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봤겠다 밥도 먹었겠다 카페도 갔겠다
특별히 할 것도 없어서 그냥 멍하니 둘이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오빠도 그냥 걷는 건 심심했는지 자꾸 의미없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러다가 내 눈에 띈 건 앙증맞은 분홍색 간판의 스티거 사진 가게였다.
그 간판을 보고 미소를 띈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오빠는 어색하게 눈을 일그러트리며 웃었다.
"**아."
"응, 왜?"
"나랑 지금 저길 들어가자는 거야?"
"응! 딱히 할 일도 없잖아!"
"이 덩치를 하고..저 작은 가게 안으로?"
*"이 뭐 어때서 그래."
베실베실 웃으면서 팔짱을 끼고 당기니
결국 슬쩍 몸에 힘을 풀고 따라들어온다.
"오빠 빨리 들어가 있어! 내가 돈 넣고 올게."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스티커 사진 찍는 기계 안으로 들어서서 신기한지 두리번 거린다.
큰 렌즈를 한 번 건드려도 보고 배경으로 사용되는 움직이는 커튼도 툭툭 쳐본다.
"오빠. 사진 찍는다. 바로 서!"
3 2 1을 외치는 기계음을 들었는지 안들었는지 여전히 기계를 둘러보며
장난질인 오빠를 옆에 세우긴 세웠는데 자세에 변화가 없다.
윙크도 했다가 하트도 그렸다가 팔짱도 꼈다가 하는 저와는 달리
차렷을 한 상태로 어색하게 입꼬리만 올리고 웃고 있는 모습이 웃겼다.
"오빠 돈 아깝게 왜 그러고 서있어?"
가볍게 웃음기 섞인 핀잔을 해도 고개만 끄덕거릴 뿐 뻣뻣하게 굳은 몸을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결국 계속해서 차렷 자세를 고수하더니 마지막 한장이 남을 때 까지
유지하기도 어렵고 보는 사람도 불편하게 하는 그 차렷 자세를 계속 하고 있었다.
기계의 발랄한 목소리가 마지막 3 2 1 카운트 다운을 하고 뾰루퉁한 얼굴을 하고 입술을 비죽 내밀고 있던 나를 보더니
급작스럽게 큰 손으로 볼을 슬쩍 잡더니 가볍게 입술을 부딪혀온다.
찰칵 소리가 크게 울린 후에야 입술을 떼어내더니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적거리며 고개를 숙인다.
피실피실 웃음만 흘리는 저를 슬쩍 한번 고개를 들어 쳐다보더니 웅얼거리며 한마디.
"마지막 건 내가 가진다."
---------------------------------------------------------------------------------
약속 장소였던 공원 벤치가 어렴풋이 보여 탁탁 소리와 함께 길바닥을 차며 뛰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야! 하고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면 저 쪽에서 같이 뛰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에 함박웃음 짓다가 결국에는 쿠당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길에서 넘어졌다.
"**야!!"
창피하게 이름을 그렇게 크게 부르냐며 속으로만 툴툴 거리고 창피함에 길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
계속해서 일정히 들려오던 탁탁 하는 바닥을 발로 차는 소리가 갑자기 들리지 않고
그 대신 *으억!!* 하는 괴성이 들렸다.
"아야...."
고개를 둘러보니 저만치 앞에서 저와 똑같은 폼을 하고 넘어진 남자친구가 보인다.
둘 다 길바닥에 납작하니 엎드린채로 눈을 마주쳤다.
창피한 마음에 얼른 일어서서 옷을 툭툭 털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하지만 저기서 뭐가 좋다고 자꾸만 비실비실 웃으며 일어서지도 않는 남자친구가 약간 창피해졌다.
"**야, 나 안 일으켜줘?"
결국엔 스스로 일어나서 남자친구의 팔을 붙잡고 슬쩍 일으켜 세웠다.
일어서자마자 또 베실베실 웃으며 품 안으로 들어와 안긴다.
"같이 넘어지니까 덜 창피하지?"
후덥지근한 여름이 끝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기분 좋은 가을날.
왠지 오늘따라 더 잘생겨 보이는 남자친구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간혹 걷다가 슬쩍 손등이 스칠 때 마다 눈을 마주하고 서로 베시시 웃고
장난스럽게 툭 쳐오는 발을 살짝 같이 치면서 걸어갔다.
그 때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다시 한 번 더 발목을 바로 툭 친다.
"오빠, 그만 차."
끝에 웃음 소리를 슬쩍 흘리며 말했더니 또 눈을 마주하고 씨익 웃는다.
그러고는 다시 한 번 툭 친다.
"에이, 오빠 아프다니까."
"아파? 진짜? 살살 친건데."
"오빠는 살살 쳐도 아파. 운동을 몇 년이나 했는데."
"그럼 안 할게."
왠일로 한 번 만에 말을 듣는 모습에 아무 생각없이 다시 웃어보였더니 갑자기 발을 세게 툭 친다.
"아!!"
결국에는 중심을 잃고 비틀비틀 거리다가 길 한복판에 비명소리를 내며 자빠지고 말았다.
"어?!! --아!!"
"아씨 오빠!!!"
"헐. 어떡해. 많이 아파?"
"아프잖아! 아씨..피 난다..."
살갗이 까져서 피가 상처에 고여서 주륵 흘러내렸다.
인상을 찡그리고 눈을 흘기자 저도 놀랐는지 안절부절이다.
"잠시만, 가만 있어봐."
상처를 감싸쥔 내 손을 잡고 상처에서 떼어내더니 그 자리에 입술을 갖다댄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당황스러웠건만 혀를 슬쩍 내밀어 피를 핥아낸다.
따가워서 끙 하는 신음 소리를 흘렸건만 굴하지 않고 끝까지 핥아낸다.
그만하라는 의미로 주먹으로 등을 콩콩 때리자 그제서야 슬며시 고개를 들어올리며 씩 웃는다.
"이제 안 아프지?"
아프거든요 이 바보애인아!!
저 멀리서 허리를 약간 구부정하게 구부리고 흰 티셔츠에 단순하게 입은 청바지 차림으로
손은 삐딱하게 주머니에 넣은채로 서 있는 남자가 보인다.
낮이라 아직은 뜨겁게 내려오는 햇빛에 눈이 부신지
느릿느릿 팔을 들어 얼굴께를 가렸다가 다시 귀찮았는지 눈만 질끈 감는다.
"오빠!"
하고 나름 발랄하게 말했더니 고개를 들어 주변을 휙휙 둘러보더니 나를 발견하고 슬쩍 웃어보인다.
그러더니 팔을 들어 자기쪽으로 오라는 뜻인지 손을 까닥거린다.
구두를 신고 나름대로 뛰어가다가 뭐에 걸렸는지 중심이 앞으로 쏠리더니 콰당하고 도로 한복판에 넘어졌다.
여자친구가 넘어졌으면 이름 한 번 불러주면서 놀라서 달려와 줄 것이지
그럴 줄 알았다는듯이 피실피실 웃더니 나름대로 빠르게 걸어온다.
아씨, 화도 못내게 이상하게 멋이 나는 모양새에 결국 화끈거리는 얼굴을 땅에 처박았다.
"우짜노."
"빨리 일으켜 줘야지! 오빠 미워!"
또 피식 웃더니 일으켜 주진 않는다.
내 앞에 쭈그려 앉은 채로 피실피실 웃는 모양새를 보니 얄미워서 눈을 흘겼더니
머리 위에 손을 턱 올리더니 슥슥 쓰다듬는다.
"머리는 왜 만져! 헝크러지잖아 이씨!"
"우짜노"
"뭘 자꾸 어째!"
"우짜노 우리 애기 자꾸 넘어져서."
"누가 오빠 애기야!"
머리를 슬슬 만져서 헤집더니 다시 앞머리를 정리하듯이 슬쩍 머리를 빗어넘긴다.
"자꾸 애기 애기 하니까 진짜 애기됬네.
우짜노 우리 애기 귀여워서. 누가 앤지 알고 데꼬가면 우짜노."
그러고는 슬쩍 고개를 숙여 콧잔등에 입술을 맞췄다 뗀다.
"우리 애기 도장찍어 놔야겠네."
-------------------------------------------------------
끝!
미녕 님께서 주신 주제 스티커 사진이랑 길에서 넘어졌을 때 였는데
스티커 사진은 박태환 선수만!
길에서 넘어졋을 때는 몇몇 선수들도 더해서 햇어요!
주제랑 국대 골라주시면 감사해요)꾸벅