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23살, 사범대학교 4학년생으로
한 서울의 남자고등학교의 교생 선생님으로 가게 됬다.
남자고등학교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는데
다행히 한살 연상의 애인이 근무하고 있던 학교라 그런지 안심되기도 하고 뭔가 더 불안하기도 했다.
저 멀리서 긴 다리로 휘적휘적 걸어오는 모양새가 누구 남자친구인지 아주 그냥 모델이 따로 없다.
"오빠! 태환오빠!"
이름을 부르면서 폴짝폴짝 뛰어가자 자리에 멈춰서서 팔을 벌리고는 활짝 웃는다.
"우리 **이 일로 와!"
폭삭 안겨지는 넓은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적 거리자 더 꽉 안아온다.
"내일 교생실습 시작인데 이렇게 놀아도 되? **선생님?"
"에이..떨리니까 오빠가 같이 놀아줘야지!"
"내일 학교에서 같이 있을 생각하니까 떨리지? 난 완전 떨리는데."
"치잇. 뭐가 떨려, 못 붙어 있을텐데."
"혹시 아나? 내가 담임인 반에 교생으로 올지."
"아! 그럼 완전 좋겠다!!"
"내일 놀라지나 마세요--'
"어? 오빠 나 무슨 반인지 알아?"
"응. 이히히--내일부터 기대해."
개구진 소년마냥 하얗게 이를 드러내고 웃는 모양에 괜히 또 두근한다.
"우와..신기하다.."
"내가 따로 담당 선생님한테 부탁드렸지!"
큰 손으로 브이자를 그려보이면서 또 웃는다.
"오빠, 그렇게 웃지 말라니까! 다른 사람들이 보면 안되!"
"왜? 잘생겼지? 막 두근거리지? 응?"
"에비..알아서 더 얄밉다..."
고개를 팩 돌리고 혼자 걸어나가면 그새 또 뛰어와서 등을 안아온다.
이래서 오빠를 미워할 수가 없다니까....
"우리 **이 안 피곤해? 내일 교생실습 가려면 피곤할텐데 안 쉬어도 되?"
"음...그럼 나 데려다 줄거야? 오빠 안 피곤해?"
"에이 피곤하긴 뭐가 피곤해. 체육 선생님은 별로 일 많이 없어."
"정말? 그럼 나도 편하겠네!"
"체육 교생이니까 나랑 같이 다니면 되지요-"
"잘 챙겨줘야되, 알겠지?"
"오빠만 믿어!"
씨익 웃고 가슴팍을 손으로 팍팍 친다.
"자, 그럼 집에 가자. 내일 일찍 일어나야 되는데."
"응!"
-다음날-
"**아, 일어나야지."
"어..으으음....오빠 졸려..."
아침 일찍 여자친구 깨워주려고 모닝콜까지 걸어준 오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몽사몽이다.
"오빠도 잠 덜 깼잖아.."
"어..어떻게 알았어...그래도 빨리 일어나야지..."
자다 일어나서 급하게 일어난 티가 나는 잠긴 목소리가 참 좋다.
쩍쩍 흉하게 갈라지는 소리가 아니라 끝에서 묵직하게 갈라지는 목소리가
어찌 들으면 마냥 섹시한 남정네같고 어찌 들으면 잠투정 많은 애기다.
"오빠 나 잠 다 깼으니까 오빠도 준비해."
"응, 학교에서 만나."
비몽사몽한 정신을 애써 차리고 하늘거리는 무릎을 덮는 원피스에
정장 마이 느낌이 나는 재킷을 걸쳐입고 예쁜 구두까지 신고 집을 나섰다.
학교와 집이 가까워 20분 가량 걸으니
희미하게 교문앞을 티 안나게 서성거리는 오빠의 모습이 보였다.
살며시 걸어가 톡 다리로 건드리자 슬쩍 웃고는 걸어나간다.
비밀연애라는 규칙 하에 티 안나게 거리 간격을 두고 걸어갔다.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교무실에 앉아있다가 종치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오빠를 따라 나갔다.
"나 떨려 오빠..어떡해..."
"괜찮아. 같이 있잖아"
문을 열고 들어서는 오빠 뒤를 따라 웃으면서 걸어들어가자 남고라 그런가 묵직한 함성소리가 들린다.
"자, 조용히 해! 이 쪽은 새로 오신 교생선생님이시다. 담당 교과는 체육이시고 이름은 ---라고 한다."
"안녕하세요! 한달동안 같이 생활할 ---라고 해요. 잘 부탁해요."
짧은 인사말에도 크게 반응해주는 학생들이 고마워 살짝 웃었니 옆에서 오빠가 같이 웃어주는게 보인다.
"오늘 조례는 딱히 할 말은 없고..음....교생 선생님 한달동안 같이 생활하실거니까 잘 대해드려라. 그럼 수업준비해."
"수업 열심히 들어요."
굉장히 짧은 몇분도 안될 것 같은 시간동안 마주했음에도
두근두근 주체할 수 없이 뛰는 심장에 입술을 잘근잘근 씹자 큰 손이 입술을 톡 치고 지나간다.
"어?"
"입술 뜯지 마. 아파."
"아..응."
그래도 오빠가 있어서 다행이다 싶어 베시시 웃어보이자 슬쩍 허리를 굽혀 속삭댄다.
"오전시간 까진 수업 없으니까 같이 교무실에서 놀자."
살살 쳐오는 눈웃음에 또 두근 한다.
마주하고 앉은 교무실 책상 밑에서 툭툭 다정하게 발장난을 치다가
고개를 들어 눈이 마주치면 또 베시시 웃고 또 발장난 치기를 그렇게 반복했다.
쉬는 시간 마다는 티나지 않게 슬쩍 교무실 밖으로 나와 속살거렸다.
시간이 빨리 흘러 어느새 점심시간 종이 울리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어올리면 위에서 날 다정스레 내려다보는 말간 얼굴이 보인다.
"*선생님 밥 먹으러 가요."
"아, 네 박선생님!"
둘이 나란히 서서 급식소로 향하는 길.
*
"오오---선생님! 둘이 분위기가 이상한데요?"
킥킥 거리며 농짓거리를 해대는 남자 아이들의 모습에 볼이 발갛게 붉어졌다.
그걸 또 봤는지 어! 얼굴 빨개졌다! 하며 또 킬킬 대며 웃어대는 모습이 딱 그 나이대의 소년이다.
"이상한 소리 할래? 빨리 밥 먹으러 안가?!"
그런 학생들의 머리를 한대 콱 쥐어박고는 다시 휘적휘적 걸어나간다. 종종걸음으로 또 뒤를 쫓아 뛰어갔다.
"어? 요구르트 나온다!"
식단표 마지막에 적힌 요구르트를 보고 아무 생각없이 크게 소리치며 좋아했더니 온 시선이 나한테 집중됬다.
벙찐 얼굴을 하고 나를 쳐다봐오는 선생님들과
저들끼리 속닥대며 나를 보고 킬킬거리는 학생들이 보였다.
또 얼굴이 달아올라서 고개를 땅으로 쳐박자 손으로 머리를 슬쩍 쓰다듬으며 헤집어온다.
"선생님 귀여우시네요."
"어..아...고맙습니다."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제 모습을 보고 입술 끝을 슬쩍 올리고 웃는 오빠의 모습에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식판을 들고 밥을 받아 앉자마자 학생들이 우르르 달려와 내 주변을 둘러싼다.
"선생님, 이거 드세요!"
큰 손에 안 어울리게 작은 요구르트 병을 들고 와서 외치더니 나한테 요구르트를 건네주고 다시 우르르 사라졌다.
"어..어어..."
"나 줘. 내 놔. 나 먹을 거야."
"왜 그래!! 나 먹으라고 준건데!"
"아, 그냥 좀 내놔."
기어이 요구르트를 하나씩 다 챙겨서 제가 들고가더니
원래 제 몫이었던 요구르트를 식판에 턱 올려놓는다.
그러고는 입술을 비죽 내밀고 투덜거리며 한마디 한다.
"내 거 먹어. 쟤네는 왜 남의 여자 걸 지들이 챙기냐..."
ver. 여자친구가 다쳤을 떄 or 아플 때
"아 정말..웃지 말라니까."
"웃긴데 어떻게 안 웃냐? 아 진짜 웃겨."
카페에서 만나기로 하고 먼저 기다리고 있었던건지
카페 안의 작은 의자에 걸터앉은채로 멀뚱멀뚱 내가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던 남자친구.
내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깁스한 내 다리를 봤는지
킬킬대며 웃어대는 모양새가 딱 입을 한대만 찰싹 때려주고 싶었다.
"어떻게 가만히 길 걷다가 자빠질 수가 있지?"
"아 웃지마 좀, 나도 창피해 죽겠으니까."
"어떻게 자빠졌길래 깁스까지 해? 진짜 아픈 거 맞아?"
"그냥 걷다가 퍽! 하고 넘어지면 이렇게 된다, 왜!"
"아쭈. 소리지를래? 제대로 걷지도 못해서 절뚝거리면서."
"대신 걸어줄 것도 아니면서 자꾸 놀릴래!"
"한 번만 쳐봐도 되냐? 응?"
히죽히죽 장난질을 좋아하는 철부지마냥 웃어대는 꼴이 어찌보면 귀엽지만 상당히 얄밉기도 하다.
진짜 궁금한건지 시선을 깁스한 내 다리 쪽에 고정한채로 자꾸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린다.
그냥 깁스한 다리에 볼 게 뭐 그리 많다고...
고개를 휙휙 휘저어도 계속 한번만 한번만 거리면서 귀찮게 해대길래 그냥 노려봤더니 결국은 손을 갖다댔다.
그것도 주먹으로. 이 나쁜...!!!
"아!!!"
아씨... 운동선수라 그런가 힘이 장난이 아니다.
생각보다 너무 강한 아픔에 괜히 눈이 발갛게 되는게 느껴졌다.
죽죽 흐를것 같은 눈물에 괜히 창피해서 눈에 힘을 주고 확 노려봤다.
"아..아씨이...아프잖아! 아프다고! 아파 이 바보야! 으으..으..으허어어엉."
아 제길, 더듬더듬 울먹거리다가 결국 저질렀다. 사람 많은 카페에서 어린애마냥 울었다.
"야..야아..왜 울어. 진짜 울어?"
놀랐는지 당황해서 저를 쿡쿡 찔러오는 손가락에 더 성질이 나 당해보라는 심산으로 더 크게 엉엉 울어제꼈다.
"아씨...그렇게 아프면 말하지 왜 울어, 우..울지마."
싫어. 안 그칠거야. 강하게 다짐하며 끅끅 거리면서 또 울어댔다.
그때 머리를 감싸안더니 제 가슴팍에 대고는 머리를 슥슥 쓰다듬는다.
"많이 아파? 응? 아씨, 미안. 그렇게 아플 줄 몰랐다. 내가 진짜 미안. 응?"
그 와중에 머리를 토닥거려주는 손길이 기분좋다.
다정다감하게 머리를 매만져주는게 평소에도 이러면 정말 황홀하겠다는 기분이 새록새록 든다.
"말 좀 해봐 **아, 자꾸 우니까 쳐다보잖아."
"이씨..오빤 지금..끅! 내가 쪽팔려?"
"누가 그렇다고 했냐..그냥 그렇단 거지. 많이 아파? 심하게?"
"응, 진짜 아프다. 오빠 미워."
"아씨, 병원 다시 갈까? 응? 아니면 호 해줄까?
아니면..음..또..집에 데려다 줄까? 아닌데..못 걸을텐데..아, 그래. 내가 안아다 줄게!"
됬네요. 그냥 장난 한 번 쳐본거 가지고 난리법석은. 평소에나 좀 이러세요!
"어...오빠...왔어...?"
'너는 무슨 여름감기를 이리 심하게 걸리노."
"하..그러게..콜록-콜록-"
"많이 아프나?"
"아니. 괜찮아."
개도 안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린게 몸살이 되어
침대에 누워 혼자 끙끙 앓고 있던 나를 위해 와준 애인이 너무 고마워서 미안할 지경이었다.
연습도 내팽겨치고 부랴부랴 뛰어온게 눈에 보일 정도로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었다.
"배 안 고프나? 죽 사왔는데 죽 먹을래?"
"나..입맛 없는데..뭐 먹기 싫어..."
"입맛이 없으면 더 먹어야 된다. 먹어야 빨리 낫는다. 쪼끔만 먹어라. 어?"
"아..싫은데...나 움직이기 힘들어 오빠..."
"잠깜만 기다려봐라."
특유의 멍한 느낌을 띄고 있는 눈으로 자신이 사온 죽과 나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더니 방에서 나갔다.
그리고는 몇분간 짧게 부엌 쪽에서 달그락 소리가 들리더니 결국은 쟁반에 죽이 담긴 그릇을 올려 숟가락과 함께 들고온다.
"움직이기 힘들면 입만 벌리고 있어라. 내가 입에 넣어 주께."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됬어, 내가 먹을게."
슬쩍 웃으면서 쟁반을 내쪽으로 가져 오려고해도
눈을 게슴츠레하게 떠서 나를 흘겨보며 내가 쟁반을 못잡게 슬쩍 숨긴다.
"아플때는 원래 이렇게 하는기다. 가만히 좀 있어봐라. 나도 이런 것 좀 해보자."
결국은 허리만 세우고 앉아서 오빠가 떠주는 죽을 다 받아먹고서야 다시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배가 따뜻해져서 한숨 자고 싶은데 계속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오빠 탓에 잠들 수가 없다.
"오빠 왜 그렇게 봐? 할 말 있어?"
"해도 되나."
"그게 뭐야ㅎㅎㅎ당연하지."
"야 이 나쁜 기지배야."
"어..어어?"
"니는 왜 아파도 이리 예쁘노."
벙찐 표정으로 눈을 꿈벅거리며 쳐다보자 피식 웃더니 손을 들어 내 눈 위에 얹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속삭인다.
"빨리 나아라...빨리 나아서 같이 놀자."
"누나 다리가 이게 뭐야!"
"어..어? 그냥 좀 넘어졌어."
"생살 다 까지고...아프겠다...괜찮아?"
"이니 뭐 이런 걸 가지고 그렇게 걱정을 해. 괜찮아."
"그래도..누나 예쁜 다리에 흉지면 안되잖아."
"예쁜 다리는 무슨...그리고 이 정도는 괜찮아."
"많이 아플 거 같은데? 걸을 때 마다 안 아파? 지금 걸어도 괜찮은거야? 응?"
"괜찮지 그럼. 멀쩡한데?"
"밴드라도 붙이지."
"밴드 붙이긴 너무 커서 그냥 나뒀어."
"딴 거라도 사서 붙여야 안 아프게 빨리 낳지!"
"에이, 괜찮다니까 그러네."
"뭐라도 붙여야 겠다. 여기 잠시만 있어 누나. 알겠지?"
"대훈아! 어디가!"
얼마 전에 미끄러져 넘어져 무릎 밑에 크게 생긴 상처를 보고 놀랐는지
계속해서 난리법석을 부리다가 결국 카페에 나만 혼자 앉혀놓고 뛰어간 남자친구.
뭐 이런 거에 저렇게까지 하나 싶기도 하고 신경써 주는 것 같아 고맙기도 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헉헉대며 뛰어온 대훈이의 손에 들린 건 흉터 없이 낫게 해준다는 습윤밴드와 반창고였다.
"그냥 밴드 작은 거 사와도 되는데..."
"우리 누나 예쁜 다리 흉지면 안되니까;"
말하고는 포스스 웃고 밴드를 뜯어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카페 바닥에 쭈그려 앉아 저를 올려다본다.
*"누나 다리 좀 이 쪽으로 해 봐."
"내..내가 할 수 있어. 일어나."
"싫다 뭐. 내가 해줄거야."
"사람들 쳐다보잖아! 빨리 일어나--"
"계속 이러고 있으면 더 쳐다본다? 그러니까 빨리 다리 내밀어."
결국은 다리를 슬그머니 내밀자 재잘재잘 말하며 결국 밴드를 크게 붙여 놓는다.
그러고는 칭찬을 갈구하는 어린 아이 마냥 눈을 똘망똘망 뜨며 저에게 말한다.
"이제 누나 다리 안 아프지? 그치? 나 잘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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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ㅎㅎㅎㅎㅎ
시작은 암호닉 미녕 님께서 부탁하신 박태환 선수의 교내 비밀 연애 버전이예요!
이거 처럼 덧글로 이 주제로 이 국대로 써줬으면 하시는 것들 있으시면 적어주세요!
그럼 이번 화 처럼 그 국대만으로 그 주제로 약간 길게 쓰고 나서
그 다음에 제가 생각한 주제로 몇명 쓸게요!
그럼 똥손은 이만 소금이 되어 사라집니다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