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 어 질 까 ?¿
헤어질까? 헤어질까?
술잔을 들이키며 깐죽대는 친구의 물음이 장난스러웠다. 한심해. 연애한지도 5년이 되어가는데 진전이 없는 그들의 관계는 보는 백현을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내가 여자였으면 저딴놈이랑 바로 헤어진다구. 남자가 질린다며 헤어지자구 악담을 하고 난 뒤에는 항상 매달리는 건 여자쪽. 그러면 남자는 동정심에 혹해 또 사겨주겠지. 이러한 관계가 계속되고 수년간 옆에서 지켜보던건 백현이였다. 누구에게도 이득이 될 수 없는 그들의 말도 안되는 관계에 백현이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ㅡ어디야?
어느순간부터 이름뒤에 하트는 없어져버린 찬열의 문자메세지다. 백현이 한참을 고민하다가 휴대폰을 저 멀리로 던졌다. 찬열아..너와 나는. 또 우리와 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매달리는 일방적인 관계는 아니였다. 생각나면 문자하고, 누굴 만나던지 상관안쓰고. 서로에게 물리고 지쳐갔다. 그렇다고 지금 이 관계를 끊고 싶진 않았다. 딱히 피해를 주는 것도 이득을 주는 것도 없는 나와 찬열이는. 그냥 이렇게. 소소한 만남을 이어가면 되었었다고 생각했다.
"헤어질까?"
백현의 허리께를 툭 치며 친구가 다시 질문하였다. 이미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것같은 친구를 부축했다. 가방과 들고온 짐들을 챙겨 지나가는 택시 하나에 꾸역꾸역 밀어넣었다. 친구 귀가길에 다 써버리고 텅텅 빈 지갑 때문에 꼼짝없이 집까지 걸어가야만 했었다. 술은 많이 마시지 않았지만 친구에게서 나는 술냄새가 일로 옴겨붙은거 같은 착각이 들었다. 헤어질까? 괜히 친구의 마지막 말이 생각났다. 찬열아. 우리도 이제 그만 헤어질까?
권태기라고 말하기도 뭐했다. 친구의 소개에 친해지게 된 둘은 그냥 그렇게. 미적지근한 관계를 계속해갔다. 차갑지도, 그렇다고 뜨겁지도 않은 관계. 백현은 그렇게 찬열과 자신의 사이를 정의했다. 추억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었고 설렘또한 존재할 수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말하지 않아도 사귀는 관계가 되었다. 이제와서 헤어지자고 하는 것도 웃기지.. 음.
헤, 어, 지, 자
백현의 손에 의해 핸드폰 타자가 이렇게 움직였다. 수신자는 찬열. 괜히 눈물이 났다. 결국 또 전송하지 못한 메세지는 임시보관함에 담겼다. 백현이 한숨을 쉬며 벽에 기대누었다.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서로를 아주 깊게 사랑하게 되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