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보관소
w.1억
왜 이렇게 더운 거야.. 학교 올라오다가 더워서 죽을 뻔 했네.
복도를 지나 교실문을 열었을까..
"을아!"
"어??"
뒤를 돌아보니 도현이가 내 가방에 걸려있던 인형이랑 똑같은 인형을 들고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어어? 하고 손을 보면..
"어? 내꺼랑 똑같은 인형이다. 내 가방에 있거든! 짠! 봐봐!"
"네 가방에 있던 건데?"
"…어? 에??? 뭐야 진짜네?"
"고리 망가졌더라. 또 달지 말지 가방에 넣어. 또 잃어버린다?"
"…허얼..고마ㅇ.. 뭐야 어디 가??"
"출석부 가지러."
웃으면서 급하게 가는 도현이를 보며 나도 웃음이 나왔다. 도현이는 역시 착해..
"없어.."
분명 어제 재욱이랑 같이 교과서 두고.. 체육복을 사물함에 넣어놨었는데.. 물론! 빈 사물함에 넣어놓긴 했다만.. 그게 없어졌다.
"원래 빈사물함에 넣어두면 누가 가져가긴 해. 아니면 네가 다른 사물함에 넣어둔 거 아니야? 잘 찾아봐."
급한대로 빈 사물함이란 사물함들은 다 열어보는데..
"없어.."
"도둑 맞은 거네.. 이도현. 오늘 아침에 제일 먼저 왔지? 혹시 못 봤어?"
"글쎄.. 오늘은 늦게 와서 모르겠네."
어떡하지.. 벌써 종은 쳤고.. 얼른 운동장으로 나가봐야되는데. 일단 가자는 민시의 말에 결국엔 풀이 죽어서 운동장에 나오긴 했다만.
"너! 김지연한테 고백 받았다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진짜야? 어? 진짜야? 거짓말이지? 아니 그래서? 받아서? 어떻게 했는데."
"뭘 어떻게 해."
"설마 받은 거야? 이 나쁜자식! 친구의 전여친이랑 사귀는 게 말이 돼?"
"뭐라는 거야."
"이재욱!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진짜 실망이다."
"어휴.."
"아니 근데.. 언제부터 너 좋아했대?"
"내가 어떻게 아냐.."
"안 물어봤어?"
"왜 물어봐. 그걸."
"…하.."
재욱이가.. 운동장에 있다. 체육 수업을 같이 들어려는 모양이다.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대충 인엽이랑 사귀던 애가 재욱이한테 고백을 했다는 것 같다.
다들 잘생겼으니까.. 끄덕끄덕 하고있으면 민시가 왜 끄덕끄덕 하냐고 묻지만, 나는 바로 고갤 저었다.
체육 선생님이 오셨고, 출석부를 부르다가 내 이름을 부르자마자 놀란 듯 내쪽을 바라본다.
"전학생이네?"
"네에......"
"뭐야 체육복 안 샀어?"
"샀긴 했는데.. 잃어버려서요..!"
"잃어버린 건 본인 책임이니까. 벌점 줄 거야."
안 돼애.... 벌점이라니.. 나름 공부도 하고 벌점따위는 먹어본 적도 없는 나는 벌점이란 소리에 무너지고 만다.
그래도 내가 관리 못 한 게 잘못이니까. 인정하고 열심히 수업을 들으려고 하긴 하는데. 하필이면.. 뜀틀이다. 한명씩 한명씩 하기 시작하고, 나는 맨 마지막이라서 긴장이나 하고있다.
"노을."
내 차례다. 벌써? 치마를 입고 할 수는 없으니, 하지 말아야 되나..싶다가도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으면..
내 앞으로 남자 체육복 겉옷이 보인다. 고갤 돌려 보면, 한참 큰 이재욱이 나를 내려다보고있다.
"어..? 왜..?"
"허리에 묶고 하라고."
"…아."
"……."
"고마워!!"
웃음이 나왔다. 이재욱이 처음으로 나한테 말 걸어줬어. 특히.. 자기 옷까지 빌려주고 말이야.
기분이 너무 좋아서 허리에 묶고선 바로 뜀틀을 넘는데. 제대로 못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너무 좋아서 쪽팔린 건 벌써 잊어버렸다.
"고마워! 잘 썼어."
먼저 말까지 걸어주고 빌려주고 그러니까. 말 거는 게 왜 이렇게 쉬워진 거지.. 그리고 웃음까지 계속 나오게 됐다.
체육이 끝나고 민시랑 같이 매점에서 음료수를 샀다가 교실로 가고 있었을까. 저 멀리 효섭오빠가 보였다. 학생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지나가는 효섭오빠가 나를 보았고..
내가 웃으면서 '안녕!'하면, 조금 당황스러운 듯 나를 내려다본다.
"뭐야? 기분 되게 좋아보이네."
"맞아! 기분 엄청 좋아. 아, 옆에는 고민시!"
"안녕. 자주 봤던 친구라서 얼굴은 알아."
'안녕하세요'하고 민시가 어색하게 인사를 했고, 효섭오빠가 말하길
"엄마가 내일모레 몇시에 가야되냐고 물어보시더라고. 아줌마한테 여쭤보고 연락 줘."
"응. 알겠어."
"그리고 너 웃고있으니까 무서운 거 알지?"
"뭐??"
"또 보자."
"-_-."
효섭오빠가 내 머리를 쓰다듬고선 갔고, 여학생들이 다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민시도 느꼈는지 주변을 둘러보다 내게 말한다.
"저 오빠가 이렇게 다정한 사람인지는 또 처음 알았네."
"에? 이게 다정한 거야?"
"응. 저봐 3학년 언니들 눈 돌아간 거 안 보여? 너 찍힌 거 아닌가 모르겠다."
"에이..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였는데.. 이해 못 해주겠어..?"
"그럴 듯."
"왜?"
"네가 아직 전학 온 지 얼마 안 돼서 모르나본데. 전교회장이나 우리 애들 팬들 열라 많아. 나 싫어하는 여자들 엄청 많았는데. 우리 애들이랑 같이 다니고나서는 1,2,3학년 여자들이 다 나 싫어하잖아.
전교회장이랑 사귀었던 다른 학교 언니도 바로 눈물 콧물 뺐다던데. 괴롭히고 그런 거지."
"…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런 게 어딨어.. 연예인도 아니고.. 친하다는 이유로 사람을 괴롭혀?
그래.. 괴롭힌다는 게 막 때리고 그런 게 아니라..
"쟤가 효섭이 어렸을 때부터 친한 동생이래."
"진짜?"
교실 밖에서 몰래 쳐다보는 듯 하지만 대놓고 쳐다보면서 내 얘기하고.. 눈치주는 걸 괴롭힘이라고 하는구나..
점심을 먹고나서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몰려오자, 반 애들도 불편해하는 걸 느꼈다.
"참나.. 전교회장이랑 친한 동생이면 뭐 어쩌라고 저렇게 다들 구경났냐."
"……."
"야 노을! 기 죽지 마! 우리를 방패 삼으라고. 오케이? 만약에 선배들이 와서 괴롭히면 우리 이름 대."
"너네 이름 대면 안 맞을 것도 맞을 것 같은데.."
"맞아. 우리도 어마어마해."
"……."
"못 믿는 눈치네. 우리 인기 많아. 그치 이도현? 그치?? 송강! 그치!?"
인엽이의 말에 도현이는 고갤 저으며 문제집을 풀고있고, 강이는 애초에 자고있어서 대답도 않는다. 그럼 나는 풀이 죽어서 한숨을 내쉰다.
그러다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엎드려서 한숨을 계속 쉬면, 재욱이 목소리가 들리기에 급히 고갤 돌려 재욱이를 보았다.
그럼 재욱이는 내 눈을 피하고선 인엽이에게 말한다.
"밖에 뭐야. 무슨 싸움이라도 난 줄 알았네."
"노을 구경하러."
"……."
"전교회장이랑 엄청 친하대. 어렸을 때부터 친하다고 소문 나가지구.. 구경하러 온 거지 뭐,"
"아.."
아.. 하고선 자리에 앉은 이재욱은 역시 나에게 그 어떤 말조차 걸지 않았지만, 오전에 나한테 옷 빌려준 거 생각하면 또 기분이 좋아서 혼자 웃으면..
인엽이가 '왜 혼자 웃냐?'하면서 고개를 젓는다. 학교가 끝나고 역시 재욱이는 운동을 하러 가겠지 싶어서 인사라도 하려고 재욱이 눈치를 보고 있었을까.
"잘 가라. 운동 열심히 하고.. 널 잊지 못 할 거야.."
"뭐래. 오늘 내일은 끝나고 연습 없어. pc방이나 가자."
"오! 진짜? 야! 개좋지!! 송강! 들었지? pc방 갈 거지? 가자! 가자!!!"
"pc방 안 간다며."
"누가."
"네가."
"내가?"
"어."
"아닐 걸?"
"뭐래."
인엽이가 껄껄껄 웃으면서 일어나 가방을 맨다. 민시가 하품을 하면서 내게 왔고, 재욱이가 갈 것만 같아서 급히 따라 일어나 재욱이를 보면 눈이 마주친다. 이때야.. 이때..
"잘가..! 재욱아!"
"……."
이재욱이 나를 빤히 바라봤다. 아니? 이재욱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나랑 이재욱을 번갈아보았다.
"…어."
재욱이,강이,인엽이가 먼저 나갔고.. 도현이가 뒤따라 나가면서 내게 말한다.
"나도 갈게. 내일보자."
"…응! 잘가!!"
"고민시 너도 잘가."
민시가 도현이의 말에 '어...그래!'하고 고갤 끄덕였다. 애들이 다 나가고 민시가 팔짱을 낀 채로 나를 한참 바라보다 애들이 못 듣게끔 작게 내게 말한다.
"너 이재욱 좋아하지."
비하인드
도현은 체육시간이 끝나고 체육쌤이 놓고간 물건을 챙겨 교무실로 향했다.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선생님들이 모두 도현을 보며 인사를 건넨다.
아무래도 공부도 잘하고 인물도 좋고, 성격도 좋은지라 모든 선생님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체육쌤에게 물건을 건네주며 도현이 말한다.
"선생님 이거 두고가셨더라구요."
"아아아, 그러네. 고맙다 도현아."
고맙다고 한 뒤에 다시금 급하게 모니터를 보는 체육쌤에 도현이 가지않고 가만히 쌤을 보고있으면, 체육쌤이 아직 가지않고 서있는 도현이 신경쓰이는지 고갤 돌려 도현을 올려다본다.
"왜. 무슨 할 말 있어?"
"…그.. 저희반 전학생 을이요."
"아아아아, 어어 그래그래 노을. 이름이 예뻐서 기억 난다."
"벌점 주신 거..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어제 저랑 같이 체육복 사러 갔었거든요. 근데 하루아침에 교실에서 누가 가져간 거라.."
"…어어, 그래?"
"…네. "
"뭐 도현이가 그러라면 그래야지."
"감사합니다.."
"근데 사실은 벌점 안 줬어."
"네?"
"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네가 이런 것도 신경써? 의외네.. 가봐."
인사를 하고선 교무실에서 나온 도현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
-
-
-
냐냐 이거시.. 애기들이 안 좋아하는 장르...글이라도..나는 내고시플때까쥐 낼걷햐...흐..흐...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