 고개를 끄덕이는 송강에 나는 오오~ 하고 송강을 팔꿈치로 쿡- 찌르고선 말했다.
"너도 편의점 음식 저녁?"
"…응."
"그럼 같이 먹자!! 나 요 앞에 테이블에 다 올려놨거든."
"됐어."
"아아아~ 사양 말고! 같이 먹자!"
"……."
"이건 내가 사줄게! 됐지? 딜??"
송강 손에 들린 음식들을 가져다 내 음료수와 같이 계산을 하면, 송강이 어쩔 줄 몰라하며 나를 보았고.
나는 음식들을 챙겨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선 뒤따라 나온 강이를 억지로 의자에 앉히며 말했다.
"솔직히 내가 사줘서 집 가서 먹는다는 말 못 하겠지? 그치?"
"……."
"같이 먹자아.. 솔직히 너무 많기도 했고.."
"……."
"쪽팔려서 그래.."
강이랑 어색한 걸 풀고싶기도 했고.. 사실은 쪽팔린 마음이 너무 컸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근데 여기 주변 어디 살아? 나도 주변에 살긴 하는데."
"……."
"나는 여기서 한 5분? 걸어가면 있는 주택에 살거든. 너는?? 아파트 살아? 아니면 빌라? 주택?"
"……."
"너는 원래 이렇게 말이 없어??"
"…어?"
"괜찮아! 내가 말하면 되니까. 내가 떠드는 거 주특기거든. 나 말 엄청 많아! 재잘재잘."
"……."
"근데 강아, 너는 도현이랑 재욱이랑 인엽이랑 원래 친했었어?"
"…응."
"민시랑은 2학년 돼서 친해진 거야?"
"응."
"오.. 느낌이 왔어. 너네는 진짜 진짜 착한 친구들 같아. 이거 먹어볼래? 이거 짱 맛있어. 아 뜨뜨뜨ㄸ뜨ㅡ!!"
"…됐어."
됐다길래 먹지 마라? 하며 나 혼자 계속 먹다보면 강이도 삼각김밥을 한입씩 먹기 시작했고, 나는 강이를 힐끔 보다가 말했다.
"오늘 도현이랑 같이 교복 사러 시내 갔는데. 엄청 많이 변했더라.. 아, 참! 나 초등학생때는 여기 살았었거든."
"……."
"와 이것도 짱 맛있다."
그 다음부터는 말 없이 계속 흡입만 했는데.. 얼마 안 남기고 배불러서 와악- 하며 배를 문지르자.. 강이와 눈이 마주쳤다. 근데 마치 강이는..
"……."
돼지인가..? 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에 남은 것들을 입에 넣으며 웃으니 송강이 한숨을 내쉰다.
"집 방향이 어딘데? 같았으면 좋겠다! 같이 가게... 아무래도 시간이 늦어서 저 길로 가면 무섭고.."
"우체국 뒷편."
"어! 나도 그쪽 라인 비슷해! 같이 가면 되겠다. 아싸."
다 먹고 테이블을 치우고선 집 방향이 비슷해서 같이 걸어가긴 한다면..
"잠깐 강아! 이거! 이거 어때? 나 동전 있는데. 이거 한 번만 하자."
가는 길에 오락실이 생겼길래 신기해서 한 번만 하자고 했더니 강이의 표정이 영..
"……."
"야아아 강아아아아아!!! 한 번만! 딱 한 번만! 나 저거 해보고싶어! 한 번만!!"
"안 해."
"왜애! 저거 같이하면 재미있는 게임 아니야? 하자! 진짜! 딱 한 번! 마침 오백원뿐이야."
"혼자 해."
"와.. 진짜 너 정도 없어?"
"……."
"송강!!!!"
내 말을 무시하며 그냥 가버리는 송강.. 너무 하고싶은 나머지 강이의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져도 강이는 그냥 나를 질질 끌고.. 갈 길을 갈 뿐이다.
비하인드
…도서관을 갔다가 집 앞에 도착한 도현은 대문 앞에 누군가가 전단지를 붙이고 있자, 귀찮은 듯 그 사람을 멀리서 멀뚱히 바라본다.
"……."
엄마 또 화내시겠구만.. 중얼거리며 문에 붙여진 전단지를 떼어내고선 버리려던 도현이 멈칫하고 한참 전단지를 본다.
방에 들어 온 도현이 책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서 씻으려고 옷을 챙겨 방에 있는 욕실로 들어가려다가 곧 뭔가 까먹었다는 듯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책가방에서 문제집을 꺼내 그 사이에다가 문 앞에 붙여져있던 맛집 전단지를 끼워넣고선 닫더니 뿌듯한 듯 웃음을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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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